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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얼론 (Zombie Alone)-161화 (161/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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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7 잠입

폭음이 끝나는 순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귀를 막기는 했지만 그에게 있는 것은 왼쪽 팔 왼쪽 팔 하나 분이었기에 귀를 완

벽하게 틀어막을 수는 없었고.. 아까와 비교하면 상태 자체는 괜찮다고 볼 수도 있었지

만 여전히 한쪽 귀가 멍멍했다.

생각 같아서는 귓구멍에 손가락을 쑤셔 넣어 뚫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저 거

침없이 주포를 쏴대는 전차 상대로 한 줌의 여유 따위가 있을 리 없었다.

그는 폐 속에 산소를 가득 채운 채로 1층 복도의 바닥을 세차게 내치며 달려나갔다.

자신이 무사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전차 상대로 가만히 있는 것은 자살과 다를 바 없었

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달려나간 그의 뒤편에서 폭음을 비롯한 파괴 음리 들리며 충격

파가 다시 한번 그의 몸을 거칠게 날려 벌렸다.

"칫..!?"

충격파로 인해 날아가는 자신의 몸보다 커다란 폭음과 굉음에 더 괴로울 수밖에 없던 그

는 혀를 치며 공중에서 자세를 바꾸어지면에 착지한 뒤 두개골을 흔드는 소음을 무시한

채로 창문의 유리를 온몸으로 깬 채 밖으로 튀어 나갔다.

굳이 엄폐물도 없고 자신의 존재가 노출되는 밖을 택하는 어리석은 짓을 한다고 볼 수

도 있었지만.. 이 상태로 건물 안에 숨어 있을 경우 건물의 상태 따위는 신경 쓰지도

않은 채 마구잡이로 포격을 날리고 있는 전차로 인해 건물이 무너질 수도 있었다.

건물이 무너지든 태양 교단의 누가 죽든 그것은 그에게 신경 쓸 일은 아니었지만.. 이

건물 어딘가에 향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이대로 건물이 무너진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위

협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어딘가에 있을 할배와 자드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그나마 민첩하고 잽싼 자신

이 미끼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현재의 상태로 전차를 상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가 인간을 초월하는 존재라고 하지만 그의 힘으로 전차의 장갑을 뚫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전차의 포탄을 맨몸으로 받아서 버틸 수 있을 리도 없었기에 현재의 상태로 그

가 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포탄을 아슬아슬하게 회피하는 것 정도가 다였기에 실상

은 끝이 보이지 않는 절벽 사이의 외줄 위에 올라져 있는 것 같은.. 위험한 외줄 타기

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다.

"10분정도를 버텨야 하는건가.."

그는 손목에 찬 싸구려 전자시계를 확인하며 중얼 거렸다.

비록 지금의.. 장비도 아무것도 없는 현 상황에서 전차를 무력화 시키는 것은 무리였지

만 길티가 도착하는.. 약 10분 정도 후라면 지금의 판도를 뒤바꿀 수도 있을 것이었기

에.. 그는 길티의 도착을 기다리며 스치기만 해도 피떡이 될 무시무시한 전차의 공격

에 버틸 수밖에 없었다.

그는 전차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달리는 와중에 고개만을 돌려 뒤를 확인했다.

전차는 그의 존재를 확인한 뒤 주포를 날리려는지 포신을 천천히 움직여 그를 맞추기 위

한 조준 작업을 하는 듯 보였다.

그는 언제 포탄이 날아온다 해도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갈 수 있게 준비 자세를 취했

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전차가 한 행동은 주포를 발사하는 것이 아니었다.

포신을 움직이기에 당연히 포탄을 쏠 줄 알았건만 전차가 취한 행동은 캐터 필트를 힘차

게 굴리며 그를 향해 달려오는 일이었다.

시속 80km의 속도로 달려오는 전차.. 그런 와중에 전차의 출입구에서 한 명의 남자가

튀어나와 바로 근처에 달린 중기관총에 자신의 몸을 안착시키고 있는 걸 확인한 그는 인

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폭주 전차의 목적을 파악했기 때문이었다.

폭사시키는 걸 그만두고.. 그를 근접한 상태에서 중기관총을 퍼부으려는 의도인 것은 쉽

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포탄을 피해야 했던 상황보다 안 좋은 상황이었다.

물론 반대로 생각하면 두꺼운 장갑의 전차를 처리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중기관총을 사용하기 위해 노출된 부분을 노린다면 그에게도 기회는 있을 것이었다.

단지.. 그것은 무사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서였다.

시속 70km의 속도로 움직이는 데다가 초당 몇십 발의 탄환을 쏟아내는 중기관총을 피

해 접근하는 것은 일단 난이도가 턱없이 높았다.

질긴 생명력을 이용해 총알을 받아 가며 접근했다고 해도.. 수십수백 발의 탄환을 받

은 몸으로 움직이는 전차를 어떻게 할 수 있을 리도 없었다.

즉 약점이 노출됐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그에게 유리한 작용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건 좀 위험한데..!"

그는 매 당겨진 억지웃음을 지은 채 중얼거리고는 다시 한번 창문을 박살내며 건물 안으

로 뛰쳐 들어갔다.

온몸 곳곳에 박힌 유리가 안쪽으로 박혀들어가 따끔 걸렸지만.. 어차피 자신의 신체라

면 시간에 지남에 따라 알아서 유리를 배출해내고 회복됐기에 그는 상처에 쓸 신경을 구

석으로 밀어 넣은 채 시끄러운 소리를 흘리며 달려오는 전차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포탄과 마찬가지로 중기관총 상대라면 이런 물러터진 콘크리트 벽 따위로는 총탄을 막

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거기에 덧붙여.. 포탄이라면 단발로서 광범위 공격이었기에 한번 피한다면 다음 공격까

지의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는 것에 반해 중기관총의 연발성은 그에게 있어 무시할 수

없는 위협이었다.

어떻게 피했다고 쳐도.. 중력의 영향을 받고 있는 몸으로서 회피 후 다음 동작을 하기

위해서는 타임 렉이 발생해 틈이 생길 수밖에 없었고 중기관총의 연발력이라면 그 틈을

파고 들어올 수 있었기에 온몸에 바람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는 상황..

"죽어라아아아아아아!!"

아니나 다를까 어느새 그가 들어간 창의 근처까지 다가온 전차의 소총수는 광기 어린 소

리를 내지르며 벽너머에 있는 그를 향해 중기관총의 방아쇠를 망설임 없이 당겼다.

시끄러운 총성과 함께 발사된 수십 발의 탄환은 벽을 꿰뚫은 채 그 너머에 숨어있는 그

를 향해 날아갔다.

"윽..!?"

급박하게 유리 투성이인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위협적인 총탄의 비를 피하려던 그였지

만.. 결국 전부 피해 내지 못해 몇 발의 총탄이 그 몸을 찢어발기며 관통했다.

"커헉..!"

고통에 앞서 내장이 갈기갈기 찢어진 탓에 그는 대량의 피를 그 몸과 입에서 토해냈다.

질긴 생명력 탓에 죽지 않은 그였지만 상처가 제법 심각하여 몸을 제대로 가눌 수가 없었던 그는 지면에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회복이 될 때까지 편히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던 그였지만.. 언제 중기관총의 탄환이 덮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쉬고 있을 수 없었기에 안에 있는 내용물들이 흘러내

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한 손으로 상처를 틀어막으며 지면을 기어 가장 가까이에 있는 방 안으로 쓰러지듯이 기어 들어간 뒤 소리가 나지 않게 조용히 문을 닫고 없는 것보

다 낫다고 생각되는 책상의 비어있는 공간 안으로 기어들어갔다.

"쿨럭..!"

그는 각혈의 소리가 새지 않게 입을 틀어막았고 그 탓에 흘러나온 피로 얼굴을 새빨갛

게 물들였지만 그것을 닦을 여유조차 없는 그는 자신의 상처를 내려 봤다.

즉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큰 부상.. 이었지만 인간과는 다른 몸을 가지고 있는 그의 신체는 상처를 되감는 것 마냥 천천히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 기세라면 몇 분 정도만 지나면 완벽하게 회복할 수 있을 것이었다.

"몇분 지났지..?'

거친 숨소리를 흘리며 그는 손목에 찬 싸구려 시계를 확인했다.

그러나 방금 전 지면을 구르며 부딪친 것인지 시계의 액정 부분이 산산조각 난 상태였

다.

"하아.. 이대로 숨어있을 수 있다면 좋겠는데.."

그는 손목에서 시선을 뗀 채 다시 자신의 회복돼가고 있는 상처를 바라봤다.

적어도 상처가 회복되기 전까지 숨어있을 수 있다면 다시 도망가는 것도 가능했기에 시

간을 더 벌 수도.. 아니면 그 이외의 방법으로 시간을 끌 수도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하아..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진짜 미친놈들이네.. 히히!"

그는 문밖에서 들려오는 굉음과 캐터 필트가 돌아가는 시끄러운 소리에 어이가 없다는

듯 울을 수밖에 없었다.

소리로 보아 그들이 전차로 벽의 외벽을 뚫고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예상을 확정시키려는 듯 그가 숨어있던 방의 문과 벽에

단숨에 파괴되며 육중한 전차의 몸체가 방안에 침입했고.. 전차는 기세를 죽이지 않은

채 그가 숨어있는 책상 쪽을 향해 단숨에 속도를 올리며 돌진했다.

"큭..!"

그는 엉망이 된 코트 안으로 손을 뻗어 과도 3자루를 손가락 사이에 낀 채로 꺼낸 뒤

책상 밑에서 뛰쳐나가며 정면에서 달려오는 전차.. 정확하게는 전차의 위에서 중기관총

을 잡고 있는 남자를 향해 3자루의 과도를 있는 힘껏 내던졌다.

3자루의 과도는 정확하게 남자의 머리에 연달아 박혔지만.. 두꺼운 방탄 모의 덕분에

남자의 몸에까지 닿지 못했고.. 남자는 그저 놀란 듯 그 움직임을 잠시 멈췄을 뿐이었

다.

거기에 전차의 조종수에게 영향 따위는 조금도 없었기에 전차는 그 육중한 금속의 몸체

로 그를 들이 받았다.

"해,해치웠나!!"

돌진해오는 전차의 앞에서 칼을 내던진 것도 모자라 그것이 방탄모에 꽂힌 탓에 순간적

으로 당황했던 남자였지만.. 그가 전차에 깔려 그 모습이 사라진 것을 계기로 정신을

차리고 쾌재가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나머지 애새끼들은 어디갔지?"

남자는 몇 분 전 확인했을 때 그 이외에도 몇 명의 아이들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있었

기에 아이들의 모습을 찾기 위해 주위를 살폈지만 사람의 흔적은 아무 곳에도 발견할

수 없었다.

"딴데로 가보자!"

남자는 전차의 장갑을 손바닥을 내리치며 외쳤고.. 그에 따라 전차는 후진을 하며 자신

들이 파괴하며 들어왔던 곳을 되감듯이 돌아가 부지 내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그때..

탱크의 장갑을 두드리는 소리가 남자의 뒤에서 들려왔고 남자는 자연스럽게 뒤를 돌아봤

다.

"잘가!"

그곳에는 캐터필트에 깔려 죽었다고 생각한 그 가.. 육중해 보이는 중식칼을 휘두르고

있었다.

"어..?"

죽었다고 생각한 그가 어째서 살아있는 거지?라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남자는 목이 잘려

절명했다.

사실 그는 캐터 필트에 깔린 것은 아니었다.

전차의 정면과 부딪치려는 순간 그는 전차의 앞면에  아슬아슬하게 달라붙을 수 있었다.

조금만 타이밍이 어긋났으면 남자가 생각했던 대로 탱크에 압사당해 죽었을 상황이었지

만 그는 살아남았고.. 오히려 남자의 틈을 노려 역관광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는 기회를 노려 열려진 구멍 안으로 뛰어 들어가 안에 있는 나머지 인간들을 처리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빠르게 전차 안에 있는 인간들의 행동이 빨랐다.

그가 위에 올라탄 것을 자각한 그들은 전차에 속도를 올리며 그 동체를 거칠게 움직였

고.. 그 움직임에 중심을 잃은 그의 두발이 탱크의 장갑 위에서 미끄러지듯 떨어져 나

가며.. 그대로 지면에 내동댕이 쳐졌다.

"큭..!"

전차를 무력화 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친 그는 분한 듯 소리를 흘리며 욱신거리

는 몸을 지면에서 일으켜 재차 전차에 매달릴 생각이었지만.. 이미 전차는 빠른 속도

로 그에게서 멀어졌고.. 자신이 목을 베어냈던 남자의 시체가 밖으로 내동댕이 쳐지며

유일한 입구가 닫힌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그에게 역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 것이었다.

하지만..

[그어어어어어어어!!]

그가 있는 장소에서 조금 떨어진.. 피투성이가 된 정면의 입구에서 좀비 특유의 거친

울음소리를 울리며 고양이 마스코트의 인형탈을 쓴 '좀비' 한 마리가 거대한 짐을 싣

고 있는 카트를 끌며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 좀비는 다름 아닌.. 그가 그토록 기다리던  역전의 기회라고 할 수 있는 '길티' 였

다.

============================ 작품 후기 ============================

이번 에피소드도 이제 끝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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