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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얼론 (Zombie Alone)-125화 (125/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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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6 일행

식량과 식수 약품 무기 그리고.. 어떻게든 주지 않기 위해 발악하며 반항하던 실베른에

게 반강제로 빼앗은 혈액 팩까지.. 하여 그들의 여행 준비는 완벽하게 끝낼 수 있었다.

"빌어먹을 산적 놈들..! 얼른 꺼져!"

그렇게 그들은 실베른의 배웅(?)을 받은 채 현재 위치에서 그나마 가장 가까운.. 대략

1주일 정도 걸리는 거리에 위치한 태양 교단의 아지트를 향해  떠났다.

하지만..

물품의 준비는 분명 만전이었지만 이 여행길에 나선 인물들의 몸 상태가 만전이 아니었

던 탓에 그다지 속도가 나오지 않았다.

애초에 경철의 몸은 제대로 걷는 것도 힘들 정도의 부상을 입은 상태로.. 사실 지금 걷

는 것 역시 경철이 삐걱거리는 몸을 인내와 근성으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

는 상황이었다.

거기에.. 그런 경철을 케어하기로 했던 나라의 경우.. 애초부터 그다지 운동능력이 좋

지는 않았다.

그와 시간이 남는 대로 단련이라는 이름의 훈련을 한 덕분에 예전과 비교하면 체력 근

력 속력 전부 그와 단련을 하기 전과 비교해 많이 상승해 있었지만.... 태생적으로 몸

을 움직이는 것이 서툰 나라였던지라 상승을 했어도 일반인과 비교하면 여러모로 떨어지

는 상태였다.

"아...."

평소보다 느리게 걷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거리가 벌려.. 뒤처져버리는 두 사

람을 보며 그녀는 한탄의 소리를 흘린 채 자신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가렸다.

달콤한 말에 넘어가 그들의 부탁을 수락해버렸지만.. 자신의 뒤에서 느린 속도로 진군하

는 그들을 보며 눈을 돌리고 싶어지는  뼈아픈 현실을 체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 상태의 속도로 진행하다가는 한세월이 걸려도 그의 근처에도 가지 못할 것 같았다.

그녀는 차라리 자신이 들고 다닐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대부분의 짐은 자신이 운반

하고 있던 탓에 저 두 사람을 옮기려면 짐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됐다.

무기나 의학 푼이라면 포기해도 상관은 없었지만.. 식량이나 식수는 그들뿐만이 아니라

그녀에게 있어서도 필요한.. 오히려 그들보다 절실하게 필요한 입장이었기에 식량을 버

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떻게 하면 좋지.."

머리를 굴려도 딱! 하고 좋은 생각은 한 가지도 떠오르지 않은 그녀는 아파지는 머리

의 관자놀이를 강하게 누른 채 그들에 자신의 근처까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이대로 가다간.. 반 백 년 지나도 못 갈 거 같은데?"

그녀는 일부로 조롱하는듯한 비꼬는 말투로 그들에게 말했다.

이 말을 듣고 그들이 여행을 포기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렇군.. 이 속도라면 내가 먼저 죽을 판이 군.

"그때처럼 날아서 가는 건 안 되나요?

그녀의 비꼬는 말투에도 태연한 얼굴로 별다른 감정이 상한 모습 없이 태연하게 자신들

의 할 말들을 당당한 태도로 말했다.

"그건 하루에 한 시간이 한계야.. 식량 100인 분을 먹거나 혈액팩을 마시면 1시간 정

도 더 날수 있긴 하지만...

가성비가 최악이었다.,

급한 상황에서라면 상관없지만 얼마나 여행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것도 여행

한지 이제 1시간이 됐는데 벌써부터 식량이나 혈액 팩을 소비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나라

의 의견은 당연하게도 기각이었다.

"그럼 차라리 차를 구한다던가?"

"멀쩡한 자동차가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지.. 거기에 발견한다고 쳐도 누가 운전

할 거야? 저 아저씨는 아무리 봐도 무리 같고.. 나는 운전해본 적 없다고?"

"10년정도 장롱이기는 하지만.. 면허증은 있어요."

"그러고보니 너.. 아니 당신.. 연상이라고 했었지."

나이는 미리 들었던 터였지만.. 아무리 봐도 중학생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신장과 애

띈 외모의 탓에 계속해서 그 사실을 잊어먹고 있던 그녀는 재차 나라가 자신보다 연상이

라는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신음할 수밖에 없었고.. 그와 동시에 섬뜩한 생각이 머릿속

을 스쳐 지나갔다.

"왜그러세요? 제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시고..?"

그 생각 탓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나라의 얼굴을 무서울 정도로 뚫어지게 보고 있었

던 상태였다.

"너..아니 당신..."

"딱히 존댓말은 안 쓰셔도 돼요? 애초에 미도도.. 반말로 막 부르니까요."

"윽...!?"

그 말에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안 좋은 생각이 점차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끼며 초조

감을 느낀 그녀는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며 입안에 맴도는 이 말을 내뱉어야 할지 말아

야 할지를 고민했다.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다름 아닌 나라와 그의 관계였다.

나라의 외모가 너무 어린 탓에 한 명의 여성으로서 인식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재차

나라의 나이를 인식함으로써 품고 있던 이미지가 바뀌어버린 탓에.. 나라가 그와 관련되

며 취하는 행동을 재차 생각하니.. 동료가 아닌 좀 더 친밀하고 깊은 관계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것은 그녀의 제 멋 대로인 상상이었고.. 본인도 자신의 상상일 뿐이라는 자각

은 있었지만.. 이래저래 색정일에 얽히면 판단력이 흐려지는 그녀는 그와 나라의 관계

가 너무나도 신경 쓰였다.

그렇기에 그녀는 마음먹고 나라에 그와의 관계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묻기로 했다.

"다,당신.. 미도랑.. 했어?

그러나.. 너무 긴장하고 있던 탓인지 필터링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너무나도 노골적

인 말이 그녀의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

그것을 조금 떨어진 외야에서 듣고 있던 경철은.. '이 녀석은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

는 거냐? 황당하다는듯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지만.. 자신의 실수도 인지하지 못한

채.. 그저 수치심에.. 얼굴이 터질 것 같이 새빨갛게 물든 그녀는 그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채 나라의 답을 기다렸다.

"뭘 했다는 건가요?

그러나.. 색정 소식과는 무관한 삶을 살았고.. 그녀 이상으로 내성이 없는 나라는 그

말의 의미를 해석하지 못한 채 자그마한 머리를 귀엽게 갸웃거리며 물었다.

"답이없구만.."

그녀와 나라의 모습을 보며.. 경철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녀들에게 연관되고 싶

지 않았기에 아픈 몸을 이끌고 서둘러 그 자리에서 떨어졌다.

색정 관계로 인한 여자들의 싸움 사이에 껴서 좋을 것이 없다는 것을 반백년이 조금 넘

는 세월 동안 깨달은 경철의 몹시 현명한 대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경철이 자리에서 벗어난지도 모른 채 서로 마주 보는.. 정확히는 여성의 평

균 신장보다 큰 그녀가 내려다보고 평균 신장보다 작은 나라가 올려다보는 형태로 서로

의 얼굴을 바라봤다.

한쪽은 터지기 3초 전의 시한폭탄 같은 얼굴.. 다른 한쪽은 긴박한 상황과 전혀 무관한

듯한 무사태평한 얼굴이었다.

기묘한 밸런스(?)를 유지한 채 서로를 마주 보고 있던 두 사람이었지만.. 결국 그 밸런

스를 깨듯 그녀가 긴장으로 말라버린 입술을 적시며 입을 열었다.

"그,그러니까.. 미도랑.. 그.. 자, 자자.. 잤냐고!!

저질렀다!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같은 방을 쓰고 있었으니까요.

아직도 그녀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나라는 숨겨진 의미가 아닌 그 의미 그대로로 인식

하고 솔직하게 답했다.

"뭐...!? 뭐 뭐 뭐 뭐...!?

그 말에 청전 벽력같은 충격을 받은듯한 그녀는 입을 반쯤 벌린 채 동공을 진동 시키

며 동시에 그 몸도 핸드폰의 진동모드처럼 부들부들 떨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짓말처

럼 몸의 움직임을 뚝! 하고 절도 있게 멈춘 뒤 공허한 눈으로 나라의 얼굴을 바라봤다.

"..은거냐?"

"네..? 뭐라고 하셨나요?"

그녀는 공허한 눈을 한채 작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중얼거렸고.. 너무 작은 탓에 나라

는 그것을 제대로 들을 수가 없었기에 재차 확인하기 위해 물었다.

그리고...

"넣었냐고! 그 녀석의 물건을 거기에 넣은 거냐! 한 거냐!? 한바탕한 거냐!? 안에다

싼 거냐!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냐!? 내가 죽은 사이에! 둘이 눈 맞아서 그렇고 그

런..."

쌓아뒀던 말들이 봇물 터지듯 그녀의 입에서 언어.. 아니 음담패설의 파도가 되어 어리

둥절해하던 나라를 단숨에 집어삼켰다.

처음에는 너무나도 갑작스러워 그 말의 의미들을 단 하나도 머릿속에 넣지 못 했던 나라

였지만.. 조금씩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말들이 그녀의 머릿속에 속속들이 파고들며

그 뜻을 너무나도 명확하게 이해시켜갔다.

"무,무슨소리를 하는겁니까아아아아아아아아!!!"

드디어 그녀가 어떤 의도로 자신에게 그런 말을 했는지 뒤늦게나마 자각한 나라는 그녀

못지않게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가는 목소리로 세차게 악을 썼다.

"그,그그런.. 파파파렴치한!! 짓을 미도랑 할리가 없잖아요!!"

"했다며! 그 녀석이랑 잤다며!!"

"방만 같은 뿐이지.. 중간에 칸막이도 쳐져 있고! 침대도 따로라고요!"

"거짓말!!"

"진짜에요!!"

두 여자는 서로를 으르렁거리며 노려봤다.

"애초에! 미도랑 저는 친구예요! 친구끼리 그런 짓을 할리가 없잖아요!"

"남녀의 우정 따위 있을 리가 없어!"

그녀도 사실상 남녀의 우정은 성립한다!라고 믿는 파였지만.. 그와 그렇고 그런 관계

가 되면서..

'그건 개소리였어..!' 라고 생각하며 등을 돌린지 오래였다.

"실재로 미도랑 저는 친구로서 절차탁마하는 사이거든요!"

"웃기는 소리하고 앉아있네! 그럼 한 번도 미도를 남자로 느껴본 적이 없다고 자기 자

신을 걸고 맹세할 수 있어?"

"............당연..하죠!"

"이 자식.. 지금 방금 고민했지!? 있지!? 그 녀석을 남자라고 생각한 적이..!

그녀의 심문에 아주 잠깐.. 대략 3초 정도의 텀을 두고서 대답한 나라에 그녀는 불같

이 화를 내며 닦달했다.

"아,아니거든요! 머리를 빗어줄 때 기분이 좋았다.. 같은 생각은 안 했거든요!

"한거나 다름없잖아! 이 도둑고양이 년이..!!

"당신이야말로.. 미저리입니까..!?  이런 광적인 집착은 정신병이라고요!"

두 사람은 그야말로 서로 잡아먹을듯한 기세로 노려보며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겠다

는 의지를 표명하며 지지 않기 위해 말과 말의 칼날을 난폭하게 섞었다.

"자기 남자도 못 믿는 건가요?

"믿지.. 이 세상 누구보다도 믿지.. 하지만 넌 아니야..! 이 도둑고양이년아!!"

"그건 믿는 게 아니라! 그냥 집착이에요! 정신과 상담이라도 받으세요!"

그렇게 대략 30분 동안 두 여자는 서로를 물어뜯기 위한 말을 내뱉으며 장대한(?) 설전

을 펼쳤지만 쉽게 결판은 나지 않았고.. 쉽게 멈추지도 않았다.

무한으로 지속될 것 같은 두 여자의 치열한 혈투가 언제라도 지속될 것 같은 분위기

속..

그런 무시무시한 분위기 속에 겁도 없이.. 끼어드는 남자가 있었으니..

"아직도 하고 있는 거냐..? 이제 그만하지그래?

그것은 그녀들을 피해 어디론가 사라졌던 경철이었다.

사실 끼어들 생각은 없었지만.. 이대로 내버려 둔다면 죽을 때까지 이 진흙탕 같은 대

화가 계속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장님은 빠지세요!"

"아저씨는 빠져!"

두 여자는 경철을 찢어 죽일듯한 기세로 노려보며 동시에 외쳤고.. 여러 전장을 걸쳐

온 경철은.. 두 여자의 압도적인 기에 밀려 조용히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미안하군.."

겨우 그 말만을 내버려 둔 채 경철은.. 등을 돌려 그녀들에게서 떠나갔다.

그런데..

"....대장님? 그건 뭔가요?"

"...아저씨 그건 뭐야..?"

난폭하게 싸우던 두 명의 여자는.. 재차 설전을 버리려고 하다가.. 경철의 발아래에 있

는 물건.. 바퀴가 달린 이상한 물건을 탄 채 이동하는 경철을 보며 물었다.

두 여자의 물음에 등을 돌려 나아가던 경철은 멈춰 선 채 재차 등을 돌려 그녀들을 바

라봤다.

"세그웨이 다만...?"

경철이 타고 있는 물건의 명칭..

모터를 이용한.. 일종의 자전거와 같은 물건으로 이래저래 유행을 타서 그럭저럭 자주

보이는 물건 중 하나였고.. 그녀들도 그것에 대한 지식은 대충 가지고 있었다.

단지.. 그 세그웨이를 경철이 타고 있어서인지 엄청나게 작아 보였기에 확신할 수가 없

었기에 물어본 것이었다.

그리고 경철에게 그 물건의 정체를 확인받은 그녀들은..

"엄청 안 어울리네요.

"엄청 안 어울리네..

거진 190이 가까이 되는 데다가 근육으로 부풀어 오른 경철의 거구가 세그웨이에 올라

선 모습은..

솔직히 말해.. 안 어울리는 건 둘째치고.. 다 큰 어른이 아이들 자전거에 탄 것처

럼.. 굉장히 꼴사나운 모습이었다.

============================ 작품 후기 ============================

후우.. 예전에 굳이 나라를 여자로 해야되는 의미가 있었냐고 물으셨던분이 계시는데..

사실 이런 수라장을 쓰려고 일부로 여자로 설정해뒀습니다!

미미가 질투하며 날뛰는걸 쓰고싶었거든요!

에피3에 깔아둔 밑밥을 드디어 회수하네요! 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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