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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9 재회
코세이와 실메리아가 사라진 뒤..
남겨진 할배와 자드.. 그리고 그녀는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시간조차 없었다.
거인..
흉측한 외모를 자랑하고 있는 거인이 진동과 시끄러운 소리를 흘린 채 발광 중이었기 때
문이었다.
"허어.. 이거 참 난감하군.."
할배는 자신의 짧은 수염을 만지작거린 채 중얼거렸다.
안 그래도 실메리아를 놓쳐버린 탓에 아쉬움과 분노가 응어리진 채 마음속에 남아 있어
복잡한 심정인데.. 그럴 겨룰 도 주지 않는 현재의 상황에 의한 한탄이었다..
[어이 할배!? 저 거인 새끼 쪽에 미도 새끼가 있어!!"
그러던 중.. 거인이 발광하는 것을 바라보던 자드가 그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그것을 알
렸다.
"침울해할 시간은 없다는..."
"미도..!?"
그 이름을 들은 순간.. 그녀의 표정이 단번에 돌변했다.
갑자기 나타나 자신을 구해준.. 정체를 알 수 없는 기묘한 존재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
는가를 고민하던 중이었던 그녀는 모든 생각을 뒤로 미룬 채.. 거인이 있는 곳을 크게
뜬 두 눈동자에 힘을 준 채 집중하여 그곳을 주시했다.
아니나 다를까.. 경철과 길티... 그리고 그의 모습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그녀의 심장을 덜컥 주저앉게 할 정도의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의 몸을 잡아 들어 올린 경철과 길티가.. 그를 하늘 높이 날려 보낸 것.. 그것도 모
자라 그가 벌려진 거인의 입속에 빨려 들어가듯 사라진 것이었다.
"뭐..!?"
어째서?
그 모습을 본 그녀의 가슴 안에는 그런 의문이 떠올랐고.. 어안이 벙벙해진 모습으로
큰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거인을.. 정확하게는 그가 들어간 거인의 입 부분을 바라봤다.
"................"
[.................]
할배와 자드도 마찬가지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기에.. 그녀와 비슷한 반응을 한채
그가 사라진 한점을 멍한 얼굴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알 수도 없고.. 어이도 없는.. 상황 속에서.. 그들은 말문을 잃은 채로 있
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거인에게 변화가 일어났다.
거인은 갑작스럽게 괴로운 듯 몸부림치기 시작했고..
추악하게 벌려진 입안에.. 무엇인가의 이물질을 빼내려고 하는 듯 손을 휘적이기 시작했
다.
그리고.. 얼마 후 입에서 손을 빼낸 거인의 손에는.. '그' 가 들려져 있었다.
하지만 곧바로 휘둘러진 거인의 동작에 의해 그 손에서 벗어나.. 아득하게 높은 하늘
로 그의 몸이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미도!!"
그녀는 그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자신의 등 뒤에서 칠흑처럼 어두운 새까만 날개 한 쌍
을 꺼낸 채.. 비상했다.
그녀가 하늘을 오르는 것과 반대로.. 어느 지점까지 올라갔던 그의 몸은.. 중력의 영향
으로 낙하해갔다.
이대로 가다가는.. 아무리 튼튼한 그의 몸이라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현실이.. 그
녀의 심장을 움켜쥐는 것 같았다.
"제발...!"
그녀는 자신의 날개를 세차게 펄럭인 채 속도를 올렸다.
지금의 속도로는 시간에 맞지 않는다는 것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그녀의 가슴속
은 초조함 불안함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솟구치며 그녀를 좀 먹어갔다.
여기서.. 여기까지 와서 그가 죽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니..
그런 생각이 들자.. 온몸에서 힘이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닿아라..! 닿아아아아아아!!"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손을 뻗었다.
절대로 닿을 것 같지 않은 거리에.. 무방비한 모습으로 수백 미터 상공에서 낙하하는
그의 몸을 향해 손을 뻗은 채 자신의 온몸에 채찍질을 가하며 속도를 올렸다.
여전히 그녀의 마음속에는 부의 감정이 복잡하게 섞여 그녀를 절망적인 기분으로 만들려
고 했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마음속 중심에는 '의지'가 있었다.
절대로 그를 어떻게든 구하겠다는.. 절대로 꺾이지 않는.. 절망 속에서도 절대로 부동
하지 않는 그녀의 강인한 의지가...
그리고 그런 그녀의 굳건한 의지는 하나의 기적을 일으켰다.
한계의 속도로 날아오른 그녀의 복부에..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 직후 한계의 벽에 막혀 더 이상 속도를 낼 수 없었던 그녀의 몸에 힘이 넘쳐 흘러나
며 그 한계라는 벽을 단숨에 박살 내.. 날아가는 자신의 속도에 박차를 가하며 가속했
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빠르게!
그녀는 마음속으로 외치며.. 닿을 리 없는 거리를 단숨에 줄여나갔고..
그가 지면에 충돌하는 것이 얼마 남지 않음에 따라 그녀와 그의 거리도 상당히 줄어들었
다.
하지만.. 아직도 모자랐다.
기도를 하는 듯한 자세로 눈을 감고 있는 그의 모습이 확연하게 보이는데도 불구하
고.. 아직 손은 닿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녀는.. 간절히 빌었다.
그에게 닿기를..
자신의 손이 그에게 닿기를..
닿아라..!
닿아라...!
제발.. 닿아라..!
그것을 반복해 마음속으로 외친채 그녀는 자신의 오른손을.. 그를 향해 뻗었다..
"닿아라아아아아아아아!!!"
그녀는 마지막 힘을 짜내 가속한채.. 목에 피가 나올정도의 크기로 소리쳤다.
그리고..
마지막 힘을 짜낸 그녀의 오른손은 그가 낙하 하기 바로 직전.. 닿을수 있었다.
그녀는 손에 잡힌 그의 몸을 거칠게 자신의 품안에 끌어 안은채.. 급정지할수 없을정도
의 속도를 늦추기 위해 그를 품안에 품은채 하늘로 비상하여 가속화된 자신의 속도를 점
차 줄여갔다.
"............."
방금전 그가 올라갔던 위치의 근처까지 가서야 속도를 멈출수 있었던 그녀는..
눈을 감은채 자신의 양손을 부여잡은채 있는.. 자신의 품안에 확실하게 그 온기와 무게
감을 느낄수 있는 그를 바라봤다.
오랜만에 보는.. 자신이 죽고나서 처음으로 보는.. 한시라도 머릿속에서 잊지 않고 있
던..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그의 모습이..
그저 닯기만한 존재가 아니라.. 자신에게 있어서 진짜라고 할수있는 그 '존재'가 눈앞
에.. 자신의 품안에 있었다.
"하하..."
그녀는 웃었다.
웃을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가슴속에는 남아있던 부의 감정은 언제 그랬냐는듯 사라진채 그녀의 가슴속에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행복의 감정이 단숨에 부풀어올랐기 때문이었다.
"어..라..?"
하지만 미소 짓고 있는 그녀의 두 눈에는 두줄기의 눈물이 부어올라 붉어진 뺨을 타고
흘러 내렸다.
어째서..?
그녀는 그런 의문을 품었다.
이렇게 행복하고 기쁠터인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영문을 알수가 없었다.
자신은 그렇게 약한인간이아닐터.. 곧 한 아이의 부모가 되는 입장이 되는 자신이 이렇
게 눈물을 보여서는 안될터 였음에도 불구하고.. 한번 흐르기 시작한 눈물은 좀처럼 멈
추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이런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마음에.. 거칠게 고개를 흔들
어 눈물을 떨쳐냈다.
원래대로라면 양손으로 눈을 압박해서라도 멈추려고 했지만.. 양손에는 다소곳한 자세
로 눈을 감고 있는 그가 안겨져 있었기 떄문이었다..
그런 노력에 의해.. 눈물은 계속 흘러 나왔지만.. 그 기세가 조금은 줄어든 덕분에 그
녀의 흐릿하던 시야는 어느정도 맑아졌고.. 그의 모습을 더욱더 자세하고 확실하게 관찰
할수 있었다.
그녀는 아무말없이 그가 눈을 뜨기만을 기다린채.. 평범하지만.. 그 누구보다 사랑스러
운 얼굴을 조용히 지켜봤다.
그리고.. 얼마 후.. 그 사랑스러운 존재는 조용히 눈을 떴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님같은.. 그야말로 역활이 바뀌어버린 우스꽝스러운 상황에서 그는
조용히 눈을 떴다.
계속해서 그녀의 두눈에는 눈물이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그의 그런 엉
뚱한 모습에.. 자신과 있을때 계속해서 보여주었던.. 변함없는듯한 그런 모습에 입가
가 누그러지는것을 느꼈고.. 비록 두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음에도 그녀의 입가에
는 미소가.. 평소의 강인하고 날카롭고 난폭한 느낌을 풍기던 그녀라고는 생각되지 않
는.. 부드럽고 상냥하고 자상한.. 그런 미소를.. 오직 단 한사람에게만 보여주었던 그
미소를 띄어 보였다.
"....................."
눈을 뜬 그는 눈을 껌뻑인채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고.. 그 이후 그녀의 등뒤에 펄럭이
는.. 박쥐의 날개를 닮은 새까만 칠흑의 날개를 바라 봤다.
"지옥인가.."
천사의 날개가 아닌.. 악마를 연상시키게 하는 흉흉한 색과 모습을 날개가 그녀의 등뒤
에 달려 있었기에.. 그는 진지한 어투로 중얼 거렸다.
지옥이라고 말하는것에 비교해 그 표정은 몹시 온화하고 안심한듯한 얼굴이었다.
그것도 그럴것이...
그녀가 죽고 난 후.. 그의 마음의 반은 이미 지옥에 걸쳐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즐거운 경험을 해도.. 기쁘다는 감정을 느끼는 반면.. 그의 가
슴 한편에는 죽어버린 그녀에 대한 감정이 떠올랐다.
기쁨을과 슬픔을 언제나 마음속에 품은채로 그는 살아왔다.
그렇기 떄문에 이제와서 지옥이든 어디든.. 더 괴로울 건덕지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녀가 옆에 있는만큼.. 비록 업화의 불꽃이 기다리던 날붙이로 온몸을
찌르는 고통이 기다리던.. 혀를 잘라내는 고문이 기다리던.. 별로 상관없었다.
오로지 상관있는것은 그녀가 있다는.. 그 무엇보다도 기쁜것이 이제 기다리고 있다는 마
음뿐이었다.
"지옥이지만.. 기쁘다. 히히히"
그렇기에 그는 밝게 웃은채 그녀에게 말했다.
하지만..
반대로.. 그녀는 더 이상 미소 지을수가 없었다.
그의 기분에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그가 어떤 기분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있던탓에.. 확실하게 그 감정
과 생각에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아...아아..."
기세가 죽었던 그녀의 눈물이 다시 세차게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가 자신이 죽고 얼마나 괴로워했을지를 생각하니 가슴이 너무 아프고.. 그에게 너무나
도 미안했다.
"미안...미안해... 괴롭게해서..미안해..."
그녀는 울먹이는 목소리에게 그에게 사과를 건냈고.. 어리둥절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의
몸을 강하게 안은채...
"미안...! 미...아안...흑...흐으으윽...미안.... 고마워...살아줘서...고마
워...."
흐느껴 울며 계속해서 사과를 건냈다.
괴로웠을 그에게 사과를 건냈다.
자신의 유언에 따라 이렇게 괴로워하면서도 죽지 않고 살아있어준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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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나지 않은 재회씬..
다음번에는 미도가 펑펑 울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