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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7 잠입
한 편.. 대기하고 있던 자드와 할배는..
[아직인가..]
차가운 바닥에 지루한듯한 표정으로 엎어져 있던 자드는 굳게 닫힌 철문을 바라보며 중
얼거렸다.
그가 좁은 환풍로를 통해 떠난 지 벌써 2시간이 넘은 시간이었건만 방안은 물론 문밖조
차 고요하기 짝이 없는 상태였다.
특히나 자드의 경우 할배의 팔에 달려있는 상태였기에.. 수로를 따라 이동한 시간까지
포함하면 거진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4시간을 대기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기에 자드
에게 있어서는 지루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었다.
"마음은 이해하지만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보자고."
자드의 옆에서 대자로 누워있는 할배가 고개만을 살짝 들어 올리며 지루해 미칠 것 같
은 자드를 달래듯 말했다.
할배 역시 지루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그럼에도 굳이 나서서 움직일 생각은 없었다.
사실상 이 연구시설이야말로 그들에게 있어서는 복수의 큰 지분을 차지하는 곳이라고 말
할 수 있었기에.. 분 너머에 그 원수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속의 분노가 강하
게 쑤셔왔다.
거기에.. 이 연구시설에는 자신들의 소중한 사람들을 죽인 당사자가 있을지도 몰랐기
에.. 마음속에 타오르는 분노는 진짜배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멋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은 그에 대한 믿음과.. 완벽한 복수
를 위함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그의 신호를 묵묵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비록 며칠 몇 주가 되더라도...
그러나 그들의 그런 기다림을 단숨에 해소시켜주는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졌다.
귀를 파먹는 것 같은 시끄러운 경고음..
그리고 이것이 뜻하는 바는 단 하나였다.
[카..카카카카카!! 타이밍 오지네에에에에!!]
자드는 자신의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채 웃으며 이 시끄러운 경고음에 리듬을 맞추며
콧노래까지 부르기 시작했다.
"드디어 일할 시간인가."
할배 역시 그 시끄러운 경고음에 차가운 바닥에서 일어나 덤덤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식어버린 자신의 몸에 열기를 되찾기 위한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할배의 그런 덤덤한 모습과는 다르게 그 입가에는 호전적인 미소
가 띄워져 있었다.
할배는 얼마 동안 자신의 늙은 몸을 조금이라도 더 확실하게 움직이기 위한 작업을 반복
했고 자드 역시 그냥 있기 심심했는지 자신의 턱을 상하로 움직인 채 무엇이라도 단숨
에 집 어사 킬 수 있는 준비작업을 했다.
"좋아..!"
[갈까!!]
한 몸이라는 것을 자랑하기라도 하듯 두 사람은 호흡 좋게 외치며 굳게 닫쳐진 철문을
여는 시간조차 아깝다는 듯 그대로 후려쳐 날려 버리며 밖으로 나왔다.
방안에 있었을 때도 제법 시끄러운 소리였지만 복도로 나오니 그 소리는 더욱더 확실하
고 시끄럽게 두 사람의 고막을 때렸다.
하지만 그들에게 있어 이 경고음은 시끄럽다기보단 신나는 노랫소리와 다를 바 없었다.
그 증거로 두 사람은 얼굴을 찌푸리기는커녕 입가를 비튼 채 유쾌한 복수 귀의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기에 그들은 경쾌한 발걸음을 내디디며 자신들의 먹이를 찾기 위
해 움직였다.
그러나 맥빠지게도 그들의 앞에 누군가 나타나는 일은 없었고.. 그들은 별다른 방해 없
이 앞으로 쭉 쭉 진행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앞으로 진행한 순간!
그들은 그토록 원하던 '먹이' 2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묵직해 보이는 소총으로 무장하고 있는 2명의 남자들..
남자들은 어디론가 급하게 달려가고 있는 와중이었는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곧이어 발소리를 죽일 생각이 전혀 없던 할배에 의해 그들은 자신들의 뒤에서 누군가 오
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거의 동시에 뒤를 돌아봤다.
"뭐,뭐야!?"
처음에는 얼굴을 모르는 낯선 노인이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의아해하
는 표정을 지어 보이던 남자들은.. 이내 그 노인의 손에 악어의 머리가 연결되어 있다
는 것을 알고는 서둘러 등에 매고 있던 소총으로 조준하기 위해 움직였지만..
[뭐긴 뭐야 니 애미지!]
방아쇠를 당길 새도 없이 눈앞에 다가온 거대한 입에 남자 2명은 약간의 시간 차를 두
고 단번에 자드의 새카만 입안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져갔고.. 남은 것은 그저 대량
의 붉은 액체뿐이었다.
[카카카카카!! 그래! 이 맛이야! 이 개 쓰레기 같은 맛! 이거야말로 고향의 맛!]
입안에서 선혈을 뚝뚝 흘린 채 자드는 파충류 특유의 눈동자를 이곳저곳으로 데굴데굴
굴리며 유쾌하다는 듯 웃었다.
"자드.. 그건 좀 틀리지 않냐?"
[앙? 이 늙은이 갑자기 왠 시비야?]
유쾌한 자드가 얼굴을 찌푸린 채 진중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뭐라고 하는 할배를 찌릿하
고 노려봤다.
"너는 수컷이니까 애미가 아니라 애비가 맞는 거 아니냐?"
[미친!! 그걸 말하는 거냐! 그럼 이제 애비라고 하지 뭐! 카카카카! 얼른 달려 할배!]
"이크..! 그렇군 뷔페는 역시 양껏 먹어야 제맛이겠지! 허허허!!"
피로 얼룩진 바닥 위에서 두 사람은 평소와 같은 만담을 펼치며 속도를 높여 복도를 달
려 나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또 다른 먹이의 무리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까전의 남자들에 비교하자면 그 수는 대략 4배가량인 8명
전부 총기로 무장하고 있었고.. 다가오는 할배와 자드의 흉측한 모습에 잽싸게 경계를
취한 채 문답 무용으로 총탄을 퍼부었다.
[따거! 따거! 열라 따거!]
"중국어 실력이 제법이구나. 자드!"
[야 이 미친 영감탱이야!? 따거(대형)가 아니라 따갑다고! 아따!?]
총탄의 세례에서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할배는 자드의 몸체를 방패로 삼아 쭈그리고 앉은
채 총탄을 막아낼 수 있었지만.. 그 총탄에 노출된 자드는 커다란 상처는 없었지만 그
충격은 고스란히 몸으로 받았기 때문에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는 죽도 밥도 안되겠군.. 재생을 믿고 돌격을 할까.."
자드의 단단한 육체와는 다르게 할배의 몸 자체는 그냥 평범한 인간.. 총탄에 맞을 시
큰 부상을 입을 수밖에 없었지만.. 그것은 포식으로 커버가 가능했기에 어느 정도 총탄
을 맞아도 죽을 일은 없었다.
단지.. 너무 많은 포식은 그의 지병을 자극하기에 벌써부터 써먹는 것은 조금 망설여
질 수밖에 없었다.
[할배! 옆에! 저 카트를 써! 따거!? 이런 개 x 끼들..! 따가워 죽겠네!!]
자드는 쉴 새 없이 날아오는 총탄 속에서 웅크리고 있는 할배의 옆에 방치된 핸드카트
를 눈으로 가리켰다.
커다란 짐을 옮기는데 사용하는 것인지 크기가 제법 큰 물건이었다.
"옳거니!"
자드의 의도를 파악한 할배는 쭈그리고 앉은 상태에서 오리걸음으로 조심스럽게 이동한
뒤 그대로 넓적한 카트의 위에 몸을 실은 뒤 다리를 뻗어 카트를 가속시켰다.
물론 총탄에서 안전하기 위해 자드의 몸체를 방패막이로서 내세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수퍼매에에에에엔!!"
나이를 먹을 때로 먹은 할배는 한 자릿수 어린아이 마냥 카트의 위에서 그렇게 외치며
순식간에 카트의 속도를 몸에 달은 채 열렬한 사격을 퍼붓고 있는 남자들 쪽으로 이동했
다.
[던지라고 했지! 누가 타라고했냐!!?]
아무래도 자드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해석이었던 것인지.. 따가운 총탄을 맞은 채 소
리 질렀다.
하지만 그것은 의외의 효율을 보였다.
복도의 폭은 좁기에 남자들의 탄환은 거의 정면으로 쏟아졌고 그것은 몸을 웅크린 채 자
드를 내세우고 있는 할배의 몸을 안전하게 보호해주었으며 그 안전한 상태에서 남자들과
의 거리를 단숨에 줄여주기까지 했다.
[븅신 같은 아이디어였지만.. 딱 좋네! 안녕 니네 애비가 왔다!]
순식간에 거리를 줄인 할배와 자드는 자신들의 사정거리에 들어온 남자들을 향해 무참
히 몸체를 휘두르며 동시에 닥치는 대로 남자들의 몸체를 씹어 삼켰다.
사거리가 가까운 탓에 제대로 사격하지 못한 채 자세가 흐트러진 남자들은 순식간에 자
드의 휘둘러진 몸통에 뼈가 박살 나거나 그대로 입속 안으로 삼켜지거나 날카로운 이빨
에 사지가 씹어먹히는 등의 공격을 차례차례 받으며 그 수를 허무하게 줄여나갔다.
그 와중에 거리를 벌려 살아남은 몇 명의 남자들이 재차 할배를 향해 총탄을 퍼부었
고.. 치명적인 부위는 급하게 가린 탓에 괜찮았지만 노출된 팔이나 다리는 순식간에 할
배의 약하디 약한 피부를 꿰뚫어 부상을 입혔다.
"크..큭....큭..큭큭큭!!"
몸을 후벼파는 총탄의 고통.. 그야말로 이를 꽉 다물어 고통을 씹어삼켜도 참지 못할
커다란 고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할배는 웃었다.
"이런걸로 날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냐!!"
[헤드샷 당하면 뒤지잖아? 카카카카카!]
할배는 일그러진 얼굴과는 상반되는 환한 미소를 지은 채 자드의 몸통을 방패 삼아 남자
들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고 그런 할배를 비꼬는듯한 말과 함께 자드는 유쾌하게 웃었다.
맛이간 것 같은 2인조의 위협적인 모습에 남자들이 낭패의 소리를 흘리며 초조한 모습으로 할배의 접근을 막기 위해 더욱더 거세게 총탄을 퍼부었다.
자드로 막지 않은 부위에 계속해서 총탄이 박히고 뚫리고 했지만.. 할배의 진군을 멈
출 수는 없었다.
[잡았다 요놈들!]
그리고 사정거리에 남자들이 들어온 순간 자드가 눈을 번뜩이며 커다란 입을 연채 열심
히 사격하는 남자들을 한꺼번에 씹어 물었다.
과연 이 인원을 단번에 집어삼킬 수는 없었기에 상반신만을 동시에 씹어 삼켰다.
그 탓에 남자들의 상반신만이 처참하게 찢어발겨졌고.. 남아있는 하체만이 덩그러니 지
면에 남게 됐다.
"이거참 아프지만.. 평소보다 유쾌한걸?"
팔과 다리에서 피를 흘리던 할배는 고통 속에서 상쾌한 미소를 지었다.
포식의 탓에 이미 엉망이 됐던 상처는 빠르게 재생되어.. 넝마가 된 옷 이외에는 멀쩡
한 상태로 되돌아온 상태였다.
[평소에도 하던 짓인데 이 개 엿 같은 곳에서 쳐 죽이니까. 훨씬 좋네!]
할배의 말에 동의하며 자드도 피로 얼룩진 얼굴을 털어내며 말했다.
"그 빌어먹을 여자가 있다면 금상첨화일 텐데 말이야."
[그 빌어먹을 년은 천천히 잘근잘근 씹어먹어야지!]
두 사람은 한 명의 여자를 생각해내며 이글거리는 분노를 담아 말하고는 완치된 몸을 이
끌고 그 장본인이 혹시 없는지를 탐색할 겸.. 나머지의 먹이를 전부 먹어치우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5분가량을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찾는 여자의 모습은커녕 일반적인 다른
남자들의 모습조차 볼 수가 없었다.
"안보이는군.."
[미도새끼 쪽으로 간거 아니야?]
"그럴 확률이 높겠군.."
최초로 사건을 일으킨 존재가 다른 아닌 그였기에.. 자신들의 존재가 아직 알려지지 않
았을 이 상황에서는 최초의 원흉인 그에게 몰려있을 확률이 몹시 높았다.
[이럴줄알았으면 한 마리 정도는 살려둘 걸 그랬나?]
"그 생각을 못했군. 우리는 좀 더 냉정해질 필요가.."
[어이! 할배! 저기 창밖 봐봐! 저쪽에 떼거지로 있어!]
창밖 너머에는 한 분대 정도는 될법한 인원들이 열을 맞춘 채 자드와 할배가 있는 2층
의 창 아래쪽을 지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게 섯거라아아아아!!"
그리고 할배는 냉정함은커녕 불에 뛰어드는 불나방 같은 기세로 창문을 깬 채 뛰어내렸
다.
[냉정함은 개뿔! 카카카카카!]
자드는 유쾌한 웃음소리와 함께 전혀 날카롭지 않은 태클을 걸며 할배와 함께 지면을 향
해 낙하했다.
============================ 작품 후기 ============================
미미와의 합류는 아직 더 남았습니다 ㅠㅠ
그래도 이번 시즌3안에서 끝날 예정입니다!
참고로 시즌4 10 11 12화로 완결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