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63 / 0269 ----------------------------------------------
Ep 7 잠입
허망한 얼굴로 만신창이가 된 할배와 자드를 바라보던 그의 얼굴이 점차 격한 감정으로 인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길티..!"
그는 길티의 이름을 부름과 동시에 들고 있던 권총을 하늘 위.. 할배와 자드를 만신창
이로 만든 '괴물'을 향해 발사했고.. 이름을 불림과 동시에 명령을 받은 길티는 그 현
장을 뒤로한 채 자신이 왔던 길을 되돌아가려는 듯 달려 나갔다.
"칫..!?"
그는 하늘 위에 떠있는 괴물(여성)을 노려보며 혀를 쳤다.
예상은 하고 있었던 바였지만 자신이 쏘아낸 탄환은 여성에게 한발의 유효타가 되지 못
했기 때문이었다.
여자의 등 뒤에 솟아난 날개와 그 가녀린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 그리고 지금
도 어서 도망가라고 머릿속에서 계속 울리고 있는 경종..
떠올리고 싶지 않았지만 절대로 잊을 수 없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는 여자가 어떤 존재
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그 약점에 관한 것도 숙지하고 있었기에 그는 망설임 없이 괴물의
가장 취약한 부분인 양 눈과 가슴의 중앙을 노렸지만.. 아니나 다를까.. 여성이 팔을
허공에 가볍게 흔들었을 뿐이었건만 총알은 어이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쉽게 튕겨져 나
갔다.
"할배와 자드를 놔!!"
그럼에도 주눅 들지 않은 모습을 보이며 그는 재차 권총을 여성의 가슴 중앙에 조준한
채 당장이라도 여자를 찢어발길듯한 살의를 머금은 눈으로 여성을 노려보며 외쳤다.
"그렇네.. 더 '재밌는걸' 발견했으니.."
그의 말에 여성은.. 상황에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답한
뒤.. 할배의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 상태 그대로.. 거칠게 휘두름과 동시에 머리에서 손
을 때어냈다.
"할배!!"
여성의 무식한 힘에 의해 날려진 할배와 자드는 포탄과 같은 기세로 날아가며.. 이내
연구소의 담벼락 아래에 위치한.. 강에 물보라를 일으키며 처박혔다.
"악어니까 강에 방류해주면 괜찮겠지?"
할배와 자드가 강에 처박히는 모습을 하늘 위에서 지켜본 여성이 미약한 웃음소리를 흘
리며 자신의 입을 가린 채 시선을 돌려.. 당혹해하는 모습의 그를 지긋이 바라봤다.
별다른 살의도 적의도 없는.. 그야말로 진귀한 것을 바라보는듯한 시선을 받은 그는
뱀 앞의 개구리와 같이 몸이 굳어진 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강으로 달려가 할배와 자드를 구하고 싶었지만.. 등을 보이
는 순간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그의 정신을 파먹어 들어간 덕분에.. 그는 한 발자
국도 움직이지 못한 상태로 이가 부서지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자신의 어금니를 꽉
깨문 채 여성을.. 그저 노려보는 것 밖에는 할 수 없었다.
"정말 신기하네? 난 너 같은 아이는 만든 적도 없고.. 애초에 그 아이들은 '영웅' 이
되는 것도 불가능할텐데.."
여성은 그의 몸을 위아래로 흟은뒤 그의 얼굴에 새겨진.. 짐승의 이를 연상케하는 기하
학적 문양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며 천천히 지면을 향해 내려왔다.
지면에 사뿐히 착지한 여성은 자연스럽게 거대한 악마의 날개를 등속에 수납한 뒤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그를 향해 느긋한 발걸음을 옮겼다.
"으아아아아!!"
그저 걸어오는 것뿐인데도 불구하고 가녀린 여성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에 그
는 자연스럽게 위축되어 가는 자신을 날려버리기 위해 기합을 내지르며 손에든 권총의
방아쇠를 사정없이 당겼다.
그러나 여성은 그가 쏘아낸 총알 전부를 튕겨내는 것도 아닌.. 맨손으로 낚아채듯 잡아
내는 신기를 펼쳤고.. 여성의 손에 잡힌 총알은 이내 그 손에서 힘없이 흘러내리며 지
면에 떨어져 나갔다.
"흐음? 눈과 가슴 중앙을 정확하게 노려오는 거 보니 우리 약점을 알고 있는 거구나?
혹시 그 고집쟁이를.. '실베리우스'를 죽였니..? "
여성은 총알을 바닥에 흩뿌리며 자신의 약점을 노려오는 그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
본 채 물었다.
"큭..!"
하지만 그는 여성의 말에 대답할 여유도 이유도 없었기에 탄환이 떨어진 권총을 바닥에
내던진 뒤 곧이어 이곳저곳 구멍이 뚫린 코트에서.. 남아있는 과도를 꺼내 여성을 향
해 투척했다.
"내 착각일려나?"
여성은 여전히 여유로운 태도를 유지한 채로 자신의 약점 부위에 날아오는 과도들을 어
렵지 않기 튕겨냈다.
총알도 튕겨내는 여성에게 과도 따위 튕겨내는 것은 일도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던 그
는 여성이 과도를 튕겨낸 직후.. 어느새 꺼내든 중 식칼을 여성의 정수리를 향해 힘껏
내리쳤다.
"역시 착각이려나? 이 정도 능력으로는.. 아무리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라고는 하지
만.. '진조흡혈귀'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그가 전력을 다해 내리친 중식칼을.. 손가락 2개로 여유롭게 막아낸 여성은 그와 반대
로 여유 따위는 한 톨도 남아있지 않은.. 온몸의 힘줄이 곤두선 상태로 힘을 준채 이
를 악물며 중 식칼에 힘을 실어 보내고 있는 중인 그의 공격 따윈 안중에도 없다는듯
한 태도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1mm조차 움직이지 않는 자신의 중 식칼에 힘을 집중하던 그는 결국 그것을 방치하듯 손
을 땐 채 코트에서 새로운 칼을 꺼내 여성의 가슴 중심부를 향해 찔러 들어갔다.
그러나 칼날은 그 근처에조차 가지 못한 채 여성의 손바닥에 휴지조각처럼 구겨졌고..
그와 동시에 여성은 손바닥을 그의 가슴에 올려놓은 채 그의 가슴을 가볍게 밀쳤다.
"크헉!?"
그 순간.. 그의 가슴에 엄청난 압력과 충격이 몰아쳐오며 그의 폐와 심장을 압박했고
그는 숨을 내뱉는 것조차 하지 못한 채로 여성에게서 약 5미터가 넘는 거리에까지 화려
하게 날아가 처참하게 바닥을 구르며 지면에 쓰러졌다.
"우에엑..!"
지면에 쓰러진 그는 말을 듣지 않는 상반신을 어떻게든 일으킬 수 있었지만 그 탓에 상
처가 벌어져 안쪽에 고여있던 대량의 피를 토해내며 바닥을 붉게 물들였다.
한가득 피를 토해낸 그는 폐가 망가졌는지 호흡을 할 수가 없어 조금씩 멍해져 가는 의
식을 붙잡으며 지면에서 일어선 뒤 자신의 가슴을 눈동자만을 이용해 내려다봤다.
놀랍게도 그의 가슴.. 방금 전 여성이 손바닥을 대고 있던 부분이 몇 센티미터나 들어
가 있었다.
그 탓에 심장과 폐가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그의 의식을 점차 흐릿하게 만들어가고 있
는 것이었다.
"놀랍네? 심장이랑 폐를 망가트렸는데도 멀쩡하게 살아있네?"
여성은 정말로 놀랍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자신의 입을 하얗고 가느다란 손으로 가리
며 말했다.
멀쩡하다..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는 상태였지만 인간은 물론 다른 인 외의 존재들
도 몇몇의 특수한 존재들을 제외한다면 이 정도 부상으로 살아날 수 있을 리가 없었기
에 여성은 놀라움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여성이 그런 태도를 취하든 말든 그는 흐릿해져가는 의식을 억지로 쥐어 잡은 채 떨리
는 손으로 새로운 무기를 꺼내 든 채 여성을 노려봤다.
그러나 여성은 추격을 해올 기세는 없었고 그렇다고 다른 수단을 취하려는 낌새도 없었
다.
그저.. 떨어진 거리에서 그를 호기심찬 눈으로 관찰할 뿐이었다.
그렇게 그와 여성은 몇 분간 서로를 바라보기만 하는 대치상태를 유지했고.. 그로 인
해 시간을 벌수 있었던.. 아니 여성이 시간의 여유를 '준' 탓에 망가진 폐와 심장을 원
상태로 복구할 수 있었다.
"우리 강화 실험체들만큼은 아니지만 버금가는 재생력이네!"
그의 상처가 재생되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눈을 반짝이
며 감탄했다는 듯 손바닥을 짝! 하고 치며 호들갑스러운 목소리를 흘렸다.
"정말 뭘까? '클론'도 아니고.. 나이대로 보면 '그 사람' 이랑 같은 것 같은
데.. '그 사람' 의 가족? 아니지.. 그 사람은 '괴물' 이니까. '영웅' 이 될 수 있을
리 없고.. 그럼 그 사람의 자손인가 뭔가 이려나? 아니.. 그렇다고 해서 저런 재생력
과 생명력은 설명이 되지 않을 것 같은데.. 아아..! 정말이지! 이런 호기심 덩어리는
정말 오랜만이네!"
여성은 홍조를 띤 채 흥분한 모습으로 방금 전 나긋한 말투와는 다른.. 몹시 격한 감정
이 담긴 혼잣말을 토해내며 당장이라도 그의 몸 곳곳을 조사해보고 싶다는 욕망 가득한
눈빛으로 손가락을 징그럽게 꿈틀거리며 그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그는 겨우 폐 속에 산소를 공급할 수 있어 뚜렷해져가는 의식 속에서 가만히 지켜보기
만 했던 여성이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려고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방금 전의 전투로.. 여성의 능력이 그때의 '흡혈귀'를 상회하고 있다는 것을.. 자신의
몸으로 직접 깨달은 그는 다른 수단을 갈구하기로 마음먹었다.
"그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그는 고개를 하늘 위로 치켜뜬 채 부지 내가 떠나갈 듯.. 좀비 특유의 울음소리를 내
며 울부짖었다.
그가 어째서 갑자기 허공을 향해 그런 소리로 울부짖는 것인가?
그 답에 관한 것은 예상외로 일찍 밝혀졌다.
그가 울부짖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연구시설의 건물 안과 그 외의 곳에서 그가 냈던 울
음소리와 흡사한 소리를 흘리며 '좀비'떄 들이 그와 여성을 둥그렇게 둘러싸듯 몰려들었
기 때문이었다.
늑대인간이 가지고 있던..
자신들의 부하(반수형의 괴물)를 불러 모으는 능력이.. 그에 맞게 변화한 능력으로..
그의 울부짖는 소리의 범위 내에 있는 좀비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와 여성을 둥글게 감싼 좀비의 수는 못해도 100마리 이상으로 모두 감염된 태양 교단
의 관계자들이었다.
"진짜..! 진짜! 못 참겠네..! 설마 실패작(좀비)들을 조종할 수 있는 인간이 있을 줄
이야..! 아아.. 못 참겠어.. 지금 당장 그 몸을 가르고 그 머리를 열어보고 싶어 죽겠
어..!"
여성은 자신의 불타는 욕망을 담은 눈빛으로 그를 바라본 채 거친 숨을 내쉬었다.
"너야말로.. 해부될 준비해..!"
그는 뿌득 하고 거칠게 이를 갈며 자연스럽게 좀비들의 무리 속으로 뒷걸음쳐 순식간에
그 사이에 녹아들며 자신의 모습을 감췄다.
그와 동시에 그와 여성을 감싸고 있던 좀비들이 양손을 들어 올린 채 천천히 포위망을
점차 좁혀가며 여성을 노릴 준비를 했다.
이 전술은 그가 예전 '흡혈귀' 를 상대했을 때 사용했던 방법이었다.
물론.. 이 방법으로 몰아세울 수 있었지만 결국 실패하여 그녀의 목숨을 잃게 해버리
는 결과를 낳았고 그때의 짐승 같았던 흡혈귀보다 눈앞의 여성이 더욱 강력한 적인 것
은 맞았지만.. 그때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한두 마리 밖에 조종하지 못 했던 그때와 다르게 현재는 백이 넘는 좀비를 조종할 수
도 있었고.. 팔은 하나 없지만 신체적 능력도 그때보다 높아졌으며 그때와 비교해 많
은 경험을 쌓아왔다.
솔직한 심정으로.. 승리를 확신할 수 있을 만큼 쉬운 상대는 아니었지만.. 쉽게 질 생
각 따위는.. 그에게 없었다.
그는 하나밖에 남지 않은 자신의 왼팔의 손아귀에 힘을 주어 식칼 손잡이의 딱딱함과 자
신의 땀으로 미끌한 감촉을 느끼며 조용히 호흡했다.
그리고..
'공격해'
그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좀비들에게 '여성의 공격' 을 명령했다.
그 명령에 따라 충실한 그의 하인(좀비)들은 그 특유의 소리로 울부짖으며 무방비 상태로 서있는 여성을 향해 공격을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미도몬은 동료(좀비)를 소환했다.
p.s
미미와 재회는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진주인공(미미)다운 전개가 기다리고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