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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9 재회
코세이라고 자신의 이름을 밝힌 남자는.. 다른 클론과는 어느 정도 연령의 터울이 있었지만 남자.. 코세이는 그의 눈 아래에 새겨진 문양 이외에는 다른 점이 없을 정도로 똑같은 얼굴.. 거기에 그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
"(오리지널..)"
다름 아닌 클론들의 입에서 나왔던 이름.. '오리지널' 이라고 생각되는 이름이었다.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코세 이는 들고 있는 가면을 새하얀 예복으로 가려진 무릎 위에 올려놓은 뒤 시큰둥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 실패작들이랑 너는 애초에 입장이 다르다고?"
방금 전 기억을 들여다본 탓에 클론들과 만났던 것까지 알 수 있었던 코세이는 그런 사
족을 덧붙였다.
"그 실패작들이나 다른 클론들은 과학+ 내 능력을 합쳐서 인공적으로 만든 거지만.. 너
는 다르지."
그의 얼굴에서 표정을 읽은 것인지 코세 이는 계속해서 그가 궁금해할만한 사항들을 이
야기하기 시작했다.
"너의 그 모습은 나를 '모방' 한 거지 원래 모습이 아니야. 아니.. 애초에 네가 원래
의 모습이 있는지조차 모르겠다만.."
"(난..누구야?)"
"내 옛날 스토커? 어이쿠! 그렇게 무섭게 째려보지 마 농담한 거라고! 히히히!"
진지하게 물은 질문을 장난으로 답하는 코세이의 모습에 그는 눈가를 잔뜩 찡그린 채 노
려봤고.. 코세이는 호쾌한 웃음을 흘리며 자신의 무릎읖 탁! 하고 두드렸다.
"근데 내 입장에선 저것도 틀린 말이 아니라고..? 내가 무슨 일 좀 하거나 다 돼 갈
때쯤 되면.. 어느새 튀어나와서 내 방해하거나 내 목을 집요하게 노리지 않나.. 진짜
로 나한텐 스토커랑 다를 바 없었... 나 참 그런 눈으로 보지 말라고.. 새로운 쾌락
에 몸을 맡긴 채 신음을 으아아아아앙 갱장해여어어어! 라고 할것 같으니까!"
날카로운 눈으로 노려본 그에게 코세이는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머금은 채 무릎 위의 가
면을 들어 올려 그의 머리 위에 씌우고는 재차 입을 열어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디 보자.. 너라는 존재를 뭐라고 설명하면 될까..? 딱히 장난치려고 하는 게 아니
라.. 너라는 존재를 짧게 설명하기에는 지면이 부족하니까 말이지..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애초에 네가 자기의 존재에 대해 밝힌 적이 없으니까.. 뭐라고 마땅히 표현
할 길이 없군.. 대신 별명만큼은 산더미처럼 있지만 말이야.. '수호자' 신의사도' 같
은 근질거리는 별명에서부터 '악마' 사형수' 같은 흉흉한 별명 등등 네가 죽인 '사
람'의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이었지. 뭐 애초에 너한테 '감정'이라는게 존재할리 없었지
만.. 그야말로 기계처럼 악인이든 선인이든 세계의 균형을 깨트릴 것 같은 '존재'들을
처리한 거겠지... 으음.. 뭐 이래저래 말하긴 했지만.. 대충 요약하자면 세계의 조정
자? 파수꾼? 같은거 일려나?"
코세이는 제법 길게 그의 존재에 대한 말들을 늘어놓았지만.. 너무나 추상적인 표현들이
나 너무 뜬구름 잡는듯한 이야기였기에 솔직히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렵다고 말했잖냐... 으음...."
코세이는 자신의 머리를 쥐어잡은 채 인상을 찌푸렸다.
"내가 왜.. 과거의 적을 위해 이렇게 두뇌 노동을 해야 하는 거지.. 영계랑 그렇고 저
런 짓을 한 부러워서 죽이고 싶은 놈을 위해 이렇게나 생각해야 하다니.. 세계정복 계
획 짤 때보다 더 머리를 쓰는거같은데.."
코세이는 불평과 불만이 담긴 혼잣말을 투덜거리며 팔짱을 낀 채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바라본 채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얼마 후..
"오! 그래! 인간들이 너한테 지어준 별명 중 딱 어울리는 게 있네!"
좋은 생각이 떠오른 것인지 짝하고 손뼉을 친 코세 이는 함박웃음을 머금은 채 그의 머
리를 척! 하고 가리켰다.
"도플갱어! 딱 맞아떨어지네! 그 인간의 기억과 능력.. 그리고 육체도 완벽하게 모방해
서 살아가는 존재! 자신이라는 실체가 없이 남을 모방하며 살아가는 도플갱어! 딱 그거
네!"
그의 존재에 대한 것과 거의 일치한다고 생각한 코세이는 자신이 생각해도 그럴싸하다
고 생각했는지 상당히 뿌듯한 얼굴로 가슴을 편채 '어때?" 라는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딱 맞는 걸 생각해 냈으니.. 내 풀가동한 뇌세포의 노동력을 물어내라! 예를 들어 2
천 살 연하의 여자를 소개해줘라! 그 기억에 있던 '한솔'이라는 애라도 좋으니까! 로
리콘은 아니지만 적당하게 키우면 분명 미인이 될 테니까! 끼얏호! 나도 이로써 영
계...랄까 안 듣고 있는 거냐...
혼자 실컷 떠들어대던 코세이였지만.. 그 시끄러운 소리는 이미 그의 귀에는 들리지 않
는 것인지.. 조금의 반응도 하지 않았다.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듯한 모습으로 눈을 내리깐 그의 모습에 코세이는 재미없다는 듯
불만 섞인 소리로 투덜대며 삐진 아이처럼 토라지듯 등을 돌린채 의자에 매달리듯 앉았
다.
그리고.. 진짜로 관심을 원하는듯한 아이처럼 힐끔힐끔 계속해서 그가 자신에게 관심을
줄 때까지 돌아봤지만.. 여전히 그는 생각에 잠긴 듯 코세이에게 시선 한번 주지 않았
다.
"관시시이이이이이임!! 관심이 필요하다! 존나게 큰 관시이이이임이!!"
결국 인내심이 폭발한 코세이는 기괴한 소리를 내지르며 의자 위에 벌떡 일어나 그 위
를 방방 뛰었다.
하지만.. 역시나 코세이의 발광하는 소리는 그 귀에 닿지 않은 것인지.. 미동도 하지
않은 듯 보였지만.. 어느새 눈을 들어 올려 발광하는 중인 코세이를 바라봤다.
"끼얏호! 드디어 왔다아아아! 관시이이임!"
겨우 그가 자신을 바라보자 코세이는.. 다른 의미로 의자 위에서 방방 뛰며 기쁨을 표
출했다.
"(난 도대체.. 뭐야? 괴물..? 그것도 아니면...)"
"괴무우울? 너 같은 존재가 그런 귀여운 존재 일리가 없잖앙! 애초에 지금 너의 모습
은 '모방'에 불과하다고? 네 그 모습도 나를 '모방' 한거고! 그 수많은 지식이나 기술
도 나를 베낀 거에 불과하다고? 슬프다고 즐겁다고 느끼는 그 감정도 사실은 다 가
짜! 모방에 불과해! 지금은 기억을 잃어서 약해빠진.. 상태지만! 분명 원래대로 돌아
간다면 아무럼 감정도 느끼지 않는 수많은 선인과 악인을 죽이기 위해 타인을 모방하며
살아가는 기계로 돌아가겠지! 히히히히! "
"(아니야..! 다른 건 몰라도 이 감정은..)"
그는 부정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그녀에 관한 감정도 뱃속에 있었을 아이에 대한 감정도.. 경철이
나 나라에 대한 감정도 병원에 있던 사람들에 대한 감정도.. 할배와 자드.. 그리고 한
솔에 대한 감정도 그 모든 감정이 가짜.. 그저 모방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은 절대로 인
정할 수 없었다.
아니..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이 모습이 코세이의 말대로 가짜라는 것은 왠지 모르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가 살아있을 당시 그림을 그릴 때.. 다른 것은 완벽하게 그려냈지만.. 유독 자신의 '모습' 만큼은 제대로 그려낼 수가 없었다.
분명 거울을 보고.. 거울에 비추어진 자신의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려봐도 자신의 모습
을 그릴 수가 없었고.. 자신을 떠올리며 그린 그림은 흉측한 괴물의 모습이거나.. 자신
과는 닮지 않은 인간의 모습밖에 그릴 수가 없었던 것을 떠올렸다.
그리고 방금 전 코세이의 말을 들음으로써.. 그때 자신을 그리지 못한 이유를 왠지 모
르게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 감정만큼은 진짜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그리지 못한 이유.. 행복한 자신과 행복한 그녀를 그림에 남기고 싶다는 자신
의 감정이.. 가짜인 자신의 이 모습을 그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렇기에 자신이 가진 감정만큼은 진짜.. 그녀에 대한 감정은 물론.. 그 이후 만났
던.. 자신에게 있어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만나며 쌓아온 이 감정만큼은
모방이 아니라 자신의 것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정말 네 감정일까아아~?"
어느새 그의 지근까지 다가온 코세이는 그의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조롱을 담은 목소
리로 속삭였다.
"진짜로 그게 네 진짜 감정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아아아~?"
"(당연하지! 이건 내가 쌓아온 감정이야!)"
그는 비록 소리가 나오지 않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잔뜩 담아 분노를 토해냈다.
"히히! 잘 생각해보라고? 네가 기억을 잃은 채 처음 눈을 떴을 때! 너에게 감정 따윈
없었잖아? 그저 현재의 상황에 최적화 시키기 위해 '나'를 '모방' 한 거에 불과하다고
~ 그 웃음소리도 맛이 간 듯한 행동도 모두 나를 따라 한 거에 불과하다고?"
"(처음에는 그랬을지 모르지만.. 그 이후...)"
"그 이후? 그 영계 여자를 만나서? 그 여자를 만나고 나서 감정이 싹텄다! 오오! 사랑
이란 위대해에에에에! 란거야..? 삼류 전개냐!? 막장 드라마도 그 정도로 단순하진 않
겄다! 애초에 감정이 없는 너라는 존재가 여자 한 명 만났다고 감정을 배울 리가 없잖아?"
그의 귓가에서 얼굴을 땐 코세이는 그를 불쌍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 옛날 과거를 알고 있다고 해서.. 그때의 나를 안다고 생각하지마?)
그러나 그런 코세이를 비웃듯 입가를 비틀어 트린 그는 코 웃음 쳤다.
"히히히! 당연히 알지! 너라는 존재를 가장 오랫동안 지켜보고 겪어봤던 게 나니까!
오! 좋은 생각이 났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과거의 '너'가 어떤 존재였는지 '보여줄게'
여전히 그를 동정하고 조롱하는 느낌으로 말을 내뱉은 코세이는 그의 머리를 양손으로
들어 올렸다.
"자! 과거 체험을 하실 준비는 되셨습니까! 감정 따위는 1g도 없는 살육 기계 체험쇼
가 시작됩니다아아아아! 히히히히!"
기괴한 웃음소리를 흩뿌리며 코세이는 양손으로 잡은 그의 머리를 자신의 이마에 가져갔
고 그와 동시에 그는.. 아까와 비슷한 두통과 현기증을 동반한 감각을 겪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 빠른 속도로 여러 영상들이 떠올랐다.
계절도 시대도 국가도 사람도 모두 다른. 각양각색의 영상들..
하지만 이런 영상들에 공통되는 점이 있었다.
'죽는 존재와 죽이는 존재' 가 존재하는 영상이었다.
다양한 성향의 존재들이 살해당하는 영상..
국민들을 생각하지 않는 탐욕스러운 황제에서부터.. 세계 전쟁을 일으킨 독재자나 세상
을 위협하는 사악한 괴물..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성녀나 성자라고 불리던 존재들에서부터.. 사람들을 위해 위대한
발명을 한 발명가
악인도 선인도 관계없이 살해당하는 영상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존재들을 살해하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자신' 이었다.
"체험 종료! 어때? 자신의 과거를 체험한 느낌이? 기계였던 자신을 돌아본 느낌이?"
그의 머리에서 이마를 때 낸 코세이는 입을 반쯤 연채 굳어진 그에게 물었다.
"(가..짜영상에는 안속는..다고)
그제야 제정신을 차린 그가 여유를 가장한 채 반론했다.
코세이가 말한 대로 그것은 체험이었다.
가해자 그 자체가 된 것 같은 체험.. 몸의 감각은 물론.. 아무런 '감정' 도 없는 기계
적인 사고 구성까지 체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진짜라는 보장도 없었다.
어떠한 능력에 의한 환상 같은 것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그것을 부정했다.
부정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그 영상 속의 '자신'이 진짜라면... 현재 자신이 가진 '감정' 을 믿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히히히! 사실 그럴 줄 알고..! 짜잔! 당신의 기억을 되돌려 드립니다아아아아!"
"(무슨 말도안돼는...)"
코세이의 말에 기가 차다는 듯한 표정을 한 그였지만...
"히히히히! 여기서 충격적인 반적..! 사실 네가 기억을 잃고 있었다는 건 알고있었지
롱! 여태까지는 다 연기였지롱! 그리고...."
코세이는 그렇게 말끝을 흐린 채 음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네 기억과 힘을 빼앗은 것은.. 바로 나! 그리고 놀랍게도! 기억을 되돌리는 것도 가. 능! 즉! 원래의 '기계'로 돌아가는 게 가능하답니다! 이요오오오!"
자신의 양팔을 하늘 위로 활짝 들어 올린 채 의자 위에 올라선 코세이는 단숨에 시야
가 높아진 그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올려다본 그의 표정에 드러나 있는 것은.. 절망.. 그리고 두려움이었다.
"히히히! 그래! 바로 그 얼굴이야! 사실 그 얼굴이 보고 싶었거드으으으은! 절망 최고
오오오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해서인지.. 더욱더 기성을 높인 소리로 외친 코세이는 추악하다고 밖
에 말할 수 없는 일그러진 미소를 지은 채.. 들어 올리고 있는 그의 머리를 천천히 자신의 머리 쪽으로 이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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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세이: 죽창들어간다아아아아! 히히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