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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6 일행
소란스러운 아침을 지낸 일행은 재차 다음 목적지를 향한 여행길에 나섰다.
전과 별반 다름없는 여행..이라고 하기에는 나름 이것저것 많이 바뀌어 있었다.
가장 많이 바뀐 것은 역시 경철이었다.
석상 남자(가고일)를 죽이고 영웅으로 각성한 경철은 더 이상 환자가 아니었고.. 그 이
전보다 훨씬 강력한 육체와 체력을 가지게 됐다.
그렇기에 휠체어 대용으로 사용하던 세그웨이도 더 이상 필요가 없었고 그녀에게 대부
분 맡겼던 짐도 어느 정도 나눠서 들 수 있을 정도였다.
그에 따라 나라에게도 세그웨이의 필요성은 적어졌다.
만약 지친다면 경철이 운반하면 될 일이었고.. 세그웨이를 위해 필요한 배터리 등을 전
부 버린 덕분에 짐도 굉장히 많이 줄어들게 됐다.
짐이 줄고 경철이 영웅으로 각성한 덕택에 그들의 여행속도는 출발했을 때와 비교해 더
욱 쾌적하고 빨라져 전과 비교하자면 거의 1.5배 이상의 효율을 자랑했고 그에 따라 여
유도 생겼다.
"후우... 맛있군."
그녀와 나라에서 조금 떨어진 곳을 걷던 경철은 태양 교단의 아지트에서 구한 담배를 입
에 문채 새하얀 연기를 허공에 뿜어내며 극상의 담배맛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기분 좋은 흡연 타임도 잠시.. 나라와 나란히 열을 맞춰 앞서가고 있던 그녀
가 등에 맨 커다란 짐을 흔든 채 몸을 돌리며 경철의 도끼눈으로 노려봤다.
"아이에게 악영향이 가면 어쩌려고 그래!!"
그녀는 자신의 배를 양손으로 감싸 안은 채 노기를 담은 목소리로 말했고.. 그런 그녀
의 태도에.. 경철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말해 정신이 나갔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배는 홀쭉했다.
군살이라곤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균형 잡힌 몸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그 뱃속에 아이가 있다고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이거 정신이 나갔나? 같은 눈으로 보지 말아줬으면 좋겠는데... 진짜로 뱃속에 그 녀
석의 아이가 있으니까."
경철의 얼굴에 담긴 의미를 파악한 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말
했다.
그녀의 충격적인 발언에 경철도.. 그리고 옆에 있던 나라도 벼락이라도 맞은 것 같은
얼굴을 한채 그녀의 얼굴과 그녀의 배를 번갈아보며 바라봤다.
"망상이나 상상임신이나 그런 게 아니라요..?"
"너희들은 그렇게도 나를 병든 여자로 만들고 싶은 거냐...
"그렇지만.. 개월 수로 봐도 3개월 이상일 텐데.. 아무리 봐도 그..."
나라는 그녀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을 살폈다.
3개월이라면 임신을 했는지 아니면 배가 나온 건지 분간이 안 갈 수도 있을 정도로 밖
에 나오지 않기는 하지만.. 적어도 그녀의 복부 상태를 보건대 임신 3개월 이상이라고
는 생각할 수 없는 몸매였기 때문이었다.
"하아..."
화낼 기력조차 나지 않는 그녀는 작은 한숨을 토해낸 그녀는 흑과 백으로 얼룩덜룩한 머
리를 거칠게 한번 긁고는 아이에 대한 일을 간략하게 정리해 말했다.
자신이 살아난 이유와 뱃속에 있는 아이.. 미레가 어째서 성장을 못한 것인지 자신이
어째서 무식한 식사량을 먹어치우는지 등의 이야기들을 요약해 전했다.
"믿을수가 없는 일이네요.
"뱃속의 아이가 모체를 살리다니.. 옛날이야기의 미담 같군.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둘의 반응은 믿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쉽게 믿을
수도 없는 몹시 황당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 이야기였기에 단숨에 납득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녀석 아이니까."
그녀로서도 잘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그 한마디로 밖에는 정리할 수가 없었다.
"아.. 저 왠지 납득이 가기 시작했어요."
"뭐.. 그 녀석의 아이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
그 한마디의 효과가 굉장했는지 긴가민가하며 헤매던 두 사람도 그 한마디에 대충 납득
한 분위기를 풍겼다.
분명 두 사람 다 납득한 것 같기는 하지만.. 그녀로서는 왠지 모르게 석연치 않은 느낌
이었다.
"그 한마디로 납득하는 건 뭔가 미묘한 기분이 드는데.."
그녀는 게슴츠레 뜬 눈으로 나라와 경철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지만 미도의 아이잖아요..?"
"미도의 아이니까.."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는 느낌으로 시선을 교환하며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미도녀석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사실 그런 불만을 토해내는 그녀도 실상 부정하기가 힘들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기에 더
이상 물고 늘어지는 것은 그만두기로 했다.
"그 미도가 애 아빠인가.. 솔직히 상상을 할 수가 없군."
그의 외관상 나이도 나이었지만.. 평소의 행동을 보면 애 그 자체라고 밖에 볼 수 없
는 모습이었다.
요약하자면.. 정신연령이 어리다고 밖에 볼 수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그가 진짜로 애라고 하는 건 아니었지만.. 아이를 키우는.. 아이의 부모
로서는 어떻게 생각해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할까.. 상상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미도는 부지런하고 재주도 좋으니까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장난치는 것 같은 겉모습과는 다르게 그는 생각 이상으로 부지런했다.
늦잠을 자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싶이 했고 가만히 있는 시간보다 움직이는 시간이 더 많
아 보일 정도로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렇게 움직이며 일하는데도 언제나 일을 완벽하게 처리할 정도로 꼼꼼하기까지 했다.
물론 부지런하다고 꼼꼼하다고 해서 좋은 부모가 된다는 기준과는 조금 틀릴지도 몰랐지
만.. 적어도 육아에 관해서 만큼은 그 능력이 확실히 좋은 방향으로 작용될 수 있을 것
이었다.
"아.. 그렇지만 아이의 인격형성에 대해서는 불안하긴 하네요."
아이는 부모를 보고 학습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기에.. 그의 행동을 보고 자란 아이가
어떤 성격이 될지는 매우 불안한 요소였다.
그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는 분류하자면 '괴짜'의 분류에 들어가는 입
장이었기에.. 아이 역시 그 영향을 받아 괴짜가 될 확률이 극히 높았기 때문이었다.
"그쪽은 내가 확실히 하는 수밖에는.."
그녀도 나라와 마찬가지로 그런 미래를 예감하고 있었기에 그렇게 답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그쪽도 불안하긴 마찬가진데요.."
그와 비교하자면 좀 더 낫다고는 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녀 자체가 아이의 인격형성
에 좋은 인간이냐라고 묻는다면.. 대답은 no라고 대답할 수 있었다.
자신은 평범하다고 믿는 그녀였지만.. 실상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그녀는 전혀 평범하
지 않았다.
능력적인 면에서가 아니라 내면적인 면에서 그녀 역시 상당히 특이한..
괴짜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존재였다.
"뭐 인마!? 그렇게 은근슬쩍 자기가 아이를 키우겠다는 어필이냐!?"
"이런 병적인 요소가 안되는 거라고요! 제가 키운다는 소리는 한마디도 안 했거든요!
"누가 속을 줄 알아! 그런 식으로 아이도 그 녀석도 꼬드겨서 자기가 엄마인척하려는
거지!!
"그런 막장드라마 같은 시나리오는 뭐예요!?
"시끄러! 사랑과 전 X에서도 나왔었던 실재했던 일이라고!"
결국 두 사람의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싸움이 시작됐고.. 그녀들의 뒤에 붙어있던 경철
은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이면서도 골치가 아프다는 듯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언제까지 끝날 것 같지 않은 평행선의 설전이 쭉 이어졌고.. 경철
이 중간에서 두 사람을 중재하는 경우.. 결국 경철 자신에게 그 화살이 돌아오는 패턴
이었다.
이래도 안되고 저래도 안되는.. 경철에게 있어서 두 여자는 절대로 해체할 수 없는 시
한폭탄 같은 존재와 다를 바 없었다.
사실상 그냥 내버려 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경철이었지만.. 진짜로 내버려 두면 별
다른 일이 없는 이상 지속되는 이 시끄러운 두 여자의 소리를 듣고 있어야 했기에.. 끼
어들지 않을 수도 없었다.
"그냥 차라리.. 미도 녀석에게 시집가는 건 어떠냐? 어차피 이런 세상인데 중혼 정도
야 상관없잖냐?"
예전의 세상이었다면 당연히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문제 됐을 테지만.. 이미 법치국가
의 모습 따위는 사라진지 오래다.
살인 강간 절도 같은 중범죄를 저지르는 인간들도 수두룩한 세상이 되어버렸는데 중혼
정도는 이미 죄도 뭣도 아니었다.
오히려 인구의 수가 극 감하는 이런 세계에서 혼은 어찌 보면 권장해야 할.. 급감한 인
구의 수를 늘리기 위한 좋은 방법이라고 말할 수도 있었다.
"무,무무무무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경철의 말에 폭발하기 3초 전 같은 느낌으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나라는 눈에 보
일 정도로 당황해하며 소리쳤다.
"어차피 근처에 있는 젊은 남자는 그 녀석뿐이잖아? 그럴 거면 인류를 위해서도 나쁘
지 않은 선택이지.. 거기에 너도 미도 녀석을 싫어하는 건 아니잖냐?"
"그,그야 싫어하지는 않지만.. 남녀 사이의 느낌은 아니라고요!"
"그런건 몸을 섞다 보면 알아서 생기기 마련이야."
"모,모모모모모몸!!!??"
연륜의 힘인지 아니면 이 두 여자의 지긋지긋한 싸움을 막기 위해 철 가면을 뒤집어쓴
것인지 경철은 여러 가지 의미로 굉장한 발언을 덤덤한 태도로 서슴없이 내뱉었고 그 말
에 직격당한 나라는 눈이 빙빙 돌고 얼굴이 터져나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런 나라와는 반대로 그녀는 몹시 차갑고 냉정한.. 그야말로 감정이 없는 기
계와 같은 얼굴을 한 채로 경철의 얼굴을 꿰뚫을 것 같은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봤다.
살의나 적의가 담긴 것은 아니었지만.. 많은 전쟁터를 해쳐온 경철에게 있어 그 시선
은 상당히 부담스럽고 껄끄러운 시선이었다.
"이런 세계니까. 너도 어느 정도 양보하는 게 좋지 않겠어..?"
그 껄끄러운 시선에서 벗어나려는 듯 경철은 그녀를 설득한 듯 혹은 달래듯이 말했다.
하지만..
"절대 안돼!
그녀는 단호하게 그렇게 말했다.
그녀 역시 이런 힘을 얻기 전 그런 생각을 해본 적도 있었다.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에는 썩어날 만큼 식량과 식수가 많았고.. 그의 다재다능한 능력으
로 별다른 불편 없이 살고 있었던 그와 그녀였지만 몇 년 뒤에도 이런 생활을 지속하
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필수적인 능력을 가진 여성들을 데려오는 것으로 새로운 생활터전을 일구려는
계획을 생각한 적이 있었다.
단지 그런 능력을 가진 여성들의 연령대를 고려해봤더니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들보다 2
배는 될 것 같은 연배였고.. 애초에 그의 옆에 다른 여자가 있다는 것 자체를 참을 수
가 없던지라.. 그대로 접어버린 계획이었다.
"젠장..말이 씨가 된다는 옛말이 틀린 게 아니라니까.."
그녀는 조용히 터질 것 같이 붉어진 나라를 바라봤다.
그때 필요했던 여성이.. 농부 그리고 '의사' 였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젊고 귀여운 의사가 떡하니 그녀의 앞에 나타났으니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나라에 싸움을 거는 것에는 사실 이런 요인도 포함되어 있었다.
"어쨌든!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허락 못해!"
마음을 다잡은 그녀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단호하게 외쳤다.
그때..
운명의 장난인지 아니면 신의 농간인지..
그녀를 향해 새 찬 돌풍이 불어왔고.. 그 강한 풍압에 의해 바닥에 있던 흙먼지가 돌풍
을 타고 올라와 그녀의 얼굴을 직격으로 덮쳤다.
"윽..!?"
아무리 강인한 육체를 가지고 있는 그녀였지만.. 눈에 직격으로 이물질이 들어간 탓에
약한 비명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고 따끔거리는 눈을 거칠게 비비며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들어갔는데?"
그리고.. 흙먼지가 눈에 들어가 눈물을 쏟아내는 그녀를 보며 경철은 넌지시 말을 던졌
다.
"무,무효야! 이건 무효야!"
눈에 들어간 흙먼지를 배출하기 위해 눈물을 쏟으며 외치는 그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안쓰러울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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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개인적으로 사랑과 전쟁 꿀잼으로 봤었는데..
시즌3 안나올려나요..ㅠㅠ
와이프랑 둘이서 재밌게 봤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