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좀비 얼론 (Zombie Alone)-201화 (201/269)

0201 / 0269 ----------------------------------------------

Ep 9 재회

널브러진 그의 육체를 수습하기 위해 허겁지겁 달려가던 길티였지만.. 이내 그 움직임을 멈춘 채 그의 육체를 지긋이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꼴사나운 모습으로 널브러져 있던 그의 육체..

목 없는 그의 육체가 움찔 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길티의 머릿속에 자신이 아닌 누군가가 들어오는 감각이 느껴졌다.

단지.. 연구시설에서 습격해온 그를 닮은 클론 때와는 확연하게 다른 몹시 편안하고 안

정적인 느낌.. 그가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깨달은 길티는 아무런 저항

도 하지 않고 그를 받아들였다.

'이쪽이야'

잡음 같은 것이 섞여 또렷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소리는 그렇게 말했고.. 그와 동시

에 그의 육체는 어두운 복도 한편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으!"

그곳이 목적지라는 것을 파악한 길티는 그의 육체를 어깨에 들쳐 맨 채 서둘러 그가 가

리킨 문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간 뒤.. 문 손잡이를 돌렸다.

하지만 자물쇠가 걸려있어서인지 문은 열리지 않았다.

길티는 문을 부수기 위해.. 그의 육체를 문의 맞은편 벽에 조심스럽게 기대어 놓은

뒤.. 주먹을 쥔 채 자세를 취했다.

"그으!"

기합과 같은 소리가 길티의 입에서 흘러나오며 묵직한 길티의 주먹이 철제로 된 문을 두

드렸다.

주먹이 닿을 때마다 북과 같이 퉁퉁 거리며 소리를 흘려내는 철제문은.. 길티가 두드

릴 때마다 그 형태를 조금씩이지만 확실하게 변화를 시켰고 이내.. 길티의 주먹은 철제

의 문을 쑥하고 관통했고 길티는 문안으로 들어간 손을 주섬주섬 움직여 자물쇠를 해제

시켰다.

그렇게 자물쇠를 해제한 뒤 문의 손잡이를 돌리자 언제 그랬냐는 둥 철제의 문은 끼이

익 하는 시끄러운 소리를 흘리며 활짝 열려졌고.. 제대로 된 불빛 하나 없어 어두웠던

방의 모습이 밖의 비상등 불빛으로 인해 길티의 눈에 들어왔다.

"그어!"

그리고.. 드디어 그토록 찾던.. 10일을 걸려 찾아 헤맸던 '그'를 발견할 수 있었다.

길티는 테이블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그의 머리를 향해 달려가려 했지만.. 그의 육

체를 벽에 세워둔 것이 기억났기에.. 서둘러 밖으로 나가 그의 육체를 들쳐 맨 뒤 재

차 테이블 위에 있는 그의 머리를 향해 달려갔다.

"................"

10일 전과 비교해 상당히 초췌해 보이는 그의 얼굴과.. 제대로 재생되지 않은 여러 상

처들이 눈에 띄어 상당히 애처롭기까지 해 보이는 모습으로 그는 길티를 바라봤다.

"그으.."

길티는 동정을 금치 못할 주인의 모습에 침울한 소리를 흘리며.. 어깨에 들쳐 맨 그의

몸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뒤 테이블 위에 있는 그의 머리를 슬그머니 들어 올려 원래

에 있던 장소에  가져갔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머리와 몸은 붙을 생각은 하지

않았고.. 오히려 아무런 반응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으!"

그제야 그의 머리를 붙이기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하단 걸 눈치챈 길티는 그의 머리를 다

시 테이블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으,음식...가..져...온..다."

길티는 더듬거리기는 하지만 확실하게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그에게 전했고.. 유창하다

고 할 수는 없지만.. 그 말이 길티의 입에서 흘러나왔다는 사실이 제법 놀랐는지.. 그

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길티를 바라봤다.

그런 그를 뒤로한 채.. 길티는 방금 전.. 자신이 죽인 시체들을 향해 달려갔다.

문과 함께 날아가 벽에 부딪쳐 사망한 남자의 시체와 자신이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머리

를 두드려 죽여버린 불사병의 시체들의 다리를 각각의 손으로 붙잡은 채 그가 기다리고

있는 방으로 돌아온 길티는 그의 몸이 기대어져 있는 곳 앞까지 끌어온 뒤.. 시체의 상

처 부위에 손을 쑤셔 넣어 내장과 살점을 뜯어내.. 그의 입가로 가져갔다.

상당히.. 눈살이 찌푸려질 만도 한 행동.. 이었지만

길티가 내민 살점과 내장들을 그는 별다른 거리낌 없이 입안에 넣어 저작했다.

시체를 뜯어내 '음식'을 준비하는 길티와.. 입가가 피투성이가 된 채 그 음식을 씹어먹

는 그의 머리.. 누군가 이 모습을 본다면 오줌을 지려도 이상하지 않을 상당히 공포스

러운 모습을 얼마동안 연출한 두 사람이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머리와 몸이

일체화 작업을 완료해 끝이났다.

"아..으...아..."

근 2주만에 재회한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둘러 보며 확인한 그는 자신의 목을 쓰다듬으

며 갈라지고 째지는 소리를 흘려냈다.

아무래도 목이 매말라서인지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것을 확인한 그는.. 자신

을 멀뚱히 바라보는 길티에게.. 잠시만 기다려 달라는듯 손을 들어올린 뒤.. 방의 귀퉁

이로 다가갔다.

그가 목적으로 한것은 물이 한가득 담겨져있는 거대한 양동이였다.

그리고 그는 그 양동이에 얼굴을 쳐박은 채 안에 있는 물을 코와 귀로 흡수하며 그것

을 목구멍과 위안에 가득 넣었고.. 거진 반정도의 물을 자신의 체내에 흡수했을때 쯤

이 되서야 거칠게 양동이에서 머리를 빼냈다.

"푸핫! 설마..물고문에 쓰이는 양동이에 내가 스스로 얼굴을 박을줄은 상상도 못했

네.."

자조섞인 미소를 지으며 그는 반 밖에 남지 않은 양동이의 물을 바라본채 중얼거렸다.

"주..인? 괜찮..나?"

기이한 행동을 취하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길티가 걱정스러운듯 물었다.

"아? 응.. 나는 괜찮아. 응.. 아마도..."

평소의 그라고 생각되지 않는 상당히 침울한 모습으로  그는 답했다.

"아니..아무튼 괜찮아! 그것보다 길티! 말하는게 능숙해졌네!"

억지로 자신의 감정을 전환하듯 새차게 고개를 흔든 그는 평소와 같은 밝은 목소리를 울

렸다.

"배..웠.다"

"헤에~? 누구한테? 한솔이? 할배? 자드? 아니면..."

그는 자신이 생각할수 있는 이름들을 주르륵 나열해 말해봤지만.. 그때마다 길티는 절래

절래 고개를 저은채 부정했고.. 결국 끝까지 자신이 아는 이름이 나왔음에도 정답은 없

었다.

"그럼 누구야?"

"경..철.."

"어...?

길티의 입에서 나온 그 이름에 그는 명백하게 동요를 감추지 못한 모습으로 눈동자를 진

동시켰다.

그 이름이 설마 길티의 입에서 나올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것도 있었지만.. 역시나 가

장 큰 이유는 죽은 경철이..

아니.. 죽었다고 생각한 경철이 살아있다는 사실이었다.

"아,아저씨.. 살아있어..!? 진짜로!? 어,어떻게!? 진짜로..?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

로 살아있어!?"

그는 자신도 주채할수 없는 몹시 흥분한 모습으로 길티의 옷자락을 붙잡은 채 거칠게 흔

들며 물었고.. 길티는 말 대신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아저씨가..살아있었어..."

강하게 쥐었던 길티의 옷자락이 힘빠진 그의 손에서 흘러 내려왔고.. 그는 여러가지 복

잡한 감정이 섞인 얼굴을 한채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멍한 눈으로 바라봤다.

너무 갑작스러우면서 놀랍고도 기쁜 소식에 그는 더이상 말을 이을수가 없었다.

하지만.. 놀라운 소식은 여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나라..도 살아..있.다.

"어..? 자,잠깐.. 뭐라고 했어 지금..?"

"경철..나라..둘다..살.아..있다."

경철이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울 따름인데.. 거기에 나라까지 살아있다는 놀라

운 사실이 연속적으로 길티의 입에서 흘러 나옴에 따라.. 그의 얼굴이 더욱더 기묘한

표정으로 바뀌어갔고.. 울컥한 탓에 자극되어버린 눈물샘이 그의 눈가를 촉촉하게 적셔

가려고 했다.

"둘다 살아있었구나...다행이다..정말.. 다행이야..."

눈물이 흘러 나오기 직전 그는 자신의 눈가를 손등으로 거칠게 누른채 눈물이 흘러 나오

는것을 방지하고는.. 몹시 떨리는 목소리로 두 사람의 생존에 대한 기쁨의 감정을 토해

내듯 중얼거렸다.

"일단..여기서 나가지 않으면..."

이런 좋지 않은 상황에서 듣지 않았다면 분명 울음을 터트려버릴 정도로 격한 감정의 격

류에.. 그는  기쁘고 놀라운 마음을 어떻게든 억지로 찍어 눌러 버렸다.

두 사람이 살아있는것은 너무 기쁜.. 눈물이 날정도로 너무 기쁜일이었지만 지금의 상황

에서는 순수하게 기뻐하고 있을수는 없었기 떄문이었다/

그는 어떻게든 자신의 흔들리는 마음을 꽉 붙잡은 채 냉정하게 자신을 쿨다운 시켜갔..

지만

"주인.. 한명.. 더.. 살아...있다."

그런 그의 마음을 모르는 길티는 그가 기뻐할것이라고 생각되 또 한명의 생존자에 대한

것에 대해 말했다.

덕분에 안정되가던 그의 마음이 소스라치게 요동쳤다

"누,누구..? 또 누가 살아있어!?"

기껏 침착해져가던 마음에 다시 불이 붙어버린 그는 물고 늘어지듯 그의 옷자락을 거칠

게 붙잡은 채 물었다.

"미..."

그리고.. 그가 들으면 졸도할지도 모르는 인물의 이름을 말하려던 수간..

쿠웅! 하는 소리와 함께 지하실이 거칠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지진..!?"

테이블은 물론 그와 길티의 몸까지 흔들릴정도의 강한 진동이 지하실을 덥쳤고.. 중심

을 잘잡은 탓에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불안정한 자세로 서있을수 밖에 없던 그

와 길티는 본능적으로 활짝열린 문쪽을 바라봤다.

"일단 여기서 빠져나가자!"

지진이든 무엇이든 정확히 알수가 없었지만.. 이대로 이 지하가 무너져 내린다면 꼼짝달

싹 못하고 압사당하거나 갇쳐버릴 위험성이 매우 높았기에.. 그는 흐트러진 마음을 바

로 잡은채 흔들리는 지하실의 바닥을 박차며 밖으로 튀어나갔다.

"지진..이 아닌건가.."

처음에는 지진이라고 생각했던 그였지만.. 무엇인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진이라기 보다는.. 무엇인가 무겁고 거대한 것으로 지면을 내리치고 있는듯한 그런 느

낌..

거기에 주기적으로 들려오는 쿵!쿵! 거리는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기에.. 그는 지진

이 아닌 다른 외적인 이유로 지하실이 진동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나 저거나.. 위험하긴 마찬가진가..! 길티! 속도를 올리자!"

어차피 여기서 나가지 않으면 깔려 죽을 가능성이 높았기에 그는 조금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 길티에게 외쳤고.. 그것에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인 길티를 확인한 그는 흔들리는

지하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속도를 올렸다.

격하게 흔들리는 지하의 복도와 올라가는 계단을 빠른속도로 올라간 그와 길티는.. 어떻

게든 1층.. 지상으로 빠져 나올수가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그 진동은 강하게 건물 내부를 뒤흔들고 있었으며.. 지하에서 들려왔

던 쿵쾅거리는 그 소리가 더욱더 선명하고 확실하게 들려왔다.

"안좋은 느낌이드는데.."

본능적으로 무엇인가를 느낀 그는 미간을 찌푸린채 흔들리는 벽을 지팡이 삼아 몸을 고

정시킨채로 창문에서 몸을 반쯤 뺀채 주변을 살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진의.. 진동

과 소음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확인할수있었다.

"그..빌어먹을... 변태새끼..! 저런것까지 만든거야...!?"

그 정체를 확인한 그는 변태.. 자신을 그토록 집요하고 짜증나게 괴롭혔던 자신과 같지

만 전혀 다르다고 생각되는 그 얼굴을 떠올린채 거친 말을 내뱉었다.

그것도 그럴것이..

이 진동과 소음의 정체는 다름 아닌.. 올려다 봐야 될정도로 몹시 큰...

'거인' 이었기 떄문이었다.

============================ 작품 후기 ============================

200화까지 왔었군요 ㅠㅠ

모르고 있었다가 리플보고 알았네요.

뭐.. 외전이나 특별편보다 여러분이 원하시는것은 연참! 결코 연참! 이라는것을 알고있기에 노력해서 열심히 연참을 할수있도록 해보겠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