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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얼론 (Zombie Alone)-179화 (179/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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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8 합류

혼란스러웠던 밤이 지나고.. 다음날 아침

이른 아침식사를 끝낸 일행은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는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고.. 12시를 막 넘은 오후쯤 돼서야.. 목적지의 근처에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그럼 갈까."

안전해 보이는 건물에 짐과 비전투원인 나라를 두고 밖으로 나온 그녀와 경철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곧장 연구시설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그들이 가장 처음 본 것은.. 페인트칠조차 하지 않은.. 투박한 '벽'이었다.

"아주 꽁꽁 싸매셨구먼..

다른 벽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입구의 콘크리트 벽을 본 그녀는 어이가 없다는 말투

로 중얼거리며 천천히 벽을 향해 걸어갔다.

"잠깐 기다려."

그녀의 능력이라면 이런 벽쯤은 스티로폼처럼 찢어발길 수가 있었지만.. 경철은 다른 목

적이 있었기에 그녀의 행동을 저지한 채 그녀를 자신의 뒤쪽으로 보냈다.

"다른 벽보다 튼튼한 게.. 딱 좋군."

조심스럽게 벽에 손을 댄 경철은 거친 미소를 띠며 말했다.

어차피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담을 부숴야 했지만.. 그러는 것보다 좀 더 자신들에

게 도움이 되는 방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바로.. 암석을 흡수하는 경철의 능력..

경철은 손을 댄 투박한 벽을 자신의 몸으로 흡수하기 시작했고.. 이내 벽은 경철의 몸

에 빨려 들어가 듯 서서히 그 모습을 깎아내 갔고.. 가속이 붙은 듯 천천히 빨려 들어

가던 콘크리트의 벽은 순식간에 경철의 몸 안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다.

턱하니 그들의 앞을 가로막던 벽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제야 그들은 연구시설의 부

지 내를 그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저기 부서진 새하얀 건물과.. 넓은 부지 내의 인공잔디와 포장된 도로들..

그리고...

"뭐..? 전차라고..!?"

이쪽을 향해 우람한 주포를 조준하고 있는 '전차'가 있었다.

예상외.. 그것도 상식을 훌쩍 뛰어넘은 예상외였던 물건이 그곳에 떡하니 있는 것도 당

황스러울 따름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전차의 주포는 정확하게 자신들이 있는 정문

을 향하고 있었고.. 아무런 망설임도 기다림도 없이 바로 그들을 향해 포탄이 발사됐

다.

"이런..빌어먹을..!!"

열개 이상의 수류탄 속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남았던 경철이었지만.. 저것은 아무리 생각

해도 무리였다.

충격도 충격이었고 저 고열에 견딜 자신은 도저히 들지 않았다.

그렇기에 경철이 택한 것은 도주.. 이미 발사된 주포에서 얼마나 도망갈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지만

현재로서 가장 좋은 방법은 도주였기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등을 돌려지면을 박찼다.

그러나 무서운 속도로 날아오는 포탄에게서 얼마 떨어지지도 못한 채로 폭발에 휘말려

들... 뻔했지만 그 직전 그녀가 경철의 의수를 가볍게 잡은 채로 그 육중한 몸을 하늘

위로 휙! 하고 던져버린 덕분에 경철은 폭발에 말려들지 않은 채 안전하게..

"컥..!? 드,등이..."

피했다고 보기에는.. 허공에서 지면으로 낙하할 때 난 소리가 예사롭지 않았지만.. 어

찌 됐든 고깃덩어리가 되는 것을 어떻게든 피할 수 있었던 경철은.. 등을 어루만지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자신은 그녀가 냅다 던져준 덕분에 폭발에 휘말리는 것을 피할 수 있었지만 던져준 그

장본인은 폭발에 직격당해 버렸다.

하지만..

"이런.. 옷 생각을 못했네.."

전차의 포탄에 직격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멀쩡했다.

곳곳에 그을림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이 조금 묻어있기는 했지만.. 포탄에 직격당한 인간

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건재했다.

단지.. 그 무식하게 튼튼한 몸과는 다르게.. 그녀가 걸치고 있는 의복은 그렇지 않았

다.

여기저기 찢어지고 날아가거나 그을린 자국들이 만연해.. 더 이상 옷이라고 부르기도 민

망한 상태였다.

그나마 일반적인 옷보다 튼튼했던 탓인지 완전하게 알몸이 되는 사태는 피할 수 있었지

만.. 어떻게 보면 알몸보다 더 선정적인 상태라고도 볼 수 있었다.

"하아.. 정말 터무니없을 정도로 튼튼하군.."

경철은 욱신거리는 몸을 일으키며 자신이 걸치고 있던 코트를 벗어.. 중요한 부분이 떨

어지지 않게 가린.. 왠지 모르게 어떠한 명화를 떠올리게 하는 자세로 서있는 그녀에

게 내던졌다.

"떙큐!"

날아온 코트를 낚아채듯 잡은 그녀는 그것을 자신의 위에 걸쳤다.

경철에게는 딱 맞는 코트였지만.. 신장 등의 차이로 그녀가 입으니.. 꼭 아이가 어른

옷을 입은 것 같은 꼴이 됐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는지 코트의 단추를 채운 뒤..

호전적인 미소를 띤 채 아직 포기를 못했는지 조준각을 재고 있는 중인 전차를 바라봤

다.

"고철덩어리로 만들어주마!"

탁! 하고 자신의 주먹을 손바닥으로 부딪치며 전차의 포탄 따위에 생채기조차 나지 않

는 그녀는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갔다.

"잠깐!? 노획할 수 있다면 노획 해라!"

성큼성큼 걸어가는 그녀의 등을 향해 경철이 외쳤다.

무사하게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엄청나게 큰 전력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런 전차의 포탄도 그녀에게 생채기조차 내지 못했기에.. 어찌 보면 쓸모없게

보일지도 몰랐지만.. 비상식의 영역에 위치한 그녀의 존재는 논외로.. 웬만한 존재들에

게 있어서는 무시무시한 병기였다.

"귀찮은데... 뭐 대충 뒤집어엎으면 되겠지!"

불만을 토해내면서도 경철의 부탁에 수긍한 그녀는 씩! 하고 웃으며 도로 위에서 벗어

나 푸르른 인공잔디를 짓밟으며 내달렸다.

"응..?"

그러던 중 그녀가 짓밟은 지면이 움푹하고 들어감과 동시에 그녀의 발이 구멍에 쑥 하

고 빠지며 금속이 깨지는듯한 소리를 흘렸고.. 그녀는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그것

을 무시한 채 잽싸게 전차를 향해 내 달렸다.

원래대로라면 그곳의 구멍.. 정확하게 말하자면 함정에서 그녀의 발을 묶었어야 했지만

포탄에도 꿈쩍하지 않는 그녀의 몸을 날붙이 정도로 어떻게 할 수 있을 리도 없었고..

그녀의 진격은 멈추지 않았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었는지 전차는 캐터 필트를 움직여 그녀와 거리를 벌리기 위해 후

진을 시작했다.

"어딜 도망가!"

그것을 눈뜨고 놔둘 리가 없던 그녀는 양 다리에 더욱더 속도를 붙여 눈 깜짝할 사이

에 후진하는 중인 전차의 상판을 붙잡을 수 있었고.. 그녀의 손가락을 두꺼운 전차의

상판에 쑥! 하고 들어가며 그녀 전용의 손잡이(?)를 만들었다.

"이상태로 뒤집어주마!!"

전차의 장갑에 손가락을 박아 넣은 그녀는 노획을 위해 전차를 자신의 힘으로 뒤집어 버

리려고 했다.

하지만..

"어,어라..!? 안뒤집혀!?"

빠져나오기 위해 쉴 새 없이 캐터 필트를 돌리는 중인 전차는 그녀의 힘에 의해 뒤로

가지 못하고 다람쥐 쳇바퀴 굴리듯 제자리를 맴돌 뿐이었지만.. 그녀 역시 자신의 생각

대로 전차를 뒤집을 수가 없었다.

예상대로라면 휙! 하고 뒤집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터인데.. 번쩍 들어 올릴 수가 없었

다.

"바,바보냐!!? 그 전차의 무게는 못해도 5~60톤 이상이다!"

그녀를 뒤늦게 쫓아온 경철은 상처투성이인 자신의 머리를 손바닥을 가린 채 어이가 없

다는 듯 토해냈다.

아무리 그녀가 무식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무게의 전차를 가

볍게 들어 올리는 것은 일단 무리한 일이었다.

박살 내는 것 자체라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겠지만 말이다..

"어라..? 그럼 이거 어떻게 하지..?"

반항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쉴 새 없이 캐터 필트를 제자리에서 돌리고 있는 중인 전

차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대로 잡고 있어라!"

경철은 시끄러운 소리를 흘리는 전차의 근처에 달려 간 뒤 곧바로 지면에 손을 뻗어 포

장된 도로의 돌을 흡수했다.

그에 따라지면은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깎여나갔고.. 이내 전차가 밟고 있던 지면

이 움푹 들어가 버렸다.

그 탓에 중심을 잃은 듯 기우뚱 거리던 전차는 둔탁한 소리를 내며 옆으로 쓰러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초롭게 그 지면에서 떨어진 허공에 그 캐터 필트를 허망하게 돌려

됐다.

"뚜껑을 따라"

전차가 더 이상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인 것을 확인한 경철은 전차의 유일한 출입

구 부분을 주먹으로 퉁! 하고 치며 말했다.

이래저래 방금 전의 삽질이 부끄러웠던 그녀는.. 입맛을 다시며 경철이 가리킨 부분을

붙잡고.. 꽉 닫힌 전차의 출입구 문을.. 참치 캔 따는 것처럼 간단하게 따버렸다.

그 순간..

열려진 문 안에서 한 명의 남자가 나이프를 들이민 채로 튀어나와 그녀의 목을 찔렀

고.. 곧이어 쉴 틈도 주지 않은 채 다른 이도 튀어나와 그녀의 왼쪽 가슴을.. 그리고

마지막 존재 역시 그들과 마찬가지로 문에서 튀어나오듯 나와 그녀의 오른쪽 가슴을 찔

렀다.

정말로 한치의 틈도 주지 않고 튀어나온.. 깜짝 상자도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연

속해 튀어나온 3인의 남자들은 주저 없이 그녀의 급소를 찔렀지만... 오히려 그들이 가

지고 있는 나이프가 산산조각 나며 그 파편이 지면에 흩뿌려졌다.

"꺼져"

그 한마디와 함께 그녀는 가볍게 남자들을 향해 팔을 휘둘렀고.. 그 팔에 닿은 남자들

은 윽! 하는 소리를 내며 지면을 거칠게 쓸어내며 몇 미터나 떨어진 거리에까지 날아갔

다.

"근성이 대단하군.."

전차의 힘을 압도하는 괴물 상대로.. 그것도 전차가 뒤집어져 제압된 상태에서 튀어나

와 반격을 하는 행위를 벌인 남자들에게 진심으로 감탄할 수밖에 없었던 경철은.. 자신

도 모르게 그런 소리를 흘렸다.

그리고.. 그런 근성의 반격..이라고 해봤자 전혀 통하지 않는 반격이었지만.. 어찌 됐

든 그 반격을 당한 장본인인 그녀는..

눈만을 껌뻑인 채로 날아간 3인을 바라봤다.

"무슨일이지?"

그녀의 태도가 이래저래 어색하고 이상하다고 생각한 경철은 그녀의 상태를 곁눈질로 살

피며 옆으로 다가왔고..

"뭐야 이건..?"

미간을 단번에 찌푸렸다.

방금 전의 충격이 제법 큰 것인지 막 태어난 송아지처럼 전신을 부들부들 떨며 지면에

서 일어나려는 존재들의 얼굴은 어제 봤던 여자와 같이 그를 쏙 빼닮아 있었다.

연령의 차가 조금 나기는 했지만.. 누구 한 명 빠짐없이 쏙 빼닮은 모습이었다.

"이런 미친..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거야."

눈앞에 그의 얼굴을 한 3명.. 어제의 여성을 포함한다면 4명..

어제의 그 사건을 겪은 탓에 그때와 비교해 충격은 적었고.. 눈앞의 있는 존재들의 연

령대가 그에 비교해 낮다는 것을 확인했기에 그들이 '그' 라는 착각 따위는 하지 않았

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는 이 믿을 수 없는 광경은 몹시 충격적일 따름이었다.

"빌어쳐먹을.. 내 남편은 공장에서 찍어내기라도 하는거냐.."

그리고.. 이러한 충격에서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 그녀는 전혀 웃을 수 없을 농담 같은 말을 입에 내뱉으며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 작품 후기 ============================

오늘의 요약

어머님댁에 미도 한대 놔드려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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