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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얼론 (Zombie Alone)-132화 (132/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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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6 일행

지면에 주저앉은 채 면목없다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는 경철은.. 의식의 끈을 놓칠

것 같았다.

그것이 상처로 인한 것이 아닌.. 다른 외적 요인이라는 것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의식의 끈을 놓는 순간.. 자신이 인간이 아닌 존재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예감이었다.

하지만 그는 아직 눈을 강을 수는 없었다.

죄를 지은 자신은 아직 그녀에게 들어야 할 말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매도든 욕이든 받아들일 각오를 한 경철은 입을 굳게 다문 채 그녀를 주시했다.

그리고..

경철의 말을 끝까지 들은 그녀는..

"뭐야? 그런 거였으면 진작 말을 하지."

그녀는 찡그린 표정을 원래대로 되돌려 놓은 채 김샌다는 식으로 적당하게 내뱉고는 자

신의 뒷머리를 긁적였다.

경철의 태도나 행동이 너무 심각하고 진지했기에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인가라고

생각한 그녀에게 있어서 경철의 행동 이유는 너무나도 맥이 빠지는 이야기일 수밖에 없

었다.

"그런거라니.. 그걸로 끝인 건가..!? 다잡은 사냥감을 훔치는 짓을 했는데도..!?"

심한 말을 기다리고 있었던 경철은 너무나도 가벼운 그녀의 태도에 오히려 당황한듯한

태도를 보이며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을 보였다.

"갑자기 내 쪽에 총을 들이댄 건 짜증 났기는 하지만.. 내가 아니라 저 쓰레기를 겨눈

거잖아? 그럼 딱히 상관없어."

그녀는 자신이 방금 전 뒤로 내던진 석상 남자의 걸레짝 상태가 된 머리를 가리켰다.

"그걸로 끝..?"

"여기서 뭘 더하라는 거야..?

경철은 경철대로 그녀의 너무나 가벼운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고.. 그녀는 그녀대로 경

철의 너무 진지한 태도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능력을 성장시킬 수 있는 괴물을 뺴았겼는데? 아깝지는 않은 거냐?

"안아까운데? 여기서 더 성장할 생각도 별로 없고.. 오히려 아저씨가 진작 말해줬으면

넘겨줬을 텐데.. 왜 미리 말을 하지 않은 거야?

그녀는 분명 남자의 능력.. 석상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가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아니었고.. 경철이나 나라를 보호하는데 필요

한 능력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지 자신의 힘을 높이기 위함은 아니었고.. 만약 경철

이 미리 말을 해줬다면 별다른 저항도 고민도 없이 단번에 양보해줬을 것이었다.

괴물이라는 존재는 확실히 불쾌한 감각을 들게 만들고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

지만.. 딱히 자신의 손으로 죽이지 않으면 안 돼!라고 하는 광적인 집착 심을 그녀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양보해달라는 말 한마디 그 한마디만을 했었으면 이렇게 마음고생도 하지 않았고 상처

가 벌어지는 일도 없었을 것이었다.

"하..하하..하하하하! 그런가.. 그런 건가.. 나 혼자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쓸데없는

고생을 한 건가..

그녀의 말에 경철은 웃었다.

웃을 수밖에 없었다.

경철이 웃는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소심하고 속이 좁은

인간처럼 혼자 의심하고 혼자 끙끙 앓으며 고생했던 자신이 너무나도 어리석었기 때문이

었다.

"아저씨도 그렇고 '그녀석' 도 그렇고.. 남자들이란 족속들은 왜 그 한마디를 못해 고

생을 하는 건지..

그녀는 그와 함께 있었을 때를 떠올리며 말했다.

행복했던 그때에도.. 평소에는 그렇게 시끄러울 정도로 떠들고 난리치고 하던 그도..

언제나 중요한 한마디를 하지 않고 혼자서 끙끙 앓으며 고생한 전적이 몇 번인가 있었

다.

그녀 입장에서는 솔직히 답답한 일.. 이었지만 최종적으로 그 답답함 때문에 그런 관계

가 됐으니 더 이상 뭐라고 할 수 없는 입장이었지만 말이다..

"남자란.. 나이가 적든 많든 아이 라는 거겠지.

경철은 쓴웃음을 지으며 먼 눈을 한채 말했다.

"아..엄마들이 말하는 그건가."

자신의 어머니도 그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낸 적이 있던 것을 기억한 그녀는 의도치 않

게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대충 정리된 것 같으니.. 슬슬 도둑고양이한테 돌아가자. 그 상처...는 아마 괜

찮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방금 전 괴물을 죽인 경철도 곧 자신과 같은 영웅이 될 것이었기에 현재의 상처는 괜찮

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그녀 자신도 영웅이라는 존재에 대해 정확하게 알

고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확신은 할 수 없었다.

"그렇군.. 돌아가야지.."

경철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몸에 붙은 흙먼지를 힘없이 털어내며 말했다.

하지만.. 그 이상을 움직일 생각은 하지 못 했다.

"왜그래 아저씨? 어딘가 안 좋아?

경철이 자리에서 일어난 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석상처럼 굳어져 있자 의아하게 생

각한 그녀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경철에게 물었다.

"....미안하지만.. 한계인 것 같군.. 뒷일은... 부탁... 한..

그 말을 마지막으로 몸을 일으켰던 경철의 거체는 커다란 소리를 내며 지면 위에 엎어졌

다.

어떻게든 근성으로 잡고 있던 의식의 끈이 그녀의 말에 안심한 경철의 의식을 단숨에 집

어 삼켜진 탓이었다.

"나 참..."

그녀는 어이가 없다는 듯 경철의 커다란 거체를 내려다보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대로 두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그녀는 자신의 몸에 묻은 흙먼지를 거칠게 털

어낸 뒤 경철의 거체에 손을 뻗어.. 단숨에 그 거체를 번쩍 들어 올렸다.

그녀의 힘이라면 100킬로가 넘게 나가는 경철의 몸 정도는 공깃돌을 드는 것만큼 어렵

지 않게 들 수 있었다.

거구의 남자를 양손으로 번쩍 들어 올린 채 걷는.. 여자

겉으로 보면 참으로 눈길을 끌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지만.. 사람이 없는 거리에서 시선

을 신경 쓸 필요 따윈 없었기에 그녀는 태연하게 경철을 옮기며 나라가 기다리고 있을

장소로 향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목적지에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굳게 닫힌 철 문 앞에선 그녀는 자신의 손이 문을 열수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경철

을 내려놓으려고 하다가.. 어차피 안까지 옮기지 않으면 안 됐기에.. 두 번 일을 할 필

요는 없다고 판단하여 비어있는 다리로 철문을 부수지 않을 정도의 힘으로 두드렸다.

"도둑고양이! 문 열어!

그녀가 그렇게 외치자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벌떡 열리며 안에서 나라가 튀어나오듯이

그녀의 몸을 붙잡았다.

"큰일이에요! 대장님이..! 화장실에 간다고 해놓고선 돌아오지 않아요!!"

"아 그래.."

격해진 나라와는 다르게 그녀는 심드렁한 태도로 대답했다.

왜냐하면.. 나라가 걱정하는 그 사람은 자신의 양손 위에 들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깄다. 화장실에 빠져 죽을뻔한 아저씨"

그녀는 자신의 고개를 들어 머리 위에 반듯이 누워진 상태로 양손에 들려져 있는 경철

을 바라봤고 나라 역시 자연스럽게 그녀의 고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대,대장님!? "

행방불명이었던 경철이 그녀의 양손 위에 올려져 있는 것을 본 나라는 당황하는 목소리

를 울릴 수밖에 없었고.. 그런 나라를 뒤로 한채 그녀는 거구의 경철을 조용히 바닥 위

에 내려놨다.

"도대체 무슨 일이..!? 피!? 상처가 난 건가요!!

경철의 붕대가 반쯤 붉게 물들어있는 것을 본 나라는 서둘러 짐 속에서 가위를 꺼내 상

처를 확인하기 위해 붕대를 자르고 소독용 에탄올로 적신 천으로 피로 얼룩진 경철의 몸

을 조심스럽게 닦아냈다.

하지만..

"나았어..?"

나라는 경철의 몸을 보고 그렇게 중얼거렸다.

오늘 낮 소독을 하고 붕대를 갈 때만 해도 있었던 상처들이.. 흉터 자체는 남아있기는

했지만.. 모두 아물어 있었다.

아무리 회복력이 좋은 사람이어도 하루 이틀 만에 회복될만한 상처는 아니었던 상처가

잠깐 나갔다 온 사이 아물어져 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그렇기에 나라는 설명을 요구하듯 세차게 고개를 돌려 자신들을 무표정한 얼굴로 내려다

보고 있는 그녀를 바라봤다.

"뭐야..? 미도라면 안 줄 거다?

"지금! 그런 이야기는 됐어요! 대장님은 어떻게 된 거죠? 왜 상처가 싹 다 회복되어 있

는 거죠?

"벌써 효과가 있는 건가..? 제법 빠른데.."

그녀는 머리를 긁적이며 나라에서 조금 떨어진 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앉은 채 나라가 궁

금할 수밖에 없었던 일들을 적당하게 요약해 말해줬다.

"그런 이유로 아저씨는 영웅이 됐어."

"영웅..이라면 당신 같은 힘을 대장님도 가지게 된 건가요?

"거기까진 아니겠지만.. 적어도 지금보다는 강해졌겠지."

그녀가 얻은 힘은 괴물 중에서도 최상급인 힘을 가진 존재였고.. 경철이 죽인 남자는

진조 흡혈귀랑 비교하면 어린애라고 밖에 말할 수밖에 없는 수준이었다.

물론 방어력 자체는 자신이 상처도 내지 못할 정도로 단단하긴 했지만.. 단지 그것뿐이

었다.

전체적인 능력은 자신과 비교해 몹시 떨어지는 수준.. 이었지만 적어도 현재 부상당해

약해진 경철이 지금보다 강해진다는 것은 확실한 사실이었다.

"흐아아암~ 이걸로 여행이 좀 더 쾌적해질 거야.

그녀는 바닥에 벌러덩 누워 하품을 씹으며 말했다.

"힘..."

태평한 그녀와 다르게..

나라는 경철의 아문 상처를 바라보며 무엇인가 고민하는 얼굴을 한채 중얼거렸다.

"추천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너도 영웅이 되고 싶다면 미리 말해. 아저씨처럼 고생

하지 말고..

두 눈을 감으며 한숨 눈을 붙이려던 그녀는 조용히 한쪽 눈만을 열어 나라에 넌지시 말

했다.

"어쨰서 추천하지 않는 거죠? 힘이 있으면 좋은 건 아닌가요?"

원래 세상이라면 모를까.. 현재의 세기말적인 상황에서 힘.. 즉 무력은 절대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값어치를 가지고 있었다.

당연히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백배 천 배는 좋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실

상이었다.

"물론 강해지면 여러모로 살기야 편해지겠지만.."

나라의 말은 당연한 말이었기에 그녀는 그것에 대해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긍정에 가까운 스탠스였다.

단지..

"인간을 그만둔다는 건 의외로 씁쓸하거든."

분명 힘을 얻음으로써 이 세상을 살아가기는 분명 편해진다.

하지만 마냥 좋은 것은 아니었다.

아니.. 다른 사람의 생각까지는 몰랐지만.. 적어도 그녀 자신은 그렇게 생각했다.

"인간이었을때의 자신이랑 힘을 얻은 자신이랑 비교했을 때.. 인간이었던 자신이 너무

하찮은 존재라고 생각될 수밖에 없으니까.. 왠지 그때의 자신이 부정당하는 것 같거

든.."

인간과 괴물을 힘을 얻은 영웅.. 단연코 능력적으로 보면 평범한 인간은 영웅에 비교

해 하찮다고 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과거의 자신을 부정하는 것으로 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좀비들이 퍼져나가기 전의 평범하게 생활했던 자신도.. 이런 세계가 되고 나서 썩은 음

식을 먹고 무법자들의 위협에서 도망가는 시궁창 쥐 같은 생활을 하던 자신도.. 과거

의 자신 모두가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었고.. 그것은 적어도 기분이 좋은 일이 아닌 것

은 확실했다.

적어도 자신에게 있어서는..

"그러니까.. 딱히 추천은 하고 싶지 않아. 그렇지만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니까. 판

단은 너의 자유! 원한다면 괴물 한 마리 정도는 반쯤 죽여서 가져다줄 테니까... 흐아

아암! 아.. 이제 자야겠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나를 위해서라도..."

그다지 잠을 자지 않아도 되는 그녀였지만.. 유독 오늘따라 졸음이 몰려왔기에.. 그녀

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조용히 눈을 감았다.

어차피 경철이 일어날 때까지 여행의 재개는 무리였고.. 그 와중에 할 일도 딱히 없었

기에 그녀는 마음 편히 두 눈을 감은 채 잠에 빠져들 수 있었다.

그렇게.. 혼자만이 깨있는 채로 남겨진 나라는 규칙적인 숨소리를 내는 두 사람 사이

에 낀 채 남겨지게 됐고.. 나라는 평온한 얼굴로 잠든 두 사람과는 다르게 그녀가 내뱉

은 말에 의해 고민의 색이 깊게 베어져 있는 얼굴로 두 명이 일어날 때까지 사색에 잠겼다.

============================ 작품 후기 ============================

오늘의 요약

경철: 나는 인간을 그만두겠다아아아아!!

p.s

줄이 이상하게 보인다고 하시는것 같은데..

그건 아마 글씨 크기를 줄이시면 해결될것 같습니다!

크기는 아마 10이나 11로 맞추시면 얼핏 맞지 않을까 싶네요;

제가 글을 쓸때 그 크기로 맞추고 쓰거든요;

아마 이상하게 보이시는분들도 그 정도로 맞추시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원래는 크기를 맞춰도 알아서 줄맞추기를 해줘야하는게 정상인데..

조아라 툴은 너무 옛날꺼라 그런지 제대로 안잡아주는 모양이네요 ㅠㅠ

돈도 많이 버는데 업그레이드좀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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