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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얼론 (Zombie Alone)-118화 (118/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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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5 동행

"너는 누구지?"

거리를 벌린 채 대치하고 있던 상태에서 소년이 그에게 물었다.

"히히히! 내가 누구인지는 오히려 내가 더 알고 싶은데!

당연히 기억이 없는 그가 소년의 존재를 알고 있을 리는 없었고.. 오히려 소년보다 기

억이 없는 자신이 누구인지가 더 궁금할 따름이었다.

"너 같은 개체는 내 정보에 존재하지 않는다."

"생이별한 동생이라거나 그런 거 아니겠어~"

소년의 무뚝뚝하고 사무적인 말투와 반대로 그는 우스갯소리를 하는 듯한 가벼운 분위기

로 답했다.

"나의 형제는 나를 포함해 단 3명.. 너는 아니다."

"히히히히!! 나랑 똑같은 얼굴이 아직 2명 더 있는 거야? 그거 참.."

시시덕 거리며 웃고 있던 그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웃음이 사라졌다.

"..기분나쁘네."

그는 혐오감을 드러낸 표정과 함께 어느새 품속에서 꺼낸 4자루의 과도를 망설임 없이

소년에게 날렸다.

"......."

그러나 소년은 별다른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기계와 같이 묵묵히 날아오는 과도

를 나이프로 모두 쳐내는 기교를 보임과 동시에 그에게로 근접해 나이프를 휘둘렀고 그

역시 어느새 전환한 자신의 식칼을 꺼내 그 묵직하고 재빠른 일격의 공격을 막았다.

식칼과 컴뱃 나이프의 날이 교차되며 힘겨루기를 시작한 2명.. 평행선을 이루듯 결판

이 나지 않을 것 같은.. 밀리거나 밀거나 하는 것도 없이 교착상태를 유지했다.

그러나.. 중심에 놓인 저울과 같이 평행을 이루던 그와 소년의 교착상태가 조금씩 바뀌

기 시작했다.

밀린 것은 다름 아닌 소년..

조금씩이기는 했지만 나이프를 찍어 누르듯 밀고 들어오는 그의 힘에 밀리는 것인지 조

금씩 나이프가 소년의 쪽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근력에서 밀리는 건가.. 하지만.."

소년은 자신이 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차갑고 기계적인

어투로 중얼거리며 나이프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손과는 다른 손을 등 뒤로 재빠르게

돌려 동종의 컴뱃 나이프를 한 자루를 뽑아 휘둘렀다.

"팔이 2개라! 부럽네!"

그러나 이미 예상했던 바였는지 나이프를 뽑으려는 동작을 보자마자 힘겨루기를 포기하

며 거리를 벌린 그가 익살스럽게 외쳤다.

나이프 파이팅의 기술은 물론 움직임 자체가 자신과 흡사했다.

그렇기에 소년이 양팔이 있었을 때의 자신과 같이 '양손잡이' 라고 어렵지 않게 짐작

할 수 있었기에 미리 대비할 수 있었다.

"신체능력은 네가 위지만.. 같은 기술을 사용한다면.. 한쪽 팔밖에 없는 불량품인 너

는 날 이길수 없다."

컴뱃 나이프를 x자로 교차시킨 사이로 표정이 없는 소년이 냉정하게 고했다.

소년의 말대로 한쪽 팔이 없는 그는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비록 소년보다 신체능력이 위라고는 해도.. 압도적인 차이가 아닌.. 비유하자면

소년은 100킬로의 벤치프레스까지 들 수 있는 데에 반해 그의 경우 그것보다 2~3kg 정

도를 더 들 수 있는 정도의 차이였다.

즉.. 차이는 있지만 그 차이는 미묘할 정도의 차이로.. 전투에 있어서 절대적인 수치

가 될 수 없었고.. 오히려 신체능력이 높은 그 보다 팔이 하나 더 있는 소년 쪽이 압도

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사용하는 기술이 똑같다면 결국.. 여러 방향에서 더 많은 수의 공격을 할 수 있는 소

년 쪽이 우위에 설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렇겠지! 히히히!"

자신이 패배할 것이라는 소년의 선어에 화를 내거나 부정하지 않은 채.. 오히려 상쾌

할 정도로 깔끔하게 그는 소년의 말을 긍정했다.

"근데 말이야.. 이것저것 궁금해서 그런데.. 죽기 전에 좀 알려주지 않을래?"

그는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유로운 태도로 식칼을 공중에 던지고 받고 하는 가벼

운 행동을 취하며 소년에게 물었다.

그러나 소년은 별다른 대답도 없이 그저 교차시킨 나이프의 사이로 그의 얼굴을 빤히 쳐

다볼 뿐..

그 행동이 긍정의 대답이라고 멋대로 판단한 그는 재차 입을 열었다.

"너는 누구야?"

그는 공중에 가볍게 던진 식칼을 낚아채듯 잡으며 그날 끝을 소년에게 향한 채 물었다.

"Z-016"

"아항~"

단지 알파벳과 숫자의 조합뿐인 짧은 말이었지만.. 그는 그 짧은 말에서 여러 가지를

유추해낼 수 있었다.

소년이 태양 교단과 관련된 어떤 실험체.. 16번째의.. 성공한 케이스의 실험체라는

것.. 그리고 그 실험과 소년 그리고 자신이 어떠한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유추해낼 수

있었다.

"너가 보기에 나는 누구인 거 같아?"

"탈주한 실패작 혹은.. '오리지널' "

그의 질문에 소년은 감정이 배제된 목소리로 답했다.

"그렇구나~!"

더 이상의 정보를 소년에게서 얻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다고 판단한 그는 깔끔하게 질문

을 마무리 한 뒤.. 중심을 낮춘 채 소년을 향해 나이프를 겨눴다.

"죽기전에 말해줘서 고마워! 아 참! 혹시 오해할 것 같아서 그러는데.. 죽는 건 너니

까! 히히히히!"

소년을 도발하는듯한 말을 내뱉음과 동시에 그는 지면을 강하게 차며 소년을 향해 돌진

했다.

"불량품인 너에게는 불가능하다."

도발에 맞대응하는듯한 말을 내뱉으며 소년도 그를 향해 질주했고.. 두 사람은 눈 깜빡

할 사이에 서로의 몸에 칼날을 꽂아 넣고 꽂히는.. 그야말로 난도질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전투를 시작했다.

원래대로라면 그도 그리고 소년의 전투 방식도 좀 더 스마트하고 깔끔한 방식이었다.

자신이 받는 피해는 최소로 상대방이 받는 피해는 최대 로라는 몹시 심플하고 단순

한.. 어찌 보면 전투에서 당연히 추구해야 할 방식이었지만.. 당연히 그것을 실행하는

것은 몹시 힘들고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었다.

단지.. 그나 소년과 같이 천부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는 존재들에게 있어서는 그 어려

운 일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서로의 상대가.. 그런 일을 허락하지 않는 상대였다.

그야말로 자신과 자신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싸움에서 잔재주는 물론 기교의 재주

도 통하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의 방식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평소라면 좀 더 스마트하고 깔끔한 그들의 싸움이 현재는 서로의 몸을 찌르고

찔리는 개싸움 같은 상황이 될 수밖에 없었고.. 그런 난도질적인 싸움 속에서 불리한

것은 당연하게도 '그' 일 수밖에 없었다.

소년이 말한 대로 외팔이인 그에게 있어서.. 누가 더 많이 상대방을 찌르냐에 따라 승

패가 결정되는 개싸움에서 공격 횟수가 소년보다 모자라는 그는 당연히 소년보다 더 욱

많은 상처가 그 몸에 새겨졌다.

그가 소년의 왼쪽 어깨를 찌르면 소년은 보복으로 그의 양 어깨를 찔렀고.. 왼팔을 찌

르면 양팔을.. 복부를 찌르면 왼쪽 다리와 복부를.. 그런 식으로 한번 찌르면 두 번의

찌르기를 돌려받는 불공평한 교환을 계속해 나감에 따라 그의 몸은 소년에 비교해 눈에

띄게 상처가 많이 보였다.

어떻게 봐도 그가 불리한 상황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하아...! 하아! 하아....!"

"왜그래? 벌써 지친 거야? 히히히히!"

서로가 이곳저곳을 베이고 찔린 탓에 피투성이가 된 상황 속.. 소년보다 더 많은 상처

로 인해 그는 소년보다 더욱 붉게 물들어 있는 상태였지만 아직도 여유와 체력이 넘치

는 상황이었고 그에 반해 상처의 수가 더 적은 소년의 얼굴은 식은땀과 함께 호흡조차

거칠어져 어깨를 들썩이는 상황이었다.

상처가 더 많은 그가 여유롭고 그의 상처보다 반 정도나 적은 소년이 녹초가 된 알 수

없는 상황..

아무리 생각해도 기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

분명 비슷한 스펙과 기술에 팔이 하나 있고 없고의 차이는 상당히 큰 차이였다.

큰 차이였지만.. 그것보다 소년과 그에게는 더 큰 차이가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경험' 이라는 큰 차이점이었다.

자신보다 우위에 있는 적과 싸운 적이 없는.. 소년은 한 번도 이 정도의 많은 상처를

입어 본 적은 없었다.

물론.. 소년도 그와 마찬가지로 웬만한 상처로 죽지 않을 정도의 튼튼한 육체를 가지

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통을 못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죽지 않는다고 해서 상처를 입었을 때의 고통은 물론이고 생명력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

는 혈액이 밖으로 빠져나감에 따라 느껴지는 무거운 피로감 역시 당연하게 느꼈고.. 그

것은 소년에게 있어 익숙하지 않은 감각이었다.

그러나 그에 반해 그의 경우 몇 번씩이나 힘들고 어렵고 불리한 싸움을 행해왔다.

내장이 다 해집어지거나 뼈가 박살 나는 일을 몇 번씩이나 겪은 그에게 있어 나이프로

찔린 상처 정도의 고통은 웃으면서 넘길 수 있을 정도의 수준밖에는 되지 않았다.

수많은 상처를 그 몸에 새긴 그와 소년은 일단 고통의 내성이라는 경험치 차이가 심각

할 정도로 차이가 많이 났다.

그리고.. 다른 차이점은 '학습'이었다.

소년 역시 그와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여러 가지 지식을 알고 있었고.. 그것은 싸움에

관련된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즉 소년이나 그에게 있어 전투기술은 태어나면서도 가지고 있는.. 숨을 쉬는 것과 같

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몸에 익혀져 있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두 사람의 전투기술 자체에는 차이가 없다.

하지만 전투는 기술뿐만이 아니었다.

심리적인 요소나 상황을 인지하고 파악하는 능력 등.. 기술뿐만이 아니라 다른 요소도

중요했고.. 그는 여러 전투와 여러 사람들과의 경험을 통해 그런 요소가 소년보다 월등

하게 앞서 있었고.. 스승이나 선생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가 없는 소년과는 다르게..

그에게는 '경철' 이라는 스승이 있었다.

다른 전투기술은 소년과 공통됐지만.. 스승인 경철에게서 배운 기술들은 그만이 가지고

있는 기술이었다.

소년은 자기 자신이 외팔이인 그보다 월등하게 우위에 서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겠지

만.. 이러한 요소들로 인해 오히려 소년 쪽이 월등하게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분명 소년은 양손을 이용해 자신보다 2배나 되는 상처를 그에게 입혔지만.. 소년은 그

가 일부로 전투에 마이너스적 요소가 되는 것이 적은 쪽으로 자신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

을 깨닫지 못 했다.

경철에게서 배운.. 호흡을 읽어 공격의 타이밍을 읽는 기술을 이용해 소년이 공격하려

는 타이밍에 일부로 틈을 만들어 그곳을 노리게 만들었다.

그에 반해 그는 소년에게 있어서 대량의 출혈을 일으키거나 움직임에 방해가 되는 부분

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분명 소년은 팔이 한 개가 더 있다는 이점을 이용해 2배의 상처를 입히기는 했지만 결

국 부상의 정도는 2배나 되는 상처를 입은 그와 비교해 차이가 없는 정도였다.

질과 양의 싸움..  부상의 수준 차이는 비슷했지만.. 결국 고통에 익숙한 그의 승리였

다.

"히히히! 이걸로 나랑 똑같아졌네!!"

부상에 의한 체력 소모와 움직임의 저하로.. 결국 틈을 보여버린 소년은 그의 연속된

공격에 다 반응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오른팔이 베어져 버렸다.

"큭.."

계속해서 무표정한 얼굴이었던 소년의 얼굴에 드디어 감정 다운.. 초조함의 기색이 스

쳐 지나갔다.

소년은 붉은 선혈이 흐르는 자신의 팔을 부여잡은 채 그와 거리를 벌린 채 고통에 얼굴

을 일그러트렸고.. 초조한 기색의 소년과는 다르게 그는 아직도 여유가 넘치는 모습으

로 소년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피식하고 작게 웃은 뒤.. 소년의 떨어진 팔을 주워들었

다.

"내 팔이랑 비슷하니까 붙지 않으려나?"

그는 잘려버린 소년의 팔을 들어 올리며 자신의 팔에 가져간 뒤 조심스럽게 손을 때어놓

아봤다.

하지만.. 소년의 팔은 힘없이 지면에 낙하했다.

"실로 묶어 놓으면 되려나! 히히히!"

그렇게 우스갯소리와 같은 말을 내뱉었지만.. 어느새 꺼냈는지 그의 손에는 낚싯줄이 들

려져 있었다.

아직 죽지 않은 소년이 조금 떨어진 거리에 존재하고 있음에도 그는 몹시 여유로운 태도

였다.

사실상 한쪽 팔을 잃은데다가 고통에 내성이 없어 심각한 체력 소모를 일으킨 소년은

더 이상 적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분하지만.. 분명 너는 강하군."

소년은 잘려버린 자신의 오른쪽 팔을 바라보며 중얼거린 뒤.. 조용히 왼손을 하늘 위

로 들어 올렸다.

그 순간.. '탕!' 하는 짧은 총 성음이 저 멀리서 들려왔고..

동시에.. 그의 이마 한가운데에 50원짜리 동전 크기의 구멍이 뚫렸고.. 그의 몸은 힘없이 지면을 향해 낙하했다.

============================ 작품 후기 ============================

일이 너무바빠서 어제 올릴시간이 없었네요 ㅠㅠ

죄송합니다! 대신 오후에 하나 더 올릴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p.s

미도의 팔 같은 경우는.. 다음 에피소드에서 떡밥이 나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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