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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7 잠입
남자들 전원.. 아니 '한명' 만을 남기고 전부 해치운 할배와 자드는 남자들이 향하던
방향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곳에 '그'가 있을 확률이 가장 높기 때문이었다.
[그 녀석은 잘하고 있으려나?]
"미도라면 알아서 잘하고 있겠지!"
[하긴.. 우리 편이니까 다행이지.. 적으로는 절대 만나고 싶지 않은 새끼니까!]
"허허허! 동감이야!"
두 사람은 그의 모습을 떠올리며 자드가 말한 의견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아군으로서의 그는 유능했다.
그것도 지나칠 정도로 유능했다.
어떤 일이든 무리 없이 소화해내는.. 다재다능 팔방미인 등의 말이 붙어도 손색이 없
을 정도로 그는 유능했다.
여러 가지의 전문가급 지식과 기술들.. 한 명이 몇 년 몇십 년을 노력해야 도달할 수
있는 경지를.. 그는 숨 쉬는 것처럼 간단하게 피로했다.
화학, 생물학, 물리학 같은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 머리가 아파질 것 같은 지식은 물론
이고 음악이나 미술 같은 예술 분야에까지 능통한데다가 심지어 몇십 년 동안 연기 인생
을 걸어왔던 할배조차 그의 연기에 놀랄 정도로 능숙했으며 삐쩍 말랐던 야생아 한솔을
어여뿐 꼬마 숙녀로 바꿔버린 것으로 보아 영양학이나 미용에도 능통한 듯 보였다.
물론 이런 지식이나 기술들뿐만 아니라 전투에 관련된 지식이나 기술에도 능통했다.
총화기를 손발처럼 다루는 것은 물론이고 여러 가지 근접무기를 다루는 실력조차 뛰어나
며 전술이나 전략에도 조예가 깊었다.
그야말로 못하는 일을 손으로 꼽는 것이 더 빠를 정도로.. 그는 대부분의 일이라면 해
낼 수 있는 만능성 혹은 이 세상의 가능성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는 존재였다.
그러나 만능성을 지닌 그가 진짜로 무서운 것은 그 잔혹성과 집요함 이었다.
아군이라면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요소.. 오히려 할배나 자드에게 있어서는 태
양 교단에게 두드러지는 잔혹행위에 의해 심신의 안정을 찾을 정도로 도움을 받는 요소
였다.
단지 만약 그가 적으로서 그 잔혹한 요소가 자신들에게 돌아온다면..?
진심으로 끔찍했다.
그 앞길에 펼쳐진 것은 분명 절망과 고통.. 그리고 잔혹한 죽음뿐일 것이었다.
애초에 그들이 방금 전 남자들에게 행한 행동은 반 이상이 그의 행동을 모방한 것이라
고 볼 수 있었기에.. 당하는 입장이 자신들이었을 경우는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나 사실상 이것은 그저 망상일 뿐이었다.
그가 자신들과 적대할 일 따위는 없었고 자신들도 그에게 적대할 생각 따위는 없었기 때
문이었다.
[오! 할배! 저쪽에 쓰레기들이 많이 모여있는 것 같은데!?]
이런저런 잡소리를 교환하고 있던 도중 자드가 많은 수의 기척을 감지하여 곧바로 그것
을 할배에게 전했다.
"허허허허! 그럼 얼른 가서 치우지 않으면 안돼겠군!"
자드의 말에 화색을 띄운 할배는 콧노래를 부르며 자드가 턱으로 가리 킨 방향을 향해
속도를 올리며 달려갔다.
그렇게 할배가 건물의 모퉁이를 넘어 돈 순간.. 자드가 말한 대로 모여있는 많은 수의
인간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거참! 치워야 할 쓰레기들이 많.. 은데.. 그중 핵폐기물 하나가 끼여 있군"
[하..! 빌어먹을 년.. 진짜로 있었네..!]
싱글벙글하던 두 사람의 얼굴은 단숨에 험악하게 바뀌었고 공기만큼 가볍던 그들의 목소
리조차 지옥의 밑바닥 같은 업화와 같은 불꽃을 담고 있었다.
총기로 무장한 남자들의 선두에는 장소와 너무나도 이질적인 한 명의 여성이 있었다.
나들이라도 나온 것 같은 새 하얀색의 원피스와 그 옷에 지지 않을 정도로 새하얗고 잡
티 하나 없는 피부.. 태양빛을 받은 눈처럼 눈부시게 반짝이는 새하얀 백금 발의 살랑
거리는 머리카락
그야말로 북유럽 미녀의 이미지를 구체화시킨듯한 아름다운.. 남자라면 누구라도 넋을
놓고 쳐다볼 정도의 미녀였다.
하지만 할배와 자드가 여성을 보는 눈빛은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것을 보는듯한 혐오와
증오를 담고 있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저 아름다운 미녀야말로 가장 먼저 찢어 죽여야 할 인물이자..
자신들을 이런 몰골로 만든 장본인이자..
눈앞에서 자신들의 소중한 가족들을 처참하게 살해하기를 명령한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그 미녀는 이 복수극의 '시발점' 이었다.
"자드으으으으으으으!!!"
할배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허약한 두 다리에 힘을 실어 남자들.. 정확하게는
남자들의 선두에 있는 미녀를 노린 채 자드의 이름을 울부짖으며 달려나갔다.
[빌어쳐먹을 개년아아아아아아!!]
할배에게 이름을 불린 자드 역시 자신의 마음속에 끊는 감정을 토해내며 자신의 턱을 힘
차게 벌렸다.
할배는 그런 자드를 정면에 조준한 채 더욱더 늙은 몸에 채찍질을 하며 달려나갔고..
동시에 자드의 입에서 보라색의 안개가 거칠게 뿜어져 나왔다.
일정의 포식을 함으로써 사용할 수 있는 자드의 필살기라고도 할 수 있는 '독무' 였다.
큰소리로 외치는것도 모자라 투박한 발소리를 울리며 뛰어오는 할배에게 눈치챈 남자들
이 본능적으로 등이나 고개를 돌려 그 모습을 확인했고.. 그와 동시에 자신들에게 날아
오는 독 안개와 조우했다.
그리고 남자들은 어떤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피를 뿜어내거나 토해내며 힘없이 지면에
쓰러져갔다.
그런 남자들의 몸을 거침없이 짓밟으며 자드와 할배는 선두에 있는 미녀.. 이쪽을 느긋
하게 바라보고 있는 미녀를 향해 내 달렸다.
그에 따라 점점 확실하게 보이는 미녀의 모습에.. 두 사람의 머릿속에는 그 당시의 기
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의욕이 없네? 그럼 의욕이 나게 해주지 않으면!'
그렇게 할배와 자드.. 정확히는 자드의 의식이 있는지 알지 못 했던 미녀는 할배에게
그런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녀는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을.. 구속된 할배의 앞까지 데
리고 왔다.
거기에는 할배의 가족과 자드의 연인은 물론이고 자신들과 협력하던 동료들까지 존재하
고 있었다.
어째서 이들을 자신들의 앞에까지 데리고 온 것인가 의아한 할배와 자드였으나.. 그 의
문은 곧바로 해소됐다.
'시작해'
미녀의 청량한 목소리와 함께 뒤에 있던 남자들이 행동을 시작했다.
남자들이 가장 처음에 한일은 소총으로 그들을 쏘는 것이었다.
끔찍한 비명과 함께 총에 맞은 사람들은 피를 흘리며 힘없이 쓰러져갔고.. 총격에 무사
하거나 경상 정도로 끝난 사람들은 살기 위해 도망가려고 했지만.. 다른 남자들이 도
망 가려는 사람들을 나이프로 무참하게 베고 찌르며 학살했다.
할배의 가족들 대부분.. 막내딸 첫째 손자 둘째 손자사위와 며느리가 죽었고 자드의
연인도 여기서 목숨을 잃었다.
유일하게 살아남았던 자신의 첫째 아들은 운 좋게 칼을 든 남자를 제압한 뒤 칼을 빼앗
고.. 그대로 신분이 가장 높았던 미녀를 인질로 잡기 위해 행동했다.
하지만.. 오히려 잡힌 것은 미녀가 아니라 할배의 첫째 아들이었다.
어떻게 해보기도 전에 그 가느다랗고 작은 손에 목을 잡힌 채 허공에 들어올려졌고 그대
로 처참하게 찢겨 죽었다.
비유가 아니라 물리적인 의미로.. 할배의 아들은 종이를 반으로 찢듯이.. 상반신과 하
반신이 나누어져 즉사했다.
이 일렬의 잔혹한 살육은 할배와 자드가 보는 '앞'에서.. 5분도 채 걸리지 않은 채 막
을 내렸다.
그리고 이 살육을 마무리한.. 마지막 남은 할배의 아들을 찢어 죽인 미녀는 자신에 잔
뜩 묻은 피를 요염하게 핥으며 입을 열었다.
'이제 의욕이 좀 나지?'
잊을 수 없는 그 미소와 그 말.. 어제에 있었던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르는 그 가증스럽
고 증오스러운 모습..
"천인공노할년! 네년의 그 가증스러운 얼굴을 찢어 발겨주마!"
[개같은년! 죽어어어어어어!!]
할배와 자드는 동시에 자신들안에 있는 분노를 토해내며 할배는 더욱더 자신의 다리에
채찍질을.. 자드는 더욱더 거세게 독무를 미녀쪽으로 뿜어냈다.
미녀와 할배의 사이에 있던 남자들은 독무에 휩싸인 탓에 우르르 쓰러져갔고.. 할배와
자드가 미녀와의 거리가 몇미터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는 미녀를 포함해 5명 정도밖에 남
지 않았다.
조금만 더 근접한다면 남자들을 포함한 미녀도 독무의 범위에 들어갈 상황..
그러나 독무가 미녀들을 감싸기 전.. 얌전하게 남자들이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것을 지
켜보고 있던 미녀가 행동을 취했다.
나긋한 동작으로 오른팔을 휘두르는 단순한 동작..
연기를 자신 쪽으로 오지 않기 위해 허공에 손을 휘두르는 단순한 동작..
하지만 그 이후 벌어진 것은 단순한 동작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파괴력을 보였다.
가볍게 휘두른 그 동작으로 인해 발생한 풍압은 미녀에게 내뿜어진 독무를 날려버리는
것은 물론이고 지면에 굴러다니던 돌들조차 날려버렸고 심지어 그 앞에 있던 남자들조
차 그 충격에 산산조각 부서져 버릴 정도였다.
인간은 물론이고 괴물들조차 초월한듯한 비상식을 뛰어넘는 힘..
그 가늘어 보이는 육체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어마 무식한 힘을 선보인 미녀는 남자들
이 산산조각 나며 흩뿌려진 피로 더럽혀진 자신의 원피스를 내려다 본 뒤.. 풍압으로
인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멈춰 서있는 할배와 자드 쪽으로 시선을 돌렸
다.
"반가운 얼굴이네?"
미녀는 자신의 뺨에 튄 피를 손가락으로 닦아내며 청량한 목소리와 함께 미소 지었다.
방금 전 폭풍과도 같은 풍압을 일으킨 장본인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몹시 청초한.. 남
자라면 가슴이 두근거릴 것 같은 미소였다.
그러나.. 할배는 다른 의미로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분노와 증오로 불탈 것 같이 뜨거웠던 자신의 머리가.. 방금 전 미녀가 보여준 힘으로
인해 순식간에 식어버린 것과 동시에 눈앞에 있는 존재가 터무니없는 상대라는 것을 깨
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머리밖에 존재하지 않는 자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록 심장의 기관이 존재하지 않았지만.. 눈앞의 여자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는 자
드 역시 깨달을 수 있었다.
그저 서있는 것만으로도 뿜어져 나오는 절대적인 존재감..
"방금전까지 날 죽인다 뭐다 하더니.. 갑자기 왜 이리 얌전해졌어?"
미녀는 자신의 손가락에 묻은 붉은 피를 혀로 활짝 핥았다.
방금 전의 청초한 모습과는 상반되는 몹시나 요염한 자태..
"아하하하! 혹시.. 무서워졌어?"
미녀는 굳어진 할배와 자드를 비웃듯 입을 열어 웃었고.. 그 붉은 입술 사이에는 명백
하게 인간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흉포한 송곳니가... '흡혈귀'를 연상케하는 새하
얀 송곳니가 드러나 있었다.
============================ 작품 후기 ============================
전에 미미가 세계관 전투력 탑3에 든다고 말을 했었는데..
그 탑3중 한명!
거기에 단 3명뿐이라는 그 존재중 한명 입니다.(한명은 이미 고인이지만..)
정체는 너무 쉽게 짐작하실수 있을..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