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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얼론 (Zombie Alone)-164화 (164/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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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7 잠입

"아하하하하! 이런 장난감으로 날 어떻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

여성은 좀비들이 공격하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큰소리로 웃으며 물었다.

그러나 그가 대답할리도 만무했고.. 좀비들은 무방비 상태의 여성에게 그 이빨과 손톱

을 꽂아 넣을 수 있는 지근거리까지 다가왔다.

하지만..

그저 팔을 뻗은 채.. 무용의 한 동작처럼 빙글 하고 한 바퀴 돌았을 뿐이었는데도 불구

하고.. 그녀의 사방에서 덮쳐오는 좀비들은 사지가 찢기고 머리가 박살 나며 그 파편들

을 거하게 흩뿌렸다.

아무리 백 마리가 넘는 좀비가 자신을 감싸고 있다고 해도.. 여성에게 있어서 좀비는

가렵지도 아프지도 않은.. 살짝 팔을 휘두르기만 해도 산산조각 낼 수 있는 나약하기

짝이 없는 존재들이었다.

물론 여성 역시 좀비들의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에 감염되기도 했지만.. 이빨로 물어도

손톱으로 긁어도 여성의 새하얀 피부에는 자그마한 생채기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견고했

고 팔을 휘둘러도 발로 차도 여성에게 들어오는 대미지는 한 없애 제로에 가까웠기

에.. 신경 쓸 필요 따위가 없었다.

하지만..

산산조각 난 좀비들의 파편이 흩뿌려지는 상황 속에서.. 한 마리의 좀비가 날카로운 식

칼을 든 채 여성의 가슴 중앙 부분을 노리며 돌진해왔다.

그저 본능으로만 움직이는 좀비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상당히 정밀한 동작..

여성도 자신의 약점을 정확하게 노리고 들어오는 좀비가 취한 의외의 움직임에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그것뿐이었다.

아무리 정밀한 움직임을 하는 좀비라고는 해도.. 여성의 반사 신경을 이길수도.. 그 무

지막지한 신체능력의 공격을 막아낼 수도 피해낼 수도 없었고 여성이 내지른 주먹에 의

해 들고 있던 식칼과 함께 온몸이 터져 절명했다.

그 순간..

"제법이네.."

자신만만한 여성의 미소가 조금이었지만 흐트러졌다.

식칼을 들고 약점을 노려오는 좀비를 파괴한 직후.. 여성의 양옆에서 2마리의 좀비가

식칼을 든 채 한치의 오차도 없이 각각의 양쪽 눈을 명백하게 노리는듯한 움직임을 보이

는 좀비들이 있었다.

여성이 주먹을 내지르는 순간의 빈틈을 노리고 들어오는 정확하고 날카로운.. 기습이었

다.

그 정확하게 틈을 노리고 들어온 공격에 여성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는.. 회피하거나

요격하는 것 대신 새하얀 등과 대조되는 검푸른 날개를 순식간에 밖으로 전개해 양눈을

노리고 들어오는 좀비들을 비롯해 주변에 있던 좀비들을 단숨에 날려 버렸다.

"조금 위험했...!?"

날개를 꺼내 풍압으로 좀비들을 날려버린 여성은 재차 여유의 미소를 되돌리려던 순

간.. 식칼 한 자루가 가슴의 중앙에 빨려 들어가듯 날아왔고 여성은 숨을 삼키며 커다

란 날개로 정면을 감싸듯 막아 식칼을 무력화 시켰다.

"방심했다고는 해도... 제법이네..!"

빈틈의 순간에 약점을 정확하게 파고드는 연격.. 자신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듯한 행

동..

아무리 방심하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순간이나마 자신을 위축시킨 그의 존재에.. 여성은

어린아이를 대하듯한 여유와 자애가 섞인 미소에서.. 적을 대하는듯한 호전적인 미소를

띠며 몸을 감싼 채 있는 날개를 회수했다.

"그럼 죽어줘."

가려진 날개에 의해 시야가 막혀있던 여성의 트여진 시야 정면에는 어느새 다가온 것인

지 푸른 날이 길게 서있는 회칼을 조준한 채 다가오고 있는 그의 모습이 있었다.

"언제..!?"

계속해서 놀랐던 여성이었지만 이번에는 목소리가 거칠게 흐트러질 정도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약점 부위를 향해 노려오는 것에는 당연하게 놀랐지만.. 그것보다 더 놀란 것

은.. 다가오는 기척은커녕 작은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눈앞에까지 다가

와 자신의 약점을 찔러 들어오는 그에 대해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가슴 중앙 부분으로 빨려 들어가듯 시퍼렇게 선 칼날의 끝이 여성의 살 끝부분을 파고들

었다.

"죽어..!"

그는 울부짖으며 칼날의 끝을 강하게 여성의 가슴 사이로 밀어 넣었다.

이대로라면 약점을 꿰뚫려 이 어마 무시한 괴물도 절명할 터... 였지만

칼날의 끝이 1센티 정도 들어간 순간.. 깡! 하는 금속에 부딪치는 소리가 여성의 가슴

중앙에서 흘러나왔고.. 동시에 힘을 주고 있던 회칼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어..!?"

자신의 예상과는 다른 전개에 그는 놀란 목소리를 흘리며 균열이 점차 커져가는 자신의

회칼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고.. 이내 지켜보고 있던 회칼은 한계를 맞이한 것인지 산산

조각 나며 여성의 가슴 앞에서 부스러지듯 흩어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는 복부를 파열시키는 고통을 느끼며 자신의 몸이 지면을 떠나 허공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다.

고통에 일그러지는 얼굴 속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를 확인한 그는.. 자신이 여성

의 다리에 복부를 맞아 날아가는 것도 모자라.. 내장이 엉망진창으로 파괴됐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는 날아갈 것 같은 의식 속에서 좀비들의 무리에게 명령을 내려 자신의 몸을 안전하

게 받게 만든 뒤.. 자신을 감싸 보호하듯한 진형을 만들게 하여 그 무리 속에 엉망이

된 몸을 숨겼다.

"이번에는 진짜.. 진짜 식겁했어"

미소가 사라진.. 그야말로 얼음 미녀라고 하는 말이 잘 어울릴 것 같은 몹시 차갑고 냉

혹한 얼굴을 한 여성이 가슴 쪽에 구멍이 뚫린 원피스를 내려다보며.. 좀비들의 무리

어딘가에 숨어있을 그에게 말했다.

"너무 놀라서.. 가슴에 금속판을 박았었다는 것도 잊었을 정도야."

그렇게 말한 여성은 핑크빛의 윤기나는 손톱으로 방금 전 그에게 찔린 부분을 툭툭하고

두드렸다.

그러자 명백하게 살이 아닌.. 금속을 두드리는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혹시 몰라 절개해서 넣어둔 건데.. 진짜로 도움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네."

마지막으로 자신의 가슴을 손톱으로 두드린 여성은 천천히 손을 가슴에서 때어낸 채 좀

비들의 무리를 노려봤다.

방금 전의 공격으로 이미 여유도 방심도 완벽하게 사라진 모습의.. 진지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에게 있어서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 사태였다.

여성의 여유와 방심이야말로 그에게 있어서는 귀중하다 못해 유일한 무기라고도 할 수

있었지만.. 그 무기는 방금 전의 실패로 완벽하게 사라졌다.

거기에 덧붙여 유일하게 생명을 빼앗을 수 있는 약점이 단단한 금속에 감싸져 있다는 것

은 안 그래도 절망적인 상황을 더욱 나락으로 빠트리게 만드는 요소였고 무엇보다 자신

의 상처가 너무 심각했다.

상처의 크기를 확인한 그는 정말 웃을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

복부가 파열된 정도가 아니라.. 거대한 구멍이 뻥하고 뚫려있는 상태였다.

이 상태에서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것에 웃을 수밖에 없었고... 용케 두 조각이 나지 않

은 자신의 끈질김에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물론.. 웃음이 나올 것 같을 뿐.. 실제로 웃음이 나올 상황은 아니었다.

안 그래도 유일한 약점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부분이.. 더 이상 약점이 되지 않음으로

써 자신이 여성을 죽일 수 있는 요소가 사라지게 됐다.

즉.. 자신이 여성을 이길수 있는 요소가 사라진 것이었다.

그저 패배밖에 남지 않은 절망적인 상황..

거기에 복부에 뚫린 커다란 구멍까지... 뚫려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 속에서 그

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저 여성이 자신을 죽이는 걸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장난은 이제 끝내자."

여성은 그렇게 고 한 뒤 자신의 등 뒤에 난 검푸른 날개를 펄럭이며 천천히 지면 위에

서 떠올라 서서히 하늘 위로 올라갔다.

지면과 10미터 이상이나 떨어진 허공에까지 떠오른 뒤에야 여성은 더 이상 올라가는 것

을 멈춘 뒤 좀비들의 무리를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고는... 그대로 그 좀비의 무리를 향

해 무서운 속도로 활강했다.

가속에 가속을 가한 채 지면을 향해 활강한 여성은 곧이어 좀비들의 무리에 그 몸을 거

침없이 충돌시켰고.. 동시에 큰 굉음과 함께 상상을 초월하는 운동에너지를 방출시키며

순식간에 좀비 무리를 고깃덩어리로 전락 시켜 버렸다.

그나마 중심지에서 벗어나있던 좀비들은 고깃덩어리가 되는 대신 발생한 풍압으로 인해

허공을 허우적거리며 날아가는 정도에 끝 쳤지만.. 그것도 잠시.. 지면 위에서 높게 뜨

인 몸이 지면과 충돌하는 순간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충격의 중심지에 있던 좀비들과

는 다른 양상의 고깃덩어리가 됐다.

몇 마리 정도는 운 좋게 사지의 방향이 있을 수 없는 방향으로 돌아간 정도로 끝났지

만 그저 소리 나는 장식품과 다를 바 없는.. 고깃덩어리와 다를 바 없는 상태였다.

"흠..? 너무 심했나?"

날개를 한번 펄럭이며 주변을 둘러본 여성은 눈을 가늘게 뜬 채 그의 모습을 찾았다.

커다란 크리에이터와 그 주변에 압사한 듯 보이는 시체들과 충격파로 갈기갈기 찢긴 사

지들이 널려져 있는 처참한 광경.. 아무리 봐도 그가 살아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

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여성은 그의 끈질긴 생명력과 뛰어난 재생력을 알고 있었기에.. 혹시 살아있을지

도 모른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

그리고 얼마 정도 주변을 둘러보며 그를 찾던 여성은... 이내 그의 몸을 찾아낼 수 있

었다.

넝마 같은 코트와 그 사이로 내장들이 흘러나오고 있는 상체 부분과 조금 떨어진 곳에

있을 수 없는 방향으로 다리가 돌아간 것도 모자라 왼쪽 다리가 떨어질 듯 말 듯 덜렁

이는 상태의 하체가 다른 사체들의 파편에 섞여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의 육체를 발견한 여성이었지만...

"머리는 없나..?"

여성은 그의 육체가 있던 곳을 돌아봤지만 머리 부분만큼은 눈에 띄지 않았다.

"머리가 남아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어쩔 수 없네.. 몸 쪽이라도 연구용으로 가져가

볼까.."

여성은 발걸음을 옮겨 내장이 덜렁거린 채 흘러나올 것 같은 그의 상체 쪽으로 다가간

뒤.. 그것을 양손으로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자칫하면 바스러지는 게 아닐까 할 정도로 그의 상체는 엉망이었다.

"훼손이 너무 심하네.

여성은 자신이 만든 상처를 관찰하며 아쉬움이 담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연구용으로 쓰기에 내장기관이 너무 훼손되어 있었다.

기껏해야 멀쩡한 부위는 한쪽밖에 없는... 아직까지 굳게 식칼을 쥐고 있는 상태로 굳

어져 있는 왼쪽 팔 부분뿐이었다.

"적당하게 내장이랑 팔이라도 잘라갈.."

다른 몸체는 전혀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여성이 그런 말을 중얼거리는 순간...

"끼아아아아아아!!!"

여성이 그의 상체를 거칠게 내던지며 자신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쌌고.. 감싸진 양손의

틈 사이로 붉은 액체가 흘러내리고 있었으며 거칠게 지면에 내던져진 그의 상체.. 정확

하게는 그나마 멀쩡한 상태로 보존되어 있던 왼팔이 쥐고 있는 식칼에도 여성의 손 사이로 흘러내리는 것과 같은 빛깔의 액체가 묻어져 있었다.

============================ 작품 후기 ============================

다음화로  에피소드 7 본편은 종료 에필로그까지 하면 이번화는 완전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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