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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얼론 (Zombie Alone)-119화 (119/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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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5 동행

"허어.. 지치는구먼.

옷 이곳저곳이 찢기고 피로 얼룩진 상태의 할배가 진한 피로감이 새겨진 얼굴을 들어 올

리며 야근을 한 샐러리맨 같이 멍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 영감탱이.. 마지막에는 결국 날 방패로 써버렸어..]

할배와 마찬가지로 자드의 상태도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할배 만큼으로 엉망진창의 상태는 아니었지만.. 몸 곳곳에 미처 다 재생되지 않은 상처

들이 눈에 보이고 있는 상태였다.

물론.. 그 두 명의 몰골은 그다지 좋다고 볼 수는 없었지만.. 생명에 지장이 있을 정도

의 부상은 아니었고 할배를 둘러싸고 있던 남자들의 모습 역시 온데간데없었다.

그저 남은 것은 바닥을 가득 적시고 있는 선혈들뿐.. 그 외에는 전부 자드의 입속으로

들어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상태였다.

"하아.. 쉬고 있을 시간도 없겠군.."

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휴식을 취하려던 할배는 아직 남아있는 일이 있다는 것을 깨

닫고 다시 허리를 편 채 어느 한 방향을 바라봤다.

한솔이가 도망간 방향이자.. 자신들이 놓친 남자가 달려간 방향이었다.

[그 애새끼라면 알아서 잘 숨었을 거 같긴 한데..]

"똑똑한 아이니까."

자드의 말에 할배는 발걸음을 옮기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어둠 속을 바라봤다.

뛰어난 생존능력과 그 나이 또래의 아이답지 않은 판단력을 가지고 있는 한솔이었기에

알아서 잘 숨거나 도망갔을 거라고 생각되는 반면.. 남자들의 위험성을 방금 전 싫을

정도로 직접 느꼈기에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잠깐! 누가 온다!]

자드는 근처에서 기척을 느끼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내뱉었고 그와 함께 할배의 표정도

날카롭게 변하며 주변을 경계했다.

잠시 후.. 그 기척의 주인인 듯 보이는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저기가 뜯겨져 나간 기괴한 고양이 마스코트의 탈을 머리에 뒤집어쓴 군복의 남

자.. 그런 남자의 손에 안겨져 있는 작은 소녀..

"한솔아!"

다름 아닌 기척의 주인들은 한솔과 길티였다.

할배는 둘의 정체를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길티의 품에 안겨있는 한솔에게 다가갔다.

얼굴 반쪽이 새파랗게 멍이 든 채 부어올라 있었고.. 그가 깔끔하게 빗어주고 묶어주었

던 양 갈래의 머리 역시 미친 사람 마냥 엉망진창으로 헝클어져 있었으며 의복은 물론이

고 손이나 얼굴에는 피가 잔뜩 튀어져 있는 상태로.. 그 손에는 피와 기타 체액 살점

등으로 더럽혀진 식칼이 꽉 쥐어져 있었다.

길티 역시 한솔이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다지 제대로 된 상태는 아니었다.

특별한 상처는 없어 보였지만.. 양손에 꽉 감겨뒀던 붕대는 이미 흔적조차 없는 채로

인체 표본 같은 가죽이 없는 팔을 훤하게 들어내고 있었고.. 나름 깔끔하게 입혀놓았

던 군복은 찢어지고 흐트러 져 있었으며 몸 곳곳이 피로 얼룩져 있는 상태였다.

[해치운 건가!?]

한솔을 쫓아간 추격자와 그들의 상태로 추격자와 접전이 있었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

작할 수가 있었기에 구태여 자드는 확인차 그 사실을 입에 담았다.

그러자 길티의 머리에 쓰인 인형 탈이 위아래로 가볍게 끄덕여지며 자드에 대한 말에 긍

정의 표시를 했다.

"허허허허! 그것참 대단하군!"

한솔의 상태를 살피던 할배는 그저 한솔이가 자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웃음을 흘리며 자

고 있는 한솔의 엉클어진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어떻게 죽인 거야?]

길티가 다른 좀비들에 비교해서 뛰어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자신들이 상대한 남자

들과 비교하면 한없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남자들의 그 묵직한 주먹 한방은 나름 단단한 몸체를 가지고 있는 자드에게 조

차 대미지를 줄 정도로 강력했기에.. 보통 좀비보다 조금 더 튼튼한 정도의 길티로서

는 한방에 녹다운 당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데 길티의 몸은 생각 이상으로 멀쩡했고.. 한솔이가 있었다고는 해도.. 전력의 차

이는 심각할 정도의 차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격자를 죽이기까지 한 현재의 상황은 당연하게 의문이 될 수밖에

없었다.

자드는 자신의 의문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 기괴한 인형 탈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봤

다.

하지만.. 길티에게서 돌아오는 답은 없었고 그저 한솔이를 조심스럽게 안은 자세 그대

로 멍하니 서있을 뿐이었다.

[아.. 나는 병신인가..? 이 녀석이랑 의사소통이 될 리가 없었지..]

자드는 그때가 돼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을 수 있었다.

길티의 경우 명령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실행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식이나 지

성 감정 등이 있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분명 명령을 받아 충실하게 해내는 그 모습을 보면 의아할지도 모르는 이야기지만.. 길

티의 경우 기계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명령된 일을 아무런 이의 없이 실행할 뿐인 존재였다.

즉 자드가 방금 전 한 일은.. 명령된 일을 충실히 잘 해내는 기계에게 말을 거는 일과

다를 바 없는 것이었다.

"음..? 그런데 방금 길티가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었나..?"

자신의 어리석음을 자책하고 있는 자드의 반응을 보며 할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방금

전 길티가 인형탈을 위아래로 흔들어 반응했던 것을 생각해내며 말했다.

[어..? 그러고 보니 그랬...던건 둘째치고.. 또 누군가 이쪽으로 오고 있어!]

다시 한번 느껴지는 기척의 존재에 자드가 외쳤고.. 그와 동시에 한솔의 머리를 쓰다듬

고 있는 할배는 그 손을 순식간에 때 이어놓은 채 길티의 어깨를 잡은 채 뒤로 가볍게

밀었다.

"한솔이를 데리고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어라!"

할배의 명령에 길티는 조심스럽게 한솔의 몸을 보호하듯 자신의 품에 감싸 안은 채 아무

런 망설임도 없이 등을 돌려 할배와 자드가 있는 곳에서 순식간에 떨어져 나갔다.

길티가 떠나간 것을 확인한 할배는 고개를 돌려 자드가 노려보고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

렸다.

그리고 얼마 후 그들의 시야에 익숙한 얼굴이 들어왔다.

[뭐야? 미도 새끼잖아?]

개성 없고 평범해 보이는 얼굴을 확인한 자드는 넘쳐흐르던 긴장감이 순식간에 빠져나가

는 허탈감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조심해라 자드.. 저건 미도가 아니야!"

할배는 눈을 부라린 채 자신들을 다가오고 있는.. 존재를 노려보며 외쳤다.

[아니? 아무리 봐도 미도 새끼.. 어라? 그러고 보니 저 새끼 왜 머리가 까만 거지?]

할배의 말을 아직 믿을 수 없었던 자드는 문뜩 금발이었던 그의 머리카락이 새까매진 상

태라는 것을 깨닫고 의아함을 품었다.

"머리색뿐만이 아니야.. 생김새는 비슷해도 분위기 자체가 아예 다른 사람이다.

머리색을 제외한다면 거의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똑닮은 얼굴이었지만.. 할배의 눈에

는 눈앞에 있는 존재가 그와는 완벽하게 다른 인물이라는 것을 구별할 수가 있었다.

[진짜로! 미도의 쌍둥이 동생인지 뭔지 그딴 거냐..!?]

그가 아니라면 생각나는 관계성은 그것뿐이었던 자드는 경악에 찬 목소리 외치며 눈동자

를 데굴데굴 굴렸다.

그리고 잠시 후 그를 똑같이 닮은 소년은 한 손에 나이프를 든 채로 다른 한 손에는 피

가 뚝뚝 떨어지는 무엇인가를 감싼 보자기 같은 물건을 든 채 할배와 자드가 있는 정면

의 위치에서 조금 떨어진 거리에 우뚝 선 뒤 할배의 얼굴과 자드의 얼굴을 번갈아보며

쳐다봤다.

"L05 인가."

둘의 모습을 본 소년은 무표정한 얼굴로 알파벳과 숫자 조합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너.. 이 개새끼..!]

"태양교단인가..!"

자드와 할배는 동시에 얼굴을 분노로 일그러트린 채 외쳤다.

L05 그것은 다름 아닌 할배와 자드가 실험을 당할 때 부여된.. 분노가 치밀어 오를 수

밖에 없는 기억을 상기시켜주는 이름이었다.

"만약 이대로 얌전하게 구속된다면 목숨은 살려주지."

분노로 물든 얼굴로 적의와 살의를 한 몸에 받은 소년은 별다른 반응도 보이지 않은

채 그저 사무적인 딱딱한 말투로 할배와 자드에게.. 자신이 '적'이라는것을 본의 아니

게 증명했다.

[카카카카! 아주 X 같은 소리를 내뱉고 있네? X을 잘라 입에다 처박아줄까? 앙? 이 X

같은..]

그를 닮은 소년이 적이라고 확실한 순간 안 그래도 거친 자드의 말이 더욱더 거칠어지

며 듣는 사람이 눈살을 찌푸릴 정도의 심한 욕설을 마구잡이로 소년에게 내뱉었다.

그러나..

"5초안에 대답하지 않는다면.. 죽이겠다."

눈살이 찌푸려지는 욕설에도 꿈쩍하지 않은 소년은 그저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은 무

표정의 얼굴과 딱딱한 사무적인 어조로 자신의 의사를 그들에게 전달했다.

[와.. 이 미친 새끼 보게? 그래 어디 한번 그 X 맛 좀 봐보자..!]

애초부터 돌파했던 자신의 끓는점이 그 이상으로 돌파되 머리와 눈앞이 새빨개진 자드

는 자신의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당장이라도 소년을 물어뜯을 것 같은 기세를 보였

다.

"허허허 이거 참.. 당돌하군"

그와 반대로 할배는 차분하고 인자함이 깃든 목소리로  말했다.

단지.. 그런 인자함이 깃든 목소리와는 다르게.. 할배의 눈은 인자함과는 거리가 먼..

복수자의 눈을 하고 있었다.

"미도와 닮은 건 얼굴뿐인가 보군..

[미도 새끼도 가끔 짜증 나기는 하지만.. 이 새끼는 그거에 몇백 배는 짜증 나는데!?

됐고 얼른 쳐 먹어버리자 할배!]

"허허허! 그래도 혹시 미도의 형제나 그런 거면 좀 귀찮아질 테니.. 적당하게 먹는 게

좋겠지."

거울에 비추어진 것 마냥 똑닮은 두 사람이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기는 힘들었기에 할배

는 그런 제안을 자드에게 했다.

[카카카카!그럼 대가리 빼고 다 먹어치워버리자!]

불쾌한 웃음소리를 흩뿌리며 자드는 자신의 턱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딱! 딱! 거리는 이

빨이 부딪치는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씩 하고 웃었다.

"나를 닮은 그 남자라면 내가 죽였다."

그런 두 사람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던 소년은 덤덤한 태도로 말했다.

[하? 미도 새끼가 너 같은 병신 새끼한테 죽을 리가 없잖아?]

"증거도 없이 그런 거짓말을 하면 못쓰지!"

신체적 능력은 자신들보다 떨어지지만 다른 능력과 그 비상한 전투 센스로 인해 자신들

중 가장 강하다고 말할 수 있는 그가 당했다는 소리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로 밖에 생

각할 수가 없었다.

거기에 자신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은 바퀴벌레급의 생존력.. 내장을 전부 해집

어진 상태에서도 멀쩡하게 살아있는 그가.. 그리 쉽게 죽을 거라고 생각할 수는 없었

다.

그의 말에 의하면.. '아마도 머리를 잘리면 죽지 않을까?' 라는 말을 했었지만.. 할배

도 자드도 왠지 머리를 잘려도 시시덕 거리며 태연하게 살아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

이 들 정도로 그의 끈질긴 생명력은 대단하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런 바퀴벌레 같은 그를 눈앞의 존재가 자신이 죽었다고 말하는 말을 그리 쉽게 믿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증거라면 여기 있다.

라고 말하며.. 소년은 나이프를 든 반대편의 손에 든 보자기를 요령 좋게 한 손으로 풀

어 해쳤다.

그러자 안에든 내용물이 지면에 툭하고 떨어지며  할배와 자드 쪽으로 데굴데굴 몇 번

구르다고 그 움직임을 멈췄다.

[뭐...?]

"말도..안돼..!?"

보자기 안에서 나온 물건을 본 두 사람이 경악에 찬 표정으로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

거렸다.

왜냐하면.. 보자기에서 나와 그들 쪽으로 굴러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그'의 머리였기 때문이었다.

============================ 작품 후기 ============================

머리에 저격당해서 구멍뚫리고 목 잘리고.. 불쌍한 미도지만.. 뭐 흐름상 어쩔수가 없습니다.

미도는 이렇게 될 운명인거죠..

P.S

미도의 오른팔은 미미가 가지고 있는게 맞습니다!

그리고 늑대인간을 잡았을떄 스킬은 얻었는데 신체적 스탯은 별로 오르지 않았습니다.

아주 미비한 정도.. 그 이유는 미도의 특수성때문이라고 생각해수지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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