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좀비 얼론 (Zombie Alone)-170화 (170/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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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8 합류

하루의 일과를 끝낸 저녁 시간..

아침식사 이후 각자가 맞은 일로 인해 얼굴을 볼 기회가 없었던 그들이 겨우 한자리에

모일 수 있었다.

모인 장소는 정문에서 조금 떨어진 초소 건물..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바로 반응할 수 있도록 정문에 가까운 초소를 생활에 맞게 개조

한 공간이었다..라고는 하지만 넓이가 넓이인 만큼 다른 것보다 대부분이 쾌적한 수면

을 취할 수 있게 최적화된 공간이었다.

그 탓에 조리기구들까지 넣을 공간이 없어.. 번거롭지만 식사는 모두 정문에서 꽤나 떨

어진 취사실에서 해결해야 했다.

걸어서 못해도 10~20분 정도는 걸어야 되는 거리로.. 그다지 좋다고 볼 수 없는 동

선.. 이었지만 이동 수단을 가지고 있는 그들에게 있어 그렇게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

다.

참고로 이동 수단은 차종은 아니었다.

연구시설 내에 분명 다른 이동 수단도 있기는 했지만.. 대형 트럭과 헬기뿐이었다.

대형 트럭의 경우 문제없이 움직이기는 했지만.. 크기가 크기인지라 부지 내에서 운전하

기 몹시 불편했고.. 헬기의 경우 말할 것도 없었으며.. 애초에 헬기의 경우 고장이 난

상태였기에 라도와 솔도가 시간이 날 때마다 수리 중인 상황이었다.

그렇게 대형 트럭과 헬기를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남은 이동 수단은 단

한 개로..

그 이동 수단은 다름 아닌 '전차' 였다.

그가 사제 폭탄으로 지면과 함께 뒤집어버려 무력화 시켰던 바로 그 전차였다.

연구시설 부지 내의 중앙에 떡하니 뒤집어진 채 있던 물건을 라도와 솔도가 제대로 돌려

놓은 것으로.. 안에 있던 조종사들은 뒤집힐 때 죽은 것인지 머리에 피를 흘린 상태로

죽어있거나 목이 꺾이면 안되는 방향으로 꺾여 죽어있었다.

만약 방탄 모든 안전 모든 무엇인가 보호하는 것을 쓰고 있었다면 살수 있었을지 몰랐지

만.. 아무래도 그런 안전대책까지 생각하지 않은 것인지.. 안에는 그럴싸한 물건도 없

었다.

물론.. 만약 살아있었다고 하더라도.. 어찌 보면 더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할 확률이

높았기에 차라리 그때 죽은 것이 오히려 잘 된 것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어찌 됐든 뒤집히기는 했지만 운용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는 전차는 그들에게 현재 절찬

리 이동 수단으로서 활용 중이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의 병기를 출퇴근 자전거 마냥 굴리는 것이 사치라고 밖에 말할

수 없지만..

어찌 됐든.. 일과를 끝내고 숙소에 모인 그들은.. 원래라면 4인용으로 제작된 테이블

에 6명이 둘러앉은 채 식사를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4인용을 6인 이서 쓴 탓에 상당히 답답해 보였지만.. 공간상으로는 이 정도 테이블밖

에 놔두지 못 했던 터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오늘의 저녁 메뉴는 쌀밥과 야채샐러드 단무지.. 그리고 돈가스라는 외식으로 먹는 것

같은 구성으로 가게에서 파는 음식처럼 조금 큰 접시 위에 반찬이 1인분의 분량씩 옹기

종기 담겨 있었다.

그 탓에 평소에도 좁았던 테이블이 오늘따라 삐져나올 정도로 꽉 차져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좁아 터지고 불편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불만을 토해내는 이는 없었

다.

물론.. 실제로 좁기에 그런 불만을 말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기는 했지만.. 그들에

게는.. 특히나 계이름 4인조에게 있어서 그럴 여유는 없었다.

눈앞의 구수한 기름냄새와 황금빛이 감도는 먹음직스러운 튀김옷.. 취사실에서 만들어

탱크로 곧장 운반한 덕택에 아직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는 눈앞의 음식에 마음

을 뺏긴 그들에게 좁고말고는 상관이 없었다.

그저 침샘을 자극하는 이 눈앞의 음식을 당장이라도 먹고 싶다..라는 일념뿐이었다.

"그럼.. 먹자!"

한솔도 4인조 만큼은 아니었지만.. 1년만.. 아니 1년밖에 안됐지만 더 오래 느껴질 정

도의 옛일을 떠올리게 하는 먹음직스러운 음식에 침샘이 자극됐기에 서둘러 식사의 시작

을 알렸다.

그와 동시에 4인조는 각각 든 포크와 나이프를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

여 두툼한 고기를 썰어 내어 입안에 넣어 무시무시한 속도로 저작하며 빠르게 접시 안

의 음식을 비워갔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접시를 비워가는 4인조와 다르게 한솔은 바삭거리는 튀김옷의 소리

를 즐기며 잘라낸 두툼한 고기를 음미하듯 천천히 씹어갔다.

"맛.있.다~"

농후한 기름과 고기의 맛에 한솔은 뺨에 손을 댄 채 즐거움이 가득 찬 목소리를 흘리

며 접시 위의 요리를 바라봤다.

먹음직스러운 요리에 어울리는 훌륭한 맛이었다.

그야말로 두고두고 계속해서 먹고 싶어지는.. 요리의 양이 줄어드는 게 너무 아까울 정

도의 맛이었다.

"잘 씹어먹어야지.."

언제 다시 먹어볼지 모르는 맛을 혀와 머리에 확실하게 각인시키기로 마음먹은 한솔은

포크와 나이프에 집중해 두꺼운 고기와 튀김옷을 썰어 그 조각을 입안에 넣으려는 순

간..

테이블이 거칠게 흔들리며 위에 있던 빈 접시들이 바닥을 향해 낙하했고.. 돈가스 조각

을 입에 넣으려던 한솔은 당황스러웠지만.. 그럼에도 본능적으로 떨어지려는 접시를 잡

았기에 참사(?)가 일어나는 것은 멈출 수 있었다.

"휴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린 한솔이였지만..

고개를 들어 올린 난장판에 그 안도도 단번에 사라졌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개싸움' 이었다.

파도 솔도 라도 시도 4명이 서로에게 포크와 나이프를 휘두르거나 찌르거나 하며.. 적

이고 아군이고 없이.. 서로에게 적의와 살의를 내뿜으며 난장판을 벌이고 있는 상태였

다.

그 광경에 한솔은 뭐라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식기도구인 포크와 나이프를 양손에 들었을 뿐인데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

의 빠른 움직임으로 서로의 몸을 찌르고 베려고 하는.. 멋이고 나발이고 없는 난장판

의 싸움 같았지만.. 실상은 종이 한 장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상대방의 공격을 피해 가

며 상대방의 급소를 노리는 진검승부에 넋을 놓아 버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자신의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 제정신을 차린 한솔은 이들이 식사 중에 왜 갑자기 이런

피비린내가 물씬 풍길 것 같은 난리를 치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어찌 됐든 말리

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 한솔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만! 그만해!"

한솔은 그들은 말리기 위해 큰 목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싸움에 집중하고 있는 것과 시끄럽게 부딪치는 포크와 나이프와 목재 바닥을

쿵쾅거리는 여러 가지 소리에 의해 그들에게 닿지 않았고.. 그들은 계속해서 시끄러운

소리를 흘리며 피 말리는 살육전(?)을 이어갔다.

"으음..."

외치는 것만으로 그들을 말리는 것은 무리일 거라고 판단한 한솔.. 이었지만 차마 저

무지막지한 전장의 사이에 들어갈 자신은 없었다.

"길티.. 말려줘!"

그렇기에 한솔이 택한 방법은 자신의 조금 떨어진 곳에 서있는.. 이 와중에 자신의 접

시를 안전하게 확보하고 있는 길티에게 부탁하는 것이었다.

한솔의 부탁에 길티는 양손으로 공손하게 들고 있던 접시를 한 손으로 바꿔 든 뒤 조용

히 붕대 투성이의 한 손을 테이블 아래쪽으로 뻗고는.. 그대로 테이블을 거칠게 뒤집

어 엎음과 동시에 그것을 앞쪽으로 날렸다.

밥상 뒤집기.. 아니 테이블 뒤집기를 시전한 길티에 의해 날아간 테이블은 한참 전투

중인 그들을 향해 똑바로 날아갔고.. 물리적인 공격을 본능적으로 파악한 그들은 전투

를 멈춘 채 테이블을 피하기 위해 각자가 이곳저곳으로 흩어지며 테이블의 범위에서 벗

어났다.

자신들을 향해 테이블이 날아온 것에 의해 자연적으로 싸움을 멈춘 그들은 눈을 껌뻑이

며 한솔과 길티를 바라봤다.

"그만 싸워!"

자신에게 시선이 집중된 것과 동시에 조용해진 공간에 한솔의 일갈이 울려 퍼졌다.

한솔의 노기 어린 목소리에 놀란 그들은 몸을 움찔하고 반응하며 혼난 강아지처럼 한솔

의 눈치와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몸을 움츠렸다.

"밥먹다 말고 왜 싸우는거야!"

한솔이 재차 일갈하자 몸을 움찔하고 반응하면서도.. 그들은 의사소통용으로 배치하고

있는 수첩과 펜에 빠른 속도로 무엇인가를 적은 뒤 거의 동시에 한솔에게 수첩을 내밀었

다.

한솔은 내밀어진 수첩에 적힌 글귀들을 왼쪽에서부터 차례대로 읽어내려갔다.

"시도가..고기를 빼앗아갔다. 파도가 고기를 빼앗았다. 솔도가 고기를 훔쳤다. 라도가

고기를  훔쳐먹었다."

차례대로 내용들을 읽은 한솔은.. 그 글귀들에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즉.. 이 피비린내 물씬 풍기는 싸움의 원인은 서로의 고기를 빼앗아먹고 빼앗긴 탓이었

다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남의껄 빼앗으면 안 돼! 그런 건 나쁜짓이야!"

한솔이 방금 전 보다 더욱 노기를 담은 소리로 외쳤고 그들 역시 방금 전보다 더욱 주

눅 든 모습으로 어깨를 늘어트렸다.

한동안 그렇게 주눅 든 그들을 노려보던 한솔은.. 어쩔 수 없다는듯한 표정으로 자신

의 접시.. 먹음직스러운 돈가스가 담겨있는 접시를 내려다봤다.

그런 한솔의 얼굴에는 상당한 고뇌와 고민의 색이 깃들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내.. 해탈한듯한 표정과 함께 쓴웃음을 지은 한솔은.. 길티에게 테이블을 원

래대로 돌려달라는 부탁을 했고.. 길티는 별다른 반응 없이 날아간 테이블을 힘들이지

않고 한 손만으로 들어 올려 원래의 자리에 세팅했다.

한솔은 제자리에 돌아온 테이블 위에 조용히 자신의 접시를 내려놓은 뒤..

포크와 나이프로 접시 위에 있는 먹음직스러운 돈가스를 눈대중으로 비슷하게 4등분으

로 만들었다.

그리고는 그 접시를 한 손으로 들어 올린 상태로 주눅 든 그들에게 조용히 다가간 뒤..

"다들 아~ 해!"

의미를 알 수 없는 갑작스러운 명령에 어쩔 줄 모르는 듯 우물쭈물하던 그들은.. 한솔

이 지긋이 바라본 탓에.. 일단은 하라는 대로 입을 벌렸다.

전원이 입을 벌린 걸 확인한 한솔은 아무 말 없이 4등분 한 돈가스를 포크에 찍어 1인

당 한 개씩 공평하게 입에 넣어줬다.

"사이좋게 나눠먹었으니. 이제 싸우지마?"

한솔은 방금 전까지 화내던 표정을 지운 채 밝게 웃었고.. 그제야 한솔의 의도를 확실

하게 알 수 있었던 그들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입안에서 파삭거리는 튀김옷의 식감

과 고기의 육즙을 느끼며..

"(신인가..?)"

라고 중얼거렸다.

조금.. 아니 아주 많이 오버스럽기는 했지만..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어찌 보

면 당연한 일이었다.

언제나 억압되고 구속된 채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는 취급을 당하는 그들에게 있어서

욕구는 오로지 '생존' 에 관련되어 있었다.

죽고 싶지 않다.라는 생물로서는 당연한 욕구뿐이었던 그들은.. 그가 자신들을 구해줌으

로써 복수욕에 불타 그를 도와 연구시설 내부를 들쑤셨다.

그러나 전원이 다 죽음에 따라 그 욕구도 시들시들 해진 그들은 처음 먹어보는 제대로

된 음식에 사로잡혔고.. 그에 따라 새로운 욕구가 그들을 채웠다.

그것은 다름 아닌 식욕..

복수나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저 맛있는 것을 먹어 위와 혀를 만족시키고 싶다

는 욕구..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욕구이기는 했지만.. 그저 사는 것만이 목표였던 그들에

게 있어서는 사는 것 외의 주 목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몹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

었기에 방금 전의 난장판.. 보통 사람이라면 웃으며 넘기거나 적당하게 화를 내며 끝

날 일이 서로의 목숨을 노리고 노려지는 지경까지 온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맛있는 음식을.. 아무런 대가도 없이 자신

의 몫을 자신들에게 나눠주는 한솔은.. 종교에 등장하는 자애와 자비로 가득 찬 신을

연상케 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로 신은 있는거였군.)"

지식은 있어도 종교 따위 믿을 리 없는 그들은.. 눈앞에 강림(?) 한 신을 존경과 경의

의 눈빛으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런 것을 모르는 한솔은 무엇인가 중얼거리며 자신을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는 4인

조의 반응에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 뒤 먹음직스러운 돈가스가 사라진 자리를

조금 슬픈 듯 바라봤다.

자신도 1년 가까이 제대로 된 음식을 별로 먹지 못한 채 썩기 직전의 사체를 먹으며 버

텨왔기에 그들의 마음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던 한솔은.. 자신의 음식을 나눠주기

는 했지만 역시 미련이 안 남을 수는 없었기에.. 돈가스가 사라진 빈자리가 너무나도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그때..

한솔의 슬픈 듯 보이는 등을 길티가 손가락으로 쿡쿡 찔렀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뒤를 돌아본 한솔은 자신에게 내밀어진 접시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이건 길티꺼잖아?"

아직 손도 되지 않은 돈가스에 시선이 고정된 채면서도 한솔은 먹고 싶은 욕망을 마음

속 깊은 곳으로 가라앉히며 길티에게 말했다.

"나..나나나..마마맛...자잘..모..모른..모른다..하..한솔...배고.고프다...먹..먹

어.."

시각과 청각 외에는 거의 모든 감각이 퇴화된 길티는 자신보다 한솔이 먹는 게 더 날

거라고 판단하고 그것을 한솔에게 양보했다.

한솔은 내밀어진 그 접시와 길티의 인형탈을 번갈아보며 바라보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

며 접시를 받을지 말지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고... 보다 못한 길티는 조용히 접시를 한

솔의 손에 반강제로 쥐여준 채로 넘겼다.

"하..한..한솔..먹..먹어.."

길티의 단호한 한마디에 결국 굴복한 한솔은 입에 고인 침을 꿀꺽 삼킨 채 식었지만 여

전히 좋은 냄새를 풍기는 돈가스를 흐뭇한 얼굴로 바라봤다.

""""꿀꺽...""""

그와 동시에 한솔의 뒤편에 서있던 4인조가 그 돈가스에 또다시 식욕이 자극된 것인지

방안이 울릴 정도로 군침을 삼키는 소리가 흘렀다.

한솔은 그 소리를 낸 장본인들과 접시에 담은 돈가스.. 그리고 길티의 인형탈을 바라

본 뒤.. 결심한 듯 그것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포크와 나이프로 낑낑거리며 6조각으

로 나누었다.

"다같이 먹자!"

6등분으로 나누는 작업을 끝낸 한솔이 미소 지으며 그런 제안을 한순간..

""""(신이다..!)""""

4인조 전원이 한솔을 향해 절을 하기 시작했고.. 동시에 그들의 마음속에서 한솔=신이라는 공식이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 작품 후기 ============================

이번화 요약 갓한솔!? 그림자 갓길티!

그런데 한솔한테는 미도가 신격 존재니까..

그럼 신의 신..? 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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