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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9 재회
열기를 띈 눈물을 자신의 몸 위에 흘리는 그녀를.. 그는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따뜻한 온기.. 차가운 냉기가 흐르는 상공에서조차 느껴질 정도의.. 오랜만에 느껴보
는 그녀의 따뜻한 온기와... 여전히 그의 비강을 간지럽히는 기분 좋은 그녀의 그리웠
던 향기가 그를 감쌌다.
"괜찮아.. 나는 괜찮으니까."
그는 그녀의 등을 차분하게 쓰다듬은 채 그녀를 달랬다.
비록 죽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그녀의 온기도 향기도 다시 느낄 수 있다는 그 사실
이 그에게는 너무나도 기쁘고 행복한 기분이 들게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그는 차분하게 그녀를 달래며 그녀의 모든 것을 몸으로 느끼던 그는.. 자신
의 아래쪽에서 무엇인가 들려오는 소리를 듣게 됐다.
너무 높아.. 제대로 들리지는 않았지만.. 무엇인가의 말소리라고 생각되는 소리였다.
그녀의 목과 등을 감싸 안은 형태로 밀착해있는 그는 고개만을 움직여 소리가 흘러온 지
상 쪽으로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렸다.
거기에 있는 것은 몹시 작게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행방불명됐던 할배와 자드.. 그리고 경철과 길티가 자신과 그녀를 올려다본 채 무엇인
가 소리치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그의 표정에 두려움이 서렸고.. 서둘러 그녀의 목과 등에
서 손을 땐 채 그녀의 어깨를 잡아 얼굴을 들어 올리게 만들었다.
"여긴 사후세계가 아닌거야?"
그는 울고 있는 그녀에게 확인하듯 물었다.
"아니야..."
"난.. 죽은 게 아닌 거야?"
"아니야..."
"그럼 이건 꿈이야..? 미미...미미쨔응은.. 내가 보고 있는 환상인거야..?"
"아니야..."
그녀는 재차 그의 말을 부정했다.
"그,그럼.. 나는... 나는 살아있고...? 미미쨔응은.. 너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
는.. 살아있었다는..!"
'현실인거야?' 라고 말하고싶었던 그였지만.. 거기서 더 이상은 말을 잇지 못 했다.
만약.. 만약에 이 말을 내뱉은 뒤.. 눈앞에 있는 그녀.. 온기도 향기도 감촉도 느낄
수 있는 그녀의 입에서 '아니야' 라는 부정의 말이 나올까 봐 너무나도 두려웠기 때문
이었다.
비록.. 이것이 꿈이라도.. 이것이 만약 환상이라고 해도 절대로 깨고 싶지도 않았고..
사라지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환상이든 꿈이든 눈앞에 있는 그녀의 감촉을 계속해서 느끼고 싶었다.
그렇기에 그는 차마 그 질문의 뒤에 대한 말을 잇지 못 했다.
눈앞의 그녀를 잃어버리는 일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런 그의 걱정을 단번에 날려버리듯.. 그녀는 확실하게 그의 질문에 답했다.
"맞아.. 이건 현실이야. 나는 살아났고... 너도 살아있고.. 그리고..."
그녀는 시선만으로 자신의 복부 부분을 가리켰고,.. 그도 그에 따라 안겨있는 자세로
고개만을 돌린 채 그녀의 시선 끝에 위치한 곳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불룩하게 튀어나온 배...
지방이 뭉쳐서 생긴 것이 아닌.. 명백하게 다른 이유로 튀어나온 배...
"아...!?"
그는 바로 이해했다.
그녀의 배가 어째서 이렇게 불룩한지.. 그녀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를...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의 입안에 수십 가지 수백 가지의 말이 맴돌았다.
그녀에게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러나 그중 어느 한 가지의 말도 제대로 그의 입 밖에 나오지 못했고.. 그의 입에서
는 고장 난 오디오와 같이.. 같은 말만을 계속해서 반복한 채.. 그녀의 배를.. 그녀
와 함께 살아있는 자신의 아이가 있는 그 배에 조용히 손을 뻗었다.
그 순간.. 그의 손을 툭! 하고 치는 감각이 느껴졌다.
태동...
그것은 뱃속의 아이가 부모인 그에게 인사라도 하는듯한 반응이었다.
그 탓에 그녀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지만.. 이를 꽉 다문 채 그것을 내색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의 이 재회를.. 그와 자신의 만남뿐만이 아니라.. 아이와 그의 만남 역시 깨트리
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비명을 내지르고 싶은 고통에도 참아 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그는.. 놀란 듯한 얼굴로 진동을 느꼈던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아..."
그는 조용히 배에서 손을 땐 채.. 아직까지 남아있는 그 감각을 되새기듯 자신의 손을
얼굴에 가져간 채 뚫어질 듯 바라봤다.
"미레가 아빠한테 인사했나보네..?"
"미레...."
그는 조용히 그 이름을 불렀다.
자신이.. 지어준 그 이름.. 여러 의미를 담고 있는 그 이름을 조용히 몇 번씩 되새겼
다.
"미미..."
그리고 이번에는 시선을 돌려 눈물로 엉망이 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본 채 그 이름을 불
렀다.
"응... 나야."
"미미....."
"응..."
"으..으...으으으으으으!!"
그는 그녀를 와락 껴안았다.
방금전과는 확연하게 다른 감정의 변화가 그의 몸을 뜨겁게 달궜다.
차분하던 그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난폭하게 그녀의 몸을 으스러트릴정도로 꽉 껴안
은 그는...
"아..아아아아아....!!"
울부짖었다.
거세게 울부짖었다.
그와 동시에.. 그떄 흘렸던.. 그떄 이후로 흘리지 않았던.. 그녀의 죽음으로 인해 배우
게 된 '눈물'이 그의 눈에서 거세게 흘러 나왔다.
"아아아...아아아...으아아아아아...!!"
그는 오열하며 그녀의 몸을 더욱더 강하게 껴안았다.
따뜻한 온기와 그녀의 부드러운 몸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기 위해 더욱더 강하게 껴안았
다.
이 감각을 누구에게도 뺏기지 않게 하기 위해 더욱더 난폭하게 껴안았다.
이것이 꿈도.. 그렇다고 사후세계도 아닌것을 자각한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그녀' 만
이 가득 들어찼다.
얼마동안 그렇게 오열하고 울부짖으며 그녀의 몸을 강하게.. 난폭하게 껴안은채로 그녀
의 온 몸을 자신의 몸에 각인 시키려는듯..한 행동을 한 그였지만.. 그녀가 그의 머리
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준 탓인지.. 어느정도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진짜야..."
그는 그녀를 껴안은채의 상태에서 그녀의 귓가에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응...진짜야..."
그와 마찬가지로 그녀 역시 밀착한 상태에서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보고싶었어... 정말로... 정말로..."
"나도야... 나도.. 보고싶었어"
방금전과는 다르게 서로를 부드럽게 감싸 안은 두 사람은 서로에게만 들릴정도의 작은목
소리로 자신들안에 있는 감정들을 정리하기 위해.. 차례대로 말하기 시작했다.
"너무.. 괴로웠어..."
"가슴이찢어질만큼 괴로웠어.."
물론.. 차분해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아직까지 그들의 가슴속은 복잡하게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그 감정의 소용돌이를 억눌렀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멋대로 죽어버려서 미안해.."
그들은 자신들안에 있는 말들중.. 하고싶었던 말들을 입밖으로 꺼내갔다.
대부분의 내용들은.. 서로를 힘들게 했던 부분에 대한 사과... 그리고 서로가 무사하
게 만난것에 대한 기쁨과.. 서로가 서로에게 가지고있는 애정의 말들..
하지만.. 그런 둘만의 시간도 어느덧 한계에 도달했다.
그녀가 비행할수 있는 한계의 시간이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이제 내려가야될것 같아.."
차분한 표정의 그녀는 아쉬운듯한 미소를 지었다.
좀더 이렇게 두 사람이 차분하게 서로를 느낀채 조용하게 이 만남의 여운을 느끼고 싶었
다.
하지만.. 한계에 도달한 날개로서는.. 무리였다.
"그렇구나.."
그 역시도 어느정도 감정이 정리된듯한 모습으로 웃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살아줘서 고마워.' "
그는 그녀와 같이 있었을 그때와 같은 얼굴로 하늘위에서의 마지막을 전했고..
그의 진심어린 그말에 차분했던 그녀는.. 울컥하는 기분에 또 다시 눈물이 터져나올것
같았다.
자기도 자기 자신이 이렇게 눈물이 많을줄은 상상하지 못했던 그녀는 더이상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기에.. 억지로 자신의 눈물샘을 틀어 막은채 조금은 어색했지
만.. 확실하게 미소를 지어 보일수 있었다.
"너도... 살아있어줘서 고마워."
서로의 얼굴을 마주본채로.. 그도 그녀도 하늘위에서의 마지막말을 교환했고.. 두 사람
은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서로의 얼굴을 접근 시켰다.
그렇게 순식간에 서로의 거리가 제로가 된 순간.. 그의 입술과 그녀의 입술이 맞닿았
다.
서로가 고생을 한 탓에.. 입술의 감촉은 그때와는 다르게 부드럽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에게 그런 것 따위는 사소한 일이었다.
입술에 담긴..
서로의 구상이 담긴
서로의 존재가 담긴
그것을 서로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4개월..
그녀가 죽고 그가 여행을 떠난지 4개월의 시간..
죽음이라는 어쩔수 없는 현상에 갈라 놓아진 4개월 시간만에..
죽음의 문안 에서 살아돌아온 그녀
죽음의 문턱 앞에서 살아온 그
그리고 그런 죽음의 존재에도.. 그와 그녀는 재회했다.
원래대로라면 절대로 재회할수 없었던 두사람..
하지만 운명에조차 굴하지않은..
정해진 운명을 거부한채 재회한 두 사람..
죽음조차 갈라놓을수 없는 그와 그녀의 이야기는 그렇게 다시 이어졌다.
============================ 작품 후기 ============================
이걸로 이번 에피소드 본편은 종료입니다.
에필로그 하나면 이번 에피소드9도 시즌3도 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