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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10 탄생
D-10
"어떠냐 자드? 이정도면 그 망할년도 보내버릴수 있을것 같지 않냐?"
플라스크 비커 등의 물품들이 이곳저곳에 널부러져 있는.. 실험실같은 곳의 테이블 한켠에서 할배는 진한 녹빛의 액체가 담겨져 있는 실험관을 흔들을 테이블위에 올려져 있는 자드의 머리가 잘 볼수 있게 흔들며 보였다.
딱 봐도 그 안에 담긴 액체가 녹즙같은 몸에 좋은 액체가 아닌.. 몸을 안좋게 하는것은 물론.. 그 목숨까지 앗아 갈것 같은 흉흉한 느낌의 액체였다.
[줘봐!]
그렇게 말한 자드는 자신의 입을 살짝 벌려 틈을 만들었고.. 할배는 아무런 꺼리낌도 없이 그 독극물이라고 생각되는 액체를 그 틈으로 흘려 보냈다.
[흠..흠.. 으으음.. 좀 모자라는데? 지금 가진것보다 성능이 떨어지는데?]
입맛을 다시며 그 독극물에대한 맛평가..아니 '성능'에대한 평가를 내렸다.
물론 그 평가에 관한것은 그 '독극물'이 '독'으로서 얼마나 강한지를 판단하는것에 대한 것이었다.
"흐음.. 또 그 아이들에게 물어보지 않으면 안돼겠군."
할배는 아쉬운듯 실험관에 있는 액체를 바라보며 중얼 거리고는.. 그 독이 들어있는 액체를.. 약이라도 먹는것 마냥 쑥하고 들이 부어 꿀꺽하고 목구멍 안쪽으로 삼켰다.
그 독극물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할배는 별반 탈없는.. 멀쩡한 모습으로 비어버린 시험관을 제자리에 꽂아 놓은채 팔짱을 꼈다.
그들.. 할배와 자드는 코세이와 싸우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중이었다.
그들이 하는것은 다름아닌 '독' 의 제조였다.
다른 이들이 자신의 장비나 도구들을 준비하듯.. 그들에게도 이 '독' 을 제조하는것이야말로 자신들의 무기를 준비하는것과 다름없는 일이었다.
특히나 자신들의 원수이자 죽여버려야할 넘버원의 위치에 있는 '실메리아'를 죽이기 위해서는 더욱 독하고 강한 독이 필요했다.
원수인 실메리아를 괴롭고 처절하고 확실하게 죽일수 있는 독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자신들의 '독' 할배의 몸에 흐르는 '독'을 베이스로 해 여러가지 독극물들을 섞어 그 기능을 올리려 하고 있는 중이었다.
다행히도 이 연구시설에는 실험용으로 사용하던 여러 독극물들이 존재하고 있었기에 굳이 힘들게 채취하거나 추출해야하는 번거로움은 없었다.
단지 문제라면 그들이 독극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는 점이었다.
물론.. 자드의 경우 섭취함으로서 얼마나 살상력이 높은지에 대한 감정은 가능했다.
단지.. 그 많은 독들을 일일히 먹어보고 판단하기에는 시간은 물론.. 노력도 많이 갔기에 그들이 취한 선택은 독극물에 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인간들에게 묻는것이었다.
그는 당연하고.. 파도 솔도 라도 시도 이 다섯명의 경우 왠만한 지식은 어느정도 보유하고 있었던 터라.. 이 다섯중 아무에게나 묻는다면 어떤 독극물이 강력하고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해주었기에 굳이 찾아가며 확인해봐야하는 일은 피할수 있었다.
그렇지만 역시 강한 독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강한 독이 나올정도로 간단한 일은 아니었기에.. 할배와 자드는 계속해서 시행착오를 겪고 있었다.
"흐음.. 차라리 닥치는대로 섞어 볼까..?"
[비빔밥이냐!?]
"액체니까 폭탄주쪽이 더 들어맞지 않을까?"
[그거나 이거나!]
"그러고보니 오랜만에 술이 마시고 싶군... 흐음..."
자드가 시끄럽게 뭐라고 하고있는것을 무시한채 할배는 조용히 실험실 한켠에 있는 '알콜' 이라고 써져있는 병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노친네.. 설마 저걸 마실 생각은 아니겠지..?]
자신이 떠드는데도 조용한 할배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자드는 할배의 상태를 살폈고.. 그런 할배의 시선이 알콜의 병에 못박혀 있다는것을 눈치채고는 그렇게 말했다.
"허허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이런 몸이 됐으니까 순도100%알콜정도는 마셔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따위는 조금도 하지 않았으니까 말이야! 허허허허허허!"
[명백하게 했잖아 이 영감탱이야!? 아무리 그래도 저건 아니지!!]
무안함을 감추기 위해서 무의미한 웃음을 흘리는 할배에게 날카로운 일침을 날리는 자드...
그러던 중 그들의 방에 설치된 알람기가 붉은빛을 띄며 작은 소리로 울리기 시작했고.. 두 사람은 행동을 멈춘채 그 알람기에 시선을 집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인터폰과 연결된 액정화면에 한명의 인간이 비추어졌다.
"오.. 밥시간인가."
액정에 비추어진 인간... 클론중 한명인 시도의 옆쪽에 트레이가 있는것을 발견할수 있었던 할배가 시간을 확인했고 점심식사를 하기 딱 좋은 시간인 12시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곧 나가마!"
할배는 재빨리 인터폰을 들어올려 그것을 시도에게 전한 뒤.. 두꺼운 문의 옆에 달린 패널을 조작하여 문을 열고 나간 뒤 비슷한 느낌의 문 2개를 더 열어서야 겨우 시도의 모습을 직접눈으로 확인할수 있었다.
"(식사 가져왔어.)"
할배의 모습을 확인한 시도는 그렇게 적힌 종이를 들어올렸다.
"허허허! 나는 입모양으로 적당하게 알수 있으니 굳이 번거롭게 쓰지 않아도 된단다!"
할배는 에헴! 하고 자랑스럽다는 느낌으로 자드를 씩하고 웃으며 내려다봤다.
[아니 왜 나한테 자랑질을 하는거냐...]
어이가 없다는듯한 말을 흘리며 자드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은.. 연기자.. 연기를 하는 인간이라 입모양으로 상대방의 대화를 알수 있는건가?)"
"그렇지! 이쪽 세계에서는 중요한 것중 하나니까."
발성이나 발음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입모양만으로 사람의 말을 이해할수 있는것은 연기자라고해서 누구나 할수있는 아니었지만.. 몇십년동안 그쪽에 발을 담가두었던 할배는 어느새 가능하게 돼어 있었다.
"(솔직히.. 연기란건 별로 쓸모가 없을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네.)"
딱히 할배를 비하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그들에게 있어 연기는 생존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생각한 요소였기에 그런 생각을 품을수 밖에는 없었다.
"허허허! 그럴지도 모르지만.. 난 연기로 몇번이나 살아남은 전적이 있다고?"
"(연기로 어떻게..?)"
할배의 그 말을 믿을수 없다는듯한 눈초리로 시도가 물었다.
"어떻게냐고.. 바로...윽...!? 크흐으윽...!"
그 순간 할배가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은 뒤 놀란 두눈을 동그랗게 뜬채 의심가득한 얼굴의 시도를 바라본채 괴로운듯한 신음을 흘렸다.
"네,네이노..오오옴..! 컥...!"
할배는 분노에찬.. 원망에찬 목소리로 시도를 노려본채 발작을 일으키는 사람마냥 몸을 들썩들썩 거리며 부르르 하고 몸을 떨었고.. 이내 다리가 풀린듯 바닥에 주저앉은채.. 여전히 원망에찬 눈빛으로 시도를 올려다 봤고... 모든 힘이 다한것인지 풀썩하고 머리를 지면에 댄채 쓰러졌다.
"컥..헉..커..어......"
그렇게 한동안 고통에찬 신음과 경련을 계속하던 할배는 정말로 힘이 다한듯 옆으로 쓰러졌고...
그 부릅 떠진 두 눈에 눈동자는 없었고.. 그저 새하얀.. 흰자위만이 보일뿐이었다.
"(뭐,뭐...지..!?)"
갑작스럽게 할배가 경련과 발작을 일으키며 괴로워하다가.. 끝내 힘을 잃은듯 쓰러진것에 당황한 기색을 흘린 시도는 어떻게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듯..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으로 할배를 내려다 봤고.. 어찌됐든 할배의 상태를 조사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죽은듯 보이는 할배의 몸을 조사하기 위해 손을 뻗으려고 했다.
그리고 그 순간..
"써프라이즈으으으으으으!"
시도의 손이 할배의 몸에 닿기 직전.. 할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고.. 그 탓에 시도는 화들짝 놀라하며 엉덩방아를 찧은채 방금전의 일이 있던 인간이라고는 생각할수없는 몹시 밝고 활기찬.. 건강한 모습의 할배를 놀란 두눈으로 올려다볼수 밖에 없었다.
"허허허! 이게 바로 내가 가장 자신있어하는 연기지!"
[카카카카카카카!! 이 녀석 진짜로 놀랐나보다!! 저 얼굴좀 보소! 카카카카카카!]
상당히 악취미적인 장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속는쪼이 아닌 속이는쪽의 입장에 있던 자드는 상당히 즐겁다는듯 기괴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박장대소 했다.
"허허.. 어쩔수 없지. 사망연기의 달인인 내 진심어린 연기를 바로 앞에서 본거니까 말이야!"
[우와.. 이 노친네 자화자찬하고 자빠졌어...]
시도가 속아넘어간걸로 자신감이 폭발할것같은 할배를 자드는 한심하다는듯 바라봤다.
그리고.. 할배의 연기에 속아넘어가버린 장본인인 시도는...
"(이게 연기...?)"
아직까지 놀라움이 가시지 않은 얼굴을 한채 할배에게 물었다.
"그렇지! 적이 가장 방심하는 순간.. 안심하는 순간.. 느슨해지는 순간이.. 상대방이 죽었다는것을 알았을때지! 방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도 상대방이 죽는 장면을 목격하면 말이지.. 무의식적으로 안심을 하게되는거야... 아직 확인은 안해봤지만.. 무의식적으로 아.. 죽었구나. 라는 느낌으로 적은 안심함과 함께 방심의 틈이 생기지! 그리고.. 자신이 죽었는지를 확인하러온 그 순간...."
할배는 짖궅은 미소를 지어 보인 뒤..
"서프라이즈으으으! 하면서 역으로 일침을 놓는거지! 허허허허!"
방금전 시도를 놀래켰을떄와 마찬가지의 행동을 취한채 웃었다.
물론.. 통하지 않은 상대가 있었기도 하지만 이 전법으로 할배도 자드도 위험한 순간을 몇번이나 넘긴 전적이 있었기에.. 나름 신빙성있는 이야기도 했다.
"(오오..! 확실히 최후의 역전을 가능케하는 기술일지도..!?)"
방금전 자신이 체험한 탓에 할배의 그 이야기가 더 신빙성 있게 느껴진 시도는 놀란두눈을 존경의 눈으로 바꾼채 할배를 우러러 봤다.
이 기술.. 이 죽는척 하는 리얼한 연기라면.. 확실히 상대방을 방심시키고 그 틈을 노려 역전극도 가능하게 할수 있는 훌륭한 기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 기술.. 이 연기를 내게도 알려줘!)"
"이 죽는 연기말이냐? 흠.. 뭐.. 미도 녀석에게도 알려줬으니.. 너희도 충분히 할수 있긴 할테지만..."
그도 자신의 연기에 흥미를 보이고 어느정도 알려주었던 전적이 있었기에.. 알려주는것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고.. 그와 비슷한 스펙을 가지고 있는 시도라면 분명 금방 배울수 있을거라고는 생각했다.
단지.. 할배에게도 '독'을 제조해야한다는 일이 있었고.. 이것을 기한내에 완성시킬수 있을지 조차 불투명했기에.. 평소같았더라면 기쁜마음으로 수락했을 일이었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마음편하게 가르쳐줄수 있을것 같지는 않았다.
"(독의 제조때문이라면.. 내가 도와줄수 있는데.)"
할배가 독의제조를 하고있다는것은 시도 역시 알고 있었고.. 몇번정도 쓸만한 독에 대해 말해줬던 적도 있었기에.. 대략적으로 할배가 왜 망설이고 있는지는 파악할수 있었다.
"호오! 그거라면 나도 마음편하게 가르쳐 줄수 있지!"
"(좋아! 내가 도와줄테니까. 그 기술을 알려줘!"
"그래! 그럼 이 할배님이.. 단기간에 리얼하게 죽는 방법을 전수해주마!"
[카카카카카카! 누가 미도놈 닮은꼴 아니랄까봐! 하는짓도 똑같네! 카카카카카!]
학구열(?)에 불타는 시도를 보며 그 당시 지대한 흥미를 나타내던 그를 떠올린 자드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막지 못한채 시끄러운 소리로 웃었다.
그렇게.. 할배의 죽는연기에대한 강의가 시작됐다...
그리고 2시간 후..
"다들 도대체 어떻게 된거죠.."
길다란 복도를 찡그린 얼굴로 곧고 있던 나라는 불만섞인 말을 토해냈다.
오늘의 식사당번은 자신과 파도 시도 라도 솔도 5인이었다.
그리고.. 점식식사의 준비를 완전 끝맞춘 뒤.. 각각의 장소에서 최후의 결전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에게 음식을 배달하는 일을 각자가 맡고 배달에 나섰다.
그런데.. 할배에게 배달을 갔던 '시도'가 돌아오지 않는것이었다.
뒷처리를 해야 다른 준비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기에 그런 시도를 찾기 위해 '파도'가 할배가 있는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시도를 찾으러가던 파도는 돌아오지 않았고.. 결국 '솔도'가 그 두사람을 찾으러 향했지만.. 역시나 솔도도 돌아오지 않았고... 마지막으로 '파도' 역시 그들을 찾기 위해 나섰지만.. 아니나 다를까 몇십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할배가 있는곳으로 향해가서 그들이 돌아오지 않자.. 어쩔수없이 마지막으로 남은 나라가 그들을 찾으러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할배가 있는곳에 방문한 나라는..
"끼아아아아아악!!!"
비명을 내지를수밖에 없었다.
방문을 연 순간.. 흰자위를 드러낸채 혓바닥을 반쯤 빼낸 상태로 널부러져 있는.. 다섯구의 시체가 나라를 반기고 있었기 떄문이었다.
============================ 작품 후기 ============================
파도 솔도 라도 시도는 죽은척하기를 습득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