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좀비 얼론 (Zombie Alone)-207화 (207/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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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9 재회

에어컨 실외기는 거침없이 날아가.. 거인의 안면에 사정없이 박혀버렸다.

[키에에에에엑!!]

찢어지는듯한 비명을 내지른 채로 거인은 자신의 얼굴에 박힌 실외기를 빼내기 위해 막

무가내로 고개를 거칠게 흔들었고.. 그 탓에 경철과 그가 매달린 다리의 진동이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해졌다.

"기회다..!"

안 그래도 자신의 팔에 한계가 찾아오고 있던 마당에.. 길티가 마련한 이 기회는 놓칠

수 없는.. 절호의 기회였고.. 경철은 갈고리로 변화시킨 손을 원래대로 되돌려 놨다.

그 탓에 고정하던 물건이 없는 경철의 몸은 자연스럽게 지면에 낙하했고.. 거인이 실외

기를 뽑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그 사이.. 그를 들쳐 맨 채로 서둘러 그 위험지대

를 잽싸게 벗어났고.. 그것을 확인한 길티 역시 뛰듯이 계단을 내려갔다.

"잘했다 길티!"

"굿! 길티!"

옥상에서 내려온 길티는 서둘러 그와 경철의 뒤로 달려왔고.. 그것을 확인한 두 사람

이 함박웃음을 지은 채 엄지손가락을 척! 하고 들어 올려 길티의 행동을 칭찬했다.

"그그그"

웃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소리인지 알 수 없는 기괴한 울음을 흘리며 길티는 자신의 인

형탈을 상하로 움직인 채 그들과 마찬가지로 엄지손가락을 척하고 들어 올렸다.

그렇게 세 남자의 사이에 유쾌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키에에에에에!!]

달리고 있는 그들의 위를.. 길티가 얼굴에 꽂아 넣었던 실외기가 슝! 하는 느낌으로 지

나쳐갔고 이내 지면에 굉음을 흘리며 낙하했다.

그 탓에 잠시 걸음을 멈춘 그들이었지만.. 거인의 기괴한 소리에 뒤를 돌아본 직후..

미친 듯이 달렸다.

"미도! 회복까지 얼마나 남았냐!?"

"그어어어!!"

그들로 인해 거인은 상당히 화가난것인지.. 바닥에 널브러진 건물의 잔해들을 집어 들

고 있었고.. 그것이 어떤 용도로 쓰일지는 너무나도 쉽게 상상이 됐다.

"다른데는 다 괜찮은데.. 아직 다리가 덜 났어..! 1분..! 1분 정도만 더 끌어줘!"

양팔이나 몸 쪽은 다 움직였지만.. 허벅지 아래에서부터는 아직 감각이 돌아오지 않다

는 것을 파악한 그는 그것을 경철과 길티에게 전했다.

"1분..! 길티! 너의 저력을 보여줘라! 저 날아오는 돌덩어리들을 박살 내버려!"

길티는 척! 하고 잔해를 던지려고 준비 중인 거인을 가리켰다.

"그어..? 그어어!? 부불.가능!"

경철의 말에 길티는 당황하는 기색으로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힘이 쌘 편이라고는 해도.. 저 정도 크기의... 지름이 3미터가 넘을 것 같은

콘크리트 덩어리를 .. 그것도 힘차게 날아오는 상태인 돌덩어리를 어떻게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젠장.. 역시 내가 할 수밖에 없.. 망할! 온다! 길티! 내 쪽으로 붙어!"

시간이 지체된 탓에 거인의 양손에 들린 콘크리트 덩어리가 자신들을 향해 내던지는 것

을 목격한 경철이 소리쳤다.

그에 따라 길티는 서둘러 경철의 뒤에 붙었고.. 그런 길티에게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그를 넘긴 뒤 경철은.. 자신의 거체로 길티와 그를 감싸 안았다.

"제발 버텨라...!!"

그 말과 함께 경철은 자신의 몸을 암석화 시키며.. 지면의 발을 바닥의 콘크리트와 일

체 시켰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모자란다고 생각했는지 암석 위에 암석을 그 위에 또 암석을.. 몇

겹씩으로 둘러쌌고.. 순식간에 자신의 안에 저장된 모든 암석을 자신의 몸 위로 겹쳤

다.

겹겹이 겹쳐진 암석의 갑옷을 위에 걸친 경철은 '자신의 신'에게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

었고.. 그와 동시에 거인이 내던진 콘크리트 덩어리가 2개가 경철의 몸을 덮쳤다.

콰앙!

연달아 일어난 2번의 굉음과 함께 던져진 콘크리트 덩어리 2 개는  산산조각 났고.. 덩

어리의 파편들은 이것 저곳으로 튀어나간 채 주변을 어지럽혔다.

그리고...

"헉...! 헉...! 사,살았다..."

난장판이 된 중앙 속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지 않은 채 땀범벅이 된 경철이 숨

넘어갈듯한 모습으로 중얼거렸다.

간발의 차로 어떻게든 막아낼 수 있었던 경철이었지만.. 너무 급하게 능력을 발동한 덕

분에.. 옷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던 경철의 옷은 이미 만신창이로 찢겨 날아가 버린

탓에 이런 부끄러운 모습이 될 수밖에 없었다..

"1분.. 지나지 않았냐..?"

경철은 자신의 몸 아래에 웅크리고 있는 길티와.. 그를 내려다본 채 그다지 좋아 보이

지 않는 안색을 한채 물었다.

"문제..없어!"

드디어 움직이지 않았던 다리까지 완벽하게 회복된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외쳤

다.

"아저씨.. 힘든 건 알겠는데 마지막으로 부탁할게 있어. 길티도!"

그의 말에 두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본채 어리둥절해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런 그들

의 의문을 해소시키려는듯.. 그는 달려올준비를 하고있는 거인의 머리부분을 가리켰다.

"날 저길로 날려줘."

그는 근엄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뭘 어쩔셈인거냐..?"

"입안에 들어갈꺼야."

"망할..!? 죽을 생각인거냐!"

솔직한 그의 대답에 경철이 날카로운 소리로 외쳤다.

"저 입안에 들어가면 어떻게 되는지는 알고있는거냐!?"

거인의 입안에 들어간 남자들의 말로를 떠올린 경철은 안 그래도 험악한 인상을 더욱더

험악하게 만들었다.

그의 말은 즉.. 죽으러 간다는것과 다를바 없는 소리로 들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부정하듯 절레절래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죽을 생각은없어. 그러니까 나를 믿고 저기로 날려줘. 부탁할게!"

진지한 얼굴로 경철의 눈을 똑바로 쳐다본채로 부탁했다.

"하아.. 알겠다."

얼마동안 그 올곧은 눈동자를 바라보던 경철은 작은 한숨과 함께 자신의 머리를 긁적인

뒤 자신의 두꺼운 팔을 뻗어 그의 몸체를 꽉 붙잡았다.

"절대로 죽지마라..?"

"응..!"

경철의말에 그는 힘차게 대답했고.. 그런 둘의 사이에 끼어들듯 길티 역시 자신의 손

을 뻗어 그의 몸체를 잡았다.

"도,돕는다.."

"둘다 고마워!"

두 사람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그는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중인 거인을 한번 바라봤

고.. 그에 따라 경철도 길티도 달려오는 거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가자..!"

두 사람의 손에 의해 허공에 들려진 그는 거인과 자신들의 거리를 눈으로 재며.. 떄를

기다렸고.. 거인의 거대한 신장으로 인해 그들과의 거리는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키에에에에에!]

자신의 사정거리에 들어온 그들을 박살내기 위해 하늘높이 주먹을 들어올린채 괴성을 내

지르는 거인..

그리고 그것은 그가 원하는 완벽한 타이밍기도 했다.

"던져어어어어어!!"

그는 기합을 연상캐하는 기백을 담아 시작을 알렸다.

"우오오오오오옷!!!"

"그어어어어어어!!!"

그와 함께 경철도 길티도 자신들의 모든 힘을 그에게 쏟아부은채로 기합을 내질렀다.

세 남자의 외침과 함께 모든 힘이 한 곳으로 집중됐고.. 그 힘에 의해 그는 발사된 로

켓과 같이 무서운 속도로 거인의 벌려진 입을 향해 정확하게 날아가며 그 입안으로 빨려

들어가듯 그 모습을 감쳤다.

거인의 입안에 들어간 그가 가장 먼저 본것은.. 거인의 이빨이 아닌.. 무수한 인간

의 '머리' 그것도.. 명백하게 움직이고 있는 '머리들' 이었다.

거인의 입안에 가득한 머리들은 그가 입안으로 들어오자마자 그 몸을 물어뜯기 위해 흉

측하게 일그러진 턱을 쩌억 하고 벌렸다.

자신을 씹어발기기 위해 입을 벌린채 다가온은 수십개의 머리들..

그러나 위축될만도 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는 씩하고 웃은채 그 머리들을 바라봤다.

"나도.. 먹는데는 이골이 난 사람이니까..!"

그는 자신의 머리를 반수화 시켜 다가오는 머리들보다 더욱 크게 입을 벌려 자신의 위용

을 뽐냈다.

"누가 먼저 먹어치울지 해볼까..!"

그의 패기있는 외침을 시작으로 수십개의 머리들과 그의.. 먹고 먹히는 혈투가 시작됐

다.

당연히 유리한것은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수십개의 머리들이었다.

그가 머리하나를 뜯어 발기는 사이.. 수십개의 머리가 그의 온몸을 물어뜯었다.

하지만.. 그의 경우 한번에 한마리씩 확실하게 물어뜯어 먹을수 있었고.. 머리들의 경

우 인간의형태를 한 그입으로 뜯어먹을수 있는 범위는 어느정도 한계가 있었다.

거기에... 그의 경우 '자드'의 '포식'과 마찬가지로 먹는행위로 인해 빠른 재생력을 발

휘할수가 있었다.

온몸이 물어뜯기는 와중에도 하나씩 하나씩 차례대로 머리를 통채로 씹어 삼키며 몸을

회복하고. .또 물어뜯기면 다른 머리를 먹어치워 회복해 나갔다.

그리고 5분 뒤..

"푸하...! 배가..터지겠네... 끄윽..!"

입안에 있던 머리를 전부 목구멍안쪽에 넘겨버린 그는 트름을 시원하게 내뱉었다.

몸의 상처는 이미 전부 원래대로 돌아가 있는 상태..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태인것

은 자신이 몸에 걸치고 있던.. 지금은 거의 넝마가 되어버린 옷 정도였다.

그는 피로 붉게 물든 자신의 입가를 손등으로 흠친채 목적의 물건을 찾기 위해 질척거리

는 몸 내부를 네발로 기어.. 목구멍쪽으로 머리를 들이밀었고.. 목적의 물건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목적이자.. 거인의 '약점' 인 '핵'..  수박만한 크기의 흉흉한 붉은빛을 뿜어내

고 있는 돌이었다.

"코세이의 기억에서 본.. 골렘의 핵인가..!"

골렘의 핵이라고 이름붙여진 그 돌을 바라보며 그는 외쳤다

코세이의 기억을 보여주는 능력.. 그 능력으로 인해 코세이가 가진 여러가지 기억을 봤

던 그는.. 의도적인지 아니면 우연인지까지는 알수 없었지만.. 이 골렘.. 코세이가 좀

비28호라고 이름 부쳐진 이 거인에 대한 정보 역시 알고 있었다.

이 붉은색 돌이야말로 거인의 몸을 구성하는 중요한 부품이자.. 그 자체이기도 했다.

즉.. 이 돌을 부순다면 거인의 몸은 힘을 잃고 무너져 내릴것이었다.

"그럼.. 굿바이!"

그는 목구멍 안쪽에 있는 돌을 향해 주먹을 내리쳤다.

강도는 생각이상으로 강하지 않았다..

물론 돌인만큼 기본적이 단담함은 가지고 있었지만.. 평범한 돌과 별반 다를것없는 강도

를 가지고 있었고.. 그 강도는 그의 힘차게 내려친 주먹만으로 꺠기에는 충분했다.

"끝..!"

산산조각난채 흩어지는 돌을 바라보며 그는 중얼 거렸고.. 그 순간 그의 몸이 들썩였

다.

"우왓!?"

거인이 고통에 몸 부림치듯 고개를 세차게 흔든 탓이었다.

핵을 부순 탓이라고 볼수 있는 거인의 몸부림에.. 그는 몸을 고정 시키기 위해 질척이

는 점막에 손톱을 박아 넣은채 고정시켜.. 거인이 알아서 자멸하기를 기다리기로 한

그.. 였지만

그 순간.. 입이 쫘악 하고 벌려지며.. 거인의 거대한 손이 점막에 손을 박아넣은 그의

몸을 잡고.. 거칠게 입밖으로 빼냈다.

하지만.. 거인의 행동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거인은 입밖으로 빼낸 그의 몸을 하늘 높이 내 던졌다.

내던져진 그는.. 풍경이 순식간에 바뀌는것을 느꼈고..

순간적으로 바뀌던 풍경이 어느 한점에서 멈춰선것을 확인할수 있었다.

"큭...!"

다음에 일어날 일을 예측한 그는 이를 꽉 꺠물었다.

낙하...

지면이 점처럼 보일정도의 상공에서 심장이 멎을것 같은 압력을 느끼며 그의 몸은 낙하

해 갔다.

죽는다..

그의 머릿속에는 그 말이 떠올랐다.

물론.. 자신의 '육체' 는 죽지 않는다.

머리가 박살나도 죽지 않는다..

그것은 코세이에 의해 알게된 사실.. 그러나 '육체' 가 죽지 않는것 뿐..

자신은.. '미도'라는 존재는 죽는다.

머리가 박살나면 기억이 날아가버리게 된다.

과거의 자신이 그랬던것 처럼.. 자신은 아무런 기억도 추억도 존재하지 않는..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않는 '무'의 존재로 돌아가게 된다.

다른 이들과 추억과 기억은..  물론 '그녀'와의 추억과 기억 역시 순식간에 사라져 버

리는 것..

그것은 더이상 자신이 아니다.

그저 자신의 껍데기를 뒤집어쓴 다른 존재일뿐..

죽고싶지 않다..

강하게 마음속으로 빌었다.

하지만 마음으로 그렇게 빌뿐..

머리속으로는 이미 자신에게 가망성이 없다는 절망적인 현실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죽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 모든기억을 잃고 싶지 않았다.

그는 기도 했다.

모든 신에게 기도 했다.

제발 살려달라고.. 내 기억을 빼앗아가지말라고 빌었다.

두 눈을 감은채 빌었다.

제발.. 제 기억을 빼앗아가지마세요.. 라고

그렇게 마음속을 빌고 또 빌고 빌고 빌고 또 빌고.. 자신의 끝이 다가오기전까지 계속

해서 마음속을 빌었던 그..

그러나 무엇인가 이상했다.

사실상 자신은 이미 지면에 추락해 있어야 했는데도 불구하고.. 지면에 도착할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거기에.. 자신의 압박하던 압력도 어디론가 사라진듯.. 상당히 몸이 편해진 상태라는것

을 꺠달을수 있었다.

혹시.. 자신은 이미 죽은것이 아닌가?

그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조용히 눈을 떴다.

이곳이 천국.. 아니 아마 지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머릿속으로 떠올린채 눈을 뜬 그

는..

천국인지 아니면 지옥인지.. 알수 없었지만.. 한가지는 확실하게 알수가 있었다.

자신은 분명 죽은것이라는것을..

그것도 그럴것이 그의 눈앞에는.. 가장 보고싶었던 그 얼굴이.. 그렇게 떠나보내야 했

던 그 얼굴이.. 자신이 가장 사랑하고 그리워하던 그 얼굴이..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 작품 후기 ============================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번에는 낚시 아닙니다!

안심해주세요!

어쨌든.. 저도 그렇고 여러분도 그렇고 저는 이걸 쓰기 위해.. 여러분은 이걸 보기 위해 달려온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드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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