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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7 잠입
지면으로 내려온 3명은 겨우 안정적인 상태에서 안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안이 제법 긴 탓인지 1시간가량을 걸었음에도 그들은 아직까지 목적지에 도달할
수가 없었다.
"탈출할때는 정신이 없어 몰랐지만.. 제법 길군."
[그때는 진짜 순식간이었지..]
예전 일을 회상하는 듯 자드가 먼 눈으로 급류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 당시에는 거의 빠지다 싶이 저 급류에 몸을 맡긴 덕분에 그들은 더러운 폐수 속에
서 허우적 걸렸고 제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이미 이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안착할 수
있었기 때문에 거리가 얼마 정도인지까지 신경을 쓸 겨룰 따위는 없었었기에 이렇게 길
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계속 생각했던 건데.. '태양교단' 은 뭐야? "
그저 박살내야 할 대상이라는 인식만 가지고 있었던 그였지만.. 알면 알수록 태양 교단
이라는 집단에게는 의문만이 생겼다.
처음에 그 존재를 알았을 때는 그저 단순한 광신도 집단.. 혹은 사이비 종교의 집단 정
도로만 생각하고 있었지만.. 세력의 크기도 예상 이상으로 컸고 그들이 가진 장비의 수
준도.. 총기류는 물론 탱크까지 가지고 있는 상태.. 거기에 가장 큰 의문인 것은 그들
이 벌인 실험들이었다.
인간과 괴물을 융합시킨 할배와 자드 같은 존재들이나.. 늑대인간과 같은 돌연변이 괴물
들과 강화된 좀비 남자들 그리고.. 자신과 똑같이 생긴 소년까지.. 종교집단으로서는
할 수 있는 일들은 아니었다.
[앙? 갑자기 왠 뜬금포 터지는 소리냐?]
"이상하지 않아? 종교집단 같은 이름을 내세우고 있지만.. 하는 짓이 종교집단의 범위
를 넘어선 데다가.. 준비가 너무 좋지 않아?"
좀비들이 나타나고 나서 1년하고도 반년 정도가 지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태양 교단은
세력의 크기는 물론이고 장비나 식량이나 이런 연구시설을 운용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
까지 있었다.
국가 자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생산 시스템조차 멈춰버린 상태인 현
상황에서는 몹시 힘든 일이었고.. 가능하다고 해도 1년~2년 사이에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한가지 전제가 붙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졌다.
즉..
"이런 세계가 될 거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다는건가..?"
할배는 미간을 찌푸린 채 자신의 짧은 수염을 거칠게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그 말대로 이 사태를 미리 예견하고 밑 작업.. 즉 준비를 해두지 않는 이상에는 태양
교단이 그 많은 인원을 끌어안은 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무리였고.. 이런 연구시
설을 돌리는 것은 이미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 뭐야.. 그럼 이 x 같은 세상이 된 건.. 이 쓰레기 새끼들 짓이란 거야?]
자드가 거친 목소리를 토해내며 격한 감정을 담은 눈으로 그에게 답을 요구했고 그는 잠
시 눈을 감은 채 조용히 생각에 잠긴듯한 모습을 보였다.
"정확한 증거가 없으니까 확정할 수 없지만.. 적어도 무관계하지는 않을 거 같아."
생각을 끝낸 그가 조용히 눈을 뜬 채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들이 원흉이라는 것을 확정 지을만한 증거가 없기에 단정 지을 수는 없었다.
단지 그들의 현 행보를 본다면 이런 사태가 올 줄 이미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고.. 그들
이 하는 실험에 '좀비' 들의 존재가 연관되어 있는 것을 본다면 무관계하다고 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증거고 뭐고.. 이 미친 새끼들이 하는꼬라지를 보면 빼박이잖아! 개 x 같은 새끼
들..!!]
안 그래도 들끓는 분노가 그의 발언에 의해 더욱더 커져간 것인지 자드는 무서운 얼굴
을 더욱더 무섭게 일그러 트리며 자신의 날카로운 이빨을 뿌드득하고 갈았다.
"진정해라 자드"
분노의 불꽃에 휘감긴 상태의 자드를 식히려는 듯 할배는 인자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
했다.
[앙!? 진정하게 생겼어? 그 새끼들이...!?]
자신 안에 넘쳐나는 감정을 거칠게 토해내던 자드는 할배의 얼굴을 보는 순간 말문을 잃
을 수밖에 없었다.
자드의 눈에 비친 할배는 웃고 있었다.
하지만 평소와 같은 유쾌하고 익살스러운 그런 느낌은 아니었다.
분명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처절할 정도로 일그러진 웃음..
생사의 고비를 함께 뛰어넘어온 자드조차도 꺼려질 정도의 섬뜩하고 꺼려지는 웃음이었
다.
"허허허! 그 녀석들이 뭐든 간에.. 결국 우리가 할 일은 하나뿐이잖냐?"
할배는 자신의 입꼬리를 바짝 올리며 일그러진 웃음을 더욱 괴기스럽고 섬뜩하게 바꾸
어 미소 지었다.
"우리가 할 일은 결국 하나지.. 유쾌하고 상쾌하게! 한 마리도 빠짐없이 죽이면 될 일
이야! 녀석들이 무슨 짓을 이 사태를 일으켰든 일으키지 않았든.. 결국 우리가 할 일
은 바뀌지 않아! 찢어발기고 먹어치우고 죽일뿐!"
묵직하면서도 탁한 광기를 느끼게 해주는 할배의 말과 그 미소는 그야말로 복수 귀라는
단어를 형상화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안그래?"
할배는 굳어진 채 있는 그와 자드를 번갈아 바라보며 동의를 구했다.
잠시 동안의 무거운 침묵이 세 사람 사이에 감돌았고.. 그저 세차게 흘러가는 물 소리
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얼마 후..
[그렇지.. 맞아..! 뭐든 간 결국 다 쳐죽이면 되는 일이잖아?]
"그렇긴 한데.."
할배의 말에 완벽하게 수긍하는 자드와는 달리 그는 무엇인가 꺼림칙한 것이 남아있다
는 듯 대답했지만.. 자드도 할배도 그런 그의 반응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좋아! 그럼 가자!"
[쳐 죽이러!!]
이상한 텐션을 감돈 채로 두 사람은 서슴없이 앞을 향해 나아갔고.. 생각의 정리가 덜
된 그는 뒤늦게 그런 두 사람의 뒤를 걸었다.
그렇게 약 30분 정도를 더 걸었을 때쯤 그들은 수로의 끝이자.. 위로 올라가는 사다리
가 있는 곳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내가 먼저갈게."
그들의 뒤를 따라오던 그가 서둘러 앞으로 나와 한 팔만으로 능숙하게 사다리를 타고 올
라 간 뒤 맨홀의 뚜껑에 조심스럽게 귀를 가져갔다.
얼마 동안 자신의 청각에 집중해 밖의 들리는 소리를 확인하던 그는 별다른 소리가 들리
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밑에 있는 두 사람에게 고개를 끄덕여 이상이 없다는 것을 알
린 뒤.. 그대로 맨홀의 뚜껑을 밀었다.
맨홀의 뚜껑은 제법 무게가 나가는 것인지 높은 근력을 가지고 있는 그 조차도 움직이
는 것이 힘겨울 정도였다.
그러나 수십 차례 힘을 쏟아부으며 조금씩 조금씩 뚜껑을 움직인 덕분에 어떻게든 뚜껑
을 치울 수 있었던 그는 이마에 맺힌 땀을 거칠게 훔치며 조심스럽게 머리를 내밀어 밖
의 상황을 살폈다.
아주 약한 조명만이 내리 비추어지고 있어 어두운 공간 안에는 배수시설에 관련된 듯 보
이는 기계들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사람의 모습 역시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확인한 뒤 그는 혹시나 감시카메라 같은 것이 있는지를 확
인하기 위해 천장이나 벽을 이리저리 흟어봤고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지상으로 올라올 수 있었다.
그는 아직 밑에 있는 할배와 자드에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손으로 알린 뒤 유일하게
하나뿐이 문 앞으로 다가가 식칼 하나를 뽑아든 채 누가 들어올 상황에 대비하여 경계태
세를 취했다.
그렇게 할배와 자드가 위로 올라올 때까지 문 앞에 붙어 있던 그는 할배가 올라오자마
자 경계를 풀고 할배에게 다가갔다.
"밖에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거 같아."
그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말했다.
방금 전 문 앞에 대기하면서 귀를 기울이던 그는 발소리와 함께 몇 명의 인간이 말하
는 소리를 포착할 수 있었다.
아마도 걸으면서 이야기하는 것이었는지 점차 멀어지기는 했지만.. 적어도 이 문 너머
에 누군가 지나다닐 확률이 몹시 높다고 판단했다.
발 소리로 보아 훈련받은 인간이 아니었기에 무력화 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
지만.. 그들의 목적을 위해서는 은밀하게 큰 한방을 노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
다.
경비나 감시카메라도 없는 것으로 보아 이곳이 그다지 중요한 시설은 아니었고.. 그것
은 다른 의미로 이 근처에 사람이 많이 없는 것을 뜻하는 것과도 같았고.. 그들의 작전
인 '좀비테러' 를 하기에는 그다지 알맞은 장소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물론 천천히 끝에서부터 감염시키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을 수도 있었지만.. 이들이 가
진 장비나 화력이라면 단숨에 제압될 확률이 높았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연구시설의 인
간들이 잔뜩 경계할 것은 틀림없을 것이었고 그들의 계획은 더욱더 힘들어지게 될 것이
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어떻게든 들키지 않고 사람이 밀집해 있는 곳.. 감염자를 단숨에 늘
릴 수 있는 곳을 찾지 않으면 안 됐다.
[정 안되면 그냥 닥치는 대로 쓸어버릴까?]
정문에 있던.. 가장 위협적이라고 할 수 있는 탱크의 존재를 넘길 수 있었기에 자드는
그런 의견을 제시했다.
"아니.."
물론 탱크가 건물을 향해 주포를 쏠 거라고 생각할 수는 없기에 가장 위협적인 것은 피
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내부에 다른 위협이 없을 거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었
다.
자드와 할배는 물론 돌연변이 괴물 같은 존재들을 만들어내는 이 연구시설에 그것들 같
은 괴물이 더 이상 없을 거라는 보장도 할 수 없었고 괴물들이 없다고 해도 태양 교단
의 인간들이 가진 장비의 화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렇기에 적어도 그 화력을 다른 곳으로 분산시키거나 무력화 시키기 위해서는 좀비 테
러를 효율적으로 터트리지 않으면 안 됐다.
"음... 저기라면.."
잠시 고민의 색을 띄우던 그가 조용히 천장을 바라봤다.
정확히 그가 바라본 것은 천장의 후드.. 즉 환풍구가 있는 곳이었다.
"제법 좁아 보이는데..?"
할배가 고개를 저 친 채 환풍구를 바라본 뒤 자신의 턱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사람 한 명이 못 들어갈 정도의 크기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다지 넓어 보이
지도 않아 보였다.
"나나 할배라면 들어갈 수 있을지도.. 문제는..."
그는 자드를 조심스럽게 바라봤고.. 자드 역시 그 시선을 눈치채고 눈을 껌뻑 거리며
그를 바라봤다.
[응? 아...]
자드는 자신의 거대한 머리를 갸우뚱 거리더니 이내 상황을 파악하고 인상을 찌푸렸다.
[의태를 사용하면 들어가는 것까지는 문제가 아니긴 하다만...]
의태를 사용한다면 평범한 사람의 팔 모양으로 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입구에 들어가는 것까지는 문제가 아니었다.
단지 문제는 그 이후.. 최대로 쳐도 1분 정도 밖에 변할 수 없었기에 안에 들어간다 쳐
도 이동하는 것은 무리였다.
"흠..자를까?"
할배는 시원스럽게 자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 이 영감탱이... 언젠가 죽인다..]
차마 장소와 상황의 탓에 소리를 지를 수 없는 자드는 튀어나오려는 소리를 목구멍 안
깊숙이 밀어 넣은 채 진심을 담아..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 작품 후기 ============================
그러고보니.. 느낀거지만
어떻게보면 이 소설에 외팔이만 3명이네요..;;
미도 할배 경철..
외팔이 얼론 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