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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얼론 (Zombie Alone)-146화 (146/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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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7 잠입

방을 나온 그와 한솔은 현재 있는 최상층 13층부터 차례대로 탐색을 하기로 한채 바로

옆방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자신들이 진을 쳤던 방과는 다르게 문은 단단하게 잠겨져 있는지 열릴 기미는 보

이지 않았다.

"잠겼어?"

길티의 머리 꼭대기에서 돌아가지 않는 문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한솔이 확인하듯 물었지

만..

"아니!"

그는 쾌할한 목소리와 동시에 코트 안에서 꺼낸 미트 해머로 문의 손잡이를 힘차게 후려

쳤고.. 그로 인해 문 손잡이는 허무할 정도로 쉽게 박살이 났고.. 굳게 잠겨져 있던 자

물쇠는 힘없이 해제됐다.

"그러네! 히히!"

일련의 행동을 위에서 지켜보던 한솔이는 그의 막무가내적인 행동에 자극받은 듯 즐겁다

는 웃음소리를 흘리며 길티의 머리 위에서 내려가가기 위해 몸을 비틀었고.. 그런 한솔

의 행동을 보조하듯 길티는 자신의 양팔을 한솔의 겨드랑이에 끼워 안전하게 그 몸을 지

면에 착지 시켰다.

지면을 직접 밟은 것이 오랜만인 듯 한솔은 바닥을 몇 번 강하게 차고는 길티의 붕대

가 감긴 손을 붙잡은 채 열려진 문 안으로 얼굴만을 빼꼼하고 들이밀어  안을 살폈다.

안은 그다지 특이할 것 없는 사무실이었다.

책상과 의자 여러 가지 종이서류들 등이 널브러져 있는 극히 평범해 보이는 사무실..

단지 그런 평범한 사무실에는 어울리지 않는 핏자국들이 이곳저곳에 산개되어 있는 것으

로 단숨에 평범하지 않는 분위기로 전환됐다.

"아무도 없어?"

한솔은 자신보다 신장이 큰 그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없어!"

열기 전부터 방안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발달된 감각으로 미리 알고 있었던 그는 그렇

게 대답하며 자신이 먼저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왜 아무도 없을까?"

선명한 핏자국들이 흩어져 있는 것에 반에.. 사람..이라고 할까 시체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 조금 의아했던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핏자국을 살피며 반파된 창문 사이로 들어

오는 차가운 바람을 거스르듯 느긋한 발걸음으로 창가로 다가갔다.

왜인지 알 수 없지만.. 창가의 앞에는 가지런히 벗어놓은 가죽 구두 한 켤레가 덩그러

니 놓여 있었다.

그는 구두를 건들지 않게 조심하며 깨져버린 창문 사이로 얼굴을 내밀어 아래를 살폈다.

"저기있었구나."

그제야 이 핏자국의 주인들이라고 짐작되는 인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그가 발견한 것은 살아있는 인간도 좀비도 아닌.. 썩어가는 고깃덩어리뿐이었다.

"자살했나보네."

어떠한 이유였는지까지 알 수 없었지만 정황상 자살일 확률이 가장 높았기에 그는 이 방

의 주인이었던 인간의 사인을 그렇게 판단했다.

"자살?"

길티의 손을 이끌며 그가 있는 창가까지 다가온 한솔은 그 단어의 뜻을 알 수 없는 것

인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을 요구하듯 그를 바라봤다.

"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거야

"왜?"

그의 설명에 한솔은 그런 물음을 입에 담았다.

어떤 이유로 자살을 했는가가 아니라.. 왜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를 했는가에 대한

의문이었다.

지금이야 평범하게 살도 붙고 혈색도 건강 그 자체로 돌아온 한솔이었지만 그전까지는

뼈밖에 없는.. 오히려 이곳저곳 굴러다니고 있는 좀비들과 비교해 움직이는 시체라는 비

유가 더 적절한 것 같은 모습이었던 한솔은 그런 다 죽어가는 몰골을 하고도 스스로 목

숨을 끊는다거나 죽고 싶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썩어가는 동물의 시체를 먹거나 나뭇잎에 맺힌 물방울을 마시며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발

버둥을 쳤다.

그렇기에 한솔에게 자살이라는 죽음은 이해할 수도 공감할 수도 없는 행위였다.

"죽고싶을만큼 괴로웠으니까.. 가 아닐까?"

그는 지면의 덩어리.. 자살을 선택한 구두의 주인이었을 존재를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

를 흘렸다.

자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이해할 수 없는 행위.. 그 좁디좁은 아파트 단지에서 혼

자 살아갔던 때였을 때라면 그도 그렇게 생각했을 터였지만.. 지금이라면 구두의 주인

이 자살을 택한 것에 대한 공감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저기 밑에 떨어져 죽은 남자가 부러웠기 때문이었다.

그녀를 잃었을 때도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자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해왔던 그였다.

그러나 그녀의 마지막 유언에 따라 괴롭지만 어쩔 수 없이 그 삶을 지속시켰고.. 그런

그녀의 유언이 빛을 바라듯 자신을 받아주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됐지만..

그것도 잠시 또다시 소중한 사람을 잃는다는 죽을 만큼 괴로운 경험을 해버린 그에게 잠

시 잊고 있었던 달콤한 죽음의 유혹이 손을 뻗어왔다.

그렇기에 부러웠다.

스스로 목숨을 끊고 편해진 구두의 주인이..

"오빠!"

구두의 주인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그의 팔에 울 것 같은 얼굴의 한솔이 엉겨 붙어

왔고.. 그 탓에 지면을 바라보고 있던 그는 자연스럽게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오빠도 자살할 거야..?

한솔은 불안해 보이는 얼굴을 한채 자신을 내려다보는 그의 눈을 울먹이는 눈으로 주시

하며 물었다.

한솔과 얼마 동안 그런 식으로 눈을 마주 진채 있던 그는 조용히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그런 걸 할리가 없잖아. 히히히!"

그는 평소와 같은 익살스러운 얼굴을 한채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한솔은 아직까지 불안한듯한 얼굴로 그의 팔을 강하게 붙잡은 채 그의 눈을 뚫어

지게 바라봤다.

"진짜야? 오빠는 안 죽어? 사실 죽고 싶어도 못 죽어! 오빠는 머리가 잘려도 안 죽는

괴물이니까! 히히히히!!"

한솔의 양 갈래머리 한쪽을 잡아 장난스럽게 빙글빙글 돌리며 그는 씩 하고 웃었다.

"거기에.. 오빠가 죽으면 한솔이 친구인 길티도 죽어버리니까! 오빠는 똥칠할 때까지

살아야 돼!

그 말이 효과가 있었는지 어두웠던 한솔의 얼굴이 점차 밝아졌고.. 그와 함께 그의 팔

을 붙잡고 있던 힘도 점차 약해져갔다.

"응! 그럼 나도 똥칠할 때까지 살아야지! 똥칠! 똥! 하하 하하!!

그 나이 또래의 아이가 유독 그런 더러운 것에 좋아하는 반응을 보이듯 한솔도 그의 입

에서 튀어나온 말에 방금 전 어두웠던 모습이 거짓말인 것처럼 밝은 모습을 보이며 그

단어를 연호하며 방안을 시끄럽게 쿵쾅거리며 뛰어다녔다.

그러다가 자신의 다리에 걸린 것이지 성대하게 바닥에 엎어져 버렸다.

일으켜 세우려고 다 가려던 그였지만.. 그것보다 먼저 길티가 달려가 엎어진 한솔의 몸

을 번쩍 들어 올렸다.

"하하하! 똥! 똥!"

이마가 새빨갛게 됐지만 그다지 아프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너무 신나서 잊어먹고 있

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한솔은 길티의 팔 안에서조차 파닥거리며 까불어 됐고.. 길티

는 그런 한솔을 조용히 자신의 인형 탈 위로 옮겼다.

"여긴 별거 없을 것 같으니까. 나가자!

그 모습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본 그는 열려진 방문을 가리키며 말했고.. 그에 동

의하듯 한솔이 힘차게 대답했고 그에 다라 길티가 한솔을 머리에 실은 채로 이동했다.

그런 이동 상태에서조차 활발하게 움직인 탓에 한솔이 떨어지지 않기 위해 부단해 보이

는 노력을 하고 있는 길티가 상당히 불쌍해 보이는 모습을 미소와 함께 지켜보던 그는

재차 고개를 돌려지면을.. 정확하게는 구두의 주인이었던 물체를 바라봤다.

한솔에게 그런 말을 하기는 했지만.. 지금도 죽고 싶다는 마음은 존재했다.

그녀가 죽고 나서부터 그것은 계속 가지고 있었고.. 병원 사람들이 죽은 것도 모자라

그런 괴물이 되는 모습을 보고 괴물이 된 병원 사람들을.. 좀비를 이용해 죽여버린 일

까지 겹쳐진 탓에 억누르고 있던 그 욕망은 부풀어져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야."

그는 혼자만 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비록 자신 스스로 죽음을 맞이한 사람이 부럽고 자신도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적어

도 그것은 지금이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서는 아직 해야 될 일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었

다.

'복수' 단 두 글자로 이루어진 이 행위를 끝내지 않으면 안 됐다.

이 세계의 암적인 존재이자.. 자신의 원수인 그들을 남겨두고는 편안하게 죽을 수도 없

는 노릇이었다.

자신의 행복을 들쑤셔 놓은 것도 모자라 빼앗아 가버린 그들은 절대로 용서할 수가 없었

다.

그렇기에 그는 이 복수를 끝내지 않으면 안 됐다.

태양 교단의 우두머리는 물론 말단까지 전부 죽이지 않으면 끝나지 않을 복수를..

자신의 온몸을 불태울 것 같은 이 분노를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행위를..

"............."

입을 굳게 닫은 그는 유리창의 파편에 반사된 자신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거기에 있는 것은 평소 쾌활하게 웃고 있는 익살스러운 미도라는 이름의 존재는 보이지

않았다.

그곳에 비추어진 것은 얼굴을 분노라는 감정으로 추악하게 일그러트린 복수에 불타는 추

악한

한 마리의 괴물이었다.

"이크.. 이러면 계약 위반이지.

자신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인식한 그는 조용히 자신의 얼굴을 유일하게 남아있는

왼손으로 스윽스윽하고 문지른 뒤 재차 유리조각에 자신의 얼굴을 비추었다.

거기에는 다시 익살스러운 모습을 한 평소의 자신이 비추어져 있었다.

"오빠! 빨리 와!

이리저리 자신의 얼굴을 둘러보고 있던 와중 한솔이의 재촉하는 커다란 목소리가 복도에

서 들려왔고.. 그제야 그는 유리조각에서 시선을 뗄 수 있었다.

"갈게!"

그는 한솔과 마찬가지의 커다란 목소리로 대답한 뒤 창에서 몸을 때어낸 채 등을 돌렸

다.

그러다가 문뜩 무엇인가 생각난 것인지.. 재차 등을 돌려 창가로 다가가 시체를 바라보

고는 조용히 눈을 감은 채 양손을 모았다.

"신이여 이 사람의 혼을 인도하소서.."

구두의 주인에 대한 몹시 짧지만 어떤 신이든지 통할 수 있는 추도문을 내뱉은 그는 재

차 눈을 뜬 채 등을 돌린 채 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와 함께..

정신이 없었고 여유도 없었던 탓에.. 병원 사람들의 추도를 하지 못했다는 것을 새삼스

럽게 깨달았다.

그렇기에 그는 이 복수의 여행이 끝나면 재차 병원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돌아가서 그들을 위해 추도하지 않으면..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언제가 될지는 그로서도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이야말로 복수 외에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오빠! 왜 안와?"

결국 기다리지 못한 한솔이가 길티를 탄채로 문 앞까지 와 소리를 질렀다.

"미안! 히히히! 빨리 가자!"

그는 뾰로퉁한 한솔이의 머리카락을 거칠게 어루만지며 재촉하듯 길티의 등을 밀며 방에서 나갔다.

============================ 작품 후기 ============================

으으 빨리 월요일이 되서 as받으러 가야되는데..

차마 월요일아 빨리 와라 라고 할수없는 슬픈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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