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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얼론 (Zombie Alone)-121화 (121/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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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5 동행

어째서 목이 잘렸던 그가 멀쩡하게 살아있는 것도 모자라 소년의 머리를 저격할 수 있었

던 것인가?

그것은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 그의 머리에 총알이 박혀 쓰러졌을 때..

자신이 저격당한 것을 깨닫고.. 동시에 머리에 총알이 박힌 순간.. 그는 자신이 죽었다

고 생각했다.

몸의 컨트롤을 잃은 듯 힘없이 지면에 쓰러진 그는 멍하니 하늘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

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방문해야 할 죽음은 그에게 찾아오지 않았다.

잠시 몸의 컨트롤을 잃기는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깨

달은 그는.. 리스크가 너무나도 커 실험해보지 못 했던 자신의 육체에 대한 한계선을

어렴풋이지만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이 정도로 죽지 않는다는 것을 자각한 그는.. 방금 전 자신의 머리를 꿰뚫은 저

격수에 대해 생각했다.

혹시 모를 증원이 근처에 숨어있을지도 모른다고 예측은 했었지만.. 그 증원이 설마 저

격수일지까지는 예측할 수 없었기에.. 아무런 방비도 하지 못한 그는 허무하게 당해버

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고민했다.

소년 자체는 방금 전 1:1 의 싸움에서 실력으로 찍어 누르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았기에.. 이대로 일어나 싸운다면 어렵지 않게 이길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저격수가 낀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소년을 압도하는 무력을 보여준다고 쳐도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저격수의 탄환

은 몹시나 위협적이었다.

이 상황에서 싸워봤자 자신이 불리할 것이 예정된 일.. 그렇기에 그는 구태여 죽은 척

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설마 할배에게 반 장난으로 배웠던 죽은척하는 방법을 여기서 써먹을지 꿈에도 몰랐었

던 그는 마음속으로 웃으며 자신의 심장박동을 천천히 죽여가며 시체의 역에 몰두했다..

그리고.. 눈을 부라린 채 단 한 번도 감지 않은 그 상태 그대로 미동도 하지 않은 그

를 지켜보던 소년은 나이프를 겨눈 채 천천히 그에게 다가 간 뒤.. 그의 갈비뼈를 강하

게 짓밟았다.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죽은척하는 그의 몸에 고통이 달렸지만.. 못 참을 정도

의 고통은 아니었기에.. 그는 별다른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머리에 총을 맞아 죽은 시체

의 연기를 계속해서 이어 나갔다.

뼈가 부러질 정도로 강하게 짓밟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아무런 미동이 없자.. 소년은

몸을 천천히 수그리며 그의 목 바로 앞에 칼날을 들이 민채 그의 가슴.. 정확하게는 심

장 위로 손을 뻗어 그의 생사를 확인했다.

"이정도의 공격으로 죽을 걸 보니..'오리지널' 이 아니라 '불량품' 이었나 보군."

죽었다고 판단한 소년은 눈동자가 열린 채 죽어 있는 그를 무표정한 얼굴로 내려보며 중

얼거렸고.. 그 직후 목에 들이밀었던 나이프를 그의 목에 쑥하고 박아 넣은 뒤.. 그대

로 그의 목을 단칼에 잘라 냈다.

너무나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던 지라.. 목이 잘려버린 그 조차도 간담이 서늘했다.

머리에 총알을 맞아도 죽지 않는다는 것 까지는 알았지만.. 과연 목이 잘려도 살수 있

을지는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실상 소년의 행동은 그의 예측에서 벗어난.. 너무나도 돌발적인 행동이었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히도..

본의 아니었지만.. 자신이 목을 잘려도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불량품은 아니었나 보네? 그는 마음속으로 그런 말을 중얼거리며.. 자신의

몸 위를 데굴데굴 굴러 유일하게 남아있는 왼쪽 팔 앞으로 이동됐고.. 그는 자신의 시

점이면서도 자신의 몸을 3자가 보는 듯한 기묘한 상황을 체험할 수 있었다.

"연구용으로 가져가도록 할까.."

자리에서 일어나 나이프에 묻은 피를 털어내는 소년의 중얼거림에.. 그는 소년이 보지

않는 사이를 노려 자신이 손에 들고 있는.. 테이프 같은 둥근 모양으로 감겨져있는 얇

은 낚시줄 끝을 이로 물었다.

그리고 잠시 후.. 목이 없는 남자의 시체에서 옷을 벗겨낸 소년이 그것을 그의 잘린 머

리에 덮어 씌워 보자기 형태로 만들어 들어 올린 뒤 어디론가 향했고.. 그는 그 보자

기 속에서 낚싯줄의 끝을 입에서 놓지 않게 노력했다.

어째서 그가 낚싯줄 따위를 노력하면서까지 입에 물고 있는가는.. 자신의 몸을 자신의

목 쪽으로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분명 목이 떨어져도 몸을 움직일 수는 있었지만.. 시야가 보이지 않는다면 제대로 몸

을 운용할 수가 없었다.

그가 목을 벤 뒤 그 목을 배낭 안에 넣었을 때 남자들이 허공에 팔을 휘두르며 난리 치

던 것과 같은 이치였다.

머리는 잘 굴러 가기는 했지만.. 몸이 없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에.. 그는 운 좋

게 손에 들려진 낚싯줄을 이용해 보이지 않아도 그 줄을 따라 자신의 몸에까지 도달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일종의 헨젤과 그레텔의 빵조각 같은 역할이었다.

그렇게 미리 자신의 목이 머리를 찾아올 수 있는 장치를 한 채 소년에 의해 끌려간 그

의 머리가 새까만 천속에서 튀어나왔을 때.. 눈앞에는 자드와 할배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리고 할배가 그의 머리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들어 올렸을 때.. 그는 기회다 싶어 입

만을 움직여.. 할배와 자드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했다.

물론.. 입만을 움직인다고 해서 그 내용을 보통 사람은 이해하기가 어려웠을 테지만..

정확한 발음이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연기자였던 할배였기에 그런 그의 의사를 거의 정

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가 할배에게 전달한 것은.. 저격수를 조심하라는 것과 시간을 끌어달라는 것.. 그리

고 자신의 머리를 정면을 보게 한 뒤 담벼락 위에 올려달라는 것이었다.

그런 것도 모른 채 자신들 쪽이 한참 위에 있다고 착각한 소년의 말에.. 할배도 자드

도 웃음이 흘러나올 것 같았지만.. 할배는 그 연기력을 바탕으로 침통함을 연기했고..

자드의 경우 웃음이 흘러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입을 꽉 다문 채 버텨냈다.

그렇게 그의 계획에 따라 움직인 할배와 자드는.. 소년과 저격수가 자신에게 최대한 집

중할 수 있게 노력했고.. 그것은 성공할 수 있었다.

그 사이.. 미리 조금씩 조금씩 낚싯줄의 감각을 손으로 느끼며 자신의 머리가 있는 근

처까지 몸을 유도한 그는.. 자신의 몸과 합류할 수 있었다.

단지 문제는.. 몸과 만나기는 했지만.. 어떻게 해야 머리가 몸에 붙을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남자들처럼 떨어진 목을 목 위에 올려놔 보기도 하고 낚싯줄로 묶어서 고정시켜보려고

도 했지만.. 붙을 생각은 없었다.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한 그는 자신의 목을 팔로 감싼 채 달려나갔다.

시야가 갑작스럽게 낮아지기는 했지만.. 달리는 데는 별다른 지장은 없었다.

그야말로 이야기 속의 괴물을 연상케하는 모습으로 자신의 목을 붙잡은 채 달려가던 그

는.. 저격수가 있을만한 포인트를 찾았다.

그때 들려왔던 총성의 크기로 거리는 미리 파악한 그는.. 그 거리 내에서 저격에 알맞

은 장소가 어디인지를 물색했고.. 이내 딱 봐도 저격하기 좋은.. 근처에는 낮은 건물

밖에 없이.. 유독 높게 솟아올라있는 건물을 발견할 수 있었던 그는.. 저격 포인트는

저기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옥상의 난간 사이로 달빛이 비추어져 총구의 끝이 반짝이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던 그는 자신의 목을 한쪽 팔로 고정시킨 채 발소리를 죽이며 옥상까지 올라

갈 수 있었지만.. 문을 여는 순간 소리를 내어 버려 저격수에게 존재를 들키게 되어 버

렸다.

평소의 상태였더라면.. 하지 않을 실수였지만.. 팔이 하나밖에 없는 그로서는 잘린 목

을 들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저질러진 실수였다.

그의 존재를 자각한 저격수는 미리 대비하고 있었던 것인지 엎드린 자세에서 잽싸게 자

세를 바꾸며 허리춤에 차고 있던 권총을 뽑아 그를 쏘려고 했다.

외팔이인 그의 유일한 팔에는 그의 머리가 들려져 있었고.. 머리를 내던지고 무기를 꺼

내기에도 너무 늦은 상황...

그런 위급한 상황 속에서 그가 한일은..

자신의 머리를.. 저격수에게 냅다 내던지는 일이었다.

자신의 몽중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는.. 그야말로 심장보다 더 중요한 머리를 내던진다

는 믿을 수 없는 짓을 저질러버린 그... 였지만

그의 판단은 여러모로 정확했다.

무기가 아니라 사람의 머리가 날아온 탓에 저격수는 순간적으로 당황하여 움직임이 무디

어졌고.. 일반적인 시체의 머리였다면 맞아도.. 그냥 아픈 정도로 끝날 수 있을 정도

의 수준이었지만.. 그는 시체도 아니었고 하물며 일반적인 인간도 아니었다.

그는 날아가는 와중에 자신의 얼굴을 반수형.. 뺨까지 찢어진 커다란 입과 그사이로 드

러나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저격수의 가슴에 그 이빨을 박아 넣은 뒤.. 그대로

물어뜯었다.

단숨에 주먹 한 움큼 정도는 될법한 살점과 내장이 그의 입속에 들어감에 따라 저격수

는 그 상태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

저격수의 심장과 살점을 뜯어 먹으며 그는..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자신의 몸을 머리 쪽으로 불러왔고.. 남자를 뜯어먹는 머리의 목부분과 몸통 부분

의 잘린 목부분.. 즉 원래 있던 장소 쪽으로 가져갔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는 아무런 일도 없었던 상처 부위가 꾸물꾸물 움직이며.. 잘린 목

의 단면을 감싸갔다.

인간이나 좀비 등을 먹음으로써 상처를 회복하는 할배와 자드를 떠올렸던 그는 혹시 자

신도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이것이 원래 자신이 가지고 있던 능력인지.. 아니면 늑대인간에게서 얻은 능력인지까지

는 알 수 없었지만..  이로써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하나 더 자각하게 됐다.

"이제야 붙었네!"

순식간에 남자의 몸통을 뜯어먹은 그의 목은 어느새 멀쩡하게 붙어있었고.. 위화감 하

나 없이 잘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며 씩 하고 웃고는.. 몸통 부분에 뼈만이 앙상하게 남

아있는 저격수의 시체를 옆으로 치운 뒤 그 자리에 엎드려 스코프로 떨어진 거리를 확인

했다.

그때 마침 소년이 저격의 신호를 알리듯 허공 위로 손을 들어 올리고 있는 모습이 스코

프 너머에 보였다.

"히히히히!!"

그것을 너무나도 우스꽝스럽다는 듯 웃으며 본 그는.. 당연하게도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

고.. 곧이어 예상했던 저격이 깜깜무소식이자 어리둥절해하는 소년의 모습과.. 미친 듯

이 소년을 비웃는 할배와 자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잘 가지고 논 모양이니까.. 슬슬.."

더 이상 볼일은 없다고 판단한 그는 조용히 저격총의 총구를 움직여 소년의 머리에 고정

시킨 뒤.. 별다른 망설임도 없이 방아시를 당겼다.

탕! 하는 총 성음과 함께.. 그가 쏜 저격총의 탄환은 소년의 머리에 빨려 들어가듯 관

통했고.. 곧이어 자신이 쓰러졌던 때와 마찬가지로 소년의 몸이 지면에 쓰러졌다.

"아! 역시 이 정도로 안 죽는구나!

그러나 잠시 후 소년이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는 장면을 본 그는 다시 한번 망설임 없

이 방아쇠를 당겨 소년의 머리를 관통했고.. 그것을 여러 번 반복하며.. 쥐를 죽을 때

까지 괴롭히며 가지고 노는 고양이와 같이 잔혹하게 소년을 희롱했다.

그리고.. 저격총의 탄환이 다 떨어졌을 때.. 우연인지 필연인지 딱 좋은 타이밍에 자드

의 커다란 입이 소년을 삼켜버렸다.

"잘가라 동생아~ 히히히!"

그는 자신과 똑 닮은.. 혹시나 진짜로 자신의 형제일지도 모르는 소년이 잔혹하게 먹히

는 것을 웃으며 지켜봤다.

============================ 작품 후기 ============================

이로써 이번 본편은 끝이고 에필로그 하나면 이번 에피소드는 완전 끝입니다!

이제 이 소설의 반정도가 왔네요.. 아니 아직 반이나 남았다고 해야할까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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