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좀비 얼론 (Zombie Alone)-140화 (140/269)

0140 / 0269 ----------------------------------------------

Ep 6 일행

폭발이 일어난 뒤 얼마 후..

폭발의 여파로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현장 속에서 경철은 번쩍 눈을 떴다.

"하앗!!"

아주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상당히 깊게 의식을 잃었던 탓인지 숨 쉬는 것조차 멈췄던 탓

에 경철은 급하게 뇌와 폐에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상반신을 벌떡 일으켜 거친 숨을 몰

아 내쉬었다.

어느 정도 숨을 들이 마신 탓에 여유가 생긴 것은 좋았지만 그 탓에 몸 곳곳에서 고통

을 호소했고 특히나 두개골을 압박하는 것 같은 두통은 자연스럽게 얼굴을 일그러트리

게 만들 정도의 고통으로.. 체감상으로는 숙취의 10배 이상은 되는 것 같이 느껴졌다.

경철은 두통을 날려버리기 위해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비틀거리며 일어나자 경철의 몸에

서 흙먼지와 돌 부스러기들이 지면을 향해 으스스 떨어져 나갔다.

자리에서 일어난 경철의 꼴은 말이 아닌 상태였다.

폭발의 여파로 걸치고 있던 야상 코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고.. 코트만큼은 아니

었지만 그 안에 입고 있던 옷이며 바지 등도 입고 있다고 하기에는 애매한.. 걸치고 있

다는 표현이 맞는 표현일듯한 넝마가 되어 있었다.

물론.. 옷뿐만이 아니라 경철의 소총이나 쿠쿠리같은 장비들도 더 이상 쓸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걸치고 있는 물건들이 만신창이가 된 것과 다르게 경철의 몸 자체에 커다란 부상

은 보이지 않았다.

물론 자잘한 열상 등의 작은 상처들은 이곳저곳 눈에 띄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깊은

출혈을 일으키는 상처도 사지가 날아간 것도 아닌.. 폭발의 위력을 생각한다면 무상처라

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눈에 띄는 상처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상처라고 하기에는 애매하지만..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폭음을 정면에서 받

아 머리를 울리게 하는 이 극심한 두통 정도였다.

그렇지만 이것도 사실상 고막이 터져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기에 그 정도의 두통

으로 끝나는 것은 오히려 행운이라고 말할 수도 있었다.

경철이 이런 폭발 속에서도 별다른 상처 없이 무사하게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

닌 '영웅' 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녀 정도의 괴물 같은.. 아니 괴물 중의 괴물 같은 방어력을 가지지 않은 경철

이 아무리 강화된 신체라고는 하지만 이 정도의 폭발에서 무사할 수 있을 리는 없었다.

그가 무사할 수 있었던 정확한 이유는 그의 '능력' 때문이었다.

수류탄의 핀을 다 뽑은 직후.. 경철은 온몸을 돌로 감쌌다.

그러나 그 폭발력은 자신의 갑옷을 분쇄할 정도의 위력이었기에 그 폭발력을 다 막아낼

수는 없는 상태였다.

경철의 능력은 몸을 광석화 시키는 것.. 정확하게 말하면 몸의 표면을 광석화시키는 능

력이었다.

왼쪽 팔과 같이 아예 사지가 없는 것이라면 통째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긴 했지만.. 능

력의 원 주인인 가고일과 같이 원래의 피부나 근육까지 암석화 시키는 것은 불가능했다.

어찌 됐든.. 경철의 능력은 몸의 표면을 광석으로 감싸는 능력이지만.. 이것은 사실상

무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은 아니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재료' 즉 몸을 감쌀 수 있는 광석이 필요한 것이었다.

일정량이라면 미리 흡수해뒀다가 꺼내 쓸 수 있기는 했지만.. 그것은 기껏해야 한 번밖

에 사용할 수 없는 분량이었다.

그렇기에 미리 흡수했던 광석을 이용하여 폭발에서 살아남으려고 했지만.. 압축 다이아

라면 모를까 기껏해야 건물의 외벽을 흡수해 만든 경철의 돌 갑옷은 단숨에 벗겨질 수밖

에 없었고 경철의 폭발의 충격을 그대로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런 급박하고 위급한 상황 속에서도 빠져나갈 아주 작은 길이 존재하고 있었

다.

그것은 바로 경철의 등이 맞닿아 있는 지면이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경철은 생각하는 것보다 먼저 본능적으로 바닥의 돌을 흡수하며 그것을 그대로 자신의

외피에 감쌌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콘크리트 정도로 폭발을 한 번에 다 막아낼 수는 없었고.. 그때부터

가 경철의 진짜 싸움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흡수와 방출의 반복.. 진심으로 신경이 다 타버리는 게 아닐까 할 정도로 그것만을 반

복한 몇 초의 시간이 경철에게 있어서는 무한이라고까지 느껴질 정도의 고되고 혹독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정말로 몇 초밖에 지나가지 않은 상황 속에서 폭발을 막기 위해 돌의 갑옷만을

생성하는 일에 몰두하던 경철은 어느 순간 의식을 잃어버렸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온

몸을 쑤시는듯한 고통과.. 그 고통을 압도하는 진한 두통을 느끼며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깨닫고 겨우 호흡을 할 수 있었다.

"어떻게..든..살아남았군. 하아.."

흙먼지를 잔뜩 먹은 탓에 마르고 갈라진 목소리로 경철은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에 안

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이런 자폭 공격 같은 짓을 벌이기 전에는.. 어떻게든 될 거 같다는.. 자신감이 있었지

만 막상 당해보니 그 자신감은 단숨에 사라져버렸다.

경철은 압축 다이아의 의수를 기준으로 잡고 작전을 실행했다.

하지만 콘크리트는 생각 이상으로 물렀고.. 그 탓에 왼손만 남기고 날아가 버릴뻔한 상

황에 처할뻔했다.

본의 아니게 콘크리트의 한계와 다량의 수류탄에 의한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 변태는..!?"

정신이 없었던 터라 남자의 존재를 까맣게 잊어먹고 있던 경철은 소스라치게 몸을 긴장

시키며 주위를 경계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라고 생각되는 존재를 발견할 수 있었다.

폭발로 인해 새하얀 목욕 가운은 천 쪼가리 밖에 남지 않았고.. 몸 곳곳에는 화상과 파

편으로 인한 출혈이 일어나고 있었으며.. 남자에게 가장 눈에 띄던 기괴하기 짝이 없

는 뱀의 머리카락도 방금 전의 위력으로 날아가 버린 것인지.. 남자의 머리 위에는 아

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뱀이 아닌.. 평범한 '머리카락' 조차 남자의 머리 위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해치운건가..?"

경철은 경계의 태세를 늦추지 않은 채 남자의 상태를 살피며 중얼거렸다.

움직이는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폭발에 말려든 것치고는 겉모습이 의외로 멀쩡한 상태

였다.

물론 부상 자체는 제법 심하게 보이기는 했지만.. 강회된 육체를 가진 영웅을 죽음에

몰아넣기에는 조금 모자라 보이는 상처였다.

그리고.. 경철의 그 예상은 맞아떨어진 것인지.. 남자의 몸이 꿈틀거리며 움직이기 시

작했다.

"개..새끼가...!!"

상처 입은 짐승을 연상케하는 모습으로 남자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피와 그을림으로

더럽혀진 얼굴을 들어 올려 경계하고 있는 경철을 충혈된 두 눈으로 노려봤다.

"정말로 끈질기군.."

경철은 그런 감상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야 광석으로 몸을 몇 겹씩으로 보호한 탓에 무사할 수 있었지만 남자는 직격으로

폭발을 받았을 터였는데 아직까지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징그러운 생명력이라

고 밖에 말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경철은 현재의 상황이 자신에게 한없이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가장 위협적이라고 생각한 뱀의 머리카락은 방금 전의 폭발로 인해 전부 날아가 버린 상

태였고 남자의 부상은 자기보다 월등하게 심한 상태였다.

근접하여 자신의 의수를 그 몸에 박아 넣기만 하면 승리를 거머쥘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남자의 눈빛이 걸렸다.

남자의 눈빛은 적어도 경철이 알던 패자의 눈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 사실이 걸렸기에 바로 달려가지 못한 채 경철은 남자의 상태를 살펴볼 수밖에 없었

다.

"가지고 놀다가 죽일 생각이어서 좀 놀아줬더니... 감히 이런 개 같은 짓을 해..? 그

럼 소원대로 죽여주마..! "

남자는 목에서 나온 피를 내뱉으면서까지 고래고래 소리를 내지르며 새하얀 피부를 그을

림과 피로 더럽힌 얼굴을 거칠게 들어 올려 경철을 바라봤다.

그러자.. 남자의 눈에서 붉은 광채가 뿜어져 나왔고.. 동시에 경철은 자신의 몸이 갑자

기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돌이되서 죽어버려!!!"

남자가 한츰 목소리를 올리자 붉은 광채는 더욱더 커져갔고.. 그에따라 경철의 몸이 더

욱더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이건..!?"

자신의 몸에 이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자 경철은 자신의 몸을 둘러봤다.

자신의 손가락 끝에서부터 점차 굳어지는 것 같은 감각을 느꼈던 경철이었지만.. 아니

나 다를까 정말로 굳어지고 있었다.. 그것도 '돌' 로 변하면서..

"꺄하하하하하!! 자신의 몸이 돌이 되어가는 걸 괴로워하며 지켜봐!!"

남자는 가성 섞인 웃음소리를 흘리며 붉은 광채의 눈으로 더욱더 경철을 쏘아 보았

고.. 그에 경철의 몸을 덮치는 석화 현상이 더욱더 빠르게 가속화되어갔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경철의 온몸은 돌로 굳어진 채 하나의 석상으로 변화했다.

이것이 남자의 진짜배기 능력 중 하나인 석화의 마안이었다.

뱀의 머리카락과 보는 것을 돌로 바꾸는 능력.. 신화에서도 등장하는 괴물.. '메두사'

남자는 그 메두사를 쓰러트리고 영웅이 된 존재로.. 소총과 권총의 탄환 그리고 스로

잉 나이프를 멈췄던 능력은 바로 이 석화의 능력으로.. 사실상 머리카락을 뱀으로 바꾸

는 기술 자체는 남자에게 있어서 부가 능력으로 그저 상대를 희롱하거나 힘쓰는 일을

할 때 조금 편한 정도의 능력이므로 진짜로 무서운 것은 바로 이 석화 능력이었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상대를 돌로 바꾸는 능력..  그야말로 사기에 가까운 능력으

로.. 아무리 힘이 강하다고 해도 자력으로 깨고 나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능

력으로.. 진조 흡혈귀의 힘을 가지고 있는 그녀에게 조차 통할 정도의 무시무시한 능력

이었다.

"아.. 내 머리카락.."

남자는 굳어진 경철에게서 시선을 뗀 채 자신의 머리 쪽을 보기 위에 눈을 추켜 올리

고 울상의 지으며 자신의 머리를 양손으로 감쌌다.

풍성했던 모발은 온데간데없이 그곳에 있는 것은 매끈한 민둥산뿐..

"개새끼..! 저 새끼 때문에 내 아름다운 머리카락이..!"

남자는 자신의 머리카락에서 손을 땐 채.. 귀신같은 형상으로 석상이 된 경철을 노려

보고는 성큼성큼 경철이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목적은 다름 아닌 자신의 화풀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이렇게 만들고 자신의 몸을 상

처 입힌 경철에게 마무리 응징을 하기 위함이었다.

"지옥에가서 나한테 대든 걸 땅을 치고 후회하도록 해!!

남자는 자신의 주먹을 꽉 쥔 상태로 석상이 된 경철을 박살내기 위해 얇상하지만.. 보기와는 다를 수밖에 없는 영웅의 주먹을 석상이 된 경철의 얼굴에 날렸다.

============================ 작품 후기 ============================

저는 취사병-조리사자격증-(조리)취직 테크를 탔던 탓에.. 평범하게 회사다니던

와이프보다 조리력(?)이 더 높기에.. 요리는 잘하는 사람이 해야 제맛이지! 라는 주장하에 제가 자주 차리게 되더라고요..

아! 물론 와이프가 설거지는 해줍니다. 2번에 1번정도로!

p.s

이제 곧 이일천하가 끝나네요 ㅠ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