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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얼론 (Zombie Alone)-123화 (123/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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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6 일행

경철과 나라를 실베른의 아지트로 옮긴 뒤.. 재차 병원을 찾은 그녀는 그와 만날 수 없

었다.

그저 그의 잘린 팔을 하나 발견했을 뿐.. 다만 잘린 오른팔이 아직 '살아있다' 라는것

을 깨달은 그녀는 무너져 내려가던 마음을... 절망에 빠지려던 자신을 질타하여 다시

부활할 수 있었다.

제정신을 차린 그녀는 곧바로 그의 뒤를 쫓을 생각이었지만.. 애초에 그가 어디로 향했

는지 단서조차 없는 상황에서 멋대로 움직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그를 추적하는 것을 잠시 뒤로 미루기로 하고.. 그의 안부를 궁금해하

고 있을 경철과 나라에 이 사실을 알려주기로 마음먹고.. 실베른의 아지트로 향했고..

그곳에서 안색이 한결 나아진 경철과 나라가 그녀를 반겼다.

"미도는..?"

아직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것인지 비틀 거리는 발걸음으로 걸어온 경철이 그녀

의 곁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보고 명백한 실망의 기색을 드러내며 물었다.

옆에 그가 없다는 사실에서 어느 정도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겨진 단서는 이것뿐이더라고"

경철의 말에 답하며 그녀는 배낭 속에서 새하얀 팔 하나를 꺼내 경철과 나라에 보였다.

"아...."

그 순간 나라는 다리에서 힘이 풀린 듯 지면에 주저앉았고 공허한 눈으로 그 팔을 바라

보던 눈에는 순식간에 눈물이 흘러넘쳐 나라의 옷과 지면을 흠뻑 적셔갔다.

그것이 그의 '유품' 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석 아직 안 죽었어. "

그녀는 그 증거인 그의 오른팔을 울고 있는 나라에 내밀었다.

갑작스럽게 잘린 팔을 내미는 그녀의 행동에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들어 올려 이해

를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만져봐."

강요하듯 그녀는 그의 오른팔을 나라에 밀어붙이듯 건넸다.

반강제적인 그녀의 행동으로 인해 얼떨결에 오른팔을 받아든 나라는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그 팔이 아직 온기가 느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따뜻해..?"

나라는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을 옷소매로 슥 닦아낸 뒤 재차 오른팔을 확인했다.

보통 이 정도의 시간이라면 경직되어 딱딱해지기 마련인데도 그 잘린 오른팔은 살아있

는 사람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온도를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꺅..!? 우, 움직였어..!?

심지어 그 손가락 끝이 간간이 꿈틀꿈틀 거리며 움직였고.. 너무 놀란 나라는 그것을

순간적으로 던져 버릴뻔했지만.. 그것은 어떻게든 자제할 수 있었다.

"미도는.. 살아있는 건가요?

"아마도.."

이런 상황 자체가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고 당연하게도 이런 상황은 처음이

었기에 100%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지만.. 그가 죽었는데 잘린 팔만이 이렇게 쌩쌩하게

살아있다는 것으로 봐서 그가 살아있을 확률은 몹시 높다고 생각했다.

"살아..있구나..."

그녀의 말에 나라는 그의 오른팔을 강하게 꽉 껴안은 채 다시 한번 눈물을 흘렸다.

단지 방금 전 흘린 눈물과는 다른 의미의.. 그가 살아있다는 사실에 대한 안심에 의해

나온 눈물이었다.

"..........."

그녀는 그런 나라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봤다.

그저 동료인 그가 살아있다는 사실에 복받쳐서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이다..라고 자신을

납득시켜 봤지만.. 그녀에게 있어 나라의 행동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사랑하는 '여

자'의 행동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 순간 자신의 마음에 울컥하는 무엇인가가 복받쳐 오른 것을 느낀 그녀는.. 그 충동

을 참지 못하고 나라가 껴안은 그의 팔을 난폭하게 빼앗았고 그 탓에 나라의 몸이 기우

뚱 거리며 지면에 쓰러졌다.

"아야..!"

"아..미안"

그다지 큰 충격은 아니었지만 머리를 부딪친 탓에 고통을 호소하는 나라의 소리에 그녀

는 제정신을 차린 것인지 면목없다는 얼굴로 그녀의 몸을 별다른 힘들이지 않고 일으켜

세웠다.

"그..너무 꽉 껴안으면 답답해할 것 같아서.."

그녀 자신도 어이가 없는 변명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별달리 댈 변명도 없었거니와 자신

이 그런 충동에 몸을 맡겼다는 사실에 당황한 상태였기에.. 생각할 여유조차 없이 그

저 되는대로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네요."

그러나 다행히도 그녀가 내뱉은 엉뚱할 수밖에 없는 변명에 나라는 납득한 듯 고개를 끄

덕였다.

그녀 자신도 이게 통하냐!?라고 싶을 정도로 어이가 없었지만 자신에게 있어서는 형편

이 좋았기에 태클을 걸고 싶은 마음을 눌러 잡은 채 묵묵히 입을 닫았다.

"미도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겠는데.. 이후에는 어쩔 셈이지?

여자 2명과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지면에 앉아 몸을 쉬며 지켜보고 있던 경철이 이야기

가 정리된 것을 확인하고 그녀에게 물었다.

"당연 쫓아가야지!

"어디로 갔는지는 알고 있는 건가?

"몰라!"

"............"

그녀의 너무나도 당당한 태도와 말에 경철은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

다.

"모르지만.. 태양 교단 녀석들을 족치다 보면 언젠간 만나겠지."

병원 사람들이 전멸 당했는데.. 그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자신을 강간하려던 태양 교단의 인간들에게도 그랬지만.. 그의 복수는 집요하고 잔혹했

다.

그런 그가 이 일의 원흉인 태양 교단을 그대로 내버려 둘 리는 없었고.. 그라면 분명

태양 교단의 씨를 말릴 때까지 그 잔혹하고 음습한 복수를 끝낼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태양 교단의 아지트를 하나둘 무너트려 가다 보면 필연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다행히도 그녀에게는 태양 교단의 아지트가 나와 있는 지도가 있었기에 지도를 따라 이

동하다 보면 그와의 재회는 확정인 일..

"그 여행에 나도 데려가 줄 수는 없나..? "

경철은 아직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몸을 지면에서 일으켰다.

"그건.."

그녀는 경철의 몸을 바라봤다.

중년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붕대가 감긴 그 몸은 위압적이고 단단해 보이는..

척 봐도 엄청난 단련을 한 인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단지.. 경철의 현재 상태는 단련된 거구의 위압감을 덮어 씌울 정도로 애초로워 보이

는 상태였다.

왼팔이 있어야 할 장소는 비워져 있었고.. 제대로 서는 것조차 힘이 든 것인지 그 두껍

고 육중한 다리가 아기사슴 마냥 후들후들 떨리고 있었으며 온몸에는 피가 베어져 나와

붉게 물든 붕대가 몸 곳곳에 감겨져 있는 상태였다.

제대로 된 상태였을 때도 데리고 갈까 말까 고민을 해야 할 판국에.. 제대로 서지도 못

하는 중환자를 여행길에 데리고 갈수 있을 리는 없었다.

"안돼"

그녀는 단호하게 거절의 의사를 내뱉었다.

저 상태에서의 여행.. 차라리 그저 여행만 하는 것이라면 어떻게든 될지 몰랐지만 좀비

나 태양 교단의 인간들.. 혹은 이형의 괴물들이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이 세계에

서 현재의 경철이 따라온다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었다.

기껏 귀중한 혈액 팩을 몇 팩이나 소비해가면서 구한.. 괴물인 그를 받아준 어떤 의미

로 자신에게도 은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경철을 위험한 여행길에 동반시킬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가? 그럼 미도를 만난다면 말 좀 전해줘?"

조금 더 물고 늘어질지 알았던 경철은 깔끔하게 포기하는 자세를 보이며 자신의 매끄러

운 머리를 쓰다듬었다.

"전해줄테니까. 말해봐"

데리고 가는 것은 무리였지만 말을 전하는 것 정도는 어차피 그를 만나게 되는 일에 포

함되어 있는.. 겸사겸사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그녀는 흔쾌히 경철의 부탁을 수락했다.

그러니..

"나중에 지옥에 온다면 그때 사과하겠다고!"

갑작스럽게 태도가 돌변한 경철은 어느새 꺼낸 나이프의 날을 자신의 목을 향해 있는 힘

껏 찔렀다.

"미친x끼가..!!"

"대장님!!"

자해하려는 경철의 행동에 경악한 그녀와 나라가 동시에 소리쳤다..

그러나 경철의 자해행동에도 불구하고 경철의 목에 칼날이 들어가는 일은 없었다.

나이프의 칼날이 그 목에 박히기 불과 1초 전..

초인적인 속도로 경철에게 다가간 그녀가 나이프의 날을 맨손으로 붙잡아 칼날의 침입

을 막았기 때문이었다.

"미쳤냐! x 같은 새끼야!"

그녀는 자신이 칼날을 붙잡아 잡혀 움직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자신의 목에

칼날을 박아 넣으려는 경철에게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기껏 살려뒀더니..!"

그런 경철의 행동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 그녀는 맨손으로 잡고 있는 나이프의 날을 휴

지 구기듯 구겨 단숨에 고철 덩어리로 만들고는 그것을 거칠게 저 멀리 내던진 뒤 얼굴

을 뒤덮은 식은땀을 거칠게 닦아냈다.

그야말로 위기일발의 상황이었다.

1초.. 정말 1초만 늦었어도 경철의 칼날은 그 목에 박혔을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그전에 멈추는 것이 정상.. 이어야 했겠지만.. 그녀는 알 수 있었

다.

경철의 그 눈빛은 허세도 아니고 연기도 아닌.. 진짜였다.

진짜로 죽음을 각오한 인간의 눈빛이었다.

"대장님 어째서 그런 짓을..!?"

방금 전 경철의 행동이 너무 충격이 컸던 것인지 다리가 풀린 그녀가 주저앉은 채 경철

에게 물었다.

"미안하다.. 하지만 직접 사과하지 못한다면.. 이 목숨은 더 이상 쓸모가 없거든."

경철은 방금 전 죽으려고 하던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매우 차분하고 담담한 태도

로 말했다.

그러나 나이프의 자루를 쥐고 있는 경철의 손은 얼마나 강하게 쥔 것인지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강한 힘이 들어가 있었다.

"미도 녀석에게.. 안심하고 갔다 오라고 당당하게 말했는데.. 이 꼴이다.."

경철은 없어진 자신의 왼팔과 붕대로 온몸이 칭칭 감긴 비참하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자신의 몰골을 내려다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녀석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 했다.. 괴물인 그 녀석에게 있어서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

주는 인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차분하고 덤덤한 어조로 말하던 경철은 결국 감정이 폭발한 듯 피를 토할 기세로 외쳤

다.

지켜야 할 사람들을 지키지 못한 것도 모자라 지켜야 할 입장인 자신 혼자만이 비겁하

게 살아남은 것과 자신을 믿고 의지하고 있던 그와의 약속을 지킬 수 없었다는 사실들

이 머릿속에 맴돌아 참을 수가 없었다.

"나를 데리고 가지 않을 거면.. 나를 죽게 내버려 두던가..! 나를 죽이던가..! 둘 중

하나다..!"

더 이상 지킬 것이 없어진 경철에게 있어서 비겁하게 살아남은.. 자신이 유일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된 것은 그에게 사과하는 것.. 그것이 살아남은 자신의 '마지막' 일이라

고 생각했다.

병원 사람들의 생명도 그와의 약속도 지키지 못한 미숙한 자신에게 있어서는 그것만이

꼭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었다.

"젠장할..! 미도 녀석.. 미친놈들을 끌어들이는 페로몬이라도 뿜는 거냐!

그녀는 얼굴을 구기며 백과 흑으로 얼룩덜룩한 머리카락을 거칠게 긁고는 커다란 한숨

을 내쉬며 표정을 굳혔다.

"솔직히 말해서 민폐야! 적에게서는 내가 지켜준다고 쳐도.. 몸하나 제대로 가누지 못

하는데 걸을 수나 있겠어? 오히려 그 상태로 여행하다가는 도중에 죽어버려도 이상하지

않은데?"

그녀는 냉정한 어조와 말투로 경철의 몸을 가리키며 말했다.

데려간다손 쳐도 저 상태로는 여행길에 오르는 것은 불가능했다.

저 상태라면 기껏해야 며칠 만에 상처가 벌어져 죽는 미래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거라면..! 제가 케어할게요! 대장님의 치료나 보조는 제가 하겠습니다!"

어느새 풀린 다리에 힘이 돌아온 것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나라는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자신을 어필했고.. 그런 나라의 반응에 그녀는 물론이고 경철도 벙찐 표정으로

나라를 바라봤다.

"진짜 그 녀석.. 미친놈들한테 사랑받는 체질인가 뭔가 그런 거냐..?"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한 손으로 가린 채 두 번째의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 작품 후기 ============================

에피소드6 시작입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예고한대로 미미를 주축으로한 경철과 나라 그리고 오른손이(?)가 미도를 찾아 나서는 내용입니다.

사실상 미미가 세계관 상 무력수준이 탑5에 드는 수준인지라.. 찔리고 베이고 피터지고.. 심지어는 목까지는 잘리는 미도팀과는 다른 느낌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대충 요약하면.. 무쌍? 혹은 쩔? 같은 느낌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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