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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8 합류
자신의 군복을 벗으려던 길티는 이내 자신의 군복 단추에서 손을 땐 뒤.. 샤워기 쪽으
로 다가가 수도꼭지를 틀었다.
물이 튀지 않게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샤워기에서 시원하게 물이 흘러나오는 것을 물끄
러미 바라본 길티는 얼마 동안 그것을 지켜보기만 했다.
"뭐하는거야..?"
옷을 벗지도 않고 샤워기를 튼 것도 이상했는데 샤워기를 튼 채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
는 길티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던 한솔은 자신을 둘러쌓고 있느 4인조에게 물었다.
"(밑에 대야에 물을 받는 거 같은데?)"
이 5명 중 가장 신장이 큰 시도가 까치발을 들어 올려 안을 살핀 뒤 그 내용을 수첩에
적어 한솔에게 보였다.
"왜..?"
"(물절약을 위해서가 아닐까?)"
파도가 자신의 생각을 적은 수첩을 한솔에게 보였다.
연구시설에는 물도 전기도 나오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무한한 것은 아니었다.
현재로서는 인수가 적었기에 쓰는 양이 전과 비교해 극도로 적었기에 몇 개월간은 문제
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유한한 자원이라고 할 수 있는 이상 아끼는 것이 합리적이기
는 했다.
"(물에 불리기 위해서 아닐까?)"
이번에 의견을 낸 것은 솔도였다.
바로 빨래를 하는 것보다는 그전에 물에 담가 때를 불린 뒤 세탁을 하는 것이 더 효율
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샤워기의 수도꼭지를 잠근 길티는.. 드디어 군복의 단추에 손을 뻗
어 천천히 위 단추부터 아래까지 풀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군복의 단추를 남김없
이 푼 군복을 어색한 움직임으로 벗기 시작했다.
이곳저곳이 해져 낡아 보이는 러닝 차림이 된 길티는 벗은 군복 상의를 방금 전 받아
둔 대야에 담갔다.
"(솔도쪽이 정답이었네.)"
라도는 빠른 속도로 수첩에 적은 뒤 그것을 들어 올렸다.
그때 마침.. 군복 상의를 대야에 넣은 뒤 위에 걸친 러닝을 벗으려던 길티는 움찔하고
움직임을 멈춘 뒤.. 러닝에서 손을 땐 채 창문 쪽으로 천천히 다가와 그 앞에 섰다.
그 순간 거기에 있던 5인은 들켰나!?라는 생각과 함께 가슴이 철렁거리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이내 길티가 자신들을 본 것이 아니라.. 하늘 위에 밝게 빛나고 있는 만월을 바
라본 것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길티는 한동안 달을 올려다 본 뒤.. 등을 돌린 채 제자리로 돌아가... 다라고 생각했지
만 길티는 대야가 있는 곳을 지나쳐 어디론가 사라졌고.. 잠시 후 샤워실의 밝게 빛나
던 전등의 불빛이 단숨에 사라졌다.
"길티가 불을 껐어..! 들킨 거 아니야?"
한솔이 작은 목소리로 네 사람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다시 돌아왔어.)"
시도의 말에 한솔은 서둘러 달빛 외에는 아무런 불빛도 없어 잘 보이지 않지만.. 어렴
풋이 보이는 길티의 실루엣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도의 말대로 대야 쪽으로 돌아온 길티는.. 이내 방금 전과같이 러닝에 손을 뻗어 그
것을 벗어 조심스럽게 그것을 대야에 집어넣었다.
아무래도 들킨 것은 아니었고.. 빨래를 재개하는 모습이었다.
단지..
"불은 왜끈거야..?"
"(절약을 위해서 인거 같은데.)"
파도는 방금 전 자신이 내놓은 의견을 재차 적어 보였다.
처음에는 불을 켜놨지만.. 달을 본 뒤 바로 불을 끈 것으로 보아.. 만월의 달빛이라면
전등의 빛이 없어도 빨래를 하는데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여 불을 끈 것이라고 밖에 보이
지 않는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단지 본인이 아니기에 정답이라고 확정 지을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어찌 됐든 불을 끈 길티는 상의를 다 탈의한 후 하의 역시.. 속옷 하나 남기지 않고 전
부 탈의해 그것을 대야에 넣고 완전하게 알몸 상태가 됐다.
그러나 불을 끈 탓에 그 세부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그저 실루엣 정도만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기에 확실하게 볼 수 없었지만.. 한솔이 그토록 기대하던 '인형탈' 부분
만큼은 어두워도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옷을 세탁한 후 그다음 인형 타일을 세탁하려는 모양인지.. 길티는 인형탈 외
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는.. 어찌 보면 상당하게 변태스러울 수 있는 모습으로 대야
에 담긴 빨래를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그저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약 30분.. 정말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장작 30분을 불어 가는 빨래를 바라본다는 행
동으로 보낸 길티와 그런 길티를 30분 가까이 멍하니 봐야만 했던 한솔은 그 사이 몇
번씩이나 졸았다.
안 그래도 아이인 한솔이 새벽에 깨는 일은 극히 드물었기에 익숙하지 않았다는 것과 별
다른 움직임이나 행동을 보이지 않고 멍하니 있는 길티를 관찰하는 지루한 일이 합쳐진
거대한 수마가 계속해서 한솔이의 수면을 유도 했기 때문이었다.
자는 것도 아니고 깨있는 것도 아닌 비몽사몽 한 상태로 꾸벅꾸벅 거리며 길티를 지켜보
던 와중..
드디어 길티가 물끄러미 쳐다보는 것을 그만두고 제자리에서 쭈그려 앉아 빨래를 휘젓
는 행동을 시작했다.
그 탓에 밀려오는 잠을 날려버리듯 거칠게 고개를 흔든 한솔은 눈을 부릅뜬 채 길티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하지만.. 결국 길티가 하는 일은 손빨래..
그런 손빨래를 하는 것이 타인이 보기에는 그리 재밌는 장면은 아니었고.. 아이인 한솔
에게는 더욱더 그러했다.
그렇기에 한솔은 또다시 덮쳐오는 수마에 꾸벅꾸벅 졸 수밖에 없었지만.. 그런 한솔과
는 다르게 이런 일에는 익숙하기도 하고.. 지식은 있지만 실제로 빨래를 하는 것을 처
음 보는 4인조에게는 상당히 신선하고 색다른 경험이었다.
"(저런식으로 맑은물이 나올때까지 반복하는거군.)"
"(빨래판이란건 이용하지 않는건가?)"
"(길티의 악력이라면 굳이 필요없겠지.)"
"(저걸봐 드디어 세탁물에서 맑은물이 나오고 있어)"
라는 등 소리를 내지 않고 입술의 모양만으로 손빨래하는 길티의 모습에 감상평을 늘어
놓으며.. 상당히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고 있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한 길티는 세탁
을 끝낸 옷가지들을 물 한 방울 나오지 않게 꽉 짜낸 뒤.. 그것들을 바람이 솔솔 불어
오고 있는 창가 쪽에 쫙! 하고 펼친 뒤.. 묘하게 익숙한 손놀림으로 빨래를 창가 쪽에
걸어놨다.
의류의 세탁이 끝나고.. 드디어 남은 것은 한솔이 고대하던 인형탈만이 남은 상황..
4인조의 도움으로 잠에서 깬 한솔은.. 드디어 볼 수 있다!라는 일념으로 눈을 부릅뜬
채 길티의 다음 행동을 지켜봤다.
하지만.. 길티가 한 행동은 인형탈을 벗는 것이 아니라 대야에 담긴 물을.. 다른 대야
에 옮겨 담는 일이었다.
더러운 물을 하수구에 버리는 것도 아니고 그것을 일부로 다른 대야에 받는다는 행동 자
체가 이해할 수 없던 한솔은 4인조를 바라본 채 답을 요구하는듯한 눈빛을 보냈고.. 그
들은 각자의 생각을 수첩에 적어 한솔에게 보여줬다.
4인 모두가 조금씩 다른 말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최종적으로 길티가 더러운 물을 다
른 대야에 옮겨 담는 행위의 이유는 '절약' 이었고.. 한솔이를 제외한 4인조는 길티의
행동에 감탄하고 있었다.
심지어 길티가 전직 '메이드(가정부)' 혹은 주부가 아니었을까라는 추측조차 나올 정도
였다.
당연히.. 길티의 전직..이라고 할까 이런 몸 상태가 되기 전에는 입고 있는 옷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군인이었기에 그런 것과는 연이 없는 존재라고 할 수 있었고.. 살아있을
때와 현재 길티는 전혀 다른 존재라고 말할 수 있었기에.. 틀린 추측이었다.
어찌 됐든.. 한 방울도 흘리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다른 대야에 물을 전부 옮겨 담은 길
티는 조심스럽게 대야를 구석에 옮겨 놓았고.. 비어있는 대야에 재차 샤워기의 물을 받
기 시작했다.
"드디어..!"
이번에야말로 이 길티가 세탁할 물건은 단 하나.. '인형탈' 이라고 생각한 한솔은 졸음
을 단숨에 날려 보내고 말똥말똥한 눈으로 대야에 물이 차는 것을 기다렸다.
얼마 후..
대야에 물이 찬 것인지 수도꼭지를 잠근 길티는 한솔이 그토록 고대하던 인형 탈의 양손
을 뻗었고.. 아니나 다를까 그것을 벗은 뒤 대야에 집어넣었다.
드디어 보게 되는 길티의 맨얼굴..!
...이라고 생각한 한솔이었지만 생각해보니 불빛이 별로 없어 너무 어두운 상황에서 근
접한 것도 아니고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창문을 통해 보고 있는 탓에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는 현실과 맞닥뜨렸다.
분명 길티가 탈을 벗은 것은 확실했지만.. 싸인 팬으로 칠한 듯 길티의 얼굴은 물론이
고 그 전신이 검게 칠해진 것처럼 밖에 보이지 않았다.
"안.보.여...!"
화가 목까지 차올라 소리를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던 한솔이었지만.. 자신의 화를 가라앉
히듯 짧게 심호흡을 하여 그 화를 가라앉히며.. 어떻게든 길티의 맨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눈을 가늘게 뜬 채 샤워실 안을 주시했다.
하지만.. 평범한 인간인 한솔에게 이 어둠 속.. 그것도 이 거리에서는 현재 보이는 것
이 최선의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한솔은...
"이대로 돌입하자..!"
이렇게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끝낼 수 없던 한솔은.. 그냥 막무가내로 돌진해 그 얼굴
을 확인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4인조의 조언으로 인해 막무가내로 돌진하는 것은 그만두기로 했다.
길티의 경우 미각 촉각 통각 후각 같은 것이 퇴화됐지만 시각 청각만큼은 인간과 비교
해 몹시 발달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여기서 돌진하기 위해 소리를 낸다면 자신들의 존재를 눈치채고 허겁지겁 얼굴
을 감출 위협이 있다고 4인조가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일단은.. 샤워실의 근처까지 들키지 않고 접근 한 뒤.. 숨길 새도 없이 현장을 급습한
다.라는 것으로 탈바꿈한 계획을 위해 한솔은 시도의 등에 매달렸다.
한솔이 보통 사람보다 은밀 행동에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길티의 뛰어난 청각
에서 벗어날 수 있을 정도의 달인은 아니었기에.. 기술적으로 달인의 영역에 있는 시도
의 도움을 받아 근처까지 이동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숨과 발소리를 최대한 줄인 채 대야에 구겨 넣은 인형탈을 물끄러미 바라
본 채 서있는 길티가 있는 샤워실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4인조의 은밀 행동이 몹시 뛰어난 탓인지.. 혹은 길티가 방심을 하고 있었던 탓인지..
혹은 그 2개 다인지까지 알 수 없었지만.. 1층에 있는 샤워실의 창 근처까지 접근할
수 있었던 그들은.. 창 밑 쪽에 몸을 쫙 밀착 시킨 채 눈빛 교환을 한 뒤 고개를 끄덕
였다.
그리고는 누가 먼저라고 말할 것도 없이.. 동시에 열려진 창문을 통해 샤워실에 들어왔
다.
"그어어어어어어!!!??"
갑작스럽게 4인조와 그 4인조에게 엎혀진 한솔이 순식간에 자신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
자.. 길티는 당혹감이 섞인 비명 같은 소리를 내지르며 자신의 부끄러운 부분을 양손으
로 가렸다.
"길티이이이! 얼굴 보자아아아아!"
한솔이 시도의 등 뒤에서 뛰어내리며 길티의 모습을 확인했다.
한솔의 예상대로 길티의 피부는 재생되어 있었다.
그 탓에 옷으로 가려져 있었지만.. 잘 단련된 전신의 근육은 물론이고.. 남자의 상징이
라고 할 수 있는 부분까지 확실하게 그 눈에 새길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고대하던 길티의 맨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들어 올린 한솔은..
".............."
말문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부끄러운 곳을 가린..
물론 길티에게 있어 부끄러운 곳은 고간 부분이 아니라 얼굴이었기에 길티는 고간이 아
닌 자신의 얼굴을 양손으로 가리고 있었다.
하지만 한솔이 말문을 잃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다른 이유였다.
사춘기 소녀처럼 부끄러움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듯 알몸 상태로 몸을 배배 꼬는 길
티의 행동 때문도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보면.. 근육질 남자가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니 말문이 막힐 수 있을지 몰
랐지만 이런 이유도 아니었다.
한솔이 말문이 막힌 진짜 이유는 바로 길티의 얼굴.. 인형탈을 벗어 맨 얼굴이어야 할
길티의 머리에는... 또 다른 탈이 씌어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탈이 아니라.. 검은색의 '봉지' 였다.
눈 2개와 입만을 뚫어놓은.. 수상하기 짝이 없는.. 근육질의 알몸과 합쳐져 그 수상함
을 배가 시키는 비닐봉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왜....!!!??"
한솔은 길티의 얼굴.. 눈과 입 쪽이 뚫려있는 비닐봉지를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
지를 수밖에 없었다..
극도의 수면에 참고 싸우며 버텨냈는데도 불구하고.. 인형 탈 안아서 나온 것은 검은
색 비닐봉지라니.. 이 답답하고 화가 나는 감정을 표출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극도의 표출로 한솔의 몸이 한계에 온 것인지.. 한솔은 길티의 얼굴을 가
리킨 그 자세 그대로 소리를 내지르며 '기절' 했다.
즉.. 마지막의 행동으로 안 그래도 한계였던 한솔의 배터리가 방전된 것이었다.
쓰러지는 한솔의 몸은 주위에 있던 4인방이 받쳐주었기에 별다른 상처 나 부상은 입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어어어!?"
갑자기 한솔이 뭣도 모르고 소리를 내지른 뒤 기절을 한 모습을 지켜본 길티는 얼굴을
가린 것도 잊은 채 한솔의 몸 상태를 살피기 위해 허겁지겁 달려왔다.
분명 몹시 걱정되어하는 행동이었지만..
비닐봉지(눈입만 뚫려있는)를 뒤집어쓴 근육질의 알몸 남자가 어린 여자아이에게 손을
뻗은 채 달려오는 그 모습은.. 상당히 위험한 인간을 연상케하는 모습이었다.
""""(변태군.)""""
그리고.. 4인조는 그런 길티의 모습을 단어 한마디를 사용해..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내뱉으며 한솔을 변.. 아니 알몸의 길티에게서 감추듯 앞을 가로막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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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요약
길티..
알몸 메이드 봉지 성공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