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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8 합류
길티의 맨얼굴을 보기 위한 작전이 실패하고 몇일 뒤..
평소와 같이 파수를 보고 있는 한솔의 표정은 상당히 어두웠다.
벌써 이곳에 정착하고.. 할배와 자드를 기다린지 2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에 떠내려간 할배와 자드는 여지껏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최대한 좋지 않은 생각을 떠올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려는 한솔이었지만 이 정도의 시간
동안 아무런 소식이 없는 상황에서.. 나쁜 생각을 배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
고.. 그에 따라 한솔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그리고 이 상태가 파수를 볼 때뿐만이 아니라.. 다른 때에도 계속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던 탓에 언제나 붙어 다니는 길티뿐만이 아니라 일과시간에 떨어져 있는 다른 4인조
도 한솔의 근심 어린 얼굴을 목격하게 됐다.
4인조는 언제나 밝게 웃는 한솔이 어두운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는 모습을 두고 볼 수
없었고 한솔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냈다.
근심의 원인.. 그들은 직접적으로 본 적은 없지만 한솔이 가끔가다 이야기하는 할아버지
와 자드라는 인물들이 강에 떠내려간 채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 한솔이 품고 있는 근심
의 원인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결론은 간단했다.
그 근심의 인물들을 한솔의 앞에 데려오면 되는 것이었다.
물론 문제는 여러 가지 있었다.
근심의 인물들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들을 찾으러 떠
나려고 해도 1주일에 한번 캡슐 안에 들어가지 않으면 몸의 세포가 붕괴되어 죽어버리
는 그들로서는 귀환의 시간을 따지면 외부로 나갈 수 있는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았기
에.. 할배와 자드를 찾아온다는 것은 상당히 비효율적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한솔의 저런 모습을 보고 있을 수 없었던 4인조는.. 조금
이라도 한솔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강의 '수색' 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인물들은 강에 떠내려 간 상태.. 물론 강에서 그 인물들을 찾아
낸다는 것은 그들이 시체일 때의 이야기겠지만.. 적어도 살아있다면 무엇인가의 단서나
흔적이 있지 않을까 하는 몹시 낮은 확률의 희망적 관측이 섞여 있었지만.. 아무것도
안 한 채 손가락을 빠는 것보다야 낫다고 생각했다.
다행히도 연구시설 안을 탐색하면서 발견한 각종 잠수장비들도 있었고 실전 경험은 없지
만 기술과 지식만큼은 확실하게 존재하고 있었기에 잠수하는 것 자체에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단지.. 전원이 나간다면 연구시설의 방비가 단숨에 약해졌기에.. 캡슐 안에 들어가 있
는 시간 등을 고려한다면 강의 탐색을 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한 명뿐 이었다.
그 탓에 한 명을 차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 이었지만 4인조 전원 자신이 하겠다
고 나서는 바램에 결국 제비뽑기로 인원을 착 출하기로 정해.. 탐색에 나서는 인원은
파도로 당첨됐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계획은 한솔이 몰래 진행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한솔이 안다면 이런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일을 허락할 리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양심에 찔렸지만 한솔을 속이기로 했다.
속이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애초에 그들은 로테이션으로 캡슐에 들어가 조정을 받는 기간이 존재하고 있었다.
보통은 2~3일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가끔 조금 더 오래 걸리는 때도 있었기
에 그 시간이 규칙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4인조는 이 시간을 속이기로 했고.. 아니나 다를까 한솔은 별다른 의심을 하
지 않은 채 파도의 조정기간에 대해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수긍했다.
그렇게 들키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 생긴 파도는 다른 이들의 배웅도
받지 않은 채.. 그날 저녁 장비를 챙겨 몰래 연구시설을 빠져나가 날이 밝을 때까지 건
물의 안에서 대기했고.. 날이 밝자마자 잠수 용의 장비들을 착용한 뒤 바로 강에 뛰어
들었다.
최근 비가 온 적이 없었던 탓인지 물살은 그 당시와 비교해 별로 강하지 않았기에 탐색
을 하기에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강의 이곳저곳을 관찰하며 앞으로 나아간 파도였지만.. 아직 초입 부여서 인지 흔적이라
고 말할 수 있는 물건은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기껏해야 눈에 들어오는 것은 누군가 버린 듯 보이는 가전제품이나 가구.. 그 외에는
자잘한 쓰레기 정도만이 눈에 들어왔고.. 한솔에게 들은 할배나 자드처럼 보이는 시체는
커녕 평범한 시체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파도는 해가 질 때까지 강 안에 들어왔다 나왔다를 반복하며 흔적을 찾아 헤맸지
만 아쉽게도 할배와 자드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는 물건은 단 하나도 발견할 수 없었
다.
쉽게 발견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너무 깔끔할 정도로 없어 낙담할 것 같
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해 가진 탓에 더 이상 탐색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파도는 강에서 나와 날이 밝을 때
까지 쉴 수 있는 곳을 찾아.. 연구시설에서 챙겨온 통조림을 먹은 뒤.. 다음날의 탐색
을 위해 곧바로 취침에 들어갔다.
그리고 다음날..
날이 밝자마자 눈을 번쩍 뜬 파도는 끼니를 때울 생각보다 먼저 장비를 챙겨 곧바로 강
에 향했다.
목적은 물론 탐색이었다.
파도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강에 뛰어들어 탐색을 시작했고.. 제법 긴 시간을 탐색했음에
도 불구하고 어제와 같이 별다른 특이점은 발견할 수 없었고.. 점점 해가 져 가는 것
을 확인하며 슬슬 밖으로 나올 생각을 한 파도였지만.. 그러던 중 확연히 눈에 띄는 것
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발견한 것은 '시체' 였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상반신'의 일부 만 존재하고 있는 시체였다.
제법 물에 오래 있었던 영향인지 시체의 상태는 좋다고 말할 수 없는 상태.. 평범한 감
성의 사람이 본다면 그대로 위안에 있는 물건을 게워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심각한 모습의 시체였다.
그러나.. 평범한 감성과 멀리 떨어진 파도의 경우 냉정하게 상반신밖에 남아있지 않는
시체로 다가가 그것을 살폈다.
보통 이 정도면 강안이 아니라 수면 위로 부상해도 이상하지 않을 터였지만.. 시체의
왼쪽 손목에는 쇠사슬이 감겨져 있었고.. 그 쇠사슬은 오토바이처럼 보이는 물건의 잔해
에 칭칭 감겨져 있는 것으로 보아 이것 때문에 수면 위쪽으로 가지 않은 모양이었다.
한솔은 불어터질 것 같은 시체를 유심히 관찰했다.
혹시 한솔이 말한 그 인물의 시체가 아닐까 싶어서였다.
물론.. 악어 머리를 손에 달고 있다는 몰라보기 힘들 정도의 개성적인 외형을 가지고
있는 할배와 자드를 구별 못할 리는 없었지만.. 이 시체는 왼팔만 존재했고.. 오른팔
은 어꺠쨰 뜯겨나가 있었기에 혹시 할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론을 말하자면 시체는 할배의 시체가 아니었다.
시체의 외견 자체가 토악질을 부르는 외형이기는 했지만.. 조사해본 바로 시체의 연령대
는 적어도 노인은 아니었기에 할배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단지.. 상반신만 남아있는 시체가 할배의 시체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했지만 파도는 이
시체가 할배와 자드에게 관련된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할 수가 있었다.
그 원인은 상반신만 남은 시체의 끝자락.. 원래는 하반신과 연결이 돼있어야 할 부위
때문이었다.
상태가 많이 훼손되어 확실하게라고 단정 지을 수 없었지만.. 상처의 단면이.. 흡사 상
어나.. '악어'에게 물어뜯긴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다른 요인일 수도 있지만.. 물에 떠내려가던 중 악어(자드)가 이 시체를 어떠한
이유로 물어뜯었던 것일 수도 있을 거라는 추측도 가능했다.
확실한 단서..라고까지 말할 수 없었지만 이틀 만에 그럴싸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
던 파도는 시체를 가지고 올라가 좀 더 자세하게 조사를 해볼까 하고 고민했지만.. 굳
이 더 조사한다고 해도 나올 것은 없다고 판단하고.. 해가 거의 다 지려고 하였기에 오
늘의 탐색은 여기서 끝내기로 했다.
탐색을 끝내고 강 위로 올라온 파도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하룻밤 쉴 수 있는 곳을 찾아
낸 뒤 그곳에서 간단한 식사를 끝낸 뒤.. 오늘 발견한 시체에 대해 떠올렸다.
만약 자신의 추측대로 그것이 할배와 자드의 흔적이라고 한다면.. 좀 더 나아간 하류
에 다른 단서가 남아있을 확률은 높았다.
문제는.. 남은 시간이 단 하루뿐이라는 것이었다.
과연 이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탐색을 할 수 있고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지는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내일에 관한 것으로 사색에 잠긴 파도... 였지만
"!?"
사색을 방해하는 뚜렷한 발소리에 눈빛을 날카롭게 한 채 숨소리를 줄인 파도는 들려오
는 발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서로 다른 발소리가 3개인 것으로 보아 인원은 3명.. 다른 2명의 발소리는 평범했지만
유독 다른 한 명의 발소리가 상당히 작은 것으로 보아 훈련받은 인간이라는 것을 파악
할 수 있던 파도는 지면에 놓아둔 나이프를 집어 든 채 소리를 내지 않게 문의 바로 옆
벽 쪽에 찰싹 달라붙은 채 귀를 기울였다.
명백하게 이쪽을 향해 오는 발소리로 보아.. 그들의 목적지가 자신이 있는 곳이라는 것
은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던 파도는 이대로 기습을 강행하기로 했다.
단지 명확한 적인지 아닌지까지 알 수 없었기에.. 일단 목숨을 빼앗는 것에 대해서는
뒤로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들려오는 그들의 말소리에 의해 그것을 앞당길 수밖에 없었다.
[변태새끼가 말한 연구소도.. 내일쯤이면 도착하겠군.]
굵고 거친 남자의 목소리
[박살낼 생각을 하니 좀이 쑤시네.]
이번에는 젊은 여성의 목소리
[검사기기만큼은 부수지 말아주세요..]
방금 전의 여성과는 또 다른 젊은 여성의 목소리
..들 이 각각 들려왔다.
파도의 예상대로 인원은 3명인 모양.. 이었지만 중요한 것은 인수가 아니라 그들이 말
한 내용이었다.
그들이 말하는 내용의 '연구소' 는 명백하게 자신들의 주거지를 뜻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주거지를 그들이 노리고 있다는 것도 대화 내용으로 명백하게 알 수가 있었
다.
즉 그들은 '적' 이라고 파악한 파도는 적의와 살의를 품은 채 쥐고 있는 나이프에 힘
을 담았다.
적이라고 판단된 이상 사정을 봐줄 필요는 없었기에.. 그들을 죽일 생각이었다.
숨을 죽인 채 벽에 딱 달라붙어있는 파도는.. 적이 들어오는 순간 그 목을 찌를 생각으
로 귀를 기울이며 적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점점 또렷해지는 발소리로 그들이 점점 가까워진다는 것은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내 발소리는 문 앞에서 뚝하고 멈춰 섰다.
이제 곧 저들이 문을 열고 들어올 것이다..라고 예상한 파도는 언제라도 나이프를 찌
를 수 있는 자세로 대기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올 것이라는 파도의 예상을 뒤엎듯 파도가 붙어있는 벽이 파괴되며 새하
얀 손이 불쑥 튀어나와 파도의 목을 정확하게 잡아냈고.. 그 상태 그대로 파도의 몸을
들어 올렸다.
예상외의 사태에 당혹스러운 파도였지만.. 그럼에도 이 가녀린 팔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웬만한 성인 남성은 상대도 안되는 근력을 가지고 있는 자신이 온 힘을 써도.. 가녀린
여성의 팔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잡았다 요놈!"
그리고 그런 파도를 비웃듯 무너져 내린 벽의 사이로 흑과 백으로 얼룩진 긴 머리카락
의 여성이 씩 하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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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승에서 돌아왔더니 남편이 고추를 때고 여자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