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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얼론 (Zombie Alone)-183화 (183/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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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8 합류

그 직후..

미묘해진 분위기 속에서 한솔은 헐레벌떡 뛰어가 배낭 안에 고이 보관했던 그의 사진첩을 가지고 원래의 장소로 돌아왔다.

"너 그건...!?"

가져온 사진첩을 펼쳐 그것을 그녀에게 내보인 순간.. 그녀의 날카로운 두 눈이 크게 떠졌다.

너무나도 익숙한 모습이 비추어진 사진.. 그가 여행길에 찍은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찍었던 단 한 장뿐인 그 사진이었기 때문이었다.

동공이 흔들릴 정도로.. 명백하게 당황하는 그 모습에.. 한솔은 사진 속의 인물과 눈앞에 있는 그녀가 동일인물이라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그가 직접적으로 죽었다고 하지는 않았지만.. 간접적으로 그녀의 죽음에 대해 알려주었기에 그 점에 대해서는 확실히 의문이 들기는 했다.

단지.. 전차의 포탄을 맨몸으로 받고도 멀쩡한 그녀와.. 목을 잘리고도 멀쩡히 살아있는 그의 존재를 생각하니.. 그다지 중요한 의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솔은 절찬 동요 중인 그녀에게 자신들이 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전달함과 동시에.. 파도에게 신호하여 붙잡고 있던 인질.. 나라의 속박을 풀어 주었다.

"이런 빌어먹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자신들에게 적의가 없다는 것을 알리는 말과 행동에 그녀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안 그래도 날카로운 인상을 더욱더 험악하게 찡그리며 중얼거렸고.. 아무래도 그녀가 납득하기에는 시간이 걸린다고 판단한 한솔은 그 대신.. 이쪽을 냉정하게 관찰하고 있는 경철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건 거짓말 아니야?"

경철이 아직 자신들을 경계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었기에.. 한솔은 바로 믿어 줄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예의상 그렇게 말했다.

"그렇군.."

수긍한다는 듯 말을 한 것치고.. 경철은 여전히 그들을 경계하는 자세를 취했다.

물론.. 경철도 한솔들이 자신들에게 그런 거짓말을 할 메리트가 전혀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방금 전 완벽하게 속아 넘어간 상태였었기에 더 확실하고 완벽한 증거가 없는 지금의 상태에서는 곧이곧대로 그 말을 믿을 수는 없었다.

"어떻게 하면 믿어줄꺼야?"

한솔도 그녀들이 그렇게 쉽게 믿어줄 거라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와 할배에게 배운 것은 일단 의심하고 봐라 였기에.. 자신도 같은 상황이었다면 바로 믿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럼 몇 가지 물어봐도 될까?"

"응"

한솔은 별말 없이 시원스럽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는 그 녀석.. 미도 녀석과는 어떤 관계지?"

경철은 의문을 품고 있던.. 특히나 그와 똑닮은 4인조의 정체는 특히나 더 의문이었기에 가장 먼저 그 질문을 던졌다.

"나는..."

그 질문에 한솔은 고민했다.

솔직히 말해 자신도 그와 자신이 어떤 관계인지 종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밥을 배불리 먹게 해준 은인이기도 했고 자신에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이런저런 지식이나 기술을 알려준 선생님이기도 했고.. 자신과 놀아주는 친구이자.. 걱정해주는 오빠이기도 했기에 어떻게 말로 잘 설명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잘모르겠어.. 그치만! 오빠는 소중한 사람이야.."

한솔은 고민의 색이 깊게 배어있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렇군.."

비록 제대로 답하지 못한 한솔이었지만 그 목소리에 진심이 담긴 것을 파악한 경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한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러니까 나는 오빠 취향의 털 안난 여자가 될꺼야!"

"................"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그 한마디에 경철은 단번에 얼굴이 굳어졌고.. 그와 동시에 패닉

상태에 빠져있던 그녀가..

"뭔 개소리야아아아아!!"

경철과 한솔의 사이에 끼어들듯 튀어나온 채 새빨갛게 물든 얼굴로 한솔을 당장이라도

어떻게 할 기세로 외쳤다.

"시비거는거냐!? 안 났다고 시비 거는 거냐!!"

"으음..?"

어째서 그녀가 흥분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듯한 태도로 한솔은 고개를 한번 갸웃거렸

다.

"자,잠깐.. 진정하세요.. 대화가 진행되지 않잖아요!"

그녀의 발작에 가까운 흥분상태를 말리기 위해 나라는 그녀의 허리를 붙잡고 외쳤다.

그녀를 내버려 두면 어떤 짓을 할지도 몰랐고.. 이대로 내버려 뒀다가는 평생 가도 이

의문을 풀 수 있는 현재의 상황이 진행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복슬복슬한 네가 뭘 알아!"

"누가 복슬복슬 하다는거에요!?"

그러나 말의 선택을 잘못한 그녀의 말에 의해 나라는 그녀와 같을 정도로 얼굴을 새빨갛

게 물들이며 반론의 말을 외쳤다.

"생긴건 로리로리 하게 생겨서! 복슬복슬해서 좋겠다! 빌어먹을!"

"그러니까.. 복슬복슬하다고 말하지 말라고요! 전 평범하다고요! 물론 당신 같은 무모

증이랑 비교하면 그럴지도 모르지만.. 전 평균이라고요!!"

"이 빌어먹을.. 도둑고양이..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해버리고 말았구나아아아!!"

"당신이 먼저 시작했잖아요!"

흥분한 그녀를 말리려고 한 나라였지만.. 어느새 그녀의 페이스에 휘말려든 나라는 그녀

를 노려보며 외쳤다.

그야말로.. 견원지간이라는 말이 떠올릴 것 같은 모습으로 서로를 노려보며 말싸움을 시

작한 두 사람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본 경철은 솥뚜껑 같은 커다란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린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녀석들은 애 앞에서 쪽팔리지도 않는거냐..."

어찌 보면 일상이라고 할 정도로 자주 본 모습이었지만.. 적어도 현재의 상황.. 그것

도 이런 어린아이가 보고 있는 와중에 어른스럽지 못하게 싸우는 한심한 두 사람에게 쓴

소리를 토해낸 경철.. 이었지만 그녀도 나라도 이미 주변은 안중에도 없는지 서로 으르

렁거리며 서로를 헐뜯는 작업(?)에 몰입했다.

어쩔 수 없이.. 경철은 철없는 두 사람을 내버려 둔 채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재차 질

문을 시작했다.

한솔과 그가 어떤 관계인지는 그 진심 어린 목소리에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기에

넘어갔고.. 그 이후 한솔의 등 뒤에 딱 붙어있는 길티와의 관계에 대해.. 경철이 물었

다.

"길티는 오빠의 부하야!"

한솔의 설명에 길티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표시를 했다.

"부하..?"

"응! 길티는 오빠가 만들었어."

의아하게 생각하는 경철에게 한솔은 한마디를 덧붙여 말했다.

그러나.. 당연히 전제가 없는 그 말을 경철이 이해할 수 있을 리는 없었다.

"오빠가 길티를 물어서 부하로 만들었댔어!"

"물어.. 설마 그 탈바가지는.. 좀비인거냐..!?"

그제야 경철은 그의 능력을 떠올렸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추측을 입에 담았다.

그리고.. 그것이 정답이라는 것을 알리듯 길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그 말에 긍정

의 표시를 했다.

솔직히 자신이 입 밖에 꺼낸 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철은 믿을 수가 없었다.

그가 좀비를 조종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눈앞에 있는 길티의 경우.. 조종

당한다기보다는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경철의 의문에 대해 대답해줄 수 있는 본인이 이 자리에 없던 탓에 그 의

문을 풀 수는 없었다.

"그럼.. 저 미도를 닮은 녀석들은..?"

드디어 가장 궁금했던 의문의 차례가 됐고..  그 의문만큼은 그녀도 나라도 놓칠 수 없

었는지 산발이 된 머리를 정리하며 귀를 기울였다.

"여기서 죽을뻔한 걸 오빠가 구해줬대. 얼굴이 똑같이 생긴 건.. 잘은 모르겠지만 '클

론?' 같은 거랬어."

클론이 어떤 것인지 확실한 지식이 없는 한솔은 그저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그들에게 전

달했다.

"크,클론..!?"

"클론이라고요..!?"

귀를 기울이고 있던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반응했다.

공상과학 픽션에 나 등장할 것만 같은.. 믿을 수 없는 '진실'이 한솔의 입에서 내뱉어

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복제..인간? 이라는건가.. 그럼 뒤에 있는 녀석들은 미도의 복제.. 라는건가?"

경철도 그들의 존재에 대해 몹시 놀랄 따름이었지만 그럼에도 그것을 겉으로 내색하지

않은 채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해 태연한 척 말을 이었다.

"그건 나도 잘모르는데..."

그저 그들이 클론이라는 사실만 들은 한솔은 도움을 요청하듯 뒤에 있는 4인조를 바라봤

고.. 그것에 응답하듯 4인조는 각자가 수첩과 펜을 꺼내 빠른 속도로 무엇인가를 적어

경철에게 보였다.

적혀있는 내용은 조금씩 다르긴 했지만.. 결국 그것들의 공통점은.. '그가 오리지널인

지 아닌지는 자신들도 모르고.. 그 역시 모르고 있다.' 라는 것이었다.

"그 녀석도 복제일지 모른다는건가.."

수첩에 적힌 내용을 본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와 똑닮은 네 사람의 모습을 미묘

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딱히 그가 오리지널이듯 복제인간이듯 상관은 없었지만.. 역시 그와 똑닮은 얼굴을 한

4명의 존재는 그녀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복잡한 기분이 들게 했다.

그나마 솔도와 라도의 경우 나이가 조금 많이 떨어져 있기에 그러려니 하는 기분으로 넘

길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시도와 파도의 경우는 시야에 들어올 때마다 움찔하고 반응

할 수밖에 없었다.

파도의 경우.. 그의 얼굴에 여자의 몸..이라는.. 뱃속에 그의 아이가 있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식겁하는 조합이었기에.. 파도가 그와는 다른 존재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반응해버렸다.

거기에 시도의 경우.. 그보다 조금 에 띈 외모를 하고 있었지만 신장도 외모도 그와 가

장 근접한 모습이었다.

그 탓에 그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와 거의 차이가 없는 공통점의 탓에 본능적으

로 그의 모습을 겹쳐봐버리기 때문이었다.

"복잡하네.."

"복잡하네요.."

그런 그들을 바라본 채 그녀와.. 나라가 동시에 중얼거렸다.

서로의 입장이나 그와의 관계는 달랐지만.. 그라는 존재가 마음속에서 크게 자리 잡고

있는 두 사람으로서는 공통될 수밖에 없는 감정이었다.

"그럼.. 마지막 질문이다."

깊은 생각에 빠진 듯 입을 다문 두 사람을 내버려 둔 채.. 경철은 마지막 질문을 이어

가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 녀석은 어딨지?"

가장 중요한 질문이 경철의 입에서 튀어나왔고.. 그것에 그녀도 나라도 생각하는 것을

관둔 채 한솔의 입에서 대답이 나오는 것을 귀를 세운 채 기다렸다.

"으음.. 오빠는..."

한솔은 흐린 표정으로 말꼬리를 흐린 채 자신의 대답을 목 빠지게 기다리는 세 사람을

바라봤다.

"여기에는 없는건가."

한솔의 반응과 이런 난리 속에도 그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점을 조합해 그가 이곳에

없다고 경철은 추측했다.

하지만..

"으음.. 있다고 한다면.. 있고.. 없다고 한다면 없어."

한솔의 대답은 이도 저도 아닌 상당히 미묘한 대답이었고.. 당연히  세 사람은? 을 띄

운듯한 얼굴로 한솔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따라와.. 보여주는 게 빠를 거 같아."

말로는 어떻게 설명할 방도가 없었던 한솔은.. 그렇게 말한 채 연구소를 향해 걸어갔

다.

눈을 껌뻑이며 의아해하는 세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본 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도 없던 탓에 한솔의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

다음화 미미일행이 보게 되는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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