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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얼론 (Zombie Alone)-192화 (192/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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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9 재회

그녀들이 연구시설에서 개조 트럭을 타고 떠난 지 만 하루가 된 어느 오후..

트럭의 운전석 쪽에는 운전수를 자처한 경철과... 유일하게 그의 존재를 감지할 수 있는 내비게이션 같은 존재인 길티 2명의 남자(?)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

"..............."

말없이.. 그저 정면에 보이는 유리 너머를 주시하고 있는 두 남자의 조용한 공간..

하지만 이런 운전석 쪽과는 다르게 뒤쪽의 공간.. 그녀와 나라 그리고 한솔 3명이 모

인 여자들의 공간은 묵직하고 조용한 남자들의 공간과는 확연하게 다를 정도로 시끌벅적

했다.

단지..

"간덩이가 부었나!"

"당신은 뇌가 부은 거 아닌가요!?"

시끌벅적한 이유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아닌.. 험악한 일촉즉발의 분위기 속에서 이루

어지고 있었다.

평소와 같은 그녀와 나라의 격렬한 말 싸움..

하나 이번에는 이 2명만의 싸움은 아니었다.

"나도 오빠 아이 가질꺼야!!"

거기에는 새롭게 추가된.. 그녀들과는 나이가 제법 떨어진 한솔이까지 껴있는 상태였다.

"후우.. 여자 3명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더니만.."

경철은 뒤에서 들려오는 여자 3인의 시끄러운 싸움 소리에 작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

다.

어제까지만 해도 나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웃음꽃을 피우던 여자들이었건만..

지금은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난 맹수로 탈바꿈한 3인..

3명이 이렇게 된 원인.. 발단이 된 원인은.. 약 10분 전..

한솔은 그녀의 부풀어 오른 배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봤다.

실제로 임신한 누군가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것은 처음이었던 한솔에게 그녀의 볼록

한 배는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했다.

"뱃속에 미도 오빠의 아이가 있는거야?"

흥미진진하다는 표정을 한 한솔은 거친 콧김을 뿜어내며 배의 주인인 그녀에게 물었다.

"후훗~ 그렇지~"

한솔의 질문에 기분이 좋아진 그녀는 자신의 배를 과시하듯 배를 내민 채로 나라로 쓱

하고 바라보며 코 웃음 쳤다.

"왜 대답을 하면서 절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바라보는건가요..?"

그런 그녀의 태도가 못마땅하다는 듯 불쾌한 소리를 내뱉은 나라는 찌릿하고 그녀의 얼

굴을 노려봤다.

"아기가 어떻게 들어간걸까!?"

그러나 두 사람이 싸우든 말든 한솔은 조금도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태도로 일관하며 오

직 눈앞에 있는 신비(?)를 감추고 있는 그녀의 배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아기가 들어간 게 아니라.. 안에서 만들어진 거예요.

째려보는 걸 멈 춘 나라는 자상한 선생님을 연상케하는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한솔의 말

을 정정했다.

"그러고보니 이런 세상이니.. 성교육도 제대로 못받았겠네."

최근의 경우 저 나이 때부터 어느 정도 기본적인 성 지식을 학교에서 주입시킬 테지만

학교는커녕.. 이런 썩어빠진 세상을 1년 가까이 혼자 살아온 데다가 주변에는 남자만

가득했던 한솔이의 경우 제대로 된 성 지식을 가지고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뭐 어쩔 수 없는일이죠."

그녀도 나라도 한솔의 과거에 대해서는 본인의 입으로 어느 정도 들었던 지라.. 어쩔

수 없이 동정 어린 눈으로 한솔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뭐.. 천천히 배워가면 되겠지."

"그렇네요."

오랜만에 의견이 맞아떨어진 채 훈훈한 웃음을 띠는 두 사람.. 이었지만

다음에 한 한솔의 말에 그 훈훈함은 단숨에 긴장감으로 바뀌어갔다.

"남자랑 여자랑 뭘 하면 '아기' 가 생기는거야?"

한솔의.. 단계를 뛰어넘은 너무나도 직설적인 질문이 두 사람의 머리를 후려쳤고.. 두

사람은 굳어진 얼굴로 서로를 바라봤다.

"(성교육 끝판왕 질문이 바로 왔어..!?)"

"(뭐,뭐라고 대답해야하죠..?)"

두 사람은 배를 어루만지며 집중하고 있는 한솔의 눈치를 살피며 서로에게만 들리는 작

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너,너가 어떻게 해봐! 의사니까.)"

"(다,당신이야말로! 경험자니까.. 당신이 하세요!)"

"(하!? 뭔 상관이야 그게!? 애초에 그렇게 따지면.. 수위가 하늘을 뚫는다고!)"

"(누가 직접적으로 말하라고 했나요!? 좀 더 돌려 말하는 표현을 사용하라는거잖아

요!)"

두 사람은 여러 가지 의미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든 채 대화를 교환했고.. 결국 나라의

등쌀에 못 이겨 그녀는 자신이 설명하기로 했다.

"흠..! 남자랑 여자랑 뭘 어떻게 하면 아기가 생기냐면 말이지..."

그녀는 새빨개진 얼굴로 헛기침을 한번 한 뒤 순진무구한 한솔의 얼굴을 바라본 채 말

을 이었다.

"그.. 뭐냐.. 남자의 토 X 스 기차가... 여자의 좁고 어두운 터널을.. 그 뭣이냐..

칙칙폭폭 해서 지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생..."

"설명이 난잡하고 추잡하잖아요!? 애한테 무슨 소리를 내뱉는건가요!"

그녀의 설명에 화들짝 놀란 나라는 신호등을 연상케하는 얼굴로 소리쳤다.

"뭐 임마!? 내 설명이 어디 가 난잡하고 추잡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토 X사 기차로 깔

끔하고 간결하게 잘 설명했구만!!"

"그 설명의 어디 가 깔끔하고 간결한거에요!?"

"네가 머릿속에 음란마귀를 키우고 있어서 그렇게 들리는것 뿐이야!"

"그건 당신의 머리겠죠!!"

결국 두 사람의 짧았던 공투는 끝이 나고.. 재차 서로를 못 잡아 안달이 난 상태로 으

르렁 거리기 시작했다.

"기차가 터널을 지나면 아기가 생긴다는 게 무슨 소리야? 응? 토 X 스가 터널을 지나

면 어떻게 아기가 생긴다는거야?"

두 사람이 싸우든가 말든가..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 급급한 한솔은 서로를 으르

렁거리며 노려보고 있는 그녀와 나라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순진무구한 얼굴로 물었다.

"으음.. 그렇게 부, 불만을 토해낼 거면 이, 이번에는 네가 설명해!"

나라의 말 때문인지.. 왠지 모르게 자신이 내뱉었던 말이 추잡하다는 생각이든 그녀는

재차 그 설명을 반복해 말할 자신이 없었기에.. 나라에 짐을 단번에 떠넘겼다.

"제,제가 말인가요..!? 아, 알았어요! 이래 봬도 의사.. 제 솜씨를 보여드릴게요!"

자신에게 짐이 넘어와 당황하던 나라는 그녀의 말에 이내 오기가 발동한 듯 자신만만한

태도를 연기하며 자신의 작은 가슴을 탁하고 두드렸다.

"남자의.. 아니 으음.. 그렇네요. 쉽게 말하면 뽀X로의.."

너무 딱딱하게 설명해서는 아이인 한솔이 이해할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나라는 아이들

이 좋아하는 모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로 빗대어 설명하기로 했다.

하지만..

"뽀X로의 남성기가 패X의 여성기안으로 들어가..."

"너야말로 애한테 무슨 말을 지껄이는 거냐 아아아아!!

그저 남자와 여자를 남녀 캐릭터로 바꾼 것뿐인 그 설명에 그녀는.. 나라가 더 이상 설

명을 하지 못하게 큰 소리로 일갈하여 그 말을 집어삼켰다.

"뭔가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이용해.. 남녀의 생식 행위를 설명한것뿐인

데.."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부터가 아웃이잖아!? 오히려 돌려 말하는 토마스 쪽이 더 낫다

고!"

"말도안돼는 소리 하지 마세요!? 애한테 야설을 들려주는 거랑 다를 바 없다고요!"

자신의 말이 더 낫다고 주장하는 두 사람은 다시 한번 서로를 노려본 채 으르렁 거리

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이 이렇게 된 원인 제공자인 한솔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서도

도저히 모르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었다.

두 사람의 설명은 한솔에게 너무나도 난해하고 어려워 이해를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

다.

"잘은 모르겠지만..."

한솔은 고민의 색이 가득 들어찬 얼굴로 작은 신음을 흘리며 말했지만.. 이내 고민을

내던진듯한 밝은 얼굴로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나도 오빠랑 그렇게 하면 아이를 가질 수 있는 거지? 오빠한테 해달라고 해야지! 히

히!"

그 행위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지만.. 어찌 됐든 그것을 하면 아이가 생긴다는 맹목

적인 이해와 믿음을 가진 한솔은 터무니없는 폭탄 발언을 그 순진무구한 입으로 토해냈

다.

서로를 으르렁거리며 노려보던 두 사람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폭탄 발언의 중심

지..

폭탄 발언을 내뱉은 한솔에게 시선을 돌린 채 그 해맑은 얼굴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안돼! 절대로 안 되지!?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할 말을 잃은 채 꿀 먹은 벙어리처럼 눈만 껌뻑거리며 한솔을 쳐다보던 두 사람 중..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그녀였고.. 그녀는 불같은 기세로 한솔이 방금 전 토해내

는 말을 전면적으로 부정했다.

"에에! 불공평해! 언니만 아기 가지고..! 우리도 아기 가지고 싶단 말이야! 그치 언

니?"

라고 말하며.. 아직까지 굳어진 채 있는 나라에 동의하듯 물었다.

"에..? 네? 아니.. 네!? 아, 아니 그런 무슨..."

물귀신 마냥 나라를 물고 늘어진 한솔의 말에 의해 나라는 몹시나 당황해하는 모습으로

제대로 부정도 긍정도 하지 못한 채 버벅대기 시작했다.

"어이.. 도둑고양이.. 왜 말을 더듬는거냐?"

그런 나라의 태도에 그녀는 싸늘하게 식은 얼굴을 한채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하? 아니!? 아니라고요! 그냥 당황스러워서 더듬은것 뿐이에요!?"

나라는 억울하다는 듯 자신의 무고함을 호소했지만 그런 나라의 말을 믿을 리 없는 그녀

는 나라를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노려볼 뿐이었다.

그러던 그때..

"그럼 나랑 오빠랑 아기 만들어도 되지?"

은근슬쩍..이라고 할까 분위기 파악을 하지 않은 채 한솔은 또다시 폭탄 발언을 내뱉었

다.

"미쳤냐!?"

"당연히 안돼죠!?"

두 사람은 동시에 한솔의 말을 부정했다.

"왜?"

한솔의 짧고 강력한 물음..

"그 녀석은 내꺼니까!"

그녀는 팔짱을 낀 채 당당한 태도로 선언했다.

"오빠는 언니께 아니야? 오빠는 오빠꺼야?"

아이답다면 아이 답도 아이답지 않다면 아이답지 않은 발상의 발언.. 하지만 그것은 틀

린 말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채로 꿀 먹은 벙어리처럼 말을 흘리지 못한

채 금붕어와 같이 술을 뻐끔뻐끔 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건.. 언니들처럼 커진다음에..."

"응..? 그렇지만 언니도.. '나라' 언니도 작잖아?"

분명 나이에 비교해 몹시 아담한 사이즈의 나라였지만.. 그런 나라보다 더 아담한 한솔

에게 그 말을 듣자 상당한 충격과 굴욕을 맛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나라는 붙잡고 있던 이성의 끈을 놓은 울컥하는 모습으로 눈살을 찌푸렸고..

"이 언니는 이제 어른이니까 할 수 있거든요!? 확실하게 할 수 있거든요!? 한솔이의 오

빠 아이도 가질 수 있는 몸이거든요! 완벽한 어른이거든요!?"

라고.. 이성을 잃은 모습으로 자신이 어른이라는 것을 어필했다.

단지.. 그 사이에 들어간 표현은.. 매우 좋지 않았다.

"호오.. 이 빌어먹을 도둑고양이 년이.. 역시나 그런 생각을 품고 있었구만.."

꼬리를 잡았다고 생각한 그녀가 씩 하고 웃었다.

하지만 그 눈은 범인을 확정한.. 탐정.. 혹은 형사와 같이 날카롭고 냉철하게 빛나고

있었다.

"자,잠깐만요.. 이건 그냥 이 아이아에게 어른의 어필을 하기 위한 비유같은..."

"입닥쳐 이 도둑고양이 년아! 역시 내가 없는 사이 미도 녀석한테 꼬리친 게 확실해!"

"하!? 그러니까 그런 사이가 아니라고 말했잖아요!"

"나도 아기 가질래에에에에!"

"시끄러워 꼬맹이!"

"안된다고 했잖아요!"

그렇게.. 두 명의 성인 여성과 어린 소녀 한 명은 타인의 말을 귀띔으로 듣지 않는 상

대들에게 자신의 말을 강제로 주입시키기 위해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이것이.. 현재.. 경철과 길티가 있는 조용한 남자들만의 공간과는 확연하게 다른 난장

판 상태로 진행되어가고 있는.. 여성들의 공간에 대한 진실이었다..

"하아.. 저 2명도 감당이 안 됐는데.. 한 명이 더 늘어나니.. 이제는 도저히 답이 보

이지 않는군."

운전대를 붙잡은 경철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이 여행에서 저런 난투를 계속 지켜봐

야 하는 자신의 한탄스러운 미래에 대해 중얼거렸다.

"그어..."

그리고.. 그런 축 늘어진 경철의 어깨를.. 길티는 척! 하고 두드리며 '힘내'라는듯한

느낌으로 소리를 흘렸다.

"그래.. 그나마 남자가 한 명 더 있으니 든든하군. 뭐.. 좀비지만..."

자신을 위로하는 길티를 바라본 채 경철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왠지.. 딸 3명의 등쌀에 새우등 터지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에게 유일하게 살갑게 대해주는 강아지라는 모습이 떠오르는.. 몹시 애잔한 모습이 아닐 수가 없었다

.

============================ 작품 후기 ============================

강한조증! 왜곡된 성욕에게 고통받는 미도와..

여성 3인방에게 고통받는 경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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