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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7 잠입
실험실에 있는 존재들을 전부 좀비로 뒤바꾸는 쇼(?)가 행해진 뒤..
그는 소년의 몸을 조여매고 있는 구속구 전부를 풀어줬다.
"화가날법도 하네."
구속구에서 벗어난 소년의 몸을 본 그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구속구에서 벗어난 소년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의 상태였다.
그리고 그런 소년의 알몸은 부끄럽다고 느끼기 이전에 처절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몰
골이었다.
제대로 식사를 섭취하지 못한 것인지 삐쩍 말라버린 몸 이전에.. 그 몸 곳곳에 새겨진
수많은 상처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모습이었다.
화상 참상 타박상 수많은 상처들이 그 몸 곳곳에 새겨져 있는 상태였고.. 심지어 팔 부
분은 살점과 근육 등이 모두 떨어져 나가 안에 있는 뼈가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의 몹
시 큰 상처까지 가지고 있었다.
소년이 방금 전 연구원들에게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였다.
"거느거냐거?"
소년은 자신을 구해준 것도 모자라 유쾌한 쇼를 보여준 그의 흉측한 얼굴을 한 그를 바
라보며 제대로 나오지 않는 소리를 내뱉었다.
"내가 누구냐고?"
제대로 전달될리 없는 소리였지만 그는 소년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파악한 듯 손가락
으로 자신을 가리켰고.. 소년은 긍정의 뜻으로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글쎄? 나도 내가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어. 그래도.."
말끝을 흐리며 그는 자신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가린 뒤 쓱 하고 얼굴을 흟으며 내려왔
고 동시에 그의 얼굴은 흉측한 얼굴에서 평범한 인간.. 소년과 똑 닮은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아마 너랑은 무관계가 아닌 사람?"
원래의 얼굴로 돌아온 그가 소년을 향해 씩 하고 웃으며 말했다.
"!?!?!"
자신의 얼굴과 똑 닮은 그 얼굴을 본 소년은 화들짝 놀라며 허겁지겁 그에게 떨어진
뒤.. 방금 전까지 우호적이었던 모습에서 명확한 적의를 드러낸 상태로 자신의 태세를
전환했다.
"너가 생각하고 있는 그쪽은 아니니까. 진정해"
소년의 반응에 어느 정도 짐작이 있었던 그는 적대의사가 없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자
신의 손바닥을 드러낸 채 소년을 진정시키기 위한 말을 내뱉었다.
그가 만났던 다른 소년과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소년의 처지가 완전히 반대라는 것을 생
각하면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다.
제법 높은 위치에서 지휘를 하던 소년과.. 고문과 다를 바 없는 혹독한 실험을 받는 소
년..
2명의 모습은 똑같지만 대우 자체가 확연하게 달랐다.
거기에 소년의 경우 z-016이라는 개체명으로 앞에 0이 하나 더 붙지만 이 소년의 경
우 z-35라는 0이 빠진 개체명이었다.
그것은 즉 앞에 0가 붙는 경우 성공작 혹은 그에 준하는 개체에게 붙여지는 것이고 이
소년처럼 0가 앞에 붙지 않는다는 것은 그 외의 존재.. 즉 이런 험하게 다루는 실험에
이용당하는 개체에게 붙여지는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즉.. 그 Z-016의 개체명을 가진 소년과 Z-35의 경우 비슷하지만 입장 자체가 아예 다
른.. Z-35의 소년에 있어서는 연구원들과 다를 바 없는 적대적인 존재라는 것을 의미하
는 것이었다.
"그으..."
그의 말에 소년은 입을 다문 채 조심스럽게 거리를 유지하고는 그를 관찰했다.
그러다가 문뜩 그의 팔이 하나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곳을 유심히 바라봤다.
그도 그 시선을 느꼈는지 자신의 오른쪽 팔 부분을 한번 바라본 뒤 이것을 이용해 먹기
로 했다.
"그녀석들이랑 다르게 나도 '하자' 가 있잖아?"
그는 자신의 아무것도 없는 오른쪽 팔 부분을 강조하며 말했다.
그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소년의 눈에서 의심의 감정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
었다.
물론 그것 외에도 냉정하게 생각하면 그가 적이 아니라는 것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
다.
"(왜 구해준 거야?)
소년이 의심을 푼 상태에서 그에게 물었다.
실질적으로는 '그냥' 이라는 대답이 가장 정답에 가까운 답.. 이었지만 그런 식으로 말
하면 괜스레 풀린 의심을 다시 생성하게 될 것 같았기에 적당하게 소년을 속이기로 마
음먹고 입을 열었다.
"너가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무슨소리야?)
그의 말에 의아하게 생각하는 소년에게 그는 자신들의 목적.. 복수를 위해 이 연구소
를 박살내려고 한다는 것과 자신들에게 합류하라는 권유를 함께 말했다.
물론 소년이 거절한다고 해도 딱히 상관없는 일이었고.. 소년의 부당한 대우와 처지를
보면 적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몹시 적었고 수락한다고 하면 수락하는 대로 도움이 될
것 같았기에.. 그에게 있어서는 일절 손해 보지 않는 이야기였다.
"(할래!)"
그의 제안에 의욕 넘치는 모습으로 소년은 수긍했다.
"칼은 다룰 줄 알아?"
"(직접적으로 해본 적은 없지만.. 아마도?)"
그의 말에 소년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애매한 말과 함께 긍정했
다.
"아..나랑 비슷한건가.."
자신도 기억은 없었지만 그런 기술이나 지식 등은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을 떠올린
그는 소년의 말에 수긍할 수 있었다.
"자 받아"
그는 코트 안에서 뽑아낸 식칼 한 자루와 중 식칼 한 자루를 소년에게 던졌고 소년은
그것을 별반 어려움 없이 왼손과 오른손으로 받아 들었다.
그리고는 그것을 찌르고 베고 휘두르며 여러 가지 동작을 시험했다.
"괜찮네!"
그와 비교해 힘이나 속도는 부족하지만 칼을 처음 잡는 사람과는 확연하게 다른 완벽한
움직임이었다.
괴물들이나 영웅 같은 존재에게는 힘들어도 인간 상대라면 충분하게 전력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연습할동안 몇 가지 물어봐도 돼?"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동작들을 시험하던 소년에게 그가 물었고.. 소년은 잠시 움직임
을 멈추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소년의 몸이 풀릴 때까지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기에 남는 시간을 유용하게 활용
하고자 그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단서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너는 '클론' 이야?"
자신을 포함해 똑같은 얼굴이 3명.. 자드에게 먹힌 소년의 말을 들어보면 적어도 2명
이상이 더 있다는 것으로 최소 5명.. 똑같이 생긴 얼굴의 형제가 5명이라는 것을 확률
적으로 몹시 낮았고 Z-016이 말한 오리지널 혹은 실패작이라는 말을 입에 담은 것으로
추측건대.. 가장 타당한 것은 역시 복제인간.. 즉 '클론'이라는 결론이었다.
그의 질문에 몸을 움직이던 소년은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그럼 혹시 '오리지널' 을 본적 있어?"
당연히 클론이라고 한다면 그 오리지널.. 즉 최초의 존재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소년은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눈을 떴을 때부터 이런 악독한 실험을 반복해 당하고 있었던 소년이 직접적으로 본 인물
은 연구원을 제외하면 자신과 같은 얼굴의 존재들과.. '소장' 이라고 불리는 여성뿐이
라는 것 같았다.
단지.. 본 적은 없지만 오리지널은 본명인지 아니면 별명인지까지 알 수 없었지만.. 부
르는 개체명이 있는 모양이었다.
"(코셰이)"
소년은 그 이름을 중얼거렸다.
"코셰이.."
계속해서 몸을 움직이는 소년의 입에서 나온 이름을 되뇌었다
그야말로 생소한 이름.. 이었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 그 이름과 관련된 지식이 존재하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러시아의 민담에 나오는 인물이었다.
'불멸의 코셰이' 라는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불사의 존재를 뜻하는 이름이었다.
"진짜로 그건 아니겠지.."
아무리 그래도 이야기 속의 그 존재가 오리지널이라는 것은 너무 허무맹랑한 이야기라
고 생각한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이야기 속에 나 나올법한 괴물들을 본데다가.. 목이 잘려도 살아있는 자신을 생
각하니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속에 나오는 그 코셰이만큼은 아니었지만 웬만한 부상에도 죽지 않는 자신의 몸
은 불사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이야기 속의 인물이라는 증거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 불사의 존재에 대한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일 확률이 더 크다고 생각됐다
"뭐.. 그다지 중요한 건 아닌가."
결국 그는 그런 결론을 내렸다.
애초에 목을 맬 정도로 자신의 정체에 집착하는 것도 아니었고 단순한 호기심이었기에
심각하게 고민할 사항은 아니었다.
거기에 정확한 것은 나중에 조사해봐도 충분하다고 그는 판단했다.
지금은 일단 이 연구소에 있는 인간 전원의 숨통을 끊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이었다.
"몸은 다 풀었어?"
그의 질문에 소년은 마지막 찌르기를 끝으로 동작을 멈춘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슬슬.. 아! 그전에..."
그는 무엇인가 생각났는지 주머니에서 무엇인가를 꺼내 그것을 소년에게 내밀었다.
내민 것은 다름 아닌 직사각형 모양의 칼로리바 였다.
"배가 고프면 전쟁을 할 수가 없잖아?"
자신에게 그 말을 알려준 존재를 떠올리며 그는 씩 하고 웃었다.
소년은 내밀어진 칼로리바와 그를 번갈아보며 바라본 뒤.. 망설임 없이 그것을 낚아채
듯 받아 그대로 자신의 입안에 봉지째로 쑤셔 넣었다.
"아무리 그래도 봉지 정도는 까고 먹지? 히히히!"
그러나 그의 걱정도 무색하게 봉지째 입안에 들어간 칼로리 바를 우물우물 거리던 소년
은 퉤! 하고 봉지만을 바닥에 뱉어낸 뒤 거침없이 칼로리 바를 우적우적 씹어먹었다.
"호쾌하네! 히히히!"
소년의 행동이 마음에 들었던 것인지 그는 웃으며 두 번째 칼로리 바를 소년을 향해 던
졌고.. 포물선을 그리며 소년을 향해 날아간 칼로리바는 내용물을 전부 삼킨 소년이 입으로 받은 뒤 아까와 마찬가지로 봉지째 자신의 입안에 넣은 뒤 재주 좋게 봉지만을 내
뱉으며 내용물을 거칠게 우적우적 씹어먹었다.
"그러고보니 옷도 필요하겠네."
잊고 있었지만 소년의 몸은 알몸 상태 그대로였다.
소년도 그도 별로 수치심이나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일반적으로 생각
하면 입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그는 줄 선 채 대기하고 있는 연구원들.. 정확하게는 좀
비가 된 연구원들을 돌아보며 그나마 깨끗한 백의를 벗겨낸 뒤 그것을 막 식사를 끝낸
소년에게 건넸다.
"그럼 슬슬 죽이러 가볼까.."
소년이 식사를 끝내고 백의를 걸친 것을 확인한 그는 손가락을 튕겨 좀비들을 문 앞 쪽
에 집결 시킨 뒤 자신은 문을 여는 조작패널 쪽으로 다가갔다.
"가자!"
그것을 신호로 그는 문의 스위치를 거칠게 내리치듯 눌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꺼
워 보이는 문이 소리를 내며 열렸고.. 문 앞에선 보초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하지만..
"어..!? 뭐,뭐야!?"
"으아아아아!!?"
문이 열려 자연스럽게 뒤를 돌아본 보초 2명은 갑자기 쏟아져 나오는 좀비들에게 별다
른 저항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먹이가 되어 사라졌다.
"할배랑 자드가 움직일 수 있게.. 경보기라도 울려야 되려나."
좀비들의 틈에서 소년을 데리고 빠져나온 그가 두 명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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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셰이는 판타지 세계에 등장하는 리치의 원류라고 생각하시면됩니다.
자신의 혼을 숨겨둬서 그것을 파괴하지 않으면 절대로 죽지않는 불사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