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좀비 얼론 (Zombie Alone)-135화 (135/269)

0135 / 0269 ----------------------------------------------

Ep 6 일행

그들이 여행을 떠나온 지 약 2주째가 되는 날

지도에 표시된 태양 교단의 다른 아지트를 습격하기 위해 방문한 그들이었지만..

"이미 누군가에게 습격당한 건가?

경철은 아지트를 이곳저곳 둘러보며 말했다.

"근데.. 왜 시체가 하나도 없는 거야?

이곳저곳을 둘러봤지만 시체라고는 한구도 남아있지 않았다.

있는 거라면 지면이나 벽에 바짝 말라있는 검붉은 선혈의 흔적들뿐..

"그것까진 모르겠군.. 모르겠지만 적어도 여기저기 굳어있는 피의 양으로 봐서는 대부

분 죽었다고 봐도 되겠지."

경철은 바닥에 굳어진 피를 나이프로 긁어내어 굳은 혈액의 두께를 보고 그 양을 대략적

으로 추측하며 말했다.

"누가 죽였을까? 그 녀석.. 은 아닌 거 같은데."

그의 살해 방법은 대체적으로 날붙이를 이용했기에 언제나 현장에는 그럴듯한 시체가 남

아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피의 흔적 이외에는 단 한구의 시체도 보이지 않는 상태였기에 그에 대

한 증거를 찾을 수가 없었다.

"평소의 방식과 다르다면.. 이 현장을 덮친 건 그 녀석이 아닐 확률이 높겠지."

나이프를 닦아내 홀더에 끼워 넣은 경철은 재차 현장을 둘러보며 자신의 의견을 말했

고.. 그녀도 그것에 동조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관련되어 있다고 하기에는 현장 자체가 시체 하나 없이 너무 깔끔했기 때문이었다.

"우리 말고도 태양 교단을 사냥하는 사람이 있는 건가?

"정보가 너무 적으니 뭐라고 말할 수는 없군.. 단지 시체가 한구도 없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군.. 어디로 옮긴 건지.. 아니면 먹어치우기라도 한 건지.. 알 수가 없

군."

아무리 생각해도 이 현장은 기묘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에 경철은 그런 감상을 내

뱉었다.

"궁금하기는 하지만.. 딱히 중요하진 않잖아? 그 녀석이 여기에 온 게 아니라면.. 루트

를 바꿀 뿐이지."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옷사에서 꾸기 한 지도 한 장을 바닥에 펼쳤고.. 그 뒤를 이어

경철이 다가와 팔짱을 낀 채 지도를 살폈다.

"이쪽을 지나가지 않았다고 한다면.. 여기서 가장 가까운 데에도 없을 확률이 높겠군."

경철은 지도를 확인한 뒤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역시 그러려나.. 그럼 우리가 아예 루트를 잘못 정한 건가. 젠장.. 하여간 나는 이

런 운이 거지 같은 지 모르겠네!"

짜증이 났는지 그녀는 자신의 머리를 거칠게 벅벅 긁고는 지도를 날카롭게 노려본 뒤 거

친 동작으로 붉은색으로 동그라미가 쳐진 곳을 가리켰다.

"이쪽과는 완전 반대편인가.. 우리들의 속도라면 10일 정도는 걸리겠군."

경철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자신들의 위치와 그녀가 가리킨 곳의 거리를 적당하게 계산하

여 말했다.

"10일인가..! 이번에야말로.. 제발 좀 있어라..!"

그녀는 지도를 꾸깃꾸깃 집어 올린 뒤 자리에서 일어나며 중얼거리고는 작게 혀를 치며

그것을 자신의 품속에 쑤셔 넣고는 건물 밖으로 나왔고.. 그 뒤를 경철이 따랐다.

"마음은 알겠지만 초조해져봤자.. 너만 손해야."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인 그녀의 등 뒤에 경철은 넌지시 말을 던졌다.

"나도 알고 있어! 그렇지만.."

그렇게 답하며 그녀는 자신의 배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그녀도 초조해봤자 죽도 밥도 안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초조해질 수밖에 없

는 이유가 있었다.

그녀의 배.. 1주일 전까지만 해도 군살 하나 보이지 않던 그녀의 배는 아주 조금이었지

만 튀어나와 있었다.

물론 살이 쪄서라는 이유로 배가 나온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배가 나온 이유는 단 하나.. '아이가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많은 영양 분을 공급받아서인지 뱃속의 미레가 성장함에 따라 그녀의 홀쭉했던 배도 약

간씩이지만 부풀어 오르고 있는 상태였다.

아직은 3개월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모자라기는 했지만.. 이 상태라면 더 부풀어올려도

이상하지 않았고.. 이것이 그녀가 초조해하는 이유기도 했다.

그녀로서는 아이가 성장하는 것은 그 누구보다 기쁘기는 하지만.. 그만큼 그를 빨리 만

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그녀를 초조하게 만든 것이었다.

"개월수로 보면.. 4개월이 조금 넘은 건가.

배의 크기를 보면 4개월보다는 적어 보였기는 했지만 이 상태로 영양분을 흡수해 성장한

다면 그 크기에 도달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아이가 태어나기까지의 시간을 생각한다면 최소 3개월 이상의 기간이 남아 있었기

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기간이 여유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었다.

배가 점점 불러오는 것에 따라 그녀의 행동에도 제약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아무리 그녀가 강인한 육체를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배가 부풀어 오름에 따라 걷는 것

은 물론.. 전투에도 지장이 있을 것은 분명했다.

그것은 자신에게 있어서도 경철이나 나라에 있어서도.. 그리고 아이에게 있어서도 그다

지 좋지 않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조금더 마음을 편하게 먹는 게 어때? 여차할 때는 아이를 받아줄 수 있는 '의사'도 있

고 방패로 써먹을 수 있는 '나' 도 있으니까 말이야."

최대한 그를 빨리 만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경철의 말대로 만나지

못한다고 해도 영원히 만나지 못한다는 것은 아니었고 비록 아이를 바로 보여줄 수 없

는 것은 아쉬울 수 있어도 절대적인 것은 아니었다.

"살아만 있으면 언젠가는 만나게 될 일이다. 너는 그냥 아이를 무사하게 낳는 걸 최우

선으로 생각하는 게 좋겠지."

"하아.. 그러네. 그 녀석이라면 죽어도 죽을 것 같지 않은 녀석이니까.."

경철의 말에 마음이 조금 편해진 그녀는 그에 대한 생각을 하며 쓴웃음을 짓고는 자신

의 배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 말대로 살아만 있다면 언젠가는 만나게 될 운명이었다.

확실히 초조해져봤자 자신에게도 아이에게도 손해 보는 일일뿐이었다.

"그 녀석이라면 목이 잘려도 웃으면서 살아있을 것 같군."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낸 경철은 습관적으로 입에 물고 불을 붙이려고 했

다.

그러나 아이의 존재에 대해 바로 깨닫고는 조용히 입에 물고 있는 담배를 입에서 빼냈

다.

"이런.. 금연이라도 해야 하는 건가.

경철은 방금 전까지 습관적으로 물고 있던 담배를 아쉽다는 듯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애연가로서 담배를 손 놓는 것은 어렵기는 했지만 방금 전 그런 소리를 한 자신이 아이

에게 피해를 끼치는.. 멋없는 짓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었다.

"내 앞이 아니라면 펴도 상관없는데?"

"아니.. 끊겠어. 적어도 네가 미도 녀석과 만나기 전까지는..

경철은 자신의 커다란 손에 놓인 작은 담배 한 개비를 미련이 넘치는 시선으로 한번 바

라본 뒤 주먹을 꽉 쥔 채 그것을 비틀었고.. 그 탓에 담배는 그 원형을 잃은 채 뭉개졌

다.

그리고 그것을 경철은 조용히 허공에 흩뿌렸고.. 담배의 잔해는 바람에 쓸려 어디론가

사라져갔다.

"음..."

사라져가는 담배의 잔해를 보며 경철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렇게 말은 했지만.. 역시나 미련이 뚝뚝 남아있는.. 모습이었다.

"큭..큭큭..!"

덩치에도 나이에도 맞지 않는 그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웃

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웃지 마라..  별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저 녀석(담배)이랑은 벌써 40년 가까

이 지낸 사이니까."

"미도랑 만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어버렸네."

물론 그 이유는 다름 아닌..

경철이 다시 40년 지기(담배)와 만나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느긋하게 기다리도록 하지."

경철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입을 굳게 닫은 채 그녀보다 먼저 앞서 나라가 기다리고 있

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느긋하게 말이지.."

경철의 말을 되새기듯 중얼거린 그녀는 곧이어 경철의 뒤를 따라 걸었다.

초조했던 마음이 정말 없어졌다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 아까와 비교하면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 기분이 들었다.

느긋하게..라고 말은 했지만 진짜로 느긋하게 갈 생각은 없었다.

상황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빠르게 그의 뒤를 쫓아갈 생각이었다.

단지.. 요 근래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느끼고 그녀의 안에서는 굉장히 무겁고 감당하

기 힘든 부담감이 존재하고 있었다.

모든 걸 다 혼자 떠안으려고 했던 폐해였다.

경철을 나라를 아이를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아이가 태어나기 전 그에게 어

떻게든 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히스테릭한 집착에 의한 것이었다.

그러나 방금 전 경철의 말을 듣고 여러 가지를 생각해봄에 따라 부담감이라는 무거운 짐

을 덜어놓을 수 있었다.

분명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그를 만나는 것은 그녀에게 있어 중요한 목적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을 무리에 무리를 거듭하면서까지 이루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깨달았다.

즉.. 비록 그전에 그를 만날 수 없다고 해도 결과는 그저 자신이 조금.. 아니 많이 아

쉬울 것 있지만 그것뿐.. 실패한다고 해서 누군가 죽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를 영

영 못 만난다는 것도 아니었다.

결국 그녀에게 있어서 최종적인 목적은 자신과 아이 그리고 경철과 나라가 무사하게 그

에게 도달하는 것.. 이었다.

그 외의 요소는 부가적인 것에 불과한 것뿐..

비록 그가 없다고 해도 확실한 의사가 있으니 출산에 관한 걱정도 덜 수 있고.. 환자였

던 때와 다르게 경철도 인간을 초월한 힘을 얻은 상태였기에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비록 느긋하게 게 있을 수는 없었지만 부담감을 던져버린 채 그

를 찾는 이 여행길에 나설 수는 있을 것 같았다.

"조금 걸릴지 모르지만.. 아빠를 꼭 만나게 해줄게. 미레야.."

그녀는 자신만이 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자신의 뱃속에 있는 아이에게 속삭이듯 말

했다.

물론.. 대답을 바란 것도.. 뱃속의 아이가 대답을 할 수도 없었다.

그저 입 밖으로 내뱉음으로써 자신의 결의를 재차 다지기 위한 행동이었다.

그런데..

"윽..!?"

그 순간 그녀의 배에 참기 힘든 고통이 느껴졌고.. 그 탓에 그녀는 고통의 신임을 흘리

며 자신의 배를 감쌌다.

그러나 배를 감싼 그 순간 그 고통은 순식간에 사라져 없어져 버렸다.

"뭐,뭐야..?"

그녀는 방금 전까지 느꼈던 고통이 순식간에 사라짐에 따라 귀신에 홀린 것 같은 얼굴

로 자신의 배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설마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이내 그 생각은 접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것은 너무나도 과한 생각이었다.

"무슨일이야?"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녀가 자리에 멈춰 서 굳어져있는 것을 본 경철이 말을 걸자 그녀는 자신의 머릿속에

있던 생각을 부정하듯 지워버린 뒤 재차 발을 움직여 경철에게로 향했다.

============================ 작품 후기 ============================

슬슬 미미쨔응의 배도 부풀어 오르는 상태입니다.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계속 부풀어 오를 예정입니다.

근데.. 싸우는 임산부라니.. 여러가지의미로 위험하네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