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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7 잠입
다음날 오후 12시 그들의 출발시간이 다가왔다.
이미 식사를 끝낸 뒤 마지막 점검을 끝낸 그들에게 더이상 할일은 없었다.
..라고 생각했었지만 왠일인지 한솔이 두 사람의 옷자락을 쥔채 놓아주지 않았다.
"왜그러니 한솔아?"
할배와 자드 그리고 그 셋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본뒤.. 대표로서 할배가 한솔에게 이유를 물었다.
"............."
그러나 한솔은 별다른 대답조차 하지 않은채 그저 불안한듯한 얼굴로 세 사람을 번갈아보며 바라볼뿐이었다.
[애새끼.. 혹시 안좋은 꿈이라도 꾼거냐?]
말을 해주지 않아 영문을 모를 두사람과 다르게 무엇인가 짐작가는것이 있는 자드가 물었고.. 정답이라도 되는것 마냥 한솔의 몸이 움찔하며 반응했다.
"무슨꿈이었어?"
잠에서 깬 이후로부터 왠지 상태가 안좋아보인것으로 보아 자드의 추측이 맞다고 판단한 그는 몸을 수그린채 흔들리고 있는 한솔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의 질문에 한솔은 입술만을 우물거리며 말할까 말까를 고민하는듯한 태도를 보였고.. 결국 말하지 않기로 한것인지 그대로 굳게 입을 다문채 꾸중을 듣는 아이마냥 힘없이 고개를 숙였다.
"흐음.. 곤란하게 됐군.."
할배는 자신의 하얗게 샌 머리카락을 긁적이며 한솔이를 어떻게 달랠지에 대한 고민을 했다.
이대로 그냥 출발해도 괜찮았기는 하지만.. 과연 불안한 상태의 아이를 두고 떠나는것은 좋지 않았기 떄문이었다.
"오...! 그렇군!"
얼마동안을 고민에 빠진 할배는 좋은 생각이 난것인지 고민의 색을 지운 환한 얼굴로 미소 지으며 자신의 손에 찬 시계를 입으로 능숙하게 풀러 빼낸 뒤 그것을 손에 떨어트려 놓았다.
"이걸 가지고 있어주겠니?"
할배는 입으로 푼 자신의 가죽줄로 된 시계를 한솔에게 내밀었다.
갑자기 할배가 시계를 건내주는 행위에 의문을 알수 없었던 한솔은 두눈을 껌뻑거리면서도 본능적으로 그것을 양손으로 받아 든채 '왜?' 라는 얼굴로 할배를 바라봤다.
"그건 이 할아버지가 환갑..아니 60번째 생일 기념으로 가족에게 받은.. 정말로 소중한 시계란다."
어리둥절해하는 한솔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할배는 시계의 내력에 대해 말하며.. 그것이 자신에게 있어 얼마나 소중한지를 강조했다.
"할아버지가 다녀올때까지 그 시계를 맏아주지 않겠니?"
할배는 그렇게 말하며 주름진 노안의 얼굴을 익살스럽게 만들어 웃었다.
할배가 자신의 소중한 시계를 맡긴 것은 일종의 '약속' 이었다.
한솔이 어떤 꿈을 꿨는지까지 파악할수 없었지만.. 그것이 자신들과 관련된 꿈이라는것은 한솔의 행동으로 알수 있었다.
아마도 자신들이 위험에 쳐한 꿈을 본것인지 아니면 자신들이 죽는 꿈을 본것인지 정확하게 알수는 없었지만 그에 준하는 꿈이었다는것은 짐작할수 있었다.
그것은 그저 꿈일뿐이다! 라고 말할수도 있었지만.. 할배는 말보다는 증거로서 자신의 소중한 시계를 한솔에게 맡김으로서 꼭 돌아오겠다는 약속의 표본을 만들어 한솔이를 안심시키 위한 행동이라고 할수 있었다.
"그럼.. 나도 이걸 맡길게."
할배의 의도를 파악할수 있었던 그는 서슴없이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물건 하나를 한솔에게 내밀었다.
그것은 어제 탐색을 할때 발견한 가죽으로된 케이스였다.
그 케이스 안에는 그와 그녀가 비추어져 있는 단 한장의 사진이 들어가있는 케이스였다.
"그,그렇지만.."
그 케이스를 받은 한솔은 그재야 두 사람이 자신에게 어떤 의도로 이것을 주었는지 알수 있었고..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족이 준 소중한 시계와 단 한장밖에 없는 소중한사람과의 사진.. 이 물건들의 무게는 한솔이 생각하기에 자신에게는 너무나도 무겁다고 밖에 생각할수 없는 물건이었기 떄문이었다.
신뢰와 약속의 증표로서 이것을 맡긴것 자체는 솔직하게 좋았지만.. 역시 이런 소중한 물건을 맡는것은 너무나도 부담이 됐기에.. 한솔은 이것을 그들에게 돌려주려고 했다.
하지만..
[음..난 줄게없는데..? 아 내 이빨이라도 하나 가져가라!]
그렇게 말한 자드는 입을 닫은채 무엇인가 턱을 움찔움찔거리며 움직이더니.. 이내 입을 작게 벌린 뒤 그사이로 삐죽한 이빨 하나를 퉷! 하고 시계와 케이스가 들려져 있는 한솔의 양손에 정확하게 뱉어냈다.
"이 자식이!? 내 소중한 시계에 무슨짓이냐!"
"히히히히! 자드 죽여버린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어찌됐든 입안에 있던것을 그들의 소중한 물건을 향해 뱉어냈다는것 자체가 그들에게 있어서 참을수 있는 행위는 아니었기에.. 그들은 도끼눈을 뜬채로 자드의 머리를 투닥투닥 내리쳤다.
[자,잠깐!? 이런.. 미친!? 그럴려고 그런게 아니었...으아아아아아!? 냄새!? 이 영감탱이!!! 또 방구 꼈냐! 젠장! 젠장! 썩는다! 썩어! 코가 썩는다아아아아!]
결국 자드는 그의 구타와 할배의 가스살포로 인해 괴로운듯 눈물을 흘리며 거칠게 고개를 흔들고는 고통의 절규를 내뿜었고 순식간에 조용한 말소리가 오가던 방안은 단숨에 시끄러워 졌다.
[빌어먹을 자식들! 잘도 나한테 이런짓을 했겠다!!]
"허허허허! 정신을 못차렸군! 입 꽉다물어라.. 자드! 숙성가스 한발 더 나가신다!"
"냄새가 오래 남게 입안에다가 뿌려버려. 히히히!"
순식간에 바보같은 남자들로 인해 난장판이 되어버린 상황...
"하..하하하하!!"
그러나 그런 난장판을 본 한솔은.. 웃었다.
이런 유쾌한 남자들을 보며 웃지 않을수가 없었다.
동시에 자신이 꾸었던 나쁜 꿈에 대한 불안감이 한여름에 노출된 얼음마냥 단번에 녹아 없어져가며 불안에 찬 그 얼굴에는 어느새 화색이 돌고 있었다.
한솔의 웃음소리에 투닥거리던것을 멈춘 그들은 환하게 웃는 한솔에게 시선을 집중한채 그 웃는 얼굴을 바라봤고 잠시후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입가를 작게 누그러 트렸다.
"흠! 흠! 아무튼 그런거란다! 할아버지들이 다녀올동안 그 물건을 맡아주렴."
일부로라는것이 너무나도 티가나는 헛기침을 하며 할배는 웃고있는 한솔의 머리를 재차 어루만지며 말했다.
"응..!"
한솔은 동그란 눈동자를 반달모양으로 만들어 눈웃음을 지은채 힘차게 대답했다.
"아.. 그 이빨은 더러우니까 버려도 돼."
"그래.. 그런건 지지하니까 버리는게 좋을거 같구나!"
[뭐 이새끼야!? 안더럽거든!? 패션간지악세사리로 그만이거든!? 빌어먹을 노땅새끼들..]
그와 할배의 디스에 자드는 인상을 팍 찌푸린채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 거리듯 말하며 자신의 스러운 이빨을 들어내 당장이라도 물어뜯을것 같은 느낌으로 두 사람을 노려봤다.
그들이 또 다시 그렇게 티격태격 하는 사이.. 한솔은 벽 한쪽편에 걸어둔 아이용의 배낭으로 쫄래 쫄래 다가가 그것을 꺼내기 위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한솔의 신장과 점프를 합쳐도 닿지 않을 정도의 높이에 배낭은 매달려 있었기에 제대로 꺼낼수가 없었다.
"길티!"
자신의 힘으로는 안된다고 판단한 한솔은 티격태격 되고 있는 세사람과 동떨어진 채로 조용하게 서있는 길티의 이름을 불렀고.. 한솔이 별다른 명령을 내리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어슬렁어슬렁 그 곁으로 다가와 소리없이 벽에 걸린 아이용의 배낭을 꺼내 한솔에게 넘겼다.
"고마워!"
"..............."
한솔의 말에 길티는 아무말 없이 고개를 끄덕여 대답한 뒤 가방을 열어 주섬주섬 무엇인가를 꺼내고 있는 한솔의 옆에 묵묵히 섰다.
한동안 무엇인가를 뒤지던 한솔은 목적의 물건을 발견할것 인지 그것을 꺼낸 뒤 바로 옆에 위치한 길티에게 배낭을 넘기고는 곧바로 꺼낸 물건을 펼쳤다.
한솔이 배낭안에서 꺼낸것은 별다른 특색이 없어 보이는 하얀공간만이 있는 a5 크기의 연습장이었.
한솔은 그 연습장을 유심히 관찰하며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한장한장씩 넘겨갔고.. 이내 원하는 페이지를 발견한것인지 그것을 손상되지 않게 조심스럽게 찢어 낸 뒤.. 재차 다음장을 넘겨 똑같이 공을 들여 그것을 찢어 낸 뒤.. 타이밍 좋게 말싸움을 끝낸 그들에게 뛰어가 찢은 2장의 종이를 그들에게 내밀었다.
"이건..?"
[뭐야?]
"응?"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의문의 반응을 하며 각자의 앞에 내밀어진 종이를 받아 그 것을 살피기 위해 얼굴 가까이로 가져갔다.
"이건 나인가?"
[이 공룡대가리는 나인가..?]
"이건 나인가보네. 히히히"
할배와 그가 받아든 특색이 없는 연습장의 페이지에는 각각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색연필로 그린듯한 나름 컬러플한 색상을 사용하고 있는.. 한솔의 나이 또래의 아이가 그렸을법한 그림으로.. 할배에게 준것은 회색머리카락과 수염.. 남색의 옷 그리고 그 팔에는 공룡처럼 생긴 초록색의 머리가 그려져 있었고 그가 건내받은 그림에는 노란색머리카락과 웃고있는 얼굴의 식칼을 든 남자 한명이 그려져 있었다.
그것은 누가봐도 할배와 자드 그리고 그를 그린 그림이라는것을 알수가 있었다.
물론 아이의 그림답게 그다지 잘 그렸다고 말할수 있는 그림은 아니었다.
그러나 할배와 자드.. 그리고 그의 특징적인 부분을 잘 살린.. 그들을 그린것이라는것을 단번에 알수 있을정도의 특징이 나타난 그림이었다.
"주는거야?"
그가 그림에서 눈을 땐채 한솔에게 물었다.
그러자 한솔은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부정했다.
[음? 그럼 왜?]
당연히 드는 의문에 자드가 물었고.. 한솔은 씩 하고 웃으며 그들에게서 건내받은.. 시계와 사진 그리고 이빨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내 소중한 물건이니까.. 나중에 돌려줘야돼!"
"허허허! 그런가! 차용증 대신인가!"
한솔의 의도를 명확하게 파악한 할배가 웃으며 말했다.
그 말대로 차용증이라는 단어를 알리 없는 한솔이었지만.. 비슷한 의도로서 그 그림을 건내준것이었다.
[이 애새끼 철저한거 보소! 카카카카!]
할배의 말에 자드도 이해한듯 턱을 크게 벌린채 웃었다.
"관수 잘해야겠네. 히히히!"
그리고 그 역시도 한솔의 의도에 웃음꽃을 피우며 쌓여있는 짐 사이로 걸어가 그 안에서 비닐지퍼팩을 꺼내 한쪽팔만인데도 불구하고 요령 좋게 한솔에게서 받은 그림을 깔끔하게 넣었다.
"내것도 부탁하마."
할배가 자신의 종이를 그에게 건냈고 그는 아무말없이 자신의 그림과 마찬가지로 그것을 조심스럽게 비닐팩에 넣은뒤 다시 할배에게 건냈다.
그리고..
"오빠 이것도!"
그렇게 말한 한솔은 자신의 연습장에서 종이 한장을 더 찢어낸 뒤 그것을 그에게 건냈다.
그것을 받은 그와 그 옆에 있는 자드와 할배도 그 그림을 관찰했다.
눈하나와 귀 하나가 없는 고양이 마스코트의 얼굴.. 이런 개성강한 특징이 누구인지 모를수가 없었던 그들은 자연스럽게 한솔의 뒤에 붙어있는 '길티'를 바라봤다.
[길티새끼가 퀄리티 제일 좋지 않아..?]
"아니.. 기분탓이겠지?"
디테일이 가장 살아있는 길티의 그림에 자드와 할배는 작은목소리로 수근거리며 재차 그림을 바라봤고.. 그림을 받아든 그는 아무말 없이 웃으며 지퍼팩에 그림을 넣어 한솔에게 건냈다.
"길티만 따돌리면 안돼니까!"
그렇게 말한 한솔은 지퍼팩에 넣어진 그림을 자신의 등뒤에 서있는 길티에게 건냈다.
"..........."
그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것인지.. 커다란 마스코트의 머리가 조금 기우뚱 움직였지만 그럼에도 길티는 한솔이 건낸 그림을 붕대감긴 손으로 받은 뒤 조용히 그림을 자신의 커다란 인형탈쪽으로 가져가 확인하고.. 직후 한솔의 쾌할하게 웃는 얼굴을 확인했다.
"................."
길티는 무엇이 알았다는건지 한솔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고.. 한솔은 그의미를 아는지 모르는지 재차 만족한듯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길티의 붕대로 감긴 손을 꽉 잡은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할배와 자드 그리고 그를 바라봤다.
"조심해서 다녀와야돼!
한솔은 손을 위로 번쩍 들어올린채 그들에게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 작품 후기 ============================
이번 에피소드의 일상파트는 이걸로 끝!
다음 화부터 본격적인 스토리 진행에 들어갑니다!
p.s
용던.. 진짜 무서운곳..
아마 한동안 그 근처도 안갈거 같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