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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얼론 (Zombie Alone)-120화 (120/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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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5 동행

할배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발걸음을 옮겨 그의 머리를 한 손으로 잡고 들어 올렸다.

"믿을수가 없군.."

[..............................]

그의 목인 것을 확실하게 확인하듯 잘린 그의 머리를 눈앞에 가져가 얼마 동안 바라보

던 할배는 조용히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끄덕였고.. 똑같이 그의 머리를 확인할 수 있었

던 자드는 묵묵히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실험용으로 써야 하니 그 머리는 돌려주실까?"

소년은 침울한 분위기 속의 할배와 자드를 무시하듯 손을 뻗으며 그의 머리를 요구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소년의 말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조용히 그 머리를

자신들의 등 뒤에 있는 담벼락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놨다.

"잘 '보고있어라' 미도.."

할배는 자신들 쪽을 향해 보고 있는 그의 머리에게 말 한 뒤 미련 없이 등을 돌려 손

을 뻗고 있는 소년을 노려봤다.

"상관없겠지.. 어차피 너희들의 목도같이 회수할 생각이니까.."

소년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손을 조용히 내리며 허리춤에서 컴뱃 나이프를 뽑아 들며

양손에 든 나이프를 교차시킨 채 달려나갈 자세를 취했다.

"덤벼라! 미도의 원수를 갚아주마..!"

[큭....!]

할배는 자드의 머리를 앞으로 내민 채 외쳤다.

그것을 신호로 하듯 소년은 지면을 박차며 무시무시한 속도로 할배에게 접근한 뒤 두정

의 나이프로 자드의 뒤에 숨겨진 할배의 몸체를 베어냈다.

"크억...!?"

너무나 빠른 불의의 공격에 미처 피하지도 막지도 못한 할배의 어깨와 가슴에 나이프의

날이 박혀 들어가며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칼날은 더 이상 깊게 박히지 못한 채 급하게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할배의 몸에 칼날이 박혀들어간 순간 자드의 거대한 입이 벌려지며 근접한 소년을 집어

삼키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특기이자 근접전에서의 무시무시한 승률을 자랑하는.. 할배를 미끼로 한 자드의

일격필살이라고 말할 수 있는.. 카운터 공격이었다.

소년도 자드의 공격이 위험한 것인지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던 것인지.. 자드의 입이 벌

어지는 그 순간 할배의 몸통을 깊숙이 베려는 행동을 미련 없이 포기한 뒤로 뛰어올라

자드의 공격이 닿지 않는 곳으로 이동했다.

"큭.. 제법 잽싸군..!"

할배는 피가 배어 나오는 자신의 상처를 억누르며 분한 듯 혀를 쳤다.

소년이 조금만 더 칼날을 깊게 박아 넣으려고 했다면.. 방금 전의 일격으로 확실하게

죽일 수 있었건만.. 소년의 정확한 판단에 의해 실패해버렸기 때문이었다.

"이번에야 말로 먹어주마.."

하지만 결국 자신을 쓰러트리기 위해서는 자드의 사정 내에 들어오지 않으면 안 됐다.

할배의 몸은 보통의 인간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일종의 구속구와 같았지만.. 동시에

최고의 미끼이기도 했다.

자드의 몸은 보기에도 튼튼해 보이고 공격력 또한 위험하기에.. 결국 자연스럽게 노리

게 되는 것은 할배의 육체였고.. 할배를 노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근접하지 않으

면 안 된다.

그것은 결국 자드의.. 커다란 입의 사정거리에 들어온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기도 했다.

단지 이런 그들에게도 별로 탐탁지 못한 상황이 두 가지 있었다.

그중 하나는 바로 자드의 사정거리 밖에서 행하는 원거리 공격이었다.

"근접전은 불리하군."

냉정하게 그런 판단을 내린 소년은 나이프 하나를 허리춤에 넣고는 그 대신 권총 한정

을 꺼내 할배의 머리를 겨눈 채 방아쇠를 당겼다.

시끄러운 총 성음과 어둠을 밝히는 머즐플레시가 뿜어져 나오며  십수 발의 총탄이 할배

를 향해 덮쳐나갔다.

"크윽..!!"

그런 총탄의 비에서 살아남기 위해 할배는 자드를 방패 삼아 앞으로 내밀었고.. 대부분

의 총알은 자드의 고통에 찬 신음이 들려오긴 했지만 대부분 막아낼 수 있었다.

단지 온몸을 가릴 정도의 크기는 아니었던지라 2~3발 정도의 총알이 할배의 어깨와 다

리를 관통하는 부상을 입었지만.. 치명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상처였기에.. 전투를 지

속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끝났다고 생각한 총탄의 세례는 끝이 아니었고.. 탄창의 총알을 다 비운 소년은 새로

운 권총을 뽑아내어 똑같이 할배의 몸체를 노리며 방아쇠를 당겼다.

자드의 몸을 아직 내리기 직전이었던지라 치명상을 피할 수는 있었지만.. 노출되어있는

장소에 다시 총상을 입는 부상을 입게 된 할배는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식은땀을 흘려냈

다.

상처 자체는 크지 않았지만.. 그것이 계속 쌓인다면 출혈의 양으로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

할배는 자드의 몸체 뒤에서 새로운 권총을 뽑으려는 소년을 확인하고 욱신거리는 다리

에 채찍질을 가하며 방패인 자드를 앞으로 내민 채 소년을 향해 돌진했지만.. 소년과

의 거리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할배의 속도가 느려서는 아니었다.

단지 소년이.. 총탄을 퍼부음과 동시에 빠르게 뒷걸음치며 할배와 자신과의 거리를 계속

해서 벌리는 작업을 했기 때문이었다.

사격을 하며 뒷걸음질 치는데도 불구하고 소년의 사격과 뒷걸음..

아니 그 속도는 걸음이 아니라 달리기 정도의 속도가 될 정도로 빨랐다.

자드를 내민 채 돌격하는 할배의 속도를 상회할 정도의 속도였다.

그 탓에 할배가 열심히 발을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소년과 할배의 거리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소년은 할배와 자드가 탐탁지 않은 2번째의 발이 빠른 상대에 해당됐다.

원거리에서의 공격 와 발이 빠른 상대.. 그야말로 두 사람이 가장 싫어하고 꺼려지게

만드는 행동을 조합한 상태의 소년은.. 그야말로 천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존재였다.

할배와 자드에게 있어서는 초조해질 수밖에 없는 상대.. 였지만..

두 사람은 짜증이 나기는 했어도 초조하지는 않았다.

만약 상대방이 다수이거나 수백수천 발의 탄환을 가지고 있는 상대라면.. 상당히 초조했

을지도 몰랐지만.. 아무리 발이 빠르고 원거리에서의 사격으로 그들을 위협한다고는 해

도 결국 원거리 공격.. 빗발치는 탄환의 수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소년은 탄환이 떨어지면 원거리에서의 공격이 아니라 근접전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할배를 쓰러트릴 수는 없을 것이었다.

그때가 되면 싫어도 기회가 오게 되기에.. 할배는 이 짜증 나는 상황을.. 자드의 몸체

에서 벗어난 탄환이 자신의 몸에 박히는 고통에 눈물이 날것 같았지만.. 침착하게 버티

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 노고가 빛을 본 듯 소년이 가지고 있던 탄환이 모두 소비된 것인지.. 권총에

서 나이프로 장비를 전환한 소년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것은 소년을 해치울 수 있는 기회였다.

할배는 혹시나 소년이 아직 탄환을 가지고 있을 것을 염두에 두며 무모하게 돌진하지 않

고 계속해서 자드를 방패 대용으로 내민 채  소년을 향해 달려나갔다.

그러나 소년은 그 자리에서 도망가지도 그렇다고 달려오지도.. 그렇다고 공격 자세를 취

하는 것도 아닌.. 그저 그 자리에 멀뚱히 서서 조용히 한 손을 허공에 들어 올렸다.

그의 머리를 꿰뚫었던 저격수에게 명령했을 때와 똑같은 표시였다.

일부로 저격수의 포인트로 유도한 소년의 계략으로.. 조금 있으면 자드의 방패로는 막

을 수 없는 궤도에서 날아온 총탄에 의해 할배는 머리가 꿰뚫려 죽을 것..  이었다고

소년은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저격수의 탄환이 할배의 머리를 꿰뚫지 않았고..

소년이 저격수에게 신호를 보내는 사이 할배는 이미 지근거리에까지 접근해 있었고..

그 거대한 악어의 머리가 소년을 향해 입을 벌리려 하고 있었다.

소년은 급한 대로 꼴사납게 지면을 구르며 자드의 공격을 회피했고.. 그 직후 방금 전

소년이 있던 자리에 자드의 머리가 박힌 채 지면을 먹어 치웠다.

"어째서..?"

소년은 저격수가 어째서 공격하지 않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자신도 모르게 입에 담았

다.

[뷰우우웅시이인! 니가 이기다리고기다리던 저격수 새끼는 진짜로 고기가 돼있을걸!? 카

카카카!!]

근접한 순간 묵묵히 입을 다문 채 한마디도 하지 않던 자드가 커다란 입을 열며 우악스

럽게 외치고는 유쾌하다는 듯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며 웃었다.

"어떻게?"

"허허허허..! 사실 나는.. 떨어져 있는 사람도 죽일 수 있는 죽음 노트의 능력을 가지

고 있지..!"

할배는 피투성이가 된 손을 옷에 닦아낸 뒤 자신의 수염을 자랑스럽게 매만지며 뻔뻔한

얼굴로 외쳤다.

"그런 능력을 숨기고 있었던 건가..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던 소년이 그 말을 듣고 아주 작지만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구라지 븅신아아아아!! 카카카카카카카카!]

"허허허허허! 진짜로 믿는 건가!

할배가 말한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소년을 비웃듯 광소를 터트린

두 사람은 너무 격하게 웃은 것인지.. 심지어 양쪽 눈에는 그렁그렁 눈물까지 맺혀 있

을 정도였다.

"아..안돼겠어.. 너무 웃어서 허리가..."

너무 격하게 웃은 것인지 할배는 자신의 허리를 두드리며 지면에 털썩 앉아 너무 웃어

아픈 허리를 재차 두드렸다.

[아.. 안 웃으려고 일부로 말 안 하고 참고 있었는데.. 안돼.. 그 반동인지 웃음이 멈

추..지않..카..카카카카카칵!!"

겨우 웃음을 멈췄던 할배와는 다르게 자드 쪽은 아직도 웃음의 여진이 계속해서 오는 것

인지 숨이 넘어갈 정도로 크게 웃으며 바닥에 자신의 턱을 쾅쾅 하고 내려찍었다.

방금 전까지 진지하고 처절하게 싸움에 임하던 그들이 갑작스럽게 미친 사람처럼 이상

한 소리를 내뱉으며 웃는 행동을 하자.. 소년은 수많은 의문 많이 쌓여갔다.

어째서 저격수가 총을 쏘지 않은 것인지?

어째서 그들은 저격수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것인지?

어째서 그들은 저격수가 죽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인지?

어째서 그들은 이 상황에서 미친 사람처럼 웃고 있는 것인지?

무엇 하나 알 수가 없었다.

알 수가 없었지만... 어찌 됐든 눈앞의 할배를.. 무방비 상태로 바닥에 털퍼덕 앉아있

는 할배와 방패이자 검인 자드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지면을 기고 있는 이 상황 속에

서 할 일은 단 하나라고 생각하고.. 나이프를 꽉 쥔 채 할배를 노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탕!

하고 멀리서 작은 총 성음이 소년의 귀에 들려왔다.

그 순간 소년은 그것이 저격수의 총소리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고.. 동시에 그 저격

수의 총알이 자신의 이마를 꿰뚫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다.

달려나가려던 소년의 몸이 휘청거리며 지면을 향해 쓰러졌다.

하지만.. 아직 소년은 죽지 않았다.

분명 머리를 꿰뚫렸기는 했지만.. 남자들 정도로 무식하게 빠른 정도의 재생력은 아니더

라도 소년에게 역시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그럭저럭 뛰어난 재생력을 가지고 있었다.

총탄으로 머리가 꿰뚫린 충격으로 잠시 동안 움직임이 멈출 수밖에 없었지만.. 조만간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쓰러졌던 소년은 비틀거리면서도 자리에 일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총성이 들리며 소년의 머리에 또 다른 바람구멍을 만들어냈고.. 소년은 다

시 지면에 쓰러졌다.

또다시 기상.. 또다시 바람구멍.. 이것을 약 3번 정도 반복했을 무렵.. 지면에서 기상

한 소년이 본 것은.. 거대한 입.. 날카로운 이빨이 잔뜩 박혀있는 악어의 입이었다.

그렇게 그를 닮은 소년은 이 세상에서 존재를 감추었고.. 그것을 떨어진 건물의 옥상

위에서 스코프 너머로 지켜보고 있는 존재가 있었다.

"잘가라 동생아~ 히히히!"

그것은 다름 아닌.. 목이 잘렸던 그였고.. 그의 머리는 멀쩡하게 몸에 붙어있는 상태였

다.

그는 멀쩡한 상태로.. 저격총의 앞에 엎드린 채.. 스코프 너머로 자신과 꼭 닮은 소년

에게 작별의 인사를 중얼거리며 웃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미도가 죽으니까.. 리플이 많이 달리.. 혹시 누군가를 죽이면 리플이..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판사님. 저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어찌됐든 다음화로 에피소드 5 본편은 종료입니다! 이후 에필로그후 에피5는 완벽하게 종료.. 미미쪽의 이야기인 에피6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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