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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7 잠입
"왔다..!"
길티의 존재를 확인한 그는 환호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이 상황을 단번에 역전시킬 수 있는 존재의 등장이었기에 당연한 반응과 감정이었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지면에 패대기치듯 떨어트린 전차는 그가 살아있음을 깨닫고
웅장한 엔진 소리를 흘린 채 이번에야말로 그를 확실하게 짓뭉개버리겠다는 의지를 담은
채 돌진했다.
비록 중기관총의 위협이 없어졌지만 달려오는 육중한 전차의 위협이 그에게 남아있었다.
자리에서 일어선 그는 현재 도망가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판단한 것인지 조용히 달려오
는 전차를 노려봤고 곧이어 무시무시한 전차의 동체가 바로 눈앞에까지 닥쳐왔다.
돌진하는 폭주 전차와 그의 거리가 약 2미터가량 남았을 때쯤.. 그는 숨을 들이마시는
것과 동시에 전차의 직선 범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위치로 몸을 날렸다.
몸에 닿을 듯 말듯한 아슬아슬한 타이밍으로 전차의 돌진 범위에서 벗어난 그는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몸의 중심을 잡은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뒤 전차와 정 반대 범
위.. 카트를 끌고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길티가 있는 곳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시간의 경과로 몸을 꿰뚫렸던 상처를 말끔하게 재생할 수 있었던 그의 속도는 기어 다녔
던 방금 전과는 확연하게 다른 속도를 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를 납작하게 만들지 못한 전차는 거친 움직임으로 턴을 하여 반대 방향으로 향
해 뛰어가고 있는 그의 등 뒤를 덮치기 위해 방향을 바꾼 상태에서 다시 속력을 올리
며 돌진했다.
흉포한 엔진 소리와 캐터 필트의 소리에 그는 고개를 돌려 확인 한 뒤 이쪽을 향해 다
가오고 있는 길티에게 재차 시선을 돌렸다.
"길티! 엔진켜!!"
그는 목소리를 높여 길티에게 명령했고 길티는 그의 명령에 따라 카트의 손잡이 부분에
부자연스럽게 튀어나와 있는 버튼을 붕대로 칭칭 감겨진 주먹으로 내리친 뒤 나머지 손
을 카트의 손잡이에서 때어냈다.
그러자 거대한 짐을 실은 카트의 바닥 부분에서 투박하고 시끄러운 엔진 소리가 흘러나
옴과 동시에 길티가 밀었을 때랑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를 뽐내며 그가 있는 방향을 향
해 달려나갔다.
짐을 실은 카트는 어느새 달리고 있는 그의 옆을 쏜살같이 지나간 채로 카트보다 더 빠
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는 전차를 향해 내 달려갔고.. 그는 달리는 속도를 조금 줄인
채 홀더에 끼어뒀던 권총을 빠른 속도로 빼내고는 곧 전차와 충돌할 것 같은 카트를..
정확히는 카트 위에 실어진 박스를 조준한 채 방아쇠에 손을 걸었다.
"BANG~!"
블록버스터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모습으로 그는 씩 하고 웃으며 방아쇠에 걸어
둔 손가락에 망설임 없이 힘을 실었다.
연발의 총 성음과 함께 그가 조준한 권총에서 연속적으로 탄환이 뿜어져 나왔고.. 그것
은 정확하게 카트 위의 짐(상자)에 빨려 들어 가듯 착탄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차의 캐터 필트가 카트를 짓눌러버리기 직전.. 커다란 섬
광과 폭음이 뿜어져 나오며 폭발을 일으켰다.
카트와 그 위에 실린 짐의 정체.. 그것은 다름 아닌.. 그가 건물에서 모은 재료를 이용
해 만든 일종의 폭발물.. 즉 사제 폭탄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혹시 모를 전차를 상대로 하기 위해.. 다른 이들이 모두 잠든 사이.. 며칠 정도는 자
지 않아도 끄떡없는 그는 수면을 취하는 대신 이것을 만들었다.
재료와 도구는 충분할 정도로 갖추고 있었고.. 처음 해보는 일이었지만 지식과 기술은
머릿속에 가지고 있었던 그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작업을 완수할 수 있었고.. 완성한
물건을 다른 이들에게.. 특히나 '한솔'에게 만큼은 비밀로 하지 않으면 안 됐다.
분명히 폭발물의 존재를 알게 된다면 아무런 망설임 없이 그것을 끌고 돌진할 것이라는
한솔이의 행동을 미리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모두 잠든 곳에 가.. 유일하게 잠들지 않고 있던 길티를 조용히 따로 불
러냈다.
한솔이가 품 안에서 자고 있는 탓에 깨우지 않고 밖으로 나오는 것이.. 어떤 의미로
이 작업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부분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길티의 노력과 그의 서포
트로 인해 무사하게 한솔이를 길티에게서 떨어 트린 채 완성한 폭발물이 있는 장소로 데
려올 수가 있었다.
그곳에 도착한 그는 자신이 완성한 대전차 용의 폭발물에 대해 대략적으로 설명하며 길
티에게 명령을 내렸다.
한솔에게는 비밀로 하는 것은 물론이고.. 만약 자신이 신호탄을 쏘아 올린다면 폭발물
을 끌고 자신이 있는 쪽으로 달려오라는 명령이었다.
길티와 그의 경우 서로의 위치를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었기에 그가 어디쯤에 있는지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그도 이렇게 미리 준비를 해두고 있었지만 사용할 확률은 극히 낮지 않을까라
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아마 사용할 일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운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그의 좀비 테러에 정신줄을 놓아버린 전차병들
이 막무가내로 포탄을 쏟아붓는 막무가내 짓으로 확률이 낮을 거라고 생각됐던 전차와의 싸움에 비장의 카드를 써먹을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었다.
"어.."
권총의 탄환을 기폭제로서 써먹었던 그는 권총을 조준한 자세 그대로 폭발의 현장을 눈
으로 바라본 채 신음을 흘렸다.
이 거리라면 직접적인 폭발에 들어가지 않는 범위였기에 그나 길티가 폭발에 말려들 리
는 없었다.
...라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가스양 조절을 실패했나..?"
폭발의 직접적인 범위에서 벗어난 상태였던 그였지만.. 아무래도 폭발물을 만들 때 양을 조금 과하게 넣었던 탓인지 예상 이상으로 폭발의 위력이 컸고.. 그 탓에 생긴 충격
파가 그의 예상을 벗어나 있었다.
그리고 그 예상을 벗어난 충격파의 범위는.. 다름 아닌 그나 길티에게도 영향이 있을
정도였다.
그와 길티의 몸에 거친 충격파가 쏟아졌고.. 그 충격파를 버텨내지 못한 그들의 양발
은 지면에서 떨어져 나간 채 충격파로 일어난 풍압을 탄 채 허공을 향해 날아갔고.. 얼
마 지나지 않아 두 명의 몸은 중력의 영향을 급격하게 받은 듯 재빠르게 지면과 충돌했
다.
"크흑..!"
지면과 충돌한 그는 바닥에서 흐느적 몸을 움직인 채 고통의 신음을 흘렸다.
"제법 아프네.."
온몸의 뼈마디가 욱신거리는 감각을 느끼며 몸을 일으킨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중얼거
리고는 자신보다 먼저 몸을 벌떡 일으킨 채로 인형 타일을 자신의 쪽으로 향한 채 움직
임을 멈춘 상태로 있는 길티를 조심스럽게 바라봤다.
"아니.. 나도 충격파가 이렇게 썔줄은 몰랐다고?"
"................"
길티의 그 행동이 왠지 모르게 자신을 책망하는 것처럼 느껴졌던 그는 급하게 변명을 토
해냈지만 길티는 변명을 토해내고 있는 그를 조용히 바라볼 뿐이었다.
"미안.. 사실은 좀 화려하게 폭발시키고 싶어서 가스를 좀 더 넣었어."
그는 시선을 피한 채 사실을 토해냈다.
충격파가 이 정도로까지 영향이 있을 줄은 몰랐지만.. 그 원인은 화려한 폭발을 일으키
기 위해 그가 조금 과한 욕심을 부린 덕분이었다.
"그으으.."
그제야 길티는 짧은 소리를 흘리며 그에게서 시선을 뗀 뒤 폭발의 중심지로 고개를 돌렸
다.
"거북이 같네. 히히히"
취객 같은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로 길티의 옆으로 다가온 그는 전차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전차는 뒤집힌 거북이와 같은 느낌으로 완벽하게 뒤집힌 채 애처롭게 캐터
필트만이 허공을 향한 채로 허무하게 움직이고 있는 사태였다.
물론 전차가 이런 상태로 뒤집힌 것은 우연이 아니라 그가 의도한 바였다.
애초에 건물 안에 있던 재료로 탱크의 장갑을 어떻게 할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을 내는
것은 무리였기에 이 폭발물의 주 목적은 지면을 폭발로 깎아 내 버려 중심을 잃은 전차
를 뒤집어 버리는 것이 목적이었다.
아무리 무서운 화력과 기동력을 가지고 있다고는 해도 뒤집힌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고철 덩어리와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유일한 입구는 지면에 의해 막혀버렸기에 조종 수들이 밖으로 나와 어떻게 해
볼새도 없었다.
물론.. 나온다고 해도 50톤이 넘는 전차를 인간의 힘만으로 다시 뒤집는 것은 무리인
일이었지만 말이다.
"한솔이는 건물에 있어?"
애꿎게 허공을 가르며 발악하는듯한 전차의 모습에서 눈을 뗀 그가 길티에게 물었고..
길티는 고개를 끄덕여 긍정의 표시를 했다.
"자기들끼리 재밌는 거 했다고 뿔나있겠네."
머릿속에 한솔의 뾰료퉁한 얼굴이 자연스럽게 떠올린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온몸에 묻
은 흙먼지를 거칠게 털어내며 주위를 돌아봤다.
"그런데 이상하네..? 이 정도 폭발이면 할배랑 자드가 올 법도 한데."
이 정도 소란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할배와 자드의 모습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서 놀고있는건가..?"
좋지 않은 상상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지만.. 그는 굳이 그 생각을 부정하기라도 하
는 듯 다른 방향의 말을 입 밖에 내뱉으며 눈동자를 굴려 할배와 자드가 어딘가에서 나
타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은 채 주변을 살폈다.
그러던 그때.. 그의 귓가에 묘한 소리가 포착됐다.
깃발 같은 것이 펄럭일 때 나는 것 같은 소리였다.
그는 물론 길티 역시 그 소리의 출처를 찾는 듯 주변을 둘러보며 소리의 근원지를 찾았
지만 어디에도 깃발이나 천 같은 것이 펄럭이는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소리는 계속해서 그의 귓가에 들려왔다.
"설마...?"
소리의 근원지를 눈으로 찾을 수 없었던 그는 아직 확인하지 않은 방향을.. 하늘을 향
해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는 소리의 근원지를 확정할 수 있었다.
동시에..
"큭...!?"
그는 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지면과 10 터 이상은 떨어진 듯 한 하늘 위..
그곳에는 거대한 날개를.. 박쥐의 날개를 거대화 시킨듯한.. 혹은 이야기 속에 등장하
는 악마의 날개를 연상케 하는듯한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는 한 명의 여성이 그와 길티
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흉흉해 보이는 날개를 펄럭이는 그 여성의 한 손에는.. 온몸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있
는 살았는지 죽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상태인.. 유독 한쪽 팔만이 비대하게 큰 인간
의 머리를 부여잡은 채 있었다.
그리고 날개 달린 백금 발의 여성이 부여잡고 있는 그 인간..
온몸을 피로 물들이고 있는 그 존재가 누구인지 말할 것도 없이 확신할 수 있었던 그
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여성의 손에 의해 힘없이 매달리고 있는 존재에 시선을 고정시킬
수밖에 없었다.
"할배.. 자드.."
그는 여성의 손에 머리를 잡힌 채 힘없이 몸이 흔들리고 있는 할배와 자드의 이름을 내뱉으며 그 몸을 거세게 진동시켰다.
============================ 작품 후기 ============================
이번 에피소드 완결까지 3화정도 남았네요.
여유가 있으면 후다닥 연참 하고싶은데 시간이 안나네요 ㅠㅠ
주말을 노려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