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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얼론 (Zombie Alone)-212화 (212/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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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10 탄생

행동방침이 정해진 그날의 조금 늦은 저녁..

오랜만에 같은 방의 같은 침대 위에 누운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본 채 있었다.

몸은.. 지금 당장이라도 피로한 몸을 쉬게 해달라고 아우성을 치며 그들에게 수면을 강요했지만.. 오랜만의 재회를 한두 사람에게 있어서는 피로한 몸보다도 지금 바로 눈앞

에 있는 서로의 존재를 자신의 두 눈에 계속 새기는 것이야말로 더 우선적으로 해야

될 일이었다.

불빛 하나 달빛 하나 없는 어두운 방안의 침대 위 어둠에 익숙해진 눈으로 서로의 얼굴

을 지근거리에서 조용하게 바라만 볼 뿐인 두 사람.. 약 1시간 동안 잠자리에 들지도

않은 채 서로를 조용히 바라보던 두 사람이었지만...

"자..?"

그런 기분 좋을 정도의 잔잔한 침묵을 먼저 깬 것은 그녀였다.

여태껏 자신을 계속해 바라보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그가 잠들지 않았다는

것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수줍은 목소리로 물을 수밖에 없었

다.

"안자"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질문이었음에도 그는 상냥한 목소리로 입가에 미소를 지

은 채 답했다.

"응.."

그런 그의 대답에 그녀 역시 짧은 대답으로 답했고.. 그 이후 다시 아까와 같은 침묵

이 두 사람을 방문했다.

하지만 답답하거나 껄끄러운 느낌이 아닌.. 몹시 자연스러운.. 기분이 좋아지는 고요함

이었다.

그저 바라만 보는 것만으로도 충실함이 가득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서로의 숨결을 느끼는 거리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

도 없이 조용히 자신들의 손을 뻗었고 두 사람의 손은 당연하다는 듯 겹쳐졌다.

따뜻한 온기와 부드러운 감촉이 손끝에서부터 손바닥 전체에 전해졌고.. 두 사람의 입가

에는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졌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렇게 서로의 체온을 감촉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

던 두 사람..

물론 이것이 꿈이 아닌 현실이라는 것은 그들은 질릴 정도로 확인했기에 알고 있었다.

그 목소리도 그 향기도 그 온기도 그 감촉도 전부 질릴 때까지 확인했다.

사실은.. 조금 어른스러운.. 부분 쪽도 확인하고 싶었던 두 사람이었지만..

과연 아이를 밴 상태에서는 무리인 일이었기에 그것은 할 수 없던 것이 조금 아쉬울 따

름이었다.

"그러고보니.. 얼굴이 조금 수척해졌네."

그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던 그녀가 예전의 얼굴보다 조금 마른 것을 확인하고는 그렇게

말했다.

"응.. 조금 괴롭힘을 당했거든.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코세이의 집요할 정도로 자신의 마음을 뒤흔들어놓았던 때를 떠올

렸다.

특히나.. 자신의 '감정' 이 가짜.. 그저 연기에 불과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일..

물론.. 믿지 않는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지금 이 감정이 연기라는 것을.. 이 날아오를 것 같은 행복감이 거짓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무슨 괴롭힘..? 설마 그 빌어먹을년이..!"

그녀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아까의 부드럽고 자애로운 미소가 거짓이라도 되는 것처

럼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아니..아니야 솔직히 그 여자가 한 고문은 놀이 정도밖에는 안됐으니까."

당연.. 놀이라고 할 정도의 레벨은 아니었지만.. 육체적인 고통을 참아내는 것은 그에

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에 코세 임의 그 정신 고문에 비교하면 어린애 장난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럼..?"

"그건..."

그는 자신이 코세이에게 어떤 일을 당했는지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 고민했다.

어차피 이 감정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은 자신이 굳게 믿고 있었지만..  괜히 사실을 말

했다가 그녀가 불안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올곧은 그녀의 눈동자가 자신의 눈을 바라보고 있자.. 왠지 모르게 말하지 않으

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기에 그는 마음을 정하고.. 코세이에게서 들었던 것을 간략하게 정리해 그녀에게 전

부.. 하나도 빠짐없이 정했다.

심지어 자신의 정체까지도...

"도플갱어라..."

"...무서워?"

"아니? 솔직히 도플갱어든 좀비든 좀비 할애 비든 뭐든 딱히 상관은 없는데..?"

"그렇구나."

그는 웃었다.

왠지 그녀라면 그렇게 대답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그 기분을 배신하지 않고 그

대로 말해준 그녀가 너무나도 사랑스럽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 그래도.. 얼굴만큼은 제대로 고정시켜둬. 아이가 헷갈리면 안되니까."

그의 겉모습이 뭐든 정체가 뭐든 그녀에게 있어서는 별로 상관없는 일이었지만.. 아이에

게 있어서는 아빠의 얼굴이 계속해서 바뀐다는 건 여러모로 혼란이 갈 것 같았기에..

그런 당부의 말을 했다.

"아니.. 못하니까."

예전이라면 모를까.. 기억을 잃고 대부분의 힘을 잃은 자신에게 모방하는 능력은 없었

다.

아니... 정확히.. '코세이'의 말을 빌리자면.. '없다' 라고 할 수 있었다.

거기에.. 있다고 해도..다른 모습으로 갈아탈 생각도 없었다.

"그럼 괜찮네!"

그녀는 안심했다는 씩하고 웃어 보였다.

"그거말고는.. 괜찮아?"

"응? 뭐가?"

그가 조심스럽게 묻자 그녀는 의아하다는듯 눈을 껌뻑거린채 되 물었다.

"그..내 감정이 거짓..연기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

솔직히 그럴리 없다는것을 굳게 믿고있으면서도 한편으로 그 사실은 그에게 있어 조금

무서웠다.

2000년을 넘게 감정없이 살아온 괴물로 돌아갈지도 모를 확률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는

것은.. 역시나 무섭다고 생각했다.

"흐음..? 아! 그러고보니.. 그렇게 따지면 너가 연상이었던건가..? 그것도 2천살 연

상..? 우와.. 너 얼마나 도둑놈인거야?"

자신과 그의 나이차이를 생각하며 그녀는 킥킥 거리며 입가에 짖궅은 미소를 지은 채로

그의 볼을 손가락으로 쿡쿡 하고 찔렀다.

"뭘 그런 얼굴을하고있어..?"

"응..?"

그녀의 지적에 자신의 얼굴에 손을 대어봤다.

하지만 특별하게 이상한 표정을 하고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아니.. 뭔가 걱정을 하는것 같은 얼굴이길래.. 아? 혹시 지금 나랑 이렇게 꼼냥꼼냥

거리는게 연기? 면 어쩌지.. 라거나 그런걸 걱정하고 있는거야?"

".............."

너무나도 정확하게 찍어낸 그의 진심에 그는 말문이 막혀 입을 다물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런 그와는 다르게 그녀는 밝은 모습으로 미소를 띄웠다.

"연기면 어때?"

"어..?"

의외의 말이 그녀의 입에서 나오자 그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흘린채 눈을 동그랗게 떴

다.

자신이 걱정하던 그 부분을 부정은 커녕 긍정하는 그모습에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다.

"만약.. 네가 자신이 하고있는게 연기라고 꺠달아도.. 그냥 계속 연기해. 좋은 남

자.. 좋은 남편.. 좋은 아빠를 계속 연기해. 내가 죽을때까지"

"그런 말은..!?"

죽는다..라는 말에 격하게 반응한 그가 소리를 높이려고 했지만.. 그 전에 그녀의 손가

락이 그의 입술에 걸쳐졌고.. 그 탓에 그는 더이상 소리를 흘리지 못했다.

"딱히.. 그런 의미로 말한건 아니야. 그떄 한번 죽었기는 하지만.. 그건 여러 기적이

겹쳐진거 였으니까."

그녀는 조용히 자신의 배를 내려다봤고.. 그도 그녀에게 따르듯 자신들의 아이가 잠들어

있는 그녀의 배를 바라봤다.

"이번에는 사실 운이 좋아서 죽었다 살아난거지만.. 수명쪽에서 보면 그런 기적은 무리

잖아?"

그녀는 씁슬한 미소를 지은 채 웃었다.

그 말대로.. 수명에 관해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흡혈귀인 실베른의 말을 빌리자면.. 아무래도 영웅이되면 보통 인간보다는 좀더 오래산

다는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봤자 몇백년씩 사는 괴물과 비교하면 몹시 짧은 시간이었

다.

그리고..

그런 자신과는 다르게 그의 경우 2천년을 넘게 살아온 장생자였다.

당연히 보통으로 살아간다면 자신보다 그가 더 오래 살아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러니까.. 만약.. 지금 그 감정이 다 연기고 가짜라고 해도.. 내가 죽을때까지 계

속 연기해줘. 2천년을 넘게 살정도로 긴 인생을 살아온거니까.. 100년정도는 그런식으

로 사용해도 괜찮잖아?"

그녀의 그 말을 들은 그는...

"히..히히히히!"

웃었다.

너무나도 당당하고 통쾌하고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그 말에 웃을수밖에 없었다.

"그렇네..! 2천년도 넘게 살아왔는데.. 그깟 100년정도는.. 그렇게 연기하면서 살아

도 괜찮겠네! 인생사에서 겨우 20분의1 밖에 되지 않으니까!"

방금전 자신의 걱정이 바보같이 느껴질정도로 유쾌한 기분을 느낀 그는 늦은 밤이라는것

도 잊은채.. 침대에서 벌떡일어나 소리쳤다.

"그치? 까짓거 100년정도는 나한테.. 이 아이한테.. 봉사.. 아니지.. 그래! 나중에

필요할지도 모를떄를 위한 예행연습정도라고 생각하면 딱 좋잖아?"

그가 침대에 일어남에 따라 그녀 역시 침대에 일어나.. '좋은 생각이지?' 라는 장난기

넘치는 얼굴과 태도로 말했다.

"미미는... 미미쨔응은 천재인가..!?"

"후후..! 조금더 칭찬해보도록해"

그의 말에 그녀는 팔짱을 낀 상태에서 어꺠를 쭈욱 편채로 자신만만한 태도를 취했다.

"근데 100년이나 살 생각인거야? 욕심쟁이네. 히히"

"그야.. 너 살수있을만큼.. 벽에 똥칠할때까지 살아야지."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로 말한 그녀를 보며 그는 다시한번 웃음을 터트렸다.

"아.. 근데 100년이나 살면.. 손자...아니 증손자까지 볼수 있을거 같은데..."

그녀는 손가락을 편채로 계산을 시작했다.

아이가 태어나고 100년.. 대충 30살 기준으로 아이를 낳는다고 치면...

"증손자보다 더 보겠는데..?"

자신의 방식대로 계산을 한다면 4대까지 볼수있는 기간이었다.

"너 연기의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어지겠는데? 남편에 아빠에 할아버지에 증조할아버지

에..고조할아버지까지 연기해야하는데... 할 수있겠어..?

그녀는 조용히 그의 귓가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간채.. 그를 도발하는듯한 말투로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당연하지. 날 누구라고 생각하는거야..? 난 좋은 남편 좋은 아빠 좋은 할아버지 좋은

증조할아버지 좋은 고조할아버지를 연기할 대 배우니까."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맞추듯 그 역시 오만불손 자신만만을 새겨넣은듯한 목소리로 그

녀의 귓가에 속삭이며 대답했다.

".............."

".............."

두 사람은 밀착한 서로의 몸에서 떨어진채 눈앞에 있는 상대방의 얼굴을 아무말 없이 아

무런 표정없이 뚫어지게 바라봤고.. 그 직후 누가 먼자랄것도 없이 서로를 껴안은

뒤.. 웃기 시작했다.

유쾌하다는듯 통쾌하다는듯 행복하다는듯.. 지금의 날아갈것 같은 기분을 표출하듯 바보

같을정도로 웃음을 흩뿌리기 시작했다.

바보같이 웃고 떠들며 호들갑떠는 지금의 순간을 그들은 만끽하며 즐겼다.

============================ 작품 후기 ============================

어제는 바빠서 2편쨰를 올리질 못했네요 ㅠㅠ

오늘부터는 다시 2편씩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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