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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6 일행
경철이 세그웨이를 타고 등장함으로써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두 여자의 관심은 경철에게
로 돌아섰다.
"나도 안 어울리는 건 알지만.. 거북이처럼 기어가는 것보다야 낫겠지."
상처투성이의 대머리와 험악한 인상과 근육질 거구의 중년 남자.. 얼핏 봐도 거친 일이
나 험한 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는 경철이 세그웨이를 타고 이
동하는 모습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헛웃음이 나올 것 같은 모습이었다.
거울에 비추어진 자신의 모습을 보고 경철 역시 똑같은 감상을 가졌지만.. 지치고 상처
받아 제대로 걷는 것도 만족스럽지 않는 자신의 발로 움직이는 것과 비교해 훨씬 빠르
고 편하게 움직일 수 있었고.. 크기가 크기인지라 바이크나 차량과 비교해도 장애물을
피해 가거나 좁은 길목을 어렵지 않게 갈수 있다는 장점들을 가지고 있었다.
"이거라면 행군 속도도 빨라지겠지.. 꼴불견인 모습이지만.."
자책하는 말을 내뱉으며 경철은 입가를 비틀어 쓴웃음을 지었다.
꼴불견이라고는 알지만 목적을 위해서 이 정도의 굴욕적인 모습 정도는 감수할 생각이었
다.
"오! 좋네! 꼴불견이지만"
여행에 속도가 붙는 것은 좋은 일이었기에 그녀는 쾌재를 불렀고.. 동시에 경철의 모습
을 게슴츠레한 눈으로 바라보며 디스 했다.
"편하게 갈 수 있어서 좋겠네요! 꼴불견이지만.."
그리고.. 나라 역시 세그웨이의 등장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역시나 동시에 경철
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적응하지 못하듯 눈을 돌렸다.
"너희들은.. 칭찬을 하고 싶은 거냐.. 나를 까고 싶은 거냐..?
자신의 모습을 어느 정도 자각하고 있는 만큼 반론할 수가 없었기에 그런 식으로 돌려
서 불만을 표시했다.
어찌 됐든 발이 느린 경철과 나라에 이동 수단이 생김으로써 속도가 나지 않던 여행의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었다.
하지만..
"야! 도둑고양이.. 있다가 확실하게 결판을 내자."
"미..미저리씨야말로.. 집착은 그만두셨으면 좋겠는데요?"
여행의 재개로 인해 두 여자의 진흙탕 같은 싸움은 멈췄지만.. 아직 끝나지는 안은 모
양인지 두 여자의 시선에는 불꽃이 튀길 정도로 서로가 서로에게 격렬한 시선을 보냈다.
그렇게 2차전을 예상하게 하는 분위기를 풍기며 세 사람은 재차 여행길에 나섰다.
경철이 세그웨이를 찾은 덕분인지 여행의 속도는 아까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빨라
졌다.
물론.. 그럼에도 그녀가 빠른 걸음으로 걷는 속도보다 조금 느린 속도였기에 혼자 있
을 때와 비교해 속도는 느리다고 밖에 할 수 없었지만.. 방금 전 속도와 비교하면 장족
의 발전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단지.. 장점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평탄한 길이 대부분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의 길들 대부분은 이곳저곳 깨지고 금이
가거나 단차가 생긴 부분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었기에 평평한 길이라면 안정적이게 주
행 가능한 세그웨이도 이런 길에서는 주행을 하지 못했고 그 구간은 잠시 멈춰 평탄한
길이 나올 때까지 3~50kg의 무게를 들고 가야 하는 번거로움과 수고스러움이 존재하고
있었다.
몸치인 나라는 물론이고.. 현재 부상당한 경철에게는 굉장히 부담이 되는 일이 아닐 수
가 없었다.
다만 이것은.. 괴력을 가지고 있는 그녀가 가뿐하게 들 수 있었으므로 번 고르고 귀찮
기는 해도 수고스러운 단계까지는 아니었기에 큰 단점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이것
을 제외하고 크다면 클 수 있는 단점이 존재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주행할 때의 소리였다.
모터를 이용하는 만큼 무음일 수가 없었기에 세그웨이가 움직일 때마다 크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작다고도 할 수 없는 소리가 흘러나왔고.. 이것은 본인들이나 그녀에게 그다지
신경 쓰일 만큼의 소리는 아니었지만.. 그녀들 이외의 존재들에게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
었다.
"설마 이 정도 소리에 반응할 줄이야..
세그웨이를 멈춰 세운 뒤 불안한 움직임으로 지면 위에 내려온 경철은 흙먼지를 휘날리
며 달려오는 존재들.. 괴성과 함께 달려오는 흉측한 몰골들의 열댓 마리 정도 되는 좀
비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도,도망 가야되지 않을까요..!?"
"현재 내 몸 상태로는 무리 군.
나라가 하얗게 질린 얼굴을 돌리며 제안했지만 경철은 고개를 저어 그 안을 부정한
뒤.. 등에 매고 있던 소총을 돌려 탄창의 탄환을 확인한 뒤 능숙하게 한 손으로 견착자
세를 취해 사격의 자세를 취했다.
"저 정도라면 도망가지 않아도 충분하겠군."
입가를 비틀어 호전적인 미소를 지은 경철은 당장이라도 방아쇠를 당기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처럼 손가락을 방정맞게 까딱까딱 움직이며 전의를 불태웠다.
하지만...
그런 경철을 막아서듯 그녀는 등에 매고 있던 커다란 짐을 경철의 앞에 턱하니 내려놓고
는 허리춤에 매달아 놓은 철골을 뽑았다.
"총알 아까우니까 넣어둬."
그녀는 몸 이곳저곳에서 두둑 거리는 소리를 내며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며 말한 뒤 짧
게 숨을 들이 마셨다.
그리고는.. 경철의 대답을 기다리는 것도 없이.. 발사된 탄환을 방불케하는 속도로 지
면을 박차며 질주했다.
좀비들이 달려오는 속도보다 훨씬 빠른 그녀의 질주로 인해 순식간에 좀비들과 그녀의
거리는 1미터가량으로 좁혀졌고.. 그 거리는 그녀가 가진 철골을 휘두르기에는 안성맞춤
인 거리였다.
그녀는 튼튼한 철골을 있는 힘껏 눈앞의 좀비들에게 휘둘렀다.
단지 한번.. 단지 있는 힘껏 한번 휘둘렀을 뿐인 철골에 닿거나 근처에 있던 좀비들은
종잇장처럼 무참하게 찢겨 나감과 동시에 그 풍압과 위력으로 인해 저 멀리 날아가거나
고깃덩어리가 되거나 하는 결말을 맞이했다.
강풍을 동반한 그녀의 철골이 한번 휘둘러짐에 따라 순식간에 반수의 좀비가 재기불능
상태의 고깃덩이가 되어버렸고.. 그 뒤에 이어 두 번째의 철골이 휘둘러짐에 따라.. 좀
비들의 습격이라는 상황은 9할이 정리될 수 있었다.
나머지 1할은 운이 좋아 급소인 머리를 빗겨나가 몸과 머리만에 겨우 붙어 있는 상태
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바닥에서 꿈틀 되는 좀비 정도였다.
하지만..
"질기네"
그 마지막 남은 좀비도 그녀가 가볍게 지면을 향해 내리찍은 철골에 의해 머리의 파편
을 흩뿌리며 절명했다.
"대,대단해..."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 좀비 열댓 마리가 단지 철골을 두 번 휘두르는 것만으로 끝
나버린 어이없다고 해야 할지 굉장하다고 해야 할지 혹은 그 둘 다인지 헷갈려 버리는
상황에 나라는 감탄의 말을 중얼거리며 놀란 두 눈으로 고깃덩어리의 잔해 속에 태연한
얼굴로 철골을 닦아내고 있는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가 엄청나게 강하다는 것은 늑대인간에게서 구해졌을 당시 한번 체험했지만.. 그 당
시에는 정신없는 상황이 계속 이어진 탓에 집중해서 보지 못했던지라 실감을 할 수 없었
지만.. 이번만큼은 떨어진 거리에서 나름 여유롭고 안전하게 관찰할 수 있었던지라 그녀
의 강함을 어렵지 않게 실감할 수 있었다.
나라가 아는 강자라고 한다면 경철이나 그 정도였었지만.. 경철은 물론이고 좀비를 무참
하게 학살하던 그와 비교한다 쳐도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하다는 것은 문외한인 그
녀가 보기에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나라는 그런 그녀의 압도적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그 힘이 '부러웠다.'
만약 자신에게도 저런 힘이 있었다면.. 병원 사람들이 죽는 것을 무력하게 지켜보기만
할 일은 없었을 터..
이미 지나가버린 일에 대해 회상하며 나라는 착잡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었다.
"저 힘만 있었다면..."
그리고.. 나라와 마찬가지로 그 살육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경철 역시 그녀의 압도적인
무력을 부럽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나라와는 입장이 다른.. 사람들을 지키고 보호해야 하는 입장이었던 경철은 나라가 품었
던 그 감정 이상으로 그녀의 힘이 부러웠다.
영웅이나 괴물같이 인간을 초월하는 존재들에 대해서는 자세히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일
반인 이상으로 잘 알고 있었던 경철이었지만.. 경철 개인적인 감상으로 그인 외의 존재
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들의 힘은 평범한 인간들이 주를 이루는 이 세계에 있어서 너무나도 강대하고 위협적
이었기에.. 평범한 인간인 자신의 입장에서는 그런 위험인자들을 좋아할 수 없는 노릇이
었고.. 그런 힘을 가지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평범한 인간 기준에서 강자에 속하는 경철이었지만.. 그들에 비교하면 아이라고 밖에 말
할 수 없는 수준차가 있음을 자각하고 있음에도.. 경철은.. 평범한 인간으로서 있고 싶
었다.
하지만.. 평범한 인간이었기에 인 외의 존재에게 아무것도 지킬 수가 없었던 잔혹한 현
실로 인해 경철의 굳건한 마음은 변질됐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강대한 힘을 갈구하게
되는 욕망이 됐다.
"저런 힘만 있었어도.."
경철은 자신이 쥐고 있던 소총의 방아쇠에 손가락을 건채 자신의 어금니를 강하게 씹은
채 그 힘의 편린을 보여준 그녀를 충혈된 눈으로 바라봤다.
"대장님..?"
경철의 태도나 상태가 이상함을 깨달은 나라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경철의 이름을 불렀
고.. 그제야 경철은 자신이 터무니없는 짓을 하려고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 나도 약해진 건가..
경철은 방아쇠에서 손을 땐 채 자신의 얼굴을 그 커다란 손으로 가린 채 탄성을 흘리
며 자신의 나약한 부분을 한심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대장님 괜찮으세요?"
경철이 무슨 짓을 저지르려고 했는지 까지는 몰랐던 나라는 그저 경철의 태도나 상태가
이상했기에 그저 걱정스러운 얼굴로 경철에게 물었고.. 경철은 괜찮다는 의미로 얼굴을
가린 채 그저 고개만을 끄덕였다.
현재 자신의 표정을 나라는 물론 그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필시 자신의 얼굴은.. 거칠고 용맹한 호랑이가 아니라.. 이빨이 빠진 늙
은.. '고양이' 와 같은 모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정말로 괜찮으신가요?"
아무리 봐도 괜찮아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기에.. 나라는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듯 재차
경철에게 물었고.. 어느 정도를 아무 말 없이 얼굴을 가린 채 굳어져있던 경철은.. 조
용히 자신의 얼굴에서 손을 땐 채 평소와 같은 얼굴을 나라에 보였다.
"괜찮다.. 잠깐 현기증이 났을 뿐이야..
"하아.. 몸이 안 좋으면 말해주세요! 이래 봬도.. 의사니까요."
겨우 평소와 같은 상태로 돌아간 경철을 보며 나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경철에게 당
부의 말을 전했고.. 경철은 그런 나라의 말에 평소와 같은 태도로 답했다.
하지만.. 그런 경철의 시선은 끊임없이..
그녀가 몰살해버린 참혹하게 고깃덩어리가 된 좀비들의 시체들과.. 그것을 뒤로한 채 유
유히 걸어오는 그녀에게 고정된 상태였다.
============================ 작품 후기 ============================
최근들어 몸 상태가 예전같지 않아서 건강관리겸 소금 설탕 탄수화물 다 끊은 상태로 고기와 채소 과일만 먹었는데.. 길가다가 또 쓰러질뻔했습니다.
저혈당증인가 뭔가인지인 모양이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은 저거 끊으면 건강해진다던데 저는 저걸 안먹으면 혈압떨어져 죽을수도 있답니다.
아니.. 내가 백색가루 중독자라니! 내가 백색가루 중독자라니이이이이!!
p.s
여러분도 건강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