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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8 합류
문 안쪽의 존재들.. 그와 똑같은 생김새의 그들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던 한솔이었지만 이내 그들이 그와는 다른 존재들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애초에 그들 전원이 그의 화려한 금발과는 다른 새카만 흑발이었고 똑 닮긴 했지만 연령
대도 심지어 성별까지 다른 존재가 있었기에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미도 오빠가.. 아니야."
흐트러졌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한솔은 냉정한 태도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한솔의 말에 길티는 더욱더 경계를 높이며 날카로운 목소리를 흘리며 언제라도 그들의
공격에 한솔을 지킬 수 있게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며 구멍 안으로 보이는 날카로운 무기
를 예의 주시했다.
그를 닮은 존재들에게 날카로운 경계와 적의를 드러내는 두 명과는 다르게.. 안쪽에 있
는 존재들은 방금 전과는 다르게 한솔과 길티에 대한 경계의 태도를 조금 낮춘 모습으
로 서로를 곁눈질하며 말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애매했지만 무엇인가 의견을 교환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에 따라 그들이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 것이라고 착각한 한솔과 길티는 더욱더 경계의
자세를 높였다.
하지만 실상은..
"(어떻게 생각해?)"
"(미도 오빠라고 친근하게 부르는 걸로 봐서 적일 확률은 낮다고 생각해)"
"(미도가 우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은 걸까?)
"(아니면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걸지도 모르지)"
제대로 된 소리가 아니었지만 그들 전원은 입모양과 소리의 형태로 의사소통이 가능했었
기에 한솔과 길티를 경계하면서도 서로의 입모양을 주시한 채 의견을 나누었고 한솔과
길티가 적일 확률이 몹시 낮다고 판단하고 대화를 시도해보기로 의견이 맞춰졌다.
단지 낮다고 판단한 것뿐이지 적이 아니라고 단정 지은 것은 아니었기에 여전히 흉기들
을 겨눈 채 경계의 자세를 유지했다.
"(미도의 지인인가?)"
시도가 대표로 한솔과 길티를 향해 소리를 높여 말했다.
하지만..
"뭐,뭐라는거야..?"
"그으으..?"
한솔과 길티의 주변에 입술 모양만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했던 존재들(그와 할배)이 있었
던 반면 한솔은 물론 길티 역시 그런 스킬은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시도가 내뱉는 말
의 의미를 조금도 이해할 수 없었던 그들은 그저 의아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 것 같아.)"
구멍 안에서 한솔과 길티의 상태를 보던 시도는 다른 일행들에게 상황을 전했다.
"(글로 전달하자.)"
"(필기가 가능한 물건은 있을까?)"
한솔과 길티에게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그들은 그 대신 글로써 그들에게 의사를
전달하기로 했지만.. 방안에는 필기도구도 종이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들이 사용한 방법은 자신들이 캡슐에 들어가기 전 입고 있던 조금 더러워진
백의의 종이로 하고 손가락을 물어뜯어 상처를 낸 뒤 거기에서 흐르는 피를 펜으로 하
여 짧은 말을 백의에 적었다.
하얀 백의에 적힌 피의 글씨.. 이래저래 범인이 생각해낼 수 없는 방식으로 태연하게
백의에 글을 적은 그들은 조심스럽게 그것을 문 밖에 있는 길티와 한솔에게 잘 보이게
펼쳤다.
더러워진 백의에 피로 적힌 붉은색 글씨는 이러했다.
'우리 미도 아군 너 지인?'
4명분의 상처를 이용했기는 하지만 후반부에 피가 모자랐던 것인지 앞의 선명한 글씨에
비교해 흐릿했지만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니었기에 한솔은 그 글귀를 읽을 수 있었다.
"..............."
하지만 당연하게도 한솔은 그 말을 신용할 수 없었다.
애초에 그와 할배 그리고 자드에게서 일단 사람을 의심하고 봐라라고 가르침을 받고 충
실하게 그것을 이행하고 있는 한솔이 그들을 의심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의심만 하고 믿지 않는다는 것도 아니었다.
한솔은 품에서 손바닥 크기의 수첩과 그곳 사이에 껴진 펜시한느낌의 펜이 껴져있는 필
기도구 세트를 꺼낸 뒤 그것을 힘껏 구멍 사이로 내던졌다.
처음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기에 화들짝 놀라 하며 잔뜩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
던 그들은 그것이 필기도구라는 것을 알고는 그것을 주워들었다.
저쪽의 말이 통하지 않았기에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한솔의 대책이었다.
계속해서 혈서를 쓰는 걸 기다리다가는 어느새 날이 질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한솔과 그들의 질답에 대한 시간이 시작됐다.
한솔은 가장 먼저 그들과 그의 외모가 똑같은 점에 대해 물었고.. 그들 역시 확실하다
고 할 수 없었지만 정황상 자신들과 비슷한 존재라는 인식으로 '클론' 이라는 단어 하
나로 그에 대한 것에 대답했다.
단지.. 아이치고 똑똑한 한솔이었지만 클론이나 복제인간 같은 개념에 대해서 이해를 하
지 못하는 모습이었기에 그들은 '형제' 비슷한 것이라는 애매모호한 설명으로 한솔을 어
느 정도 납득시킬 수 있었다.
그 후 한솔은 그와 그들의 관계에 대한 것을 캐물었고 그들은 솔직하게 그가 실험도구로
서 사용되던 자신들을 구해주었고 같이 연구소를 들쑤셨다가 탱크의 포탑에 부상을 입
어 치료를 위해 캡슐 안에 들어가 있었다는 일렬의 일들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반대로.. 한솔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들 역시 한솔이 그의 아군이라는 확신을 가지
고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의심을 품고 있었던지라.. 한솔과 그에 대한 관계에 대해 질
문을 받았고 그에 대해 한솔 역시 거짓 없는.. 그에 의해 구해진 사실을 간략하게 전달
했다.
그에 의해 구출된 공통점인 탓에 의심이 완전하게 없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묘한 공감대
가 생성된 두 집단의 분위기는 아까와 비교해 조금 느슨해진 상태였다.
그 이후 장장 2시간.. 수첩의 공간이 거의 없어질 때까지 서로의 의심을 없애는 작업
을 하던 그들은 최종적으로 서로를 신뢰하기로 했다.
[그럼 미도는 납치당한 거야?]
문에서 나와 한자리에 모인 그들은 식당으로 돌아와 가득 담긴 야채를 씹어먹으며 공통
분모인 그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물론 말이 통하지 않았기에 그들의 모든 대화는 필담으로 진행됐다.
"나도 확실히 몰라.. 길티도 하얀 머리 여자랑 싸우는 것 밖에 못 봤대.
배추의 잎을 뜯어내며 한솔은 침울한 얼굴로 답하고는 인형탈안에 배춧잎을 욱여넣고 있
는 길티를 바라봤다고 그 시선을 눈치챈 길티는 배춧잎을 단숨에 먹어 치운 뒤 한솔의
말을 긍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주..주이이인..머머멀리리리....이..이이있...다아다다다."
어색한 기계 음성 같은 목소리로 말하며 길티는 그가 느껴지고 있는 방향 쪽으로 고개
를 돌린 채 말했다.
"(하얀머리.. 소장인가..)"
그와 마지막으로 싸웠던 존재가 누구인지 아는 그들의 얼굴은 불쾌감과 동시에 타오르
는 분노로 일그러졌다.
그들에게 있어서 그 여성에게 좋은 감정을 떠올리는 일이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일을 당
했기에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가 끌려갔을 확률이 몹시 높다는 판단 재료가 되기도 했다.
"맞아! 나랑 같이 미도 오빠를 구하러 가자! 나중에 올 할아버지랑 자드한테는 편지를
써 두면 되잖아!"
한솔은 저작된 배춧잎들이 세차게 튀어나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상
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자신과 길티 둘만으로는 위험하다고 판단됐기에 할배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들과 함
께라면 전력은 충분하다고 생각했기에 나온 말이었다.
길티 역시 그 말에 잠시 생각을 하는 듯 물끄러미 한솔을 바라보더니.. 이내 허락의 뜻
으로 고개를 끄덕여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한솔과 길티와는 반대로 그들.. 파도 솔도 라도 시도 4명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았
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면목없다는 듯..상당히 침울해진 분위기를 감돌게 하며 각자의 얼굴
을 바라볼 뿐이었다.
"같이 안 갈 거야!? 미도 오빠가 구해줬잖아!"
아무리 봐도 수긍하는 반응이 아니었던지라.. 한솔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노발대발
목소리를 높이며 그들을 추궁했다.
그들의 이야기로 그가 그들의 은인인 것은 확실했고.. 현재 은인인 그가 위험한 상황인
데도 불구하고 행동하려 하지 않는 그들의 행동에 화가 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입에서 나온 말에 한솔은.. 사과의 말을 입 밖에 꺼낼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여기서 떨어질 수가 없어.. 1주일에 한 번 이상 캡슐에 들어가지 않으면 우
린 죽어버려)"
그들이 주저했던 이유를 알게 된 한솔은 급격하게 얼굴이 식어가는 것을 느끼며.. 조용
히 고개를 숙여 사과의 말을 건넸다.
그를 구하고 싶다는 마음은 간절했지만.. 웬만한 어른보다 악착같이 살아온 한솔은 자신
의 목숨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안.. 우리도 도움이 되고 싶지만.. 가다가 죽어버릴꺼야.):"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하루 이틀 정도의 거리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한
상황에서 목적지에 도달하기도 전에 자신들이 절명할 확률은 몹시 높았다.
즉.. '개 죽음'
그들 역시 자신들을 구해준 그에게 은혜를 갚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기껏 산목숨
을 그런 식으로 어이없게 사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아,아니야! 괜찮아! 할아버지랑 자드가 올 때까지 기다리면 되니까!"
기껏 품었던 희망의 성이 단숨에 무너져 버려 침울한 기분이 드는 한솔이었지만 그럼에
도 불구하고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 그 우울함을 억지로 날리듯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기다림은 초조했지만 그럼에도 할배와 자드가 꼭 올 거라는 믿음을
가진 한솔은 조만간 올 할배 그리고 자드와 함께 그를 구하러 갈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때까지 날 도와줘!"
무력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불안했던 한솔이었지만 힘센 길티와..
그와 비슷하게 다재다능한 그들이 있다면 할배와 자드가 합류할 때까지 무엇인가 도움
이 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것이 어떤 것인지 아직까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 한솔이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은 이제 지긋지긋 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도와줄게.)"
그들 역시 그에게 구해진 은혜가 있었기에.. 그를 구하러 가지 못하는 자신들의 불안정
한 몸에 원망하고 있던 차 한솔의 그 요청은 그들에게 있어서도 반가운 말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단 1초의 고민도 하지 않고 한솔의 그 말에 수긍했다.
"고마워!"
몹시 긍정적인 그들의 반응에 기쁜 한솔이 함박 미소를 지으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럼 일단... 야채 말고 더 맛있는 걸 먹자!"
야채가 맛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많은 재료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생야채를 뜯
어먹는 것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좀 더 맛있는 음식을 먹고 힘을 내자는 취지
로 꺼낸 말이었다.
그리고.. 그런 한솔의 의견에.. 거절하는 이들이 있을 리는 없었고 다재다능한 그들답
게 한솔의 의견에 따라 주방을 분주하게 움직이며 하나둘 재료에 맞는 조리된 요리들이
하나둘씩 만들어져갔다.
그들은 오랜만.. 혹은 처음으로 먹는 따뜻하고 맛있는 요리들을 접시조차 먹는
게 아닐까 하는 정도로 게걸스럽게 먹어치워갔다.
최근들어 조용히 식사를 하던 한솔에게 있어서는 이런 시끌벅적한 식사는 오랜만인탓에 상당히 즐거웠고.. 그들 역시 이런식으로 모여 식사를 하는것은 처음의 경험이었기에 상신선할수 밖에 없었고.. 그들은 그렇게 즐거운 분위기속에서 작은 파티를 연상캐하는 느낌으로 짧은 하루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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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아쉽지만 계이름 전대는 정식 파티원이 아니었습니다!
일종의 npc..? 나중에 상당히 큰 일에 도움을 주는 역활을 하긴 합니다만..;;
어찌됐든 초반에는 한솔 길티 계이름전대의 일상 이야기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즐겁게 읽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