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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8 합류
육식동물을 방불케하는 경철의 거체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여자아이에게 달려들어왔고 인형탈의 괴짜는 그런 경철의 앞을 가로막은 뒤 붕대로 감긴 손을 나이프로 향해 뻗었다.
하지만 경철은 이미 그 움직임을 예상했다는 듯 나이프를 슬그머니 뒤로 빼낸 뒤..
그 대신 자신의 다이아몬드 의수로 뻗어진 괴짜의 손을 움켜쥐었다.
"흡..!"
짧은 기합과 함께 붙잡은 괴짜의 팔을 비틀어 관절을 파괴하고는 그대로 괴짜의 몸에 밀
착시켜 그 몸체를 엎어 치기로 지면에 내쳤다.
관절을 파괴하던 소리보다 더욱더 기괴한 소리가 지면에 부딪친 괴짜의 등에서 들려왔
고 자신의 계획대로 한동안 움직이지 못할 괴짜를 뒤로 한 채.. 조금 떨어진 거리에 있
는 여자아이에게로 나이프를 겨눈 채 천천히 다가갔다.
"그..그어어어!"
척추가 박살 나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는 상태의 괴짜는 소리를 내지르며.. 경철의 움
직임을 막기 위해 다리에 손을 뻗었지만.. 경철은 이미 그 범위에서 벗어난 위치에 있
어.. 닿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괴짜는 계속해서 손을 뻗어.. 어떻게든 경철의 다리
에 닿기 위해 안 간 노력을 하였지만..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 팔이 경철의 다리
에 닿을 일은 없었다.
그것을 곁눈질로 살피며 경철은 눈앞의 여자아이를 바라봤다.
처음에 눈앞의 소녀가.. 분쟁지역의 테러리스트들이 키우던 소년병들 같은 존재라고 생
각했던 경철이었지만.. 감정을 전혀 내 비치 않는 살인기계와 같은 그들과 다르게.. 눈
앞의 아이는.. 그 어린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적의와 살의를 내비치고 있었지만.. 그
표정은 확실하게 긴장과 공포의 색이 배어 나와 있었고.. 괴짜와 여자아이의 관계도 상
당히 기묘해 보였다.
처음에는 두 명의 관계가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입장이라고 생각했던 경철이었지만.. 괴
짜의 태도는 명백하게 아이를 목숨 걸고 지키려 하는 모습이었다.
경철은 계속 어긋나는 상황 속에서 기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너무나도 고요한 연구시설 내부
그를 닮은 존재들..
인형탈을 뒤집어쓴.. 인간이 아닌 존재와 어린 여자아이..
그야말로 예상을 계속 어긋나게 하는 요소들이 쌓임에 따라 경철은 이 이질감에 대해 생
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이질감에 대해 눈치채기 위해서는 정보가 턱없이 부족했다.
어째서 이렇게도 고요한지.. 그를 닮은 저들의 정체도 괴짜의 존재도 어린 여자아이에
대해서도.. 무엇 하나 제대로 된 정보가 없었다.
그렇기에 경철은.. 일단 이들을 제압하고 정보를 캐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이들을 빠르고 완벽하게 제압하기 위한 루트는 바로 눈앞의 여자아이였다.
인형탈을 쓴 괴짜는 물론 그녀가 제압하고 있는 존재들 역시 여자아이를 보는 시선은 걱
정과 염려 등의 감정이 배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이들에게 있어서 여자아이
가 소중한 존재라는 것은 어렴풋이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린아이를 인질로 잡는 것은 그다지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이 상황에서 가장 빠
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 방법이었기에.. 경철은 자신의 기분을 죽여 여자아이를 제압
해 인질로써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꼬마야 좀 아플지도 모른다."
경철은 여자아이에게 차분한 목소리로 말한 뒤 아까와 마찬가지로 곰 같은 거체에서 나
오는 속도라고 생각할 수 없는 잽싼 몸놀림으로 나이프를 겨눈 채 여자아이에게 달려갔
다.
최대한 큰 부상을 입히지 않을 생각이었기에 적당하게 힘을 뺀 상태로 경철은 자신의 나
이프를 휘둘렀고.. 여자아이는 긴장한 얼굴 치고는 제법 유연한 동작으로 그 나이프를
피해 냄과 동시에 경철에게 반격을 가했다.
고급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카운터 공격..
경철은 조금의 위협도 느끼지 않았지만.. 내심 마음속으로 감탄했다.
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몸놀림과 정확하게 급소를 노린 채 찔러들어오는 날카로운 일
격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국 아이의 육체적 한계로 그 속도는 그만큼 빠르지 않았다.
기습이라고 하면 모르겠지만.. 정면에서의 공격은 경철의 눈에는 슬로 모션처럼 몹시 느
리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기에 경철은 자신의 목을 찢고 들어오려는 식칼을 어렵지 않게 다이아몬드 의수의
왼팔로 붙잡을 수 있었다.
"이잇..!?"
식칼을 잡힌 아이는 그것을 빼내기 위해 낑낑대며 힘을 썼지만.. 바이스같이 경철의 손
에 단단하게 쥐어진 식칼의 날은 좀처럼 빠질 생각이 없었다.
결국 아이는 무리라고 판단했는지 식칼의 손잡이에서 손을 때 내 뒤로 물러나며 홀더에
끼워둔 권총을 빼낸 뒤 경철의 몸 곳곳을 향해 총탄을 토해냈다.
그러나.. 아까의 상황과 마찬가지로 경철의 몸을 뒤덮은 암석으로 인해 총알이 그 몸
에 관통되는 일은 없었고.. 경철은 생채기조차 나지 않는 모습이었다.
"항복해라. 얌전하게 항복한다면 거친 일은 하지 않는다고 약속하마."
방금 전의 사격으로 권총의 탄환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경철은 일부로 아이를 향해
항복 권고를 했다.
받아들일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저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하는.. 형식상.. 혹은 예의상의 권고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항복하면.. 안 죽일꺼야?"
아이는 경철의 권고에 솔깃한 반응을 보이듯 커다란 두 눈을 귀엽게 치켜 올려보며 경철
에게 물었다.
탄환이 없는 권총을 던져오지 않을까라는 예상을 했었지만 그런 예상과 다른 아이의 반
응에 경철은 마음속으로 조금 당황했지만.. 그것을 겉으로 내지 않은 채로 경철은 아이
에게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여 긍정의 표현을 했다.
"정말이야? 정말로 항복하면 다들 살려줄 거야?
아이는 경철의 험악한 얼굴을 똑바로 바라본 채 끈질기게 물었다.
"그래.. 약속하마."
"죽기직전까지 상처 입히고.. 살려준다고 했지. 때리지 않는다고는 안했잖아? 라거 나
중에 가서 속이는 건 아니고?"
"그...래"
요 근래에 비슷한 일을 한 적이 있었던 경철은 마음속으로 뜨끔했지만.. 겉으로 내색
을 하지 않은 채 대답했다.
"알았어.. 그럼 항복할게"
그렇게 말한 아이는 손에 쥐고 있던 총을 바닥에 내던지고는 저항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현하듯 양손을 하늘 위로 들어 올렸다.
"그럼 천천히 이리로 와라."
경철의 지시에 따라 아이는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린 채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경
철을 향해 걸어갔다.
하지만 중간에.. 움찔 거리며 몸을 떨고는 불안한 눈동자로 경철을 바라보며 주저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어째서?
라고 생각했던 경철은 자신이 아이를 향해 나이프를 들이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
었다.
확실히 곰 같은 거구에 상처가 한가득 있는 무서운 얼굴을 한 남자가 나이프를 겨누고
있으면 주저할 만도 했다...라고 생각한 경철은 조용히 겨누고 있던 나이프를 내렸다.
그제야 안심한듯한 아이의 표정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경철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
었다.
"방금전의 모습이 거짓말같군.."
경철은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방금 전의 살기와 적의를 흩뿌리던 그 모습과 지금의 겁먹은 토끼 같은 모습의 갭이 너
무 차이가 났다.
흡사.. '연기' 를 하는 것처럼.. 이란 생각이 경철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순
간.. 전장에서 단련된 감이 위험을 알렸다.
"젠장..!"
아이라는 점도 있었지만.. 너무나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상황이 흘러간 탓에 전혀 의
심을 하지 못한 경철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저주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양손을 머리 위에 올려두고 있던 아이는.. 어디선가 꺼낸 것인지 알 수 없는.. 손바닥
크기 정도의 길쭉한 통을 내던졌다.
그것의 정체가 섬광탄..이라고 깨달은 그 순간 눈을 멀게 할 정도의 광량이 순식간에
그 자리를 덮쳤다.
"젠장..!? 눈 부셔어어어!!"
너무 늦게 눈을 질끈 감은 탓에 섬광의 영향을 받은 경철은 물론.. 전혀 대비를 하지
못하고 지격으로 빛을 바라본 그녀의 괴로워하는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고.. 동시
에 난잡하게 움직이는 거친 발소리가 들려왔다.
"큭..! "
섬광은 사라졌지만.. 그 영향 탓에 시야가 제대로 돌아오지 않는 상황 속에서 억지로
눈을 뜬 경철의 눈에는.. 흐릿했지만 건물 쪽을 향해 달려가는 각각 다른 5개의 등이
보였다.
"녀석들이 도망간다!"
점차 시야가 확보되기는 했지만..
그 사이 이미 경철과 제법 떨어진 거리에까지 도망가 있었고.. 자신의 다리로는 무리라
고 판단한 경철이 거칠게 눈을 비비고 있는 그녀에게 외쳤다.
"빌어먹을 꼬맹이 새끼들..!"
찔끔 흘러나온 눈물을 거칠게 코트 소맷자락으로 닦아낸 그녀는 거친 욕설을 내뱉음과
동시에 등에서 거대한 날개를 꺼낸 뒤 도망가는 그들을 추적하기 위해 하늘로 비상했다.
순식간에 가속도를 붙여 날아간 그녀는 건물 안에 그들이 들어가기 직전 그 앞을 가로막
듯이 굉음과 함께 지면에 착지했다.
"잡았다.. 빌어먹을 것들..."
너무 비빈 탓에 새빨갛게 충혈된 눈을 부릅뜬 채 그녀는 이를 드러낸 채 그들을 위협했
다.
앞에는 그녀가.. 뒤에는 곰 같은 거체의 경철이 뒤쫓아 오고 있는.. 그야말로 도망갈
길이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항복..."
선두에 선 아이가 씩 하고 웃으며 입을 열었다
"빌어먹을 꼬맹이.. 이제 와서 항복이라고..? 속을 줄 아냐?"
그녀는 아이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애초에 방금 전 그렇게 호되게 당한 직후인데.. 그 말을 믿는다는 것 자체가 너
무나도 어리석은 일이었기에 당연하다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러나..
"아니 언니네가 항복해야한다고."
"미쳤나..?"
아이의 입에서는 전혀 다른.. 그야말로 이 상황에서 나올 수가 없는 말을 내뱉었고..
그런 아이의 말에 당황함을 숨기지 못한 그녀는.. 어이가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것도 그럴 것이 명백하게 우위에 서 있는 것은 자신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패배가
확정됐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아이가 그런 이야기를 했기에.. 가장 먼저 아이의 정신
상태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까불지말고.. 얌전하..."
그녀가 무엇인가를 말하려던 그 순간.. 귀를 자극하는 총성음이 허공에 울려 퍼졌고..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일부로 시간을 끈 거였나...
뒤늦게 달려왔던.. 경철은 얼굴을 일그러트린 채 총성을 낸 장본인.. 어제저녁 자신들
과 대치했던.. 그를 닮은 여자가 있었다.
하지만.. 경철의 얼굴을 일그러트리게 만든 요인은 여자 그 자체가 아닌.. 그 앞에 포
박된 채 있는 작은 몸집의 여성.. '나라' 가 원인이었다.
그를 닮은 여성은 아무 말 없이 허공에 쏘아올린 권총의 총구를 천천히 이동시켜나라의 머리쪽에 가져갔다.
비록 아무런 말도 내뱉지 않았지만 그 행동 자체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그 자리에 있는 누구나가 알 수 있는 행동이었다.
============================ 작품 후기 ============================
이제 슬슬 이번 에피소드도 몇화 안남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