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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9 에필로그
아쉬움을 뒤로한 채.. 지상으로 내려온 두 사람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지면에 털썩하고 주저앉았다.
두 사람 다 자신의 몸에 부하가 갈 정도의 일을 한데다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재회로 인한 정신적인 피로와 긴장감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었다.
"어쩔수 없군."
서로를 껴안은 채로 주저앉은 두 사람을 본 경철은 훈훈한 미소를 지은 채 그 두 사람
을 한번에 자신의 두꺼운 팔로 안아 들었다.
"이거참.. 잠깐 안 본 사이에 모르는 얼굴들이 많이 보이는군. 허허허"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자신의 짧은 수염을 매만지며 모르는 얼굴의 두 사람을 바라본 채
로 말했다.
[뭐.. 아무튼 적은 아니라는 거니까. 상관없지 않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듯한 말투인 것치고 자드의 얼굴은 흥미진진함이 담겨 있었고.. 그
들과 그의 관계나 여러 가지 일들을 추궁하듯 그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시선에 눈치챈 그가 밝게 웃은 채 손을 흔들었다.
"할배! 자드! 무사했구나!"
그들이 무사하다는 사실에 기쁨을 표현한 그를 본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본
채 씩 하고 웃었다.
"어떻게든 무사할 수 있었지! 조금만 더 떠내려갔으면 북으로 갈뻔했어!"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오버지.. 아무튼.. 겨우겨우 물에서 나와서 연구시설까지 돌
아갔더니 말이지...]
실메리아에게 처참하게 당한 뒤.. 거센 물살에 휩쓸려 하류로 쓸려간 그들이 물에서 나
왔을 때는.. 원래의 지점에서 상당히 먼 곳까지 떠내려 가게 됐고.. 다행히도 근처가
어디인지 파악이 됐기에 연구시설까지 제법 시간이 걸려서 돌아간 것은 좋았지만.. 막
상 연구시설에 가보니 그는 물론이고 한솔도 길티도 없었다.
있는 것은 그를 닮은 남녀 4인조뿐..
처음에는 그때 만났던 그 소년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 적대하려고 했던 할배와 자드였지
만... 그들이 적이 아니라는 것은 물론.. 한솔이 자신들에게 전할 말까지 전해 받았다.
당연히 이 연구시설에서 얌전하게 있을 리 없던 두 사람은.. 바로 떠날 생각이었지
만.. 한솔의 명령을 받은 4인조는 할배와 자드를 가게 두려고 하지 않았고.. 의견의 충
돌 대립이 일어나 곤란하던 상황 속에서.. 그들은 결국 합의했다.
할배를 한솔이 있는 곳까지 자신들이 데려다주는 것.. 이었다.
물론.. 그들이 한솔의 현재 위치를 알고 있다고 해도 몸을 조정 받지 않으면 죽어버리
는 그들의 특성상 멀리 나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단시간에 빠르게 할배를 이동시킬 수 있는 수단이 있었다.
한솔들이 떠나간 이후.. 이런 상황에서 집 지키기 밖에 할 수없는 자신들의 무력함을
타파하기 위해 그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헬기의 수리에 박차를 가했고.. 어느
덧 완전하게 수리를 완료한 상태였다.
그렇기에 그들은.. 할배를 태운 채로 한솔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도보는 물론.. 차로 가도 제법 걸리는 시간이었지만.. 아무런 장애물도 없이 날아갈
수 있는 헬기의 기동력으로 단번에 그들은 목적지의 근처까지 올수 있었고.. 처음에는
한솔과 합류하려던 그들이었지만.. 거인이 날뛰며 발광하는 모습을 본 할배와 자드는 왠
지 모르게 그쪽에서 그가 싸우고 있다는 생각에.. 합류하기 위해 헬기를 대학교 쪽으
로 이동시켰고.. 그러던 중 그들의 원수인 '실메리아' 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할배와 자드는 원수인 실메리아를 토벌하기 위해 헬기에서 뛰어내린 것..
딱히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가 아닌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행도 이었지
만.. 그것은 결론적으로 그와 아이를 구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고마워..!"
"나도...고마..아니 감사합니다.."
경철의 품에 안겨진 채로 두 사람은 할배와 자드에게 머리를 내리며 감사의 인사를 건
넨 뒤.. 자연스럽게 그녀와 경철에 대한 것을 할배와 자드에게 알렸고.. 그 반대로 할
배와 자드에 대한 것을 그녀와 경철에게 알려.. 서로의 소개를 교환 시켰다.
"일단.. 한솔이와 선생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도록 하자.. 여기는 어차피 더 이상 볼일
이 없을 것 같으니.."
거인의 발광으로 이미 폐허같이 되어버린 광경을 바라보며 경철이 말했다.
잔존하는 인간들이 남아있을지도 모를 일이기는 했지만.. 가장 중요한 우두머리들이 없
는 이곳에 그들이 남아있을 이유 따위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경철의 의견에 반대하는 이는 없었고.. 녹초가 된 두 사람을 안아 든 채로 이동
하는 경철을 선두로 하여 그 뒤를 길티와 할배 자드 콤비가 따랐고.. 그들은 한솔과 나
라가 숨어있는 지하주차장에까지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미도..!?"
"미도오빠!!"
먼저온 선객들.. 파도 솔도 라도 시도 4인과 필담으로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던 한솔
과 나라는 지하주차장 입구에서 옮겨져오는 그의 모습을 보고 큰 목소리로 외쳤다.
"오빠아아아!"
그리고.. 한솔은 다른것을 다 팽겨둔채로 경철에게 안겨있는 그를 와락 껴안은채 그 몸
에 자신의 얼굴을 부볐다.
"꼬맹이.. 거기까지해라."
그와 바로 옆에 붙어있는 그녀는 한솔의 머리를 밀어 낸채 단호하게 말했다.
"어이쿠야..! 미도녀석 꽤나 고생좀 하겠군."
[여자의 질투란 무섭네...]
뒤늦게 도착한 할배와 자드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고개를 절래절래 저은채 수근 거리는
말을 내뱉었고.. 그와 함꼐 그들의 존재를 눈치챈 한솔은.. 눈을 반짝이며 그들의 모습
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리고는..
"할아버지! 자드으으으!"
그와 마찬가지로 할배와 자드에게 반가움을 표시하기 위해 달려간 한솔..이었지만..
"허허허허! 하게둘까보냐아아아아아!"
한솔이 자신의 몸에 닿기 직전 휙! 하고 몸을 날려 바닥을 구른 할배는 한솔의 포옹에
회피한 자신이 대견스러운듯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재수없게 왜 그런 표정인거냐..?]
그런 할배의 행동에 휘말려든 자드는 한심하다는듯 바라본채 중얼 거렸다.
"왜 피해!?"
당연한 의문을 입에담은 한솔이 뾰로퉁한 얼굴로 외쳤고.. 할배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
어 보인채 거만한 태도로 손가락을 까딱까딱 움직였다.
"한솔이가 20살이 될때까지는 안돼지! 왜냐면 할아버지는.. 신사니까아아아!"
[신사고 나발이고 변태의 발언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만?]
"음..?"
"그것보다.. 길티가 기다리고 있잖냐! 할아버지는 됐으니까 길티한테 가렴!"
할배의 말에 이해를 못하겠다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한솔의 뒤편을 할배가 가리켰고.. 자
연스럽게 뒤를 돌아본 한솔은 길티의 모습을 확인하고 함박웃음을 지은채 그 몸에 찰싹
하고 달라붙었다.
"길티!"
"다녀..왔..다. 한솔"
"응! 어서와! 히히!"
길티의 몸에 달라붙은채 고개를 들어올린 한솔은 반가움을 표출하며 웃었다.
그렇게 어느정도 재회가 정리된 와중..
아직 정리되지 않은 한 쌍의 남녀..
"미도...."
"응..."
나라와 그는 서로를 바라봤다.
그리고..
움직이지 못하는 그 대신 나라가 발걸음을 옮겼고.. 그 발걸음은 점차 빨라진채로.. 순
식간에 그와의 거리를 줄였다.
"오랜만이...윽..!?"
한솔과 마찬가지로 그의 몸을 껴안으려던 나라였지만.. 그 직전 그의 옆에서 튀어나온
그녀의 손이 얼굴을 찰싹하고 치는 바램에.. 감동의 재회에의한 포옹은 무산되고 말았
다.
"자,잠깐..!? 당신 뭘하는건가요!?"
"뭘하고 자시고.. 너는 안돼!"
"왜요!?"
"왜요라니.. 너같은 도둑고양이에게 생선(미도)을 맡겨둘수 있겠냐!?"
"누구 도둑고양이라는거에요!? 애초에 오랜만에 재회한 친구끼리 포옹정도는 할수있잖아
요!"
"닥쳐! 너같이머릿속에 음탕함을 달고 사는 도둑고양이는.. 분명 껴안은척하면서 스읍스
읍 하악하악 좋은 냄새! 라고 할게 뻔해!"
"당신이야말로 머리가 맛이간거 아닌가요오오오!?"
"시끄러! 이녀석한테는 좋은 냄새가 나니까 분명.. 너라면 그랬을꺼라고!"
"이익..!? 왠지 궁금하니까 맡아볼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어쩄든 틀리거든요!?"
두 사람은 또 다시.. 평소와 같은 말싸움을 시작했다..
그런 와중.. 두 사람을 껴안고 있는 탓에 그 싸움의 근처에 있던 경철은.. 역시나 평소
와 같은 상태로.. 한심하다는듯 두 사람을 바라볼수밖에 없었다.
"이 녀석들은 정말이지.. 사람냄새가 다 똑같..응?"
그러던중.. 경철은 자신의 가슴에 안겨있는 그의 몸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아봤다
가... 조금 놀란듯한 얼굴을 했다.
"진짜잖아..? 킁..킁킁.. 왠지 모르겠지만 정말 좋은 냄새가 나는군.."
경철은 그의 머리에서부터 목덜미까지 얼굴을 박은채 냄새를 맡았고.. 향수나 그런 인공
적인 냄새와는 다른 코끝을 간지럽히는듯한.. 감귤계의 과일을 연상캐하는 그런 냄새가
난다는것을 알수가 있었다.
"아저씨.. 간지러워."
경철의 그런 행동탓에 그는 몸을 움찔움찔 거리며 입가를 씰룩였고.. 그재서야 경철은
자신의 행동을 멈출수 있었다.
"어이쿠.. 나도 모르게 그만..."
이라고 면목없다는듯한 얼굴로 고개를 들어올린 경철은..
"설마....."
"...브로맨스..."
두 여자의 따끔따끔한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음..? 뭐지?"
두 여자의 시선에 조금 주눅이든 듯한 태도로 경철이 물었고.. 그말이 방아쇠가 됐다.
"자,잠깐!? 놔! 놔! 미도에게서 떨어져 이 근육변태야아아아!"
그녀가 얼굴을 새파랗게 한채로 그를 꽉 껴안은채 경철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쳤
다.
"이,이건 아니죠!? 망가진뒷산은 재밌게 봤지만.. 그건 아니에요!!!"
어떠한 영화의 제목을 작게 중얼거린 뒤 커다란 목소리로 외친 나라는 경철의 몸에서 그
를 빼어내기 위해 그 팔하나를 잡고 끌어당겼다.
"하..? 갑자기 왜들 이러는거냐..? 자,잠깐..!? 이것들아! 떨어지니까 가만히좀 있
어!"
그렇게.. 2사람에서 3사람으로 들어난 (경철만)알수없는 싸움이 시작됐다.
"그러고보니 나도 저런 연기를 한적이 있었지... 허허허 그립군."
경철을 보고 과거에 자신이 맡았던 배역을 떠올린 할배는 먼눈으로 중얼거렸다.
"저런게 뭐야?"
어느새 길티의 머리위에탄 한솔이 고개를 갸웃거린채 물었다.
"그건 말이다.. 남자와 남자가.. 서로..."
[야 이 영감탱이야! 애한테 뭘 가르치려고해!?]
"어이쿠! 그건 차별발언이라고?"
[뭔 상관이야 노망난 노친네야아아아아아!]
"저기 남자랑 남자가 뭘하는거야? 응? 응?"
[너는 입좀 다물고 있어라아아아아아!]
그리고.. 그녀를 중심으로한 경철과 나라의 삼파전(?)과는 다른.. 싸움이 이곳에서 새
롭게 시작됐다.
거기에...
"(내가 헬기 조종했으니까.. 오늘의 저녁반찬은 내가 좀더 먹겠다.)"
"(무슨 말도안돼는 소리지? 그런건 정한적이 없을텐데?)"
"(그렇게 따지면..내가 한솔에게 발신기를 줘서 여기까지 올수있었던거니까. 내가...)"
"(아니! 저 노인과악어를 헬기로 옮기자고 한건 내 생각이니까.. 나야.)"
조금 떨어진 곳에서 소리는 나오지 않았지만.. 확실하게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 4인조
역시... 다른이들과 마찬가지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것으로 싸움을 시작했다.
각각의 그룹이 각각의 주제로 싸움을 한 덕분에.. 지하주차장의 안은 귀가 멍멍해지는
게 이상하지 않을정도로 시끄러운 소리들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런 마구잡이로 싸우는 인간들의 와중에.. 오직 그만이 싸움에 참가하지 않
은채.. 그들을 지켜봤고.. 이 시끄럽고 난잡한 이 순간이.. 너무나도 즐겁고 기쁘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는
"즐겁네.. 히히히"
자연스럽게 그말을 내뱉으며 웃었다.
계속 이렇게..
시끄럽고 활기찬 일들이 계속 이어나가기를 바란채 웃었다.
============================ 작품 후기 ============================
이것으로 이번 에피소드와 함께 시즌3 끝입니다!
이제 시즌4.. 10 11 12화 세개남았네요.
아마 이번년도가 가기전에 소설이 끝나지 않을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