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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얼론 (Zombie Alone)-152화 (152/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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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7 잠입

결국 실제로 확인하지 않으면 죽도 밥도 되지 않았던지라..

그들은 이야기를 멈추고 환풍기를 분해 한 뒤 환풍로의 공간이 얼마나 되는지 눈으로 확

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완전하게 무리잖아?]

였다.

좁아도 너무 좁았다.

자드는 당연하게 들어갈 수 없는 넓이였고.. 심지어 호리호리한 편인 그 조차도 팔이

걸릴 정도로 몹시 좋은 공간이었다.

"어쩔수가 없군.."

할배도 그 좁디좁은 공간을 보고 고개를 저으며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나는 어떻게든 될 거 같은데?"

그러나 그는 그 좁은 공간과 자신의 몸을 한번 바라본 뒤 그렇게 말했다.

[아니.. 팔이 걸리는데 어떻게 들어갈... 이런 미친..]

팔 하나가 없는 그 조차도 나머지 한쪽 팔이 걸릴 정도의 좁은 넓이였기에 전면적으로

그의 말을 부정할 수밖에 없었던 자드는.. 그가 눈앞에서 펼친 행동을 보고 경악에 찬

소리를 흘렸다.

그는 거칠게 자신의 어깨를 흔들었고.. 그와 동시에 우둑 하는 소리가 흘렀고.. 순식간

에 어깨의 관절이 빠져 버려 유일하게 남아있던 그의 팔이 연체동물처럼 흐느적거렸다.

[미친 새끼.. 재주도 좋네.]

욕설을 내뱉음과 동시에 그가 관절을 빼는 기행에 감탄한 자드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렇군.. 그거라면 방해받지 않고 들어갈 수 있겠군."

할배 역시 그의 탈구 현장을 목격한 뒤 감탄한 듯 소리를 흘리며 수긍했다.

[우리는 이대로 대기인가.]

"선택의 여지가 없지."

환풍로에 들어갈 수 없는 할배와 자드에게 있어 선택지는 그것밖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정면돌파라는 방법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것을 피하기 위해 환풍로로 갈 생각이었

기에 의미는 없는 선택지였다.

"할배랑 자드는 밖이 시끄러워질 때쯤 나오면 될 거야! 퉤..! 먼지가 장난이 아니

네.."

환풍기에 몸을 반쯤 집어넣으며 말하던 그는 입에 들어간 먼지를 뱉어내며 까슬까슬한

먼지의 감촉에 미간을 찌푸렸다.

제대로 된 청소를 한 적이 없는 것인지 보이는 범위만으로도 먼지가 한가득 쌓여져 있었

다.

"그럼 다녀올게"

입에 먼지가 들어가지 않게 조심히 말을 내뱉은 그는 그대로 몸 전체를 환풍기 안으로

밀어 넣었다.

"진짜 좁네.."

어깨의 관절의 빼 뒤로 돌렸음에도 불구하고 환풍기 안의 남은 공간은 거의 없다고 봐

도 무방할 정도로 좁았다.

그러나 다행히도 기어서 이동할 정도의 여유는 있었기에.. 그는 먼지가 가득 쌓인 환풍

로의 바닥을 온몸으로 기며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그나마 남아있는 팔 하나조차 제대로 못쓰는 상황과 좁아터져 격한 움직임이

불가능한 탓에 전진속도는 철골 위에서 기어갔던 때보다도 느린 속도였다.

그야말로 굼벵이가 기어가는 속도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매우 느린 속도였지만 그럼에

도 불구하고 그의 기예에 가까운 움직인 탓에 이 좁아터진 공간에서 확실하게 앞으로 나

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먼지 가득한 환풍로를 얼마 정도 기었을 때.. 불빛이 세어 들어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던 그는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게 움직이며 빛이 세어져 나오는 쪽을 향해

기어갔다.

점점 불빛과 가까워져 감에 따라 그의 귀에 시끄러운 여러 소리들이 세어 들어왔다.

환풍기의 모터 소리와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소리를 비롯한 칼질하는 소리와 이런저

런 말소리들... 소리만으로 저 불빛이 세어 나오는 곳이 취사와 관련된 시설이라는 것

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가 있었다.

그는 귀를 막고 싶어지는 시끄러운 소리를 참으며 환풍구에 얼굴을 반쯤 내밀어 아래를

살폈다.

예상대로 조리복을 입은 몇 명의 남자들이 분주하게 손을 움직이며 조리 중인 모습을 얼

핏 볼 수 있었다.

생산활동 자체가 끝나버린 세계인데도 불구하고 남자들이 조리하는 것은 인스턴트가 아

닌 야채나 고기 그대로의 식재료들이었다.

기억을 잃고 눈을 떴을 때부터 직접 재배해 키운 경수채 등의 몇 가지 야채와 야생화

된 집토끼 고기 외에 다른 식재료들을 본 적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그에게 있어

서 정말로 눈이 부실 정도의 식재료들이었다.

그리고 그 식재료들이 조리가 되며 나오는 냄새가 환풍기 사이로 빨려 들어감에 따라 직

접적으로 그 냄새를 맡게 된 그는 저절로 침이 고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당연히 음식들을 먹을 수 있을 리가 없었고.. 그저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와 맛

있어 보이는 비주얼의 음식들을 떨어진 곳에서 지켜봐야 하는 처지였다.

"흠..약을.. 탈까.."

그는 혼자만 겨우 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가 챙겨온 물건 중 손톱의 때만큼을 섭취해도 단번에 골로 갈 수 있는 극약이 들어있

었다.

혹시나 모를 강대한 괴물이 있다면 이 약을 먹여 단번에 보내버릴 작정으로 챙겨온 물건

이었다.

그가 챙겨온 분량이라면 5~60명 정도는 거뜬하게 골로 보낼 수 있는 양이었다.

물론.. 그가 자신이 음식을 못 먹으니까 화풀이로 약을 타려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조금 정도는 개인적 감정이 있었지만.. 방법 자체는 매우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

었다.

이 연구시설의 인간들이 먹는 식사가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면 적어도 5~60명 정

도는 순식간에 무력화 시킬 수가 있었기에 적은 노력에 비교해 제법 효율적인 방법이었

다.

그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음식들을 눈으로 바라보며 넣을까 말까에 대한 고민을 했

다.

그리고.. 결국 그가 내린 결론은 '패스' 였다.

이유는 3가지였다.

첫째 이유는 이 좁은 공간에서 약을 꺼내는 것은 최상급 난이도의 움직임을 하지 않으

면 안 됐다.

다른 쪽의 뼈를 뺀다면 어떻게든 되긴 하겠지만.. 부담감이 너무 컸고.. 자칫하면 후유

증이 남을 수 있을 수도 있었다.

둘째 이유는 약을 꺼낸다고 해도 그것을 몰래 넣을 방도가 없었다.

현재 환풍기가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약을 쏟으면 바로 역류해 자신 쪽으로 오게 될

테고.. 다른 인간들을 죽이려다가 자칫하면 자신이 먼저 죽어버릴 일이 생길 수도 있었

다.

그리고 마지막 이유..

볼일이 다 끝나면 저 음식을 먹으러 올 생각이었다.

만약 독을 타게 된다면 볼일이 끝나도 먹을 수가 없었기에..였다.

마지막 이유만큼은 자신의 욕망이 얽힌 사리사욕적인 이유였지만.. 어찌 됐든 그런 세

가지 이유로 인해 그는 이곳을 지나쳐 다른 곳으로 가기로 했다.

애초에 여기서 사람들을 좀비로 만든다고 쳐도 출발했던 장소와 별반 다를 바 없었기

에.. 그의 목적에는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곳을 지나 다시 굼벵이와 같이 몸통만을 이용해 먼지투성이의 환풍로를 기며 전

진했다.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며 중간중간 환풍구 사이로 세어 들어오는 빛을 따라가 아래의 모

습을 살피며 그는 이동했다.

그러나 좀처럼 사람이 많이 모여있는 곳은 발견할 수 없었기에 그는 계속해서 이동했다.

그렇게 1시간을 넘게 이동했을 때쯤..

새로운 불빛을 발견하고 확인하려던 그의 귀에 남자 두 사람의 대화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고보니 오늘 '실메리아님'이 오셨다며?"

"진짜로? 어디계시냐!?"

"그야 소장실에 계시겠지."

이 나라에서는 너무나도 생소한 이름이 들렸던 탓에 호기심이 생긴 그는 소리를 죽인

채 다가가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눈가만을 내놓은 채 아래를 바라봤다.

아래에는 태양 교단 특유의 엠블럼이 박혀있는 옷을 입고 있는 건장한 2명의 남자들이

총기를 무장한 채 서 있었다.

슬쩍 그 뒤를 봤을 때 굉장히 엄중해 보이는 문이 보이는 것으로 봐서.. 남자 2명이 문

지기라는 것은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이 너머에 무엇인가 중요한 시설 혹은 그에 준하는 무엇인가가 있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실메리아님이 아무리 이뻐도.. 좀 그렇지 않냐?"

"뭐가?"

"아니.. 그... 인간이 아니잖냐.."

남자가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인간이 아니다..

그 말로 그는 실메리아는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 2가지를 유추해낼 수 있었다.

영웅 혹은 괴물..

그가 우려했던 대로 인간을 초월한 존재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자각할 수 있었던 그

는 혀를 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남자들에게서 들은 정보에 초조감을 품은 채 서둘러 그곳을 지나 앞으로 나아갔다.

최대한 화려하게 감염을 시켜 한 명이라도 더 인원을 줄이지 않으면 안 될 이유가 생겨

버렸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이 연구소를 박살내기 위해서는 그 실메리아라는 존재와 맞닥뜨리는 것은 거의

결정되어 있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그 존재가 약한지 강한 지까지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방해물들이라고 할 수 있는 다

른 인간들의 수를 줄여놔 이쪽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됐다.

그렇게 그는 한시라도 빨리 좋은 먹이들이 모여있는 것을 찾기 위해 먼지 구덩이 속을

기어 나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발견할 수 있었던 불빛을 지표 삼아 그쪽을 향했다.

그 순간..

[그아아아아아아아아!!]

짐승의 울음소리를 연상케하는 비명이 그의 고막을 강하게 후려쳤다.

그야말로 고막이 날아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엄청 커다란 소리였다.

그는 고막에 닿은 그 소리를 떨쳐내기라도 하는 듯 거칠게 머리를 흔들고는 일그러트린

얼굴을 반듯하게 핀 채 소리가 흘러나온 환풍구를 향해 열심히 기어갔다.

"시끄럽군.. 입을 틀어막아라"

"알겠습니다."

그런 대화소리를 시작으로 제대로 내용까지 들리지 않았지만 여러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여러 목소리가 환풍구를 통해 흘러 들어오고 있었다.

대략적으로 구분한 수만 해도 10명 이상.. 그는 귀를 기울인 채 빛을 향해 기어갔

고.. 들려오는 발소리까지 짐작건대.. 그 2배 정도는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환풍구를 통해 안의 상태를 살펴볼 수 있는 상태가 된 그는 조심스럽게

눈가만을 내민 채 아래를 살폈다.

환풍구의 크기가 그다지 크지 않은 탓에 내부의 정경 전체를 볼 수는 없었지만.. 구멍

으로 보이는 인간의 수만 해도 여태껏 본 것 중 가장 많은 인원이 들어와 있었다.

조용히 귀를 기울인 그는 자신의 예상대로 이 공간 안에 다수의 인간이 존재한다는 것

을 알 수 있었다.

거기에 그들이 말하는 내용들로 보아 이곳에서 실험체인가 무엇인가를 가지고 테스트를

하고 있는 중인 듯 보였다.

즉.. 이 안에 있는 대부분의 인간들은 연구자라는 것이었다.

이왕이면 전투직에 있는 인간을 대량으로 감염시키고 싶었던 그였지만.. 시간이 시간인

만큼 이쪽을 선택하기로 하고 틈을 노려 습격할 체비를 했다.

"실패군. Z-35는 폐기해라."

계속해서 지시를 내리던 남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남자가 내뱉은 그 이름.. 최근 들어봤던 낯익은 알파벳과 숫자 조합의 낯익

은 이름에..

그는 자연스럽게 자신을 닮은 소년을 떠올렸다.

============================ 작품 후기 ============================

미도가 영웅이냐고 물어보셨는데..

일단 영웅의 범위에 들어가 있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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