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좀비 얼론 (Zombie Alone)-166화 (166/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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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7 에필로그

다음날..

분주하게 움직이며 활동하던 사람들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 연구시설의 정문 입구에

2개의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양이 마스코트 인형탈을 쓴 군복의 남자와 그런 남자의 손을 굳게 잡고 있는 귀여운

여자아이라는 기묘하기 짝이 없는 조합의 두 사람은.. 다름 아닌 길티와 한솔이였다.

원래대로라면.. 이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도망을 가있어야 할 두 사람이었다.

실제로 전날까지 두 사람은 원래 있던 장소에서 몇 킬로나 떨어진 곳까지 도망을 갔었

던 참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와 할배가 돌아올 낌새는 보이지 않았고.. 길티 역시 묻는 말

에 질문을 회피하는듯한 행동을 취했기에.. 한솔은 꿈에서 봤던 그 '참상'을 떠올리게

됐다.

한솔이 꾸었던 악몽..

그도 할배와 자드도 참혹하게 죽어버리는 악몽..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끔찍한 꿈의 내용을 떠올리며

한솔은 길티에게 연구시설 쪽으로 돌아갈 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길티는 고개를 저으며 그 부탁을 거절했다.

주인인 그의 명령과 본능적으로 여성이 압도적인 존재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던 길티는

그 위험하기 짝이 없을 마굴에 데려가는 것은 안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만류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연구시설로 향하려는 한솔의 고집에 길티는 어쩔 수

없이 한솔을 데리고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가면 한솔이 무모하게 그 위험한 곳에 혼자 향할지 몰랐기에.. 그렇다면 차라

리 자신이 옆에 붙어있는 편이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제대로 쉬지도 않고 달빛 하나만을 의지하며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새벽쯤에야 원래에 진을 치고 있던 장소까지 도착한 한솔과 길티는 고층의 빌딩 위에서

그가 두고 간 망원경으로 연구시설을 관찰했다.

그나 할배 자드는커녕..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인영은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그나마

움직이는 것이라고 한다면 사지가 역방향으로 꺾인 채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한 채 그저

입만 뻐끔뻐끔 거리는 게 전 부인 좀비 몇 마리 정도였다.

위협이 없다고 판단한 한솔은 길티와 함께 무기가 가득 들어있는 배낭을 짋어진 채 연구

시설의 정문으로 향했다.

멀리서 봤을 때와는 다른..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정문에 선 한솔은 알 수 없는 불안감

을 느끼며 붕대에 감긴 길티의 손을 꽉 잡았다.

"미도 오빠.. 죽었어?"

길티의 잡은 손에 더욱더 힘을 준채.. 한솔은 계속 피하고 있던 직접적인 질문을 길티

에게 물었다.

"................."

말을 할 수 없는 길티는 한솔의 질문에 대신 인형탈을 세차게 흔들어 부정했다.

"할배랑 자드는..?"

"........................"

이번의 질문에도 길티는 세차게 고개를 저어 부정 했다.

그와 길티는 서로의 위치를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었고 분명하게 그가 살아있다는 것

을 느끼고 있었다.

단지.. 의문이라고 할 수 있는 점이 있다면.. 근처에서 그의 존재가 느껴지는 것과 동

시에 여기서 멀어진 어딘가에서 그의 존재가 느껴진다는 것은 의문이었지만.. 그가 살아

있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할배와 자드의 경우.. 솔직히 길티도 장담을 할 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본 것은 상처투성이의 자드와 할배가 강에 떨어져 떠내려가는 것 정도였기

에.. 살아있을지 죽었을지를 확실하게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솔이 원하는 대답은 긍정적

인 쪽이라고 판단했기에 그렇게 답했다.

"그럼 다들 어딨는 거야..?"

조금 안심한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한솔의 얼굴을 내려다본 자드는 손을 이끈 채 어디론

가 향했다.

가는 곳은 다름 아닌 그의 기운이 느껴지는 장소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주위를 살피며.. 피비린내가 물씬 풍기는 근원지를 향해 걸어갔다.

"어...?"

그러던 중 한솔은 자신의 발에 미끈거리는 살점과는 다른 이질적인 감각에 자신의 발을

살폈다.

끈 쩍한 액체로 인한 것인지 신발의 바닥에는 무엇인가 비닐 같은 물건이 붙어 있었고

한솔은 자연스럽게 그것을 때어내어 살폈다.

"이,이거..!"

더러워진 비닐의 정체를 확인한 한솔은 숨을 삼키며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비닐의 정체는 한솔이 그에게 건넸던 '그림' 이 든 비닐팩이었다.

"오빠..! 미도 오빠!"

한솔은 잡고 있던 길티의 손을 때어 놓은 채 그의 모습을 찾기 위해 허겁지겁 주위를

살피며 살과 피로 이루어진 지면을 밟으며 나아갔다.

그리고 이내.. '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조각 조각난 시체들과 다르게 그나마 뚜렷한 형체를 갖추고 있는 그의 육체였다.

단지.. '그'의 상태는 살아있다고 보기에는 몹시 힘든 모습이었다.

한솔이 봤을 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오른팔은 그렇다 쳐도.. 다른 부분의 상처.. 특히

나 상체의 상태는 심각했다.

안의 내용물이 밖으로 흘러나올 수밖에 없을 정도로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부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그 상처 부위가 아니었다.

그 육체에는 '머리'가 존재하지 않았다.

"아..."

한솔은 지면이 더러운 것도 상관없이 지면에 주저앉은 채 목 없는 그의 육체를 공허한

눈으로 바라봤다.

'죽음'

한솔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는 그것이었고.. 그와 함께 참고 있던 눈물이

공허한 두 눈에서 흘러내리며 지면을 적셔갔다.

"그으으으.."

뒤늦게 한솔을 쫓아온 길티는 망연자실한 상태로 울고 있는 한솔의 눈앞에 다가가 손과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러나 길티가 전하려는 의도를 그것만으로는 파악하지 못한 한솔은 하염없이 더욱 큰소

리로 울며 폭포 같은 눈물을 지면에 쏟아낼 뿐이었다.

"그...으...."

자신의 의사가 전달되지 않자 길티는 당혹스러운 모습으로 어쩌면 좋을지 모른다는 듯

울고 있는 한솔과 목 없는 그의 육체를 번갈아보는 행동을 반복하며 신음 같은 작은 소

리를 흘려냈다.

그저 몇 마디 말을 내뱉으면 한솔의 눈물을 멈출 수 있었지만 길티는 말을 할 수가 없

었다.

그저 입 밖으로 내미는 것은 짐승의 울음소리를 닮은 기괴한 소리뿐..

길티는 그런 자신의 상태가 너무나도 답답했다.

"그..어어.."

어떻게든 다른 말을 내뱉어보기 위해 시도는 해봤지만 역시나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것

은 언어가 아닌 그저 울음소리 뿐이었다.

"죽었어... 오빠도.. 할아버지랑 자드도.. 다 죽었어.. 나만.. 남겨두고.. 다 죽었

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한솔은 자신의 작은 주먹을 지면에 힘없이 내려놓은 채 울먹이

는 목소리로 말했다.

"또..혼자가됐어..."

고개를 숙인 한솔의 눈물이 작은 손등 위에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붕대가 감긴 길티의 손에 한솔의 작은 머리 위에 올라갔다.

할배나 그와 비교해 몹시나 서투르고 어색한 움직임으로 길티는 한솔의 머리를 조심스럽

게 쓰다듬었고.. 그 감촉에 한솔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어 올려.. 길티의 인형탈을 바

라봤다.

"그..그어..어..그..."

한마디.. 단 한마디만이라도 좋다고 생각하며 길티는 입을 열었다.

그러나 역시나 나오는 것은 짐승의 울음소리와 다를 바 없는 평소의 소리였다.

길티는 포기하지 않고 한솔에게 무엇인가를 전하려는 듯 계속해서 입을 열어 소리를 흘

렸다.

"그..어으...어어...그으으..!"

그저 말을 토해내려고 했을 뿐인데도 불구하고 길티는 자신의 뇌가 타들어가는 이상한

고통을 느꼈다.

고통이라고는 거의 느끼지 못하는 자신의 몸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이상 사태라고 말할

수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길티는 본능적으로 이 고통을 버텨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그..그어..어어어어!!!"

머리가 갈라지는듯한 고통 속에 절규와 같은 소리를 흘렸고.. 그 순간 길티의 머리를

괴롭히던 고통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길...티?"

길티의 이상성에 한솔은 길티의 이름을 불렀고.. 길티는 방금 전 절규한 것이 거짓말이

라는 것 처럼 조용히 고개를 숙인 채 한솔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하...하..한..한....소소...소솔"

길티의 인형 탈 사이에서 울음소리가 아닌.. 뚜렷하지 않지만 확실하게 울음소리와는 다

른 한솔의 이름이 세어져 나왔다.

말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는 길티에게서 자신의 이름이 흘러나오자 한솔은 눈물을 흘리

는 것도 잊은 채 커다란 눈동자를 더욱더 커다랗게 만들며 길티의 인형탈을 바라봤다.

"하..하하..한소소..소솔...호혼....자자자아아..니...아니..아니다...기기길...

길..티티...이이있..다...여여옆..에에에"

어색한 손놀림으로 한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길티는 답답하지만 확실하게 자신의 의사

를 한솔에게 전달한 뒤.. 한솔이 눈물을 그친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깨닫고..

조용히 고개를 돌린 채 그의 목 없는 육체를 가리켰다.

"주주..이이이이인...사사.사사살아...살아...이이있...다...."

길티는 그렇게 말한 뒤 다시 등을 돌려 연구시설 부지 내의 담 벼락.. 정확하게는 그

뒤에 흐르는 강 쪽을 가리켰다.

"하..하하할배배..자자자드자드...가가가강에에에있있다다다...사사살아살아이이....있

있..이이있다."

그리고 이번에도 확실하게 할배와 자드의 생사에 관한 것을 버벅대면서도 확실하게 전달

할 수 있었다.

"오빠도..할아버지랑..자드도 살아있어..?"

한솔은 길티의 코트 자락을 강하게 잡아당기며 물었고.. 길티는 대답 대신 고개를 세차

게 끄덕여 수긍했다.

그도 할배와 자드도 살아있다는 말을 들어서였을까?

눈물로 얼룩진 한솔의 얼굴이 아주 미약한 미소가 돌아와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긴장이 풀린 것인지 길티의 코트 자락을 쥐고 있던 손은 물론 몸을 지

탱하고 있던 힘조차도 빠져버린 것인지.. 휘청거리며 앞으로 쓰러졌다.

길티는 지면을 향해 쓰러지는 한솔의 몸을 조심스럽게 받아 낸 뒤 한솔의 상태를 살폈

다.

안도한 것에 의해 팽팽했던 긴장의 실이 끊어진 것인지 한솔은 두 눈을 감은 채 작지

만 규칙적인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었다.

한숨도 자지 않고 새벽까지 행군을 한 것도 모자라 감정을 격하게 흔들어지는 사건까지

있었으니.. 지쳐 쓰러진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였다.

길티는 조심스럽게 한솔의 몸을 감싸 안은 채 소리를 내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하늘

을 바라봤다.

흡사.. 절망이 희망으로 바뀌는 순간을 연상케하듯.. 어둑어둑했던 하늘이 지금은 태양

빛으로 인해 밝게 빛나고 있었다.

길티는 하늘을 한번 바라본 뒤 다시 정면으로 시선을 돌린채 한솔이 꺠지 않게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걸어나갔다.

그러던중.. 그런 길티의 발목을 하나의 손이 턱! 하고 붙잡았다.

길티는 조용히 자신의 발목을 잡은 손의 장본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거기에는 상반신만 남겨진 좀비 한마리가 한솔을 물어뜯기 위해 길티의 다리를 타고 올라가려 하고 있었다.

"............."

길티는 아무말 없이 자신의 발을 타고 올라오려는 좀비의 머리를 다른발로 가볍게 찼다.

그저 살짝 밀리는 정도가 아닐까 할정도로 가볍게 찬듯 보이는 좀비의 머리는.. 쇠몽둥이로 후려친것 마냥 터져버렸다.

그로 인해 길티의 발목을 붙잡고 있던 손은 힘이 빠진듯 스르륵 하고 미끌어져 지면에 떨어져 나갔다.

원래의 길티로서는 불가능한 행동.. 그저 가볍게 찬것만으로도 좀비의 머리를 산산조각 낼수 있는것은 길티의 원래힘이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머리를 뒤흔드는 고통뒤.. 길티는 강화 나혹은 진화라고 할수 있는 변화를 거침에 따라 말은 물론 육체의 힘까지 강화됐다.

어떤 이유로 이렇게 된것인지 길티는 정확하게 알수 없었다.

알수 없었지만.. 이것이 '한솔'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능력이라는것만큼은 확실하게  알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길티의 진화(?)로  에피소드7은 완전하게 끝입니다!

에피소드8은 초반에 한솔이와 길티의 이야기로 시작될 예정입니다!

이제 에피8까지 포함하면 5개 남았네요!

아마 이번년도안에는 완결이 날것 같기도 아닌거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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