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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얼론 (Zombie Alone)-143화 (143/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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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6 에필로그

남자에게서 캐낼 수 있는 정보를 전부를 빠짐없이 캐낸 뒤..

"그럼 더 들을 것도 없는 것 같으니.. 이 녀석을 풀어주고 오마"

경철은 풀었던 천 쪼가리로 눈을 질끈 감긴 상태의 남자의 민둥머리를 잡고 일으켜 세웠

다.

그리고 나가기 직전 조용히 그녀에게 눈빛을 보내 나오라는 신호를 나라가 눈치 재게

한 뒤 조용히 남자를 데리고 밖으로 향했고.. 곧이어 그녀가 몸을 일으켰다.

"어디가시나요?"

"뒷간"

짤막하게 대답한 그녀는 그 대로 문밖으로 나간 그녀는  조용히 문을 닫은 뒤 계단 앞

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경철을 발견할 수 있었고.. 경철 또한 밖으로 나온 그녀를

눈치챌 수 있었다.

"여기서 대기해라.. 움직이면 죽인다."

남자의 귓가에 나지막하게 협박의 말을 내뱉은 경철은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무슨일이야?"

경철이 나라 몰래 자신을 불러낸 것은 알고 있었던지라 나라에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

은 목소리로 그녀가 물었다.

"저녀석을 죽여라."

"뭐? 내가 왜..?"

"가고일을 빼앗은 보답이다."

경철은 그녀가 용서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응어리처럼 구석에 남아있던 일을 떠올리며 말

했다.

경철이 남자를 데리고 온 이유는 물론 직접적으로 그녀에게 정보를 전달해주려는 의도

도 있었지만.. 그녀가 남자를 죽이게 해 그때 빼앗았던 분을 되돌려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저 보라돌이 영웅이잖아..? 우리가 죽여봤자 못 얻어?

그녀의 말대로.. 괴물이 영웅을 죽이거나 영웅이 괴물을 죽이면 힘을 얻을 수 있었지

만.. 같은 영웅끼리나 같은 괴물끼리는 아무런 이득도 취할 수가 없었다.

"이런.. 그랬던 건가..

몰랐던 사실을 깨달은 경철의 얼굴에는 실망의 기색이 잠시 동안 스쳐 지나갔지만.. 이

내 평소와 같은 얼굴로 돌아왔다.

"그럼.. 저 남자는 알아서 하도록 하지.. 너는 들어가서 쉬도록 해.

"근데..? 저 보라돌이랑 약속한 거 아니야?"

경철의 성격은 같이 여행을 하면서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던 그녀는 그런 말을 꺼낼 수

밖에 없었다.

경철이 약속에 대해 굉장히 칼같이 지키는 인간이라는 것은 그와 한 약속을 지키지 못

해 죄책감을 느끼는 부분에서 알 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걱정마라. '약속'은 지킬 거니까.

입가를 비틀어 드리며 악인 같은 얼굴을 한 경철은 더 이상의 말을 잇지 않고 그대로

등을 돌려 남자에게로 향했다.

"흠...뭐 아저씨가 알아서 하겠지."

그녀는 커다란 경철의 등을 스윽 쳐다보고는 이내 관심을 잃은 듯 등을 돌려.. 나오기

전 나라에 말했던 대로 화장실을 향해 걸어갔다.

그렇게 5분의 시간이 지난 뒤..

남자의 머리를 붙잡은 채 대롱대롱 매달고 온 경철은 남자를 바닥에 놓은 뒤 남자에게

서 떨어지기 위해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걸어라"

경철은 남자에게서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그렇게 명령했고.. 경철의 강압적이고 거친 목

소리에 움찔하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남자는 그 명령에 따라 보이지 않는 지면을 조심스

럽게 밟아가며 걸어나갔다.

"멈춰라"

어느 정도 걷자 경철은 재차 다른 명령을 내려 남자의 움직임을 멈췄다.

"이제부터 10초를 세겠다. 초를 세는 순간 그 눈가리개를 벗고 달려라.. 10초가 지나

는 순간 내 눈에 띈다면... 알고 있겠지?

경철은 일부로 들려주기 위해 자신의 주먹에서 우두둑 거리는 소리를 쥐어 짜내어 남자

에게 구타당했던 기억을 자극했고.. 그 기억이 상기된 남자는 맞은 것도 아닌데 욱신거

리는 몸을 쓰다듬으면 거칠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숫자를 세겠다... 1....2...."

경철이 숫자를 세자 남자는 뒤돌아볼 것도 없이 지면에 발을 내딛음과 동시에 자신의 눈

을 압박하는 천 쪼가리를 거칠게 풀었다.

"까하하하하하! 자유다!"

10초.. 겨우 10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영웅인 자신의 다리라면 10초 안에 경철의

시야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판단됐기에 남자는 벌써부터 들뜬 기분을 표출하듯 웃으며

환호를 내질렀다.

하지만...

"그래 자유지..."

그 순간 경철의 비웃는듯한.. 소리가 들려왔고.. 동시에 남자는 내디딘 자신의 발에 아

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발을 디디는 느낌...

"어....!?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남자는 깨달았다 느낌이 아니라 자신의 발이 정말로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있다는 것

을..

자신의 발밑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남자의 몸

은 10층이나 되는 높이에서 지면을 향해 끌려가듯 낙하했다.

중심도 제대로 잡지 못한 채 공중에서 허우적 되던 남자의 몸은 거꾸로 뒤집어진 채 머

리 쪽부터 지면을 향해 낙하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던 남자는.. 정말로 더 이상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 됐다.

"그래 자유지... 이승에서의 자유"

경철은 수박처럼 터져버려 즉사한 남자의 시체를 바라보며 남자가 죽기 직전 한 유언과

도 같은 말에 대답을 덧붙였다.

"약속은 지켰다."

그 말대로.. 경철은 약속을 지켰다.

남자를 죽여놓고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싶을 테지만.. 경철은 정말로 약속을 지켰다.

분명 경철은.. 자신은 절대로 남자를 죽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말대로 경철은 남자를 죽이기 위해 손가락 하나 대지 않았다.

경철은 그저 10초 샐 테니까 알아서 도망가라는 말만을 했을 뿐이었다.

경철의 말대로 남자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눈가를 압박하는 천을 풀고 환호성을 내지

르며 힘차게 도망갔다.

단지.. 남자가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경철이 데리고 온 것이 옥상이라는 점을 인지

하지 못한 탓에 건물에서 떨어져 죽어버린 것뿐.. 경철이 떠밀어 죽은 것은 아니었기

에.. 경철은 확실하게 약속을 지켰다고 할 수 있었다.

즉.. 남자의 사인은 살인이 아니라 사고사에 가까운 '자살' 이라는 것..

"지옥에서 기다리고 있어라.. 나중에 또 패주마."

경철은 저 먼 지면에서 처참하게 죽어버린 남자의 시체를 혐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본

뒤 더 이상 볼일이 없다는 듯 망설임 없이 등을 돌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렇게 강대한 힘을 자랑하던 태양 교단의 간부 한 명이 너무나도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

다.

그리고 다음날..

나라의 치료와 경철 자신의 재생력으로 인해 상처는 대부분 완치가 되어 여행에 별다른

지장을 주지 않는 몸 상태로 돌아온 경철로 인해 그들은 다음 목적지를 향해 바로 출발

하기로 했다.

"하아.. 진짜 생각만 해도 열받네.."

거대한 배낭 2개를 등에 매단 그녀가 아직도 자신의 저주받은 게 아닌가 하는 찍기 운

에 대해 울분이 쌓여있던 그녀는 투덜거리며 지면을 쿵쾅 거리며 거칠게 밟았다.

"진정하세요. 그래도 검사할 수 있는 시설을 알아낼 수 있었잖아요?"

나라는 그녀를 달래기 위해 말했다.

물론.. 남자가 알려준 그곳이 아니더라고 해도 이쪽 루트에서 더 나아간다면 병원이 있

었기에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수준이었지만 말이다.

"설마 우리가 간 곳이 녀석의 동료에 의한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니까.. 어쩔 수 없

는 일이지."

"젠장.. 그 악어 머리인지 악어 남자인지 새끼.. 잡으면 팬다..!"

여러 가지 의미로 애꿎은 화풀이였지만.. 그녀는 진심으로 자신의 개고생을 보답받기 위

해서라도 후려칠 생각을 가슴에 품었다.

"그런데 미도가 혼자가 아니라 동료가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네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악어 머리를 한 인간이라니.. 솔직히 상상조차 할 수가 없네."

나라의 말에 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머릿속에서 익어남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렸다.

안타깝게도.. 남자가 전달한 정보가 조금 잘못됐던지라.. 그녀들이 들은 정보는 악어

머리 남자라는 정보로.. 그 악어 머리로 단숨에 사람을 삼켜버린다고 하는 조금 뒤틀

린 정보를 얻게 됐다.

그렇기에 그들은 늑대인간이나 메두사처럼 정형화된 이미지가 없는 악어남의 이미지는

제대로 떠 올릴 수가 없었다.

"악어남이 어떻게 생겼든 간에.. 결국 우리가 할 일은 그 뒤를 쫓을 뿐이지.

경철은 그녀와 나라와 조금 떨어진 뒤에서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그녀도 나라도 동의하듯 서로의 얼굴을 바라본 뒤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됐든 간에 결국 그녀들의 최종 목적은 그의 뒤를 쫓는 일 뿐..

그가 어떤 존재와 같이 행동하든 그녀들의 목적은 결국 변할 일은 없었다.

"그럼 후딱 가자! 미도 녀석을 찾으러! 가는 김에 검사도 하고.. 찾는 김에 그 빌어먹

을 악어 대가리도 좀 후려치고..!"

악어남의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 신경 쓰지는 않지만.. 이것과 그것은 별개의 일이었기

에 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어진 채 재차 다짐하며 속도를 올려.. 그의 뒤를 쫓기 위해

앞으로 나아갔다.

============================ 작품 후기 ============================

다들 예견하셨군요..!

약속은 지켜야 제맛!!

이로써 에피소드6은 끝입니다! 시즌2도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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