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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10 탄생
D-13
막 해가 뜨기 시작한 이른 아침의 시간..
4월 중순의 따뜻한 날씨라고는 하지만.. 아침의 기온은 제법 낮은 편이었다.
하지만 그런 기온에도 상관없이.. 상의를 탈의한 채 땀으로 범벅된 근육을 드러내고 있
는 두 남자
"허리에 힘을 좀 더 넣어라!"
"그으!"
태양빛에 번들거려 안 그래도 두드러지는 근육을 더욱더 두드러지게 드러내고 있는 두
사람은 다름 아닌 경철과 길티였다.
여전히.. 다들 곤히 잠들어 있는 늦은 저녁 시간부터 시작되는 훈련을 하고 있는 경철
과 길티는.. 조금 구석진 곳에서 서로의 주먹을 서로의 몸에 부딪치는 거친 소리를 흘
린 채 대련 중이었다.
"그래! 좀 더 깊숙이! 깊숙이! 쑤셔 박아라!"
"그어!"
길티의 주먹을 단련된 육체에 받을 때마다 경철은 길티에게 모자란 점이나 틀린 점을 지
적하며 하나하나 길티의 전투기술을 다듬어 갔다.
그렇게 계속해서 대련을 통한 단련과 훈련을 하고 있던 두 사람이었지만...
"허허허! 내 오해였군."
[우와.. 오해긴 해도 별로 보고 싶지 않은 광경인데.]
어디선가 나타난.. 할배와 자드의 말소리에 대련을 멈춘 채 두 사람은 그쪽으로 시선
을 돌렸다.
"어이쿠! 이거 미안하군. 우리가 방해를 했나보구만!"
면목없다는듯한 태도로 할배는 손을 들어 올린 채 사죄의 말을 건넸다.
"아닙니다. 어차피 저희도 여기까지 하려고 했으니까요."
"기..기상..시.간..훈련..종료."
경철은 동의를 구하듯 길티를 바라봤고.. 그것에 수긍하듯 길티는 고개를 끄덕인 채 어
색하지만 확실하게 경철의 말을 보충했다.
"그런데 노인.. 아니.. 그래봤자 나이차이가..."
노인장..이라고 부르려던 경철이었지만.. 얼굴을 험악했지만 분류하자면 '동안' 이라
고 할 수 있는 경철의 실재 나이는 50대 초반이었고 할배의 나이는 외관상 보건대 60
대 초중반..
많이 난다고 해도 경철과는 십몇 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고 적게 난다고 치면 한 자
릿수의 나이트 차 밖에 나지 않았기에 그런 할배를 노인장이라고 부르는 것은 뭔가 어폐
가 있다고 생각됐기에 할배를 자신이 뭐라고 부르면 좋을 것인지에 고민됐다.
"허허허! 좋을 때로 불러도 나는 상관없으니 마음대로 불러주게!"
경철의 그 고민을 읽은 할배는 신경 쓰지 말라는 태도를 취했다.
[그럼 노망할아방구]
"네녀석은 안돼! 네 녀석은 지금부터라도.. 사망연기가 일품이신 명품 배우 할배님이라
고 불러라!]
[죽을 날이 얼마 안 남으신 명품 시체 할배님]
"허허허허! 그래 좋아! 오랜만에 나의 방귀.. 독방 귀로 진화한 내 방귀 맛을 보여주
마!"
[기아아아아아악!? 그만,그만둬어어어!]
할배와.. 그 오른팔에 달린 자드는 평소의 콩트 같은 시끌벅적한 다툼을 시작했다.
길티는 이미 계속 봐왔던 일상과도 같은 일이었기에 그러려니 하는 느낌으로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경철의 경우 처음 보는 두 사람의 싸움에 조금 당황스러운 모습으
로 두 사람의 싸움을 지켜봤다.
그녀와 나라의 싸움과는 달랐지만 본질적인.. '쓸떄없는 싸움' 이라는것은 공통된 탓인
지.. 당황하던 경철도 이런 애들 싸움 같은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작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그 녀석.. 주변에는 정말 괴짜만 모여드는군. 덕분에 나 같은 일반인은 골치가 아플지
경이야.."
떠들썩하고 시끄러운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다 큰 어른들이 아이와 같이 생
떼에 가까운 짓을 하는 그들의 부끄러움은 언제나 경철이 느끼고 있었던 탓에.. 그런
불평불만을 토해냈다.
".............."
그것을 조용히 듣고 있던 길티는 마음속으로 '일반인은 아니지.' 라고 생각했지만.. 굳
이 그것을 입에 담아 이야기하지는 않은 채.. 그저 조용히 마음속으로 경철의 그 말을
부정한 채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경철의 상처투성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하아.. 그래서 노인장.. 이랑 자드?라고 했던가? 두 사람은 왜 이런 이른 아침에 그
것도 이런 구석탱까지 발걸음을 옮긴 거려나?"
남들에게 방해되지 않게 일부로 떨어진 곳에서 단련을 한두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떨어진 곳에.. 그것도 구석에 위치한 이곳에 왔다는 것은 무엇인가 볼일
이 있지 않으면 이상한 일이었기에 경철은 그것을 캐 물었다.
사실.. 가장 큰 이유는 두 사람의 초등학생도 안 할 것 같은 유치한 싸움을 말리기 위
해서라는 점이 컸지만 말이다.
"음? 우리 말인가?"
[그야....]
싸움을 멈춘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본 채 두 눈을 껌뻑 거린채 말끝을 흐렸다.
그것도 그럴것이.. 진실을 말하기에는 그 이유가 차마 설명하기 참 애매..하다고 할까
여러가지 의미로 얼굴을 찌푸리게 되는 이유였기 때문이었다.
"그게 말이지.. 일찍 눈이 떠져서 산책을 하고 있는데..."
[이상한 소리가 나서 말이지...]
두 사람은 경철의 눈치를 살핀채 조심스럽게 순화한 말을 입에 담았다
"이상한 소리?"
경철은 순화된 그들의 말에 하나도 알아먹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한채 되물었다.
"아니 그 뭐냐.. 허리에 힘을 넣으라는 둥..."
[깊숙히 쑤셔박으라는 둥...]
할배와 자드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면서도 동시에 경철의 반응을 힐끔힐끔 살피며 기어들
어갈것같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녀석을 지도했을떄 나온 말인가..? 그런데 그게 이상한 소리..?"
경철 자신에게 있어서는 길티의 지도를 하기 위해 내뱉은 소리였고.. 특별히 이상하다
고 생각할만한 요소는 조금도 생각할수가 없었기에.. 미간을 찌푸린채로 의문을 표시했
다.
".............."
[...............]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태도와 꺼림찍한 일 따위는 전혀 없다는듯 매우 올곧은 태도
였던지라 두 사람은 뭐라고 할말이 없어 조용히 입을 다물고는.. 휙 하고 경철에게 등
을 보인채 서로의 얼굴 가까이 가져갔다.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하는거지..?"
[아니.. 설명이고 나발이고.. 남자끼리 떡치는 소리인줄 알았다. 라고 설명할수있을리
가 없잖아!?]
"그것보다.. 생긴건 산도적같이 생겨가지고는.. 왜이리 아방한거냐..!?
[육식계인줄 알았더니 알고보니 초식계라는 건가..!? 우왓..솔직히 기분나쁘다만..!?]
"근데.. 아무리봐도 저 모습은.. 좀 그렇지 않냐..?"
[땀투성이의 우락부락한 근육을 들어낸채 헉헉 거리고 있는 두 남자.. 우웩... 나온다
나올것 같다.]
두 사람은 경철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천연이라고 생각되는 경철의
반응과 행동에 대해 자신들의 생각을 토해냈다.
"으음.."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기묘한 행동을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지켜본 경철은 도저히 자신
의 기준으로서 이해할수 없는 두 사람의 행동에 신음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이곳에 있는 인간들은.. 개성이 넘치다 못해 아주 하늘을 뚫어버릴 기세라는것은 자각하
고 있었지만.. 특히나 눈앞에 있는 이 두사람의 개성은 외관적으로 이미 우주까지 날아
오를 기세였고 그것에 따라 두 사람의 행동이나 말투도 어찌보면 이 중에 가장 독보적일
정도로 튀어오르는 존재라고 할 수 있었다.
거기에.. 자신보다 연상이라는 점까지 합해져.. 눈앞의 이 괴짜들은 경철에게 있어 상
대하기가 가장 껄끄롭다고 생각할수 있는 존재였다.
"노인장..? 볼일이 없다면 가봐도 되겠습니까?"
이 괴짜두명이 어째서 여기에까지 발걸음을 옮긴것인지 명확한 이유를 아직 듣지 못한
경철이었지만.. 그것보다 지금은 이 괴짜들에게서 조금 떨어지고 싶은 기분이었고.. 애
초에 두사람만의 세계(?)에 기어들어가듯 무엇인가 자기들끼리 소근소근 되는 모습을 구
경하고 있어봤자 자신에게 득이 되는 일이 없을것이라고 판단한 경철은 이대로 이 자리
를 벗어나려고 했다.
"오,오! 그래! 우리도 마침 볼일이 끝난 참이니까 말이야!"
[마,맞아! 맞아! 슬슬 다들 일어났을 시간이니까! 아침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식은땀에 온몸을 흠뻑 적실정도로 곤란해 하던 그들에게 있어서도 진실을 설명하지 않아
도 되는 상황은 딱 좋은 전개였기에 경철의 말이 바로 동의 했다.
단지 경철에게 있어서는.. 거리를 벌릴 생각이었는데 어쩌다보니 4명이서 돌아가게 된것
은 예상외의 일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거절하는것도 이상했기에 경철은 그것을 수긍했고.. 남자 4명은 그렇게
숙소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숙소에 거의 도달했을 때 쯤..
"집단..브로맨스...!?"
스트레칭을 하고 있던 나라가.. 숙소쪽으로 향해 다가오는 땀투성이의 남자들을 보고
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채 흥분한 기색으로 외쳤다.
그 말의 의미를 알고 있는 할배와 자드는 '우와.. 이 여자...' 라는 매달아진 미소를
지은채 나라를 바라볼수밖에 없었고.. 그 말 뜻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경철만이 고개
를 갸웃거릴뿐이었다.
"전부터 궁금했는데.. 도대체 브로맨스란게 뭐냐?"
별로 신경쓰지 않고 있었지만.. 최근들어 나라가 연호하는 일이 자자했던 탓에 호기심
이 생긴 경철이 직접적으로 나라에게 물었다.
"이 순정마초맨.. 천연인건가..!?"
[보기와 다르게 너무 순박한거 아니야..!?]
그런 경철의 순수한 호기심에 할배와 자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네,네!? 그,그건.. 아니 그게 말이죠...그 남자들이..그렇고..아니 그.. 땀투성이..
아니..아니!?"
그리고 직접적으로 정면에서 그 순수한 질문을 받은 나라의 경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얼굴을 한채 횡설수설을 시작했다.
"브로맨스란건 말이지.. 남자와 남자의 교감..이라고 할까.."
[사,사나이들의 뜨거운.. 우정? 형제애..? 뭐 그런거일려나..? 아마도..]
보기에도 너무 불쌍해보일정도로 횡설수설하는 나라를 보고 있을수 없었던 할배와 자드
는 급하게 그 질문의 답에 대한 보충을 넣었다.
물론.. 나라가 생각하는 의미는 좀 더 질척한 물건이었지만.. 어쨌든 그걸 밝히수는 없
는지라 여러번 순화를 해서 말했다.
"호오.. 브라더의 준말인 브로와 남자들이란 맨스의 합성어같은건가. 요즘은 참 알수없
는 합성단어가 많군."
할배와 자드의 보충을 받아들인 경철은 멋대로 단어를 해석하고 멋대로 납득한 모습을
보인채 통나무같은 팔로 팔짱을 낀채 고개를 끄덕인 뒤 자신의 옆에 있는 길티를 슥 하
고 바라보고는.. 그대로 팔짱을 풀고 길티의 어깨에 거칠게 팔을 올려뒀다.
"뭐.. 형제라고 하기에는 내가 나이가 너무많지만 말이지. 하하하!"
거친 미소와 함께 길티의 팔근육을 탁탁 하고 손바닥으로 두드린 경철은 호쾌하게 웃은
채 자신의 몸보다 가는 길티의 몸을 꽉 하고 밀착시켰다.
"꿀꺽..."
그 모습에 나라는 당황하는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마른침을 삼킨채 두 사람의 그런
모습을 뚫어질정도로 지켜봤고... 이 모든 모습을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지켜보고있던
할배와 자드는.. 가늘게 뜬 눈으로.. 질린 기색을 내보였다.
"그녀석의 지인이니 당연 평범할리가 없을거라고 생각했지만.. 마초맨도 그렇고.. 저
아가씨도 그렇고.. 나를 빼면 다들 범상치가 않구만..."
[영감탱이가 일반인이라니.. 개그야? 진짜 일반인인 내입장에서는 별로 재미없는 개그다
만?]
"악어대가리가 어디서 일반인을 들먹이는거냐!"
[하아? 머릿속이 똥밭인 노친네가 뭔 똥소리야!"
두 사람은 서로를 잡아먹을듯한 기세로 노려본채.. 자신이야말로 상식인이자 일반인이라
는 주장을 내세운채 싸움을 시작했다.
".......그어"
길티는 그 둘의 모습을 보고 생각했다.
'둘다 평범하지 않다고'
그리고.. 그와 동시에 생각했다.
사실 이중 가장 평범한것은 자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 작품 후기 ============================
초반부는 이런식으로 각 파티가 합류해서 일어나는 작은 에피소드들을 써보려고 생각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