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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얼론 (Zombie Alone)-178화 (178/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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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8 합류

그녀는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당혹스러움의 원인은 눈앞에 있는 존재..

자신이 목을 붙잡은 때 허공에 띄우고 있는 존재 때문이었다.

지금의 당혹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기 얼마 전..

그녀와 경철.. 그리고 나라는 태양 교의 간부이자 영웅인 남자에게서 들은 정보를 토대

로 이곳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목적지까지는 만 하루 정도 남은 거리.. 였지만 해가 져 주변이 깜깜해졌기에 그들은

근처에서 하룻밤을 묵어가기로 했다.

장소는 이런저런 경험이 많은 경철이 그나마 다른 곳에 비교해 안전해 보이는 위치의 건

물을 골라 그곳으로 향했다.

여기까지는 특별히 수상한 것도 수상한 존재의 기척도 느끼지 못 했던 그들이었지만..

문 앞에 도착하고.. 그곳에서 이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정확하게 발견한 것은 경철이었다.

경철이 발견한 것은 다름 아닌.. 문 앞바닥에 떨어진 물방울이었다.

물론 천장의 어딘가 누수돼서 떨어졌을 수도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경철은 그 물방울을 소리 없이 찍어 냄새를 맡고.. 이것이 비나 수도가 누수

되어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강이나 혹은 연못에서나 나는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났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즉.. 건물 안에.. 외부에서 온 누군가가 안에 있을 확률이 몹시 높다는 것이었

다.

경철은 손짓으로 안에 누군가 있음을 밝힌 뒤 소리를 내지 않게 그녀와 나라에 주의를

준 뒤 문이 아닌 그 옆의 콘크리트 벽에 손을 뻗어 신경을 집중했고.. 암석이 아닌 이

물질의 존재를 특수한 감각으로서 느낄 수 있었다.

암석 이외에 흡수할 수 없는 자신의 특성을 이용한 일종의 레이더라고 할 수 있는 능력

으로.. 벽 쪽에 누군가 딱 달라붙어있다는 것을 느낀 경철은 벽 한 부분을 손가락을 까

딱까딱 움직여 가리켰다.

경철의 의도를 파악한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 뒤 벽에서 경철이 조심스럽게 벗어나는 걸

확인한 직후.. 경철이 가리킨 벽에.. 가녀리지만 무시무시한 괴력을 지닌 손을 푹! 하

고 쑤셔 넣었다.

굉음과 함께 두부처럼 쑥 하고 뚫린 그녀의 새하얀 손은 단숨에 벽 너머에 위치한 인간

의 목을 잡아챌 수 있었다.

"잡았다! 요놈!!"

자신이 생각해도 깔끔할 정도로 낚아챈 탓에 절로 미소가 흘러나온 그녀는 씩 하고 웃으

며 목을 잡힌 인물을 반항하지 못하게 지면에서 들어 올렸고..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발끝에서부터 천천히 시선을 옮겼다.

왜인지 알 수 없었지만.. 상대방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다.

그 탓에 중요한 부위는 물론.. 길게 기른 흑발로 반쯤 가려진 작은 봉우리 역시 확연하

게 드러나 있었다.

발끝에서부터 천천히 위쪽으로 시선을 옮긴 끝에 드디어 그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던 그

녀는.. 말 그대로 굳어졌다.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뿐만이 아닌 경철과 나라 역시 매 마찬가지로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굳

어질 수밖에 없었다.

에 띈 몸매를 가진 여성의 얼굴.. 그 얼굴은 그들의 최종 목적이라고 할 수 있

는 '그' 와 판박이였기 때문이었다.

그에 비교해 조금 더 여성스러운 느낌이 드는 것과 머리가 길기는 했지만 누가 봐

도 '그' 라고 생각할 정도로 똑 닮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얼굴은 분명 그와 똑 닮아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몸은 여성..

달려있어야 할 것은 달려있지 않았고.. 여성 특유의 불룩한 봉우리가 그 가슴에 아담하

게 달려져 있었다.

그 탓에 그곳에 그를 닮은 여자를 제외하고 모두 냉정을 잃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틈을 노리듯 그를 닮은 여자는 약해진 그녀의 손아귀에서 잽싸게 빠져나

왔다.

"아..!?"

그제야 자신이 정신줄을 놓고 있었던 것에 정신을 차린 그녀가 뒤늦게 여자를 잡기 위

해 손을 뻗으려고 했지만.. 여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창문을 깬 채 방 안에서 탈출했

다.

다급하게 그 뒤를 쫓아 창문으로 몸을 반쯤 내민 채 여자의 모습을 찾은 그녀였지만..

어둠에 몸을 감춘 듯 머리카락의 끝조차 발견할 수가 없었다.

"뭐야 이건...? 뭐냐고 이거어어어어언!!?"

그녀는 이미 사라져버린 여자를.. 그와 똑같이 생긴 '여자'의 모습을 떠올리며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질렀다.

"지,진정해라!"

당혹스럽기는 매한가지였지만 그럼에도 이중 가장 냉철한 경철이 악 소리를 내고 있는

그녀의 팔을 강하게 붙잡은 채 다독였다.

"그,그래요..! 일단 심호흡하세요! 흥분하면 아이한테 안좋다고요!"

역시나 당혹스러운 감정을 다 지우지 못한 나라도 어떻게든 감정을 추스르며 그녀를 경

철과 함께 다독였다.

"이,이게 진정하게 생겼어..!? 무덤에서 튀어나왔더니.. 남편이 성전환했다는 충격적

인 사실과 직면했는데!? 흥분 안 하게 생겼어..!? 땠다고!? 거시기 땠다고! 심지어 가

슴도 나왔어!? 나보다 허리도 가늘었다고! 이게 진정 안 하게 생겼어!? 뱃속의 아이가

태어나면 '아빠' 가 왜 '여자' 야 란 질문에 뭐라고 답해야하는거냐고오오오오!!"

패닉 상태에 빠진 듯 그녀는 자신의 얼룩덜룩한 흑백의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재차 절

규하며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보통 인간이라면 별 피해 없을 행동... 이었지만 인간의 육체적 능력을 몇 단계나 뛰어

넘은 힘을 가진 그녀의 몸부림은 주변을 파괴하며 초토화 시키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그녀가 내리친 창가는 이미 가루가 되듯 박살 났고 발로 찬 벽은 시원스러운 바람이 휭

휭 들어올 정도의 커다란 구멍을 생성했으며.. 휘두른 주먹은.. 스티로폼을 파괴하는

것 마냥 너무나도 허무하게 박살 나갔다.

"그녀석이 여자라니.. 성전환이라니..!? 심지어 날 보고 도망 갔다고..! 그자시이이이

익!!"

안 그래도 뱃속의 아이가 태동을 하는 바람에 지긋지긋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어 스트레

스가 한계점에 도달했던 그녀는.. 방금 전의 일로 그 한계가 터저버렸는지.. 반쯤 정신

줄을 놓고 있는듯한 모습이었다.

"지,진정해라! 냉정하게 생각하라고!"

"냉저어어어엉!? 고추 땐 남편을 보고 냉정할 수 있겠냐아아아아!"

경철의 말에 그녀는 더욱더 분노를 표출하며 거세게 벽과 바닥을 박살 내기 시작했다.

이대로 내버려 뒀다가는 건물 하나가 박살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상황이었다.

"히스테릭 그만 부리세요!! 보통은..  닮은 '타인' 이라고 생각하는 게 먼저잖아요!!

어떻게 하면 미도가 성전환했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예요!

그런 파괴마(그녀)를 향해 나라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일갈했다.

"화,확실히..아니.. 기다려봐..!? 왠지 그 녀석이라면 성전환해도 이상하지 않지 않

아..? 왠지 재밌으니까..라는 이유로 하거나.. 좋아하는 사람이 남자라서 성전환했다거

나.. 이런저런 이유로 성전환했을 것 같지 않아..?"

동공을 거칠게 흔들며 그녀는 동의를 구하듯 나라에 물었다.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동의고 뭐고 답할 가치도 없는 이야기... 였건만

"어,어라..? 왠지 미도라면 그러고도 남을 것 같은 느낌이..."

그녀의 말에 나라도 혹한 듯 동공을 거칠게 흔들며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확실히 그의 성격이라면 어떠한 이유로 고민 없이 단칼에 성전환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어,어떻게하죠..!? 미도가 여,여여여자!? 어..? 그럼 아빠..? 아니 그럼 엄마? 어..

어? 엄빠..? 아마..? 어,어라..? 동성 친구가 생겨서 좋아해야 하는 건가요..?

어..? 어?"

그녀의 독에 당한 듯 그나마 그녀보다 냉정했던 나라 역시 혼란에 빠진 듯 헛소리와 같

은 말을 중얼거리며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기 시작했다.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고 해도.. 애까지 있는 마당에 성별은 중요하지 않아..? 그 전이

라면 모를까 애까지 생겼는데.. 아빠가 여자가 돼버리는 상황이라니..? 나중에 아이가

커서 왕따 당하는 각 아니야..? '야! 너희 집은 엄마가 둘이라며!' 라고 빌어먹을 꼬

맹이들이 왕따시키는 각 아니야!? "

"지,진정진정하세요! 어, 어떻게 하면.. 다시 되돌리는 것도 가능할 거예요! 그래요!

이참에 고추를 다시 찾아다가 붙여버리죠! 의사인 저라면 가능해요! 물론 해본적은 없지

만! 까짓것 붙여볼게요!"

"그래! 어찌 됐든 간에 내가 살아온 마당에.. 내 눈이 흙이 들어가도 그 꼴을 못 보

지! 일단 그 녀석의 자지를 찾아서..."

급격한 혼란에 빠진 여성 2명은 자신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는지 이상한 소리

를 속사포처럼 내뱉어내며.. 알 수 없는 의기투합을 시작했다.

"하아...다큰 처녀들이 고추라던가 자지라던가 연호하지 말라고..."

그녀들만큼은 아니었지만 어찌 됐든 당혹스러움이 남아있던 경철도 이 정도로 혼란에 빠

진 두 사람을 보니 그 당혹스러움이 단숨에 날아간 것도 모자라 평소 이상으로 냉정한

상태가 된 경철은 상스러운 말들을 연발하는 그녀들을 보며 작은 한숨을 내쉬며 혼란에

빠진 그녀들을 안정시키기 위해 그 사이에 끼어들었다.

"방금전 그 여자가 그 녀석일 리가 없잖냐.. 미도 녀석의 키는 대략 175.. 방금 전

그 여자의 키는 얼핏 봐도 160이 넘지 않았지. 거기에 그 녀석보다 3~4살은 어려 보이

기도 했고.. 성전환.. 이란 말도 안 되는 소리는 그렇다 쳐도 키나 나이를 어떻게 할

수는 없잖아?"

경철은 팔짱을 낀 채 방금 전 본.. 그를 닮은 여자와 그의 다른 점을 나열해 설득을 시

작했다.

처음에는 그런 경철의 냉철한 말에 반박하려던 그들도 계속해서 들음으로써 머리 꼭대기

까지 올라왔던 불이 서서히 꺼지기 시작했고.. 이내 평소와 같은 사태로 돌아가 냉정하

게 생각을 할 수가 있었다.

"확실히 그렇네요.. 성전환이라니 바보 같은 소리네요. 히스테릭한 당신이 생각할 법

도 한 바보 같은 생각이네요."

냉정을 찾은 나라가 눈을 가늘게 뜬 채 그녀를 나무라라는듯한 느낌으로 바라봤다.

"하아? 대어낸 자지를 다시 붙이죠!라고 했던 건 누구였더라?"

하지만 그녀 역시 지지 않고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방금 전 나라가 내뱉은 터무니없는

말을 내뱉으며 입가를 비틀어 트렸다.

"그,그런 천박한 말은 하지 않았거든요!? 그런 천박한 말이 아니라 조금 순화한 말을

썼거든요!?"

차마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부정할 수 없던 나라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 채 부정했

다.

"그거나 이거나..."

그런 나라의 반박에 힘이 빠진다는듯한 어투로 자신의 얼룩덜룩한 머리를 긁적인 그녀

는 반파된 방의 바닥에 털퍼덕 주저앉은 뒤 문제의 주인공이 사라진 어둠 속을 지긋이

바라봤다.

분명 처음에 당황하기는 했지만.. 냉정하게 생각해서 그 여자가 그일리는 없었다.

하지만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똑 닮아있었기에.. 무엇인가 관계가 있다

고 하는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도대체 그년은 뭐지? 사람 헷갈리게 시리.."

눈살을 찌푸리며 어둠 속을 마지막으로 확인한 그녀는 피로하다는 듯 지면에 대자로 누

운채 예전보다 많이 부풀어 오른 자신의 배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내일쯤이면 알 수 있을 것 같군."

경철은 벽 한쪽 편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곳에 있는 것은 아직 물기가 남아있는 잠수복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그런 잠수복의 가슴 중앙에는 지겨울 정도로 자주 봐온.. '태양교단'의 문양이 확연하게 박혀져 있었다.

"그렇네.. 그쪽을 털어보면 대충 나오겠지.."

경철이 가리킨 잠수복을 바라보며 그녀가 중얼 거렸다.

"내일 일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단 지금을 걱정해야 할것 같은데요."

두 사람을 조용히 지켜보던 나라는 주변을 바라보 말했다.

엉망진창.. 이라는 말료 표현이 가능한 방안은.. 아무리 봐도 사람이 편하게 쉴수있는 상황이라고 할수 없는 모습이었다.

"....죄송합니다."

그런 참혹한 현장을 만든 장본인은.. 뭐라 변명할 말도 없다는듯 자리에서 일어나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여 사죄의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

그러고보니.. 미도를 납치해간 흡혈귀가.. 미도 거시기를 박살냈었죠..

만약 괴물같은 재생력이 없었으면 진짜로 성전환..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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