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좀비 얼론 (Zombie Alone)-195화 (195/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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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9 재회

그날 늦은 저녁..

나라는 자신의 잠자리에서 상체를 벌떡 일으킨 채 잠에서 깨어났다.

"하아..!"

제대로 숨을 쉴 수조차 없는 것인지 나라는 자신의 심장 부분을 움켜쥔 채 제대로 가동

하지 않는 자신의 폐에.. 어떻게든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아..하아..."

그리고 그 노력의 결실이 맺은 것인지.. 나라는 거칠지만 확실하게 호흡을 할 수 있게

됐고.. 미적지근한 컨테이너 안의 산소를 마음껏 들이 마실 수 있었다.

얼마 동안을 그렇게 모자란 산소의 보충에 힘쓴 나라는.. 겨우 안정을 찾은듯한 모습으

로 식은땀 범벅이 된 자신의 이마를 거칠게 닦아 낸 뒤 자신이 너무 시끄럽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주변을 둘러봤다.

다행히도 누군가 잠에서 깬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경철과 길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얌전하게 자고 있는 한솔과.. 이불을 반쯤 걷

어찬 채로 곤히 잠들어있는 그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던 나라는 소리를 내지 않게

조심조심 이불 밖으로 빠져나와.. 그대로 발소리를 최대한 내지 않게 주의하며 트럭의

밖으로 나갔다.

"후우..."

미적지근한 컨테이너 안의 공기와는 확연하게 다른 신선하고 차가운 공기를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는 온몸으로 느끼며 나라는 작게 심호흡을 했다.

덕분에 몸도 마음도 어느 정도 차분해진 나라는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애쓰는 것처럼

느껴지는 반월을 올려다봤고.. 동시에 방금 전 자면서 봤던 영상.. '꿈' 의 장면을 떠

올렸다.

'악몽'

그렇게밖에 표현할 길이 없을 정도로 최악인 내용의 꿈이었다.

그녀도 경철도 한솔도 길티도.. 싸우다가.. 적에게 처참하게 죽임을 당하는 꿈..

이것만으로도 재수가 없는.. 최악이라고 말할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꿈의 내용은 그

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모두가 잔혹하게 살해당했지만.. 안전한 곳에 있던 자신만큼은 멀쩡하게 살아남았고..

혼자 살아남은 자신을 살해당한 이들이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저주의 말을 퍼부

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자신은 귀를 틀어막은 채 그저 미안하다고 울고불고 사죄의 말

과 용서를 구하는 구차한 말을 내뱉으며 빌 뿐이었다.

그러던 중.. 그들이 내뱉는 날카롭고 무겁게 느껴진 저주의 말들이 더 이상 들리지 않

게 됐다.

겨우 해방됐다고 안심한 자신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올렸고.. 거기에는 '그'가 있

었다.

원수를 보는 것 같은.. 적의와 살의를 담은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 순간 여러 감정이 가슴속에서 소용돌이치는 것을 느낀 자신이었지만.. 그가 살아있다

는 사실에 기뻐 한 걸음에 그에게로 달려가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은 더 이상 그에게로 다가가지 못 했다.

그의 손에는 한정의 자동권총이 들려져 있었다.

오늘 낮에 봤던.. 한솔이 조립을 한 그 권총이었다.

그리고 그 권총의 총구 끝에는 다름 아닌 '자신' 이 있었다.

당장이라도 방아쇠를 당길 것 같은 그는 자신을 노려본 채..

'왜 너만 살아남았어?'

차가운 비수를 연상케하는 목소리로 고 한 뒤..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그 방아쇠를 당

겼고.. 총구에서 튀어나온 납 탄흔 정확하게 자신의 심장을 꿰뚫고 지나갔다...

그리고 불행 중 다행히도 그 악몽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아니.. 깨어났다고 하기보다는 '끝' 이 났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었다..

"지독한 꿈.."

그렇게 중얼거린 나라는 자신의 심장 부근 위에 손을 올렸다.

확실하게 뛰고 있는 심장..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

을 느낄 수 있었다.

얼마 정도 그렇게 자신이 살아있는 감각을 느끼던 나라는 조용히 심장 위에서 손을 때

고.. 왜 이런 지독한 꿈을 꿨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답은 간단히 나왔다.

오늘 낮에 봤던 한솔을 보고 자각해버린 자신의 나약함..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한

자신 때문이었다.

"나.. 쓸모가 없네."

자신의 무능함에 진저리가 난다는 듯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중얼거렸다.

물론.. 자신도 싸울 수 있는 기술을.. 적어도 자신의 몸 관수를 할 수 있는 정도까지

단련을 해볼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그것은 무리라고 판단됐다.

애초에 운동신경이 그다지 좋지 않았고.. 그와의 단련으로 인해 기본적인 체력이 붙어

예전과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을 이루기는 했지만.. 그래봤자 일반적인 성인의 기준치 아

래에 불과 했다.

아니.. 그 이전에 자신이 누군가를 죽이거나 상처입힐수 있을것 같지 않았다.

무법자들이 판치는 이런 세상에서는 너무 안일한 생각이라고는 하지만.. 자신은 의사였

다.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것이 일인 의사.. 그런 의사인 자신이 누군가를 상처입히거나 죽인

다는것은 그것에 반하는 일이라는 생각에 꺼려졌다.

이런 무법천지의 곳에서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들에 대해 동정을 품는것이 어리석

은 일이라는것을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마음속 어딘가에서 그것은 좋지 않은일이라고 생각하는 자신이.. 있었다.

그 탓인지.. 자신들을 해하려는 존재들에게 조차 동정심을 품어버리게 됐다.

병원 사람들을 그렇게 만든 태양교단의 인간들이 죽어 나갈떄 조차 그런 마음을 품어버

렸다.

그렇다고.. 경철이나 그녀가 그들을 죽이는것을 막지도 않고.. 그저 자기만족에 불과

한 동정만을 품은 위선자..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지켜받기만 하는 존재 주제에 자기만 깨끗한척 하려고

하는 위선자...

그야말로 무능하고 위선에 찌든 추악한 자신..

"최악이네.."

자신의 존재를 돌아본 나라는 구역질이 날것같은 자기혐오를 느낀채 매마른 지면에서 시

선을 때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힉.....!?"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한 장신의 여성이 눈앞에 있었고.. 누군가 자신의 앞에 있다는것

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나라는 짧은 비명을 내지르며 지면에 주저앉았다.

"뭘.. 그리 놀라는거야."

눈앞의 여성은 자신의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거칠게 긁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아..다,당신이었군요.."

정체불명의 존재가 그녀라는 것을 깨달은 나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주저앉은 나라에게 다가가 탐탁지 못하다는 표정을 하면서도 주저앉은 나라를 일

으켜 세우기 위해 손을 뻗었다.

"고.고맙습니다.."

갑작스럽게 손을 내밀어 당황한 나라는.. 이내 그녀의 의도를 꺠닫고 감사의 인사와 함

께 그 손을 잡았다.

나라의 신장이나 체중이 그다지 많이 나가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어느정도

무게가 나갈터인데.. 그녀는 그것을 한손으로.. 그것도 별다른 힘도 들이지 않은채 주

저앉은 나라의 몸을 단번에 일으켜 세웠다.

단번에 지면에서 일으켜 세워진 나라는 조용히 맞잡고 있는 그 손을 바라봤다.

"부럽네요.. 저도 그런 힘이 있었다면.."

자신을 별다른 힘도 들이지 않은채 단번에 일으켜 세운 그녀의 근력이 너무나도 부럽게

느껴졌던 나라는 자신도 모르게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부럽다라.. 그야 지금같은 상황에서라면 부러울만도 하겠지만.."

그녀는 말끝을 흐린채 맞잡은 나라의 손을 바라봤다.

"난 네 쪽이 더 부러운데."

"지금 절 놀..."

그녀의 말에 나라는 울컥함을 느껴 소리를 지르려던 순간.. 예전의 일이 떠올랐다.

분명 이런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적이 있었다는것을..

그것은 그가 병원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떄의 일..

부러워 미칠것 같았던 그에게서.. 오히려 자신이 부럽다는 이야기를 한 그 떄의 일이

떠올랐다.

사실.. 조금만 대화를 했다면 그렇게까지 화를내고 토라지지 않아도 됐을.. 지금 생각

하면 상당히 부끄러웠던 일..

하지만.. 그 일이 있었던 탓에 나라는 무턱되고 화를 내려는 자신을 통제할수가 있었기

에.. 의미 없는 경험은 아니었다.

"어떤점이 부러운건가요?"

자신을 통제한 나라는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

"네 능력쪽이 가치가 있으니까잖아?"

"제 능력이요..? 의사로서의 능력 말인가요? 하지만 그건 지금 상황에서는..."

"지금이야 필요 없지."

나라의 사정 따위는 생각조차 하지 않은듯한 매서운 돌직구로 내던져진 말..

그말에 나라는 가슴이 따끔거리는것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이야 부상당할일이 희박하니까.. 필요없지만 미래의 일을 생각하면 당연히 네 능력

이 훨씬 가치가 높잖아?"

"제 가치가 높다고요..?"

"당연하잖아? 늙어죽을때까지 싸움만 할것도 아니고.. 그야 이 힘이라면 육체노동하기에

는 적합하니까 싸움이외에도 쓸만하겠지만.. 결국 병에 걸려 죽어버리면 말짱꽝이잖아?"

"아..."

그재야 나라는 그녀가 말하고 싶어하는것이 뭔지 깨달았다.

분명 현재 그녀도 경철도.. 왠만한 일이 아닌 이상 자신의 치료가 필요하지는 않았다.

그녀의 경우 왠만한 공격으로는 생채기도 만들수 없는 단단한 육체를 가지고 있었고..

경철 역시 암석을 몸에 두름으로서 그녀만큼은 아니었지만 뛰어난 방어력을 자랑했기에

큰 부상을 입을일은 많이 없었다.

하지만.. 부상이 아니라 '병' 이라면?

자신이 진찰하고 그에대한 처방법을 내세울수 있었다.

물론.. 자신이 모든 병을 알고있는것은 아니었기에 한계는 있지만.. 적어도 다른 이들

과 비교하면 의사인 자신이 가장 적합했다.

거기에.. 미래의 일을 생각하면.. 분명 자신은 도움이 되는 존재였다.

"전.. 쓸모없는 인간이 아니란거네요.."

새삼스럽게 자신이 필요한 인간이라는것을 꺠달은.. 너무나도 바보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는것을 깨달은 나라는 자조섞인 웃음을 지은채 중얼거렸다.

"야..? 너 잊고있는건 아니겠지..? 내 목숨이랑 우리 아이 목숨이 네 손에 달려있다는걸..?"

그녀는 나라의 말에 눈매를 날카롭게 만든채 말했다.

"아... 그랬죠."

눈앞에 닥친 고민떄문에 잊고있었던 일을 떠올린 나라가 눈을 동그랗게 뜬채 중얼거렸

다.

"진짜냐..!? 이 빌어먹을 도둑고양이가..! 은근슬쩍 수술사고를 가장해서 홀애비된 미

도녀석을 노리고 있는건 아니겠지!?"

"무,무슨..!? 그럴리가 없잖아요! 애초에 미도를 뺏는다거나 노린다거나 하지 않는다고.. 몇번이나 말했나요!"

"말로는 무슨말을 못하겠어?"

"진짜거든요..?"

"그럼.. 질문하나 할게 확실히 대답해봐!"

그녀는 어느새 잡고있던 나라의 손을 떄어 놓은채 미간을 찌푸리고있는 나라의 얼굴을

척! 하고 가리켰다.

"하아.. 뭔지 모르겠지만 해보세요."

평소와 같은 그녀의 집요함에 진저리치면서도 나라는 순순히 그녀의 말을 따르기로 했

다.

"만약 미도 녀석이 '내 세컨드가 되줘.' 라고 하면 어쩔꺼야?"

"무슨 질문인가 했더니.. 그런 바보같은 질문을..."

어이가 없다는듯 그녀의 물음을 부정하려던 나라는..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그런 상황을

떠올렸다.

"야!? 너 방금.. '나쁘지 않을지도?'라고 생각했지!?"

"....!? 아,아닌데요! 너무 바보같은 질문에 어이가 없었을 뿐이거든요!?"

"거짓말 하지마! 방금전 네 표정은.. 남이 하면 불륜이지만 내가하면 로맨스니까 괜찮

겠지? 라는 얼굴이었다고!"

"도대체 그건 어떤얼굴이에요!?"

"방금 전! 너같은 얼굴이다아아아!"

지금이 아직 늦은 밤이라는 사실을 머릿속에 지워버린 두 여성은 암컷원숭이마냥 캭캭

거리며 평소와 같은 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그 탓에.. 곤히 자고 있던 한솔이 반쯤 감겨진 눈을 비비며 무슨일인가 싶어 창문으로

얼굴을 내밀었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훈련을 하고 있던 길티와 경철도 무슨일인가

싶어.. 달려왔다.

그리고.. 그것이 평소와 같은 두여자의 싸움이라는것을 확인할수있었다.

그것이 낮이었다면.. 적당하게 포기한 상태로 한숨을 내쉰채 나몰라라 했을지도 몰랐지

만 지금은 늦은밤.. 자신이나 길티라면 어차피 밤을 샐테니 상관없었지만.. 새나라의

어린이라는 말이 있듯이 한솔에게 수면은 몹시 중요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경철은 나이값도 못하는 두 여자에게 연장자로서 쓴소리를 하기로 했다.

"도대체 이 늦은 밤에 뭐하는 짓이냐!"

경철의 굵직하고 무게감 있는 일갈이 밤 하늘에 울려퍼졌고.. 그에 따라 놀란 2명은 움

찔하고 반응하며 싸움을 멈췄다.

"도대체.. 너희들은 허구헌날 싸움질이고.. 아이 앞에서 부끄럽지도 않냐!"

경철은 척! 하고 자신의 굵은 손가락을 들어올린채 두 사람을 가리켰다.

"....아저씨한테 듣고싶지 않아."

"대장님에게는 듣고 싶지 않아요."

그러나 두 사람은 방금전 주눅이든 모습따위는 어딘가로 던져버린.. 몹시 차갑고 냉정

한 얼굴로 말하며 동시에 경철을.. 땀에 흠뻑젖어 반들 거리는 근육을 드러낸채..' 팬

티' 사각팬티 한장만을 걸치고 있는 경철을 가리켰다.

"야밤에 팬티만 입고 싸돌아다니는 아저씨한테는 듣고싶지 않아."

"남몰래 이상한짓을 하다온 대장님꼐는 듣고싶지 않네요."

아이앞에서 팬티한장 차림으로 있는 미끄덩한 근육변태에게 만큼은 절대로 듣고싶지 않았던 그녀들은.. 차가운 눈으로 경철을 바라본채 말했다.

============================ 작품 후기 ============================

역시 색기담당 경철이야! 가차없지!

p.s

이제 일상파트는 슬슬끝내고 이야기가 진행되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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