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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얼론 (Zombie Alone)-153화 (153/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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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7 잠입

환풍구의 위치에서 전체적인 상황이 보이지 않았지만.. 남자들의 말과 짐승의 울음소리

같은 비명.. 그리고 알파벳과 숫자 조합의 명칭.. 그는 보지 않아도 현재의 상황이 어

떤 상황인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요약하자면 쓸모없는 실험체를 처분.. 즉 죽이려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 실험체는 아마 자신과 관련이 있을 존재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아주 짧은 시간 그 실험체를 구해주어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구해줄 의리 따위도 없었고 그렇다고 해서 특별한 감정을 품은 것도 아니었다.

애초에 이쪽에서 모습도 보이지 않았기에 정말이지 구해줄 이유 따위는 거의 없다고 봐

도 무방했다.

그야말로 구해줄 합당한 이유가 한 가지도 없었다.

단지.. 이유는 없었지만 구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렇기에 그는 고민했다.

이유도 없는데 충동적으로 구해주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며..

"시간이 아깝다. 어서 처리해라."

그가 고민을 하는 동안 실험체의 처리를 재촉하는 남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재촉에 따라 그도 고민하던 것을 선택했다.

그가 선택한 것은..

"구해볼까."

였다.

합당한 이유 따위는 역시 없었다.

단지.. 이유를 붙이자면 그녀가 자신에게 한 말을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하고 싶은 데로 하며 살라는 말..

그런 말을 한 주제에 죽지 않게 속박한 얄미우면서도 사랑스러운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

었다.

그는 바로 행동에 나섰다.

팔은 움직일 수 없고 그렇다고 다리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가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머리였다.

비유적인 것이 아닌 '물리'적인 의미로..

그는 환풍구를 향해 자신의 머리를 힘차게 내리쳤다.

콰직! 그의 머리가 단번에 환풍기를 박살냄과 동시에 지면으로 추락시켰고.. 그는 그

뚫린 구멍 사이로 빨려 들어가듯 지면을 향해 떨어졌다.

"뭐..야!!?"

갑자기 자신들의 위에 있던 환풍기가 떨어진 것도 모자라 사람 한 명이 튀어나온 것에

놀란 남자들이 소리를 흘리며 피하려고 했지만.. 지면을 향해 추락하는 그의 움직임이

훨씬 빨랐다.

그는 남자들과 부딪치기 직전 자신의 머리를 반수형의 형태로 변화 시켰다.

지나칠 정도로 찢어진 입과 그 사이로 드러난 날카로운 이빨을 한 흉측스러운 얼굴로 변

화한 그는 추락하는 그 상태에서 자신의 아래에 있는 남자의 목에 날카로운 이빨을 박

아 넣어 물어뜯었다.

"으아아아아!!!"

순식간에 목이 물어뜯긴 남자는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졌고 박힌 이빨을 뽑아낸 그는 입

가에 묻은 피를 붉은 혀로 한번 핥고는 굳어진 남자들을 쓱 하고 돌아봤다.

누군가 들어올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인지 누구 하나 제대로 된 무장을 들고 있지 않았

고.. 딱 봐도 거친 일에 종사하기보다는 책상에 앉아 일을 하는 게 어울릴 것 같은 얼

굴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위협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 그나마 위험하다고 한다면 저 두꺼운 문 앞에서

지키고 있을 문지기들 정도.. 하지만 이 상태에서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는 것으로 봐

서 아직 눈치를 못 챈 것인지.. 혹은 안에서 들어오는 것에 시간이 걸리는 것인지 까지

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가지 알 수 있는 것은 유일하게 밖과 통하는 문에 아무도 접근시키지 않는

다면 자신에게 그다지 큰 위협은 없을 거라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시선이 집중된 채 굳어져있는 남자들과 반대로 잽싸게 문 앞으로 이동했

다.

이동하는 와중에 동선에 있는 남자들을 물어뜯기까지 하며 일거양득의 행동을 취했다.

"뭐,뭐야 이 괴물은...!!"

한 남자가 얼굴을 새하얗게 만든 채 그를 가리키며 소리 질렀고.. 그것이 신호라도 되

는 마냥 남자들이 허겁지겁 움직였다.

하지만 유일한 입구는 그가 막고 있는 상태였기에 그들은 더욱더 안쪽으로 도망갈 수밖

에 없었다.

하지만 그 안쪽에는..

"그으으으으으아아!!"

자신들이 방금 전까지 실험하고.. 곧 폐기하려 했던 실험체 Z-35가 있었다.

비록 온몸이 구속구에 묶여 있는 상태였지만 연구원들에게 있어서는 가까이에 가는 것

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다.

"흠..."

그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아직 남아있는 피를 혀로 핥으며 남자들과 온몸을 구속구에 둘

러싸여 있는 Z-35를 바라본 뒤.. 찢어진 입가를 벌린 채 씩 하고 웃었다.

"살고싶으면 그 녀석을 풀어줘."

그는 구속구에 둘러싸인 실험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무슨..!"

"저렇게 되고싶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인다는 식으로 대꾸하려던 남자의 입을 막기 위해 그는 지면

에 피를 흘리며 괴로워하는 남자들을 가리켰다.

"약속할게. 저 녀석을 풀어주면 나는 절대로 너희들한테 손대지 않을게."

흉측한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쾌할한 어조로 실실 웃으며 말했다.

20명이 넘는 연구원들은 서로의 얼굴을 '어떻게하지?' 라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이러

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현상황에서 우유부단하게 서로의 얼굴만을 번갈아보며 바라볼 뿐

이었다.

"싫으면.. 어쩔 수 없지."

그는 자신의 몸을 거칠게 비틀어 연체동물처럼 흐느적거리는 왼쪽 어깨의 관절을 단숨

에 맞춘 뒤 상태의 확인을 위해 시끄러운 뼈 소리를 흘리며 움직였다.

이상 없이 잘 움직이는 것을 확인한 그는 보기에도 흉측하고 육중해 보이는 중 식칼을

꺼내 든 뒤 천천히 남자들을 향해 걸어갔다.

그야말로.. B급 호러 영화에 나 나올 법 같은 살인마.. 혹은 괴물이 흉흉한 무기를

든 채 걸어옴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결정을 하지 못한 것인지 우왕좌왕 하며 다가오는

그에게서 어떻게든 더 멀어지기 위해 서로를 밀치며 도망가려고 했다.

"셋 줄게~ 하나.. 둘.."

"아,알았다! 시키는 대로 할게!"

결국 그의 흉측한 외견과 심리적 위축을 주는 중 식칼로 인해 공포의 극에 도달한 연구

원들이 그의 요구에 따르겠다는 의사 표명을 했다.

그제야 천천히 걸어가던 걸음을 멈춘 그는 중 식칼을 재주 좋게 빙글빙글 돌린 뒤 등

뒤에 수납한 뒤 자신의 요구를 재촉하듯 턱으로 뒤에 있는 실험체를 가리켰다.

"으..으으..!"

연구원들은 그와 실험체를 번갈아가며 바라보더니.. 이내 마른침을 꿀꺽하고 삼키며 조

심스럽게 실험체의 얼굴에 감긴 구속 구를 풀었다.

그러자 나타난 것은 역시나.. 자신과 똑닮은 흑발의 소년이었다.

나이대로 보자면 자신이 괴롭히다가.. 자드에게 먹혀버린 그 소년보다 조금 더 어려 보

이는 외모였다.

"아그으가아아!!"

구속구가 풀리자 소년은 얼굴을 잔뜩 일그러 트리며 가까이에 있는 연구원을 가지런하

게 난 이빨로 물어뜯으려고 했지만.. 아직 구속구가 다 풀린 것이 아니기에 그것은 실

패했다.

그 대신 그 연구원은 너무 놀라 지면에 엉덩방아를 찍은 채 비명을 내질렀다.

"이,이녀석을 풀어주면 우리를 전부 죽일꺼라고..!"

보기에도 실험체가 연구원들에게 향하는 감정은 예사 감정은 아니었다.

그야말로 그나 할배 자드와 비슷한 류의.. 극한의 분노였다.

"그러네.. 죽으면 곤란하지..."

그는 자신의 뺨에 손을 댄 채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이내 생각을 정리했는

지.. 소년을 가리켰다.

"그럼 그 아이 이쪽으로 데리고 와! 구속 구는 안 풀어도 되니까."

"그,그거라면..."

얼굴의 구속 구는 풀었다고 해도 옮기는 것은 침대 체로 옮기면 됐기에 위험할 일은 없

다고 판단한 연구원들은 그것을 수긍하고 침대채로 소년을 그의 근처까지 옮겨온 뒤 잽

싸게 그에게서 떨어졌다.

"시키는대로 했으니까.. 죽이지 않는거겠지..?"

"안죽인다고 했잖아~"

방금 전 나눈 약속을 말하며 그는 씩 하고 웃었다.

"그가아아아아아!!"

그러나 소년은 그것에 반대하는지 짐승 같은 거친 소리를 토해냈다.

"미안한데 너도 이해해줬으면 좋겠는...? 응? 너 혀가 없구나."

소년과 의사소통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간 그는 소년이 어째서 말을 하지 않고 짐승 같

은 울음소리만을 흘리는지 알 수 있었다.

소년의 입안에 혀가 없었다.

잘린 것도 아니라.. 그야말로 뽑혔다고 밖에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하게 혀의 흔적

조차 보이지 않았다.

"열받는것도 무리는 아니네!"

그는 소년의 머리를 거칠게 두드렸고.. 소년은 그것에 반항하려고 하는 듯 자신의 머리

를 거칠게 흔들었다.

"그러지말고.. 얌전히 있어봐 지금부터 재밌는 쇼가 시작되니까."

그는 킥킥 거리며 소년이 누워있는 침대의 높이를 정면이 잘 보이는 위치로 조절하며 말

했다.

과연 악악 거리던 소년도 그의 이상한 말과 행동에 어리둥절한 듯 입을 다문 채 그가

말한 대로 정면을 바라봤다.

"시작이야! 히히히히!!"

그는 기묘한 웃음소리를 실험실 안에 흩뿌렸고 그와 동시에.. 방금 전 그가 물어뜯었

던 남자들이 천천히 바닥에서 일어났다.

[크..크으..]

남자들은 낮은 소리를 흘리며 불안정한 움직임으로 비틀 거리며 연구원들이 모여있는 곳

으로 걸어나갔다.

"시,실장님..?"

선두에 선 남자.. 소년의 폐기처분을 명했던 남자이자.. 그에게 가장 먼저 물렸던 남자

의 직책을 연구원 한 명이 불렀다.

그리고 그것이 방아쇠가 된 것 마냥..

[그어어어어어어!!!]

실장이었던 남자를 비롯한.. 그에게 물린 남자들이 일제히 연구원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조,좀비!!?"

그 모습은 영락없는 좀비 그 자체였다.

"으아아아아아! 사,살려줘어어어어!!"

"안돼! 안돼에에에!"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하고 좀비들에게 물어뜯긴 연구원들은 비명을 내지르며 좀비들에

게서 도망가려고 했지만.. 연구실이 넓다고는 해도.. 결국 도망갈 곳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사,살려줘! 살려준다고 했잖아!!"

물어뜯기고 있는 연구원 한 명이 고통에 찬 소리로 그를 향해 손을 뻗으며 외쳤다.

하지만..

"내가 언제 살려준다고 했어? 나는 죽이지 않는다고만 했는데? 너희들이 좀비에게 물려

서 좀비가 되든 말든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잖아? 히히히!"

그는 쾌할하게.. 하지만 연구원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잔혹하게 보이는 미소와 함

께.. 사형선고와 다름없는 말을 내뱉었다.

그와 함께 물어뜯던 좀비들이 타깃을 바꿔 다른 연구원들을 향해 달려갔고.. 물어뜯긴

연구원들도 약간의 시간이 지나 좀비로 변화하며 또 다른 연구원들을 노리는.. 그야말

로 빠져나갈 길 따위는 없는.. 지옥 같은 광경이 그와 소년의 눈에 펼쳐졌다.

살기 위해 발버둥 치며 옆에 있는 동료를 좀비들에게 밀어 넣어 미끼로 삼고 도망가는

이도 있었고 구석에 몸을 웅크린 채 우는 이도 있었고.. 이판사판이라는 식으로 문 앞

에 버티고 있는 그에게 덤벼들려는 이도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안에서 '인

간' 은 단 한 명도 남지 않게 됐다.

"어때? 재밌는 쇼였지?"

그는 피투성이가 된 연구실에 멀뚱히 서있는 좀비들을 가리킨 채로 소년에게 물었고..

소년은 방금 전 난폭한 모습이 거짓말이라도 되는 것처럼 온화한 모습으로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작품 후기 ============================

경철:저새끼 저거 인성보소!?

역시 스승과 제자는 닮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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