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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5 에필로그
저격 포인트에서 벗어난 그는 할배와 합류한 뒤.. 곧 바로 한솔이를 데리고 피신한 길티를 찾았다.
길티의 위치를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었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한솔이를 감싸안은채 보호하고 있던 길티를 쉽게 발견할수 있었다.
"혹시 모르니 한솔이의 상태를 좀 봐줘라."
할배가 이미 한솔이의 상태를 체크했어긴 하지만.. 좀더 전문적인 의학지식을 가지고 있는 그가 재차 진찰하는것이 맞다고 판단한 할배가 말했다.
길티에게서 한솔이를 받아 지면에 눕힌 뒤 옷을 벗겨 몸 곧곧을 모두 체크했다.
"타박상이랑 열상은 있지만.. 큰 상처는 없는거같아."
멍 자국이나 긁힌듯한 상처가 이곳저곳에 보이기는 했지만 큰 부상은 없는것 같았고.. 얼굴에 피로감이 짙게 베어져 있기는 했지만.. 혈색은 그다지 나빠 보이지 않았기에 문제 없을것이라고 판단했다.
"혹시 모르니까. 할배랑 자드는 한솔이 옆에 있어줘! 나는 녀석들의 아지트에 다녀올게."
[혼자서 괜찮겠어?]
"아마도! 히히히!"
애매모호하게 대답했기는 했지만.. 그는 확신에 가까울정도로 자신이 맞을것이라고 생각했다.
염탐을 하던 떄에 태양교단의 인간들이 소년을 대하던 태도를 보면.. 그 아지트에서 가장 높은건 다름아닌 소년이었고..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소년이 직접적으로 자신들을 잡기 위해 나왔다고 하는것은 주 전력이 출동했다고 밖에 볼수 없었다.
그리고 그 주 전력들인 좀비남자들의 반 수는 자드의 입속에 들어가 사라졌고 반 수는 길가에 널부러져 있는 상태였다.
아지트에 남아있던 인간들의 무장이 총기가 아닌 둔기 위주였던것을 본다면.. 아무리 높게 잡아도 위협적이라고 할수는 없었다.
"그럼 다녀올게! 한솔이 잘부탁해! 히히히히!"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남긴채 그는 어둠속에 녹아들듯 모습을 감췄다.
그렇게 1시간이 흘렀고..
"사,살려..아아아아아아!!!"
태양교단의 자켓을 입은 한명의 남자가 눈물과 콧물 소변 혈액 위액 등 몸안에서 낼 수 있는 액체란 액체는 모조리 내뱉으며 바닥을 기었다.
"싫은데? 정보는 다 들었으니까.. 가치가 없잖아? 히히히히!"
"아,안돼...! 제발..."
"안돼!"
그렇게 아지트에 남은 마지막 한명의 태양교단의 인간의 머리를 중식칼로 쪼개 버린 그는 칼날에 뭍은 피를 닦아낸 뒤 홀더에 무기를 집어 넣었다.
그의 예상대로 남은 태양교단의 인간들은 별볼일 없었다.
총기로 무장한 인간도 극히 극소수 였고.. 그 극소수의 인간들도 제대로된 훈련을 하지 않은것인지 한발도 못써본채 그에게 난도질 당했다.
대략 30명정도의 인원을 어렵지 않게 처리한 그는 커다란 하품을 씹어 삼키며 느긋한 발걸음으로 건물 밖에 위치한 곳에 있는.. 사람들이 블럭마냥 쌓여져 있는 거대한 철제우리쪽으로 다가간 뒤 방금전 여러가지를 흘리며 바닥을 기던 남자에게서 받은 열쇠로 열었다.
"나와! 히히히!"
그는 철제의 우리를 활짝 열며 외쳤다.
그러나.. 움직일틈이 거의 없는 그 공간에서 나오려고 하는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고.. 사람들은 끙끙 앓는 소리를 하며 몸을 조금씩 움직이는것이 전부였다.
외부의 도움 없이는 도저히 자력으로 나올수 없을것 같았기에.. 그는 어쩔수없이 가장위에 있는 사람부터 차례대로 끌어 당겨 밖으로 빼내는 작업을 했다.
대략 3~4명정도의 사람을 그렇게 빼내자.. 빠져 나온 사람들이 알아서 우리에 있는 사람들을 뺴내기 시작했고.. 그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벤치에 앉아 그것을 지켜봤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마지막 한 사람이 우리 밖으로 나올수 있었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그다지 기뻐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도살장에 끌려가는 가축같은 느낌의 분위기 였다.
그는 의아해하게 생각하면서도 일단 볼일이 있었던지라 벤치에서 일어나 사람들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자.. 사람들은 새파랗게 질린채 그를 두려워 하는 기색을 내 보이며 뒷걸음질 쳤다.
그재서야 그는 그들이 어째서 그런 반응을 보였는지 이해할수 있었다.
태양교단의 인간들을 죽이면서.. 손이 하나뿐이라 불편했던 그가 이용한것은 다름아닌 '입' 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반수형의 상태에서 틈나는대로 남자들을 물어뜯어 죽여 버렸고.. 그런 모습을 우리안에서 본 그들의 반응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볼수 있었다.
다음번 괴물(그) 에게 먹히는건 바로 자신들이라는 생각때문이었다.
"딱히 먹을려고 꺼낸건 아니니까! 착각하지마! 히히히!"
최근들어 자주 들어 익숙해진 자드의 대사를 따라하며 그는 익살스럽게 웃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것이 역으로 작용했는지.. 사람들은 더욱더 몸을 진동시키며 어찌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볼뿐이었다.
아무래도 그들에게 자신에 대한 공포를 벗겨낼수 없다고 판단한 그는 뒷머리를 긁적이고는 어쩔수없다는듯 그대로 이야기를 진행하기로 했다.
"무서워해도 되니까. 내 부탁좀 들어줄래?"
"어떠한 부탁입니까..?"
그의 말에 다들 묵묵히 입을 답고 있었지만.. 그러던 중.. 인상이 좋아보이는 중년의 남성이 조용히 앞으로 나와 겁먹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식량을 모아와 줘!"
"식량..말입니까? 알겠습니다..."
그의 말에 중년남자는 고개를 끄덕여 수긍 한 뒤 다른 사람들을 다독이며 건물안으로 보냈다.
얼마 후.. 사람들이 각종 식량을 양손 가득히 들고 나와 그의 눈치를 보며 그것을 조심스럽게 그의 앞에 쌓아갔다.
"오! 자드가 먹고싶어했던 골뱅이통조림이네!"
식량을 살펴보던 그가 기쁘다는듯 목소리를 올리며 그것을 집어 들고 환호 했다.
그 이후에도 몇개인가 귀중하다면 귀중한 종류의 통조림과 식량의 일부를 배낭속에 챙겨 넣은 그는.. 배낭을 닫은 뒤 그것을 등 뒤에 맺다.
"나머지는 알아서 먹도록해!"
"네..? 이 식량 전부를.. 말입니까?"
믿을수 없다는듯 중년남자가 식량과 그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응! 우린 이정도면 충분하니까. 나머지는 아저씨들이 알아서 먹어! 아.. 그리고 터를 잡을거면 북쪽말고 남쪽으로 가도록해! 그 쪽은 태양교단 녀석들이 없으니까. 비교적 안전할꺼야! 그럼.. 잘있어! 히히히히!"
그는 자신이 할말만을 속사포같이 내뱉은 뒤 아무런 망설임도 미련도 없다는듯 휙 하고 등을 돌렸다.
"자,잠깐..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미련없이 떠나려고 했던 그였지만.. 오히려 미련넘치는 목소리로 중년남자는 그를 잡았다.
"죄송합니다.! 은인분에게 감사의 인사 한마디도 하지 않고..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중년남자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는 이마가 땅바닥에 닿을 정도로 깊게 고개를 숙여 사죄와 동시에 감사의 인사를 그에게 건냈다.
갑작스러운 남자의 행동에 잠시동안 얼이 빠져 있는 사이.. 뒤이어 다른 사람들도 중년남자와 똑같이 무릎을 꿇고 똑같이 남자의 행동을 따라하며 사죄와 감사의 인사를 그에게 건냈다.
"나같은 괴물한테 그렇게 깍듯이 안해도 돼?"
"아니요.. 저희들을 지옥에서 구해주신 은혜가 있는데.. 이정도로도 모자랍니다.. 혹시 저희들이 할수있는 일이 있다면 말해주십시요. 당신에게 받은 은혜에 보답할수는 없겠지만.. 저희들이 할수있는일아면 뭐든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뭐든지라고 해도.."
그들을 구하려는것은 덤이었고.. 식량을 모아와 달라고 하는 부탁도 끝맞춰진 상태였다.
애초에 그들에게 시킬일은 그 이외에는 없었다.
태양교단의 씨를 말리는 자신의 목적에 동참하라고 하기에 그들은 너무 나약했고.. 그렇다고 다른 부탁이 있는것도 아니었다.
그의 능력이라면 대부분의 일은 무난하게 해내기도 했고.. 아무리 생각해도 그들에게 부탁할수있는 일은 없다 라는것이 그의 생각이었지만.. 이내 그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자신은 할 수 없지만.. 그들이라면 할 수 있는 일이 현재 딱 한가지가 존재하고 있었다.
"그럼.. 한가지 부탁이 있는데.."
그는 자신이 생각한 부탁을 남자에게 말했고.. 남자는 고민할것도 없이 흔쾌히 수락했다.
그리고.. 날이 점차 밝아지며.. 옅은 새벽을 화창하게 밝혀주는 태양이 하늘위에 모습을 드러냈을때 쯤.. 그는 할배와 자드 그리고 길티와 한솔이를 데리고 다시한번 중년남자들에게 방문했다.
"이 아이입니까?"
"응! 한솔이야!"
중년남자가 묻자 그는 길티의 뒤에 숨어 이쪽을 빼꼼히 바라보고 있는 한솔을 가리키며 말했다.
"한솔아! 이제부터 이 아저씨랑 같이 사는거야."
그의 부탁..
그것은 한솔이의 신변을 맡기는 것 이었다.
이번에는 운이 좋아 어떻게든 무사하게 넘어갈수 있었지만.. 이후에도 그렇게 넘어갈수 있을거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한솔을 중년남자에게 맡기기로 생각했고... 이것은 할배와 자드도 수긍한 일이었다.
자신들의 여행길은 평범한 인간인 한솔에게는 너무나 가혹하고 위험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싫어! 난 미도오빠랑 할아버지랑 자드랑.. 길티랑 같이 갈꺼야!"
한솔은 날카롭게 소리치며 그 것을 부정하고는 가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로 길티의 붕대가 감긴 손을 양손으로 꽉 잡았다.
"한솔아.. 이게 다 널 위해서란다."
[우리같은 괴물새끼들이랑 있는것보다 저쪽이 훨씬 낫다고?]
할배와 자드 두 사람도 한솔을 설득하기 위해 차분한 목소리로 달래듯 말했지만.. 한솔은 그저 고개를 새차게 저으며 꽉 잡은 길티의 손에 매달리듯 온몸으로 붙잡은채 거절의 의사를 확고하게 표시했다.
"어쩔수없네."
고집부리는 한솔을 말로서는 설득할수 없다고 판단한 그는.. 본의 아니었지만 강제로라도 한솔을 중년남자에게 보내기 위해 길티에게 한솔을 이쪽으로 데려 오도록 머릿속에서 명령했다.
그러나 명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길티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은채 한솔에게 팔을 붙잡힌 그 상태 그대로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길티? 한솔이를 이리로 데려와"
명령을 내렸음에도 행동하지 않는 길티를 의아하게 생각한 그가 그 이름을 부르며 이번에는 입밖으로 명령을 꺼냈다.
하지만.. 역시나 길티는 그의 명령을 이행하려는 모습은 조금도 보이지 않은채.. 오히려 그와 반대되는 행동이라고 밖에 말할수 없는 행동을 취했다.
길티가 취한 행동은.. 팔을 부여잡고있는 한솔을 자신의 등뒤에 숨기는 일..
그저 별거 아닌.. 그야말로 아이가 고집을 부리는듯한 행동..
그러나 그 행동이 가지는 의미는 별거 아니라고 말할수 없는 일이었다.
"길티! 너..!?"
기계나 프로그램같은 무기질적인.. 감정이나 자아 혹은 의사같은 것이 존재할리가 없는 길티가 창조주와 다름없는 절대적인 명령권을 가지고 있는 그의 의사에 반기를 든다는것은 있을수 없는 일이었고.. 그것이 뜻하는 의미는...
무기질의 존재에게 '자아' 혹은 '의사' 가 생겼다고 하는 전대 미문의 일이라는것 이었다.
============================ 작품 후기 ============================
이걸로 에피5는 완벽하게 종료입니다!
다음화의 메인은 이 소설의 진주인공인 미미쨔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