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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5 동행
짐승과도 같은 포효를 내지르며 몸을 일으킨 길티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한솔의 목
을 조르고 있는 추격자에게 달려가.. 그대로 그 안면을 강하게 쥔 주먹으로 후려쳤다.
"큭!!"
둔탁한 소리와 함께 추격자의 몸이 비틀 거렸고 동시에 한솔의 목을 조르고 있던 손에
힘이 빠지며 한솔이 스르륵하고 천천히 지면에 낙하했다.
겨우 숨통을 조이는 압박에서 벗어난 한솔은 먼지투성이임에도 상쾌하다고 밖에 느낄
수 없는 산소를 거칠게 들이 마실 수 있었다.
"....주.긴..다!"
방금 전 길티의 일격에 턱이 빠져버린 추격자는 벌려진 입 사이로 분노의 말을 토해내
며 억지로 자신의 턱뼈를 끼워 맞춘 뒤 양손의 주먹을 강하게 쥔 뒤 파이트 포즈를 취
했다.
[................]
그런 추격자의 행동에 반응하듯 길티 역시 붕대에 감긴 자신의 양손을 강하게 쥔 채 추
격자와 같은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죽어..라!"
선공을 한 것은 추격자 쪽이었다.
추격자의 강하게 쥐어진 주먹이 길티의 인형탈을 타격했고 그 충격으로 인해 길티의 머
리가 180도 회전하며 돌아갔다.
"크큭크크큭!!"
길티의 머리가 돌아간 것을 본 추격자는 자신의 승리에 취하듯 거창하게 웃었다.
하지만..
돌아간 것은 머리가 아니라 그 위에 쓰고 있던 인형 탈의 머리였을 뿐.. 시야가 가려
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것을 제외한다면.. 머리는 멀쩡하게 제대로 앞을 향하고 있었
다.
당연하게도 길티는 남자의 공격을 멀뚱하게 받지만은 않은 채.. 양손을 마구잡이로 휘둘
렀다.
그야말로 아이가 할법한.. 조잡한 동작이었다.
하지만 길티의 체격과 그 신체능력으로 인해 아이의 동작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위력과
속도를 담은 그 마구잡이의 동작은 승리에 취한 추격자의 얼굴과 몸 곳곳에 묵직한 타격
을 선사했다.
자신이 승리했다고 착각한 남자는 그 무차별적이고 난잡한 길티의 주먹질에 버티지 못하
고 쓰러졌고.. 그때가 돼서야 길티는 난잡한 공격을 멈춘 채 돌아간 인형탈을 원래의
자리로 복구 시킨 뒤 분노에 삐뚤어진 얼굴로 몸을 일으키려는 추격자의 상체에 올라타
마운트 포지션을 취했다.
"비..켜!!"
마운트 포지션을 당한 추격자는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로 소리치며 길티에게 벗어나기 위
해 몸부림치며 불안정한 자세 속에서 길티의 머리에 쉴 새 없이 주먹을 퍼부으며 악을
썼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길티를 위에서 치울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길티에게
치명적인 대미지를 줄 수도 없었다.
실질적으로 추격자와 길티의 육체적 스펙으로 비교하자면.. 엄청나게 큰 차이라고 할 수
는 없었지만.. 여러모로 추격자 쪽이 위였다.
길티 역시 다른 개체의 좀비와는 확실하게 다른 육체적 스펙을 가지고 있기는 했지
만.. 근력도 각력도 방어력도 재생력도 추격자와 비교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스펙으
로.. 사실상 창문에서 뛰쳐나온 추격자의 일격.. 콘크리트 벽도 부숴버리는 그 무시무
시한 일격으로 인해 머리가 수박마냥 박살 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길티가 머리에 쓰고 있는.. 더러워진 인형 탈이 의도하지 않은 역할을 하게 됐다.
인형 탈의 내부는 솜이나 스펀지같이 푹신한 재질들이 들어차 있었고.. 그로 인해 추격
자의 치명적인 일격의 위력이 분산되어 무사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현재의 상황 속에서도.. 그저 반 농담 겸 혐오스러운 외관을 감추기 위해서 쓴
웃기지도 않는 인형 탈이었지만.. 추격자의 쉴 새 없는 공격에서 버텨낼 수가 있었다.
만약 추격자가 얼굴이 아닌 다른 부위를 가격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었지만.. 추격
자에게 있어서 상대방을 단숨에 전투불능으로 만들 수 있는 약점이 머리라는 사실이 머
릿속에 깊게 박혀 있던 탓에.. 충분한 보호를 받고 있는 머리 부분을 집요하게 노릴 수
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길티보다 높은 스펙을 가지고 있는 추격자는 밑에 깔려버리
는..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그어어어어어!]
추격자자의 상체에 올라탄 길티는 위협적인 포효를 내지르며 맞잡은 양손을 주저 없이
남자의 안면을 향해 내리쳤다.
무게를 실은 양손을 가차 없이 내리쳐 가며 길티는 추격자의 안면을 엉망진창으로 만들
었다.
하지만..
안면이 이미 원형에서 멀리 벗어나게 된 상태임에도.. 추격자는 죽지 않았다.
아니.. 죽을 리가 없었다.
목을 깊게 관통당한 상태에서도 살아있던 추격자가 안면이 붕괴되는 정도로 죽을 리는
없었고.. 오히려 추격자를 쉴 새 없이 몰아세웠던 길티의 양 팔이.. 이미 감겨져있던
붕대는 넝마 조각이 되어 바닥을 굴러다니고 있었고.. 가죽이 없는 노출된 피부는 추격
자의 피와 자신의 피로 붉게 문들어 있었으며 손가락이 있을 수 없는 방향으로 뒤틀린
채 새하얀 뼈를 드러 내고 있었다.
길티의 손의 상태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더 이상의 공격을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지
만.. 길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틀린 자신의 양손을 기계와 같이 남자의 얼굴을 내리
치는 작업을 반복했다.
결국 양손이 완벽하게 한계를 맞이 한 것인지 더 이상 손이라고 할 수 없는 일그러진
형태가 되어 버렸고.. 유일한 무기라고 할 수 있는 양손을 잃어버린 길티는 그제야 공
격을 멈추었지만 추격자의 양팔을 무의미해 보이는 공격을 계속해서 길티의 인형탈에 퍼
부었고.. 그러던 중 의도치 않은 각도에서 휘둘러진 추격자의 팔에 의해 길티의 인형
탈이 뒤로 날아가며 인체 표본 같은 흉측한 원래의 얼굴을 드러냈다.
추격자에게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인형 탈이 벗겨진 길티는 바
로 직 후 남자의 연이어 이어지는 공격에 목이 뒤쪽으로 거칠게 재껴지게 되며 추격자에
게 가해지는 무게의 압력이 약해지게 됐다.
"크아아아아!!"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추격자는 잽싸게 몸을 일으킴과 동시에 몸의 중심이 불안정한 길티
를 내 동댕이 쳤다.
"개,개새끼..가..!!"
추격자는 어눌하지만 명백하게 살의와 분노를 담은 욕설을 내뱉으며 자신의 얼굴을 매
만진 뒤 방금 전의 공격에 의해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한 채 비틀거리며 일어서려고 하
고 있는 길티를 노려봤다.
"죽여..주마!"
추격자는 땅이 거질 기세로 바닥을 강하게 내디디며 길티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몸을
가누지 못하는 길티의 상체에 올라탔다.
"똑같이.. 되돌려.. 주마!
그렇게 고한 추격자는 길티가 자신의 안면을 내리쳤을 때와 마찬가지로 커다란 주먹을
단단하게 맞잡은 뒤 그것을 높게 들어 올렸다.
"죽..어!"
분노를 담은 살의의 한마디를 내뱉은 추격자는 그것을 이행하기 위해 자신의 흉기를 길
티의 안면에 내리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직 전..
"길티를 놔!"
길티가 추격자를 제압하고 있던 사이.. 호흡곤란으로 죽을뻔했던 한솔은 거칠게 심호흡
을 하며 어떻게든 원래의 상태로 되돌릴 수가 있었다.
하지만 호흡이 안정을 찾아옴과 동시에.. 길티가 역공을 당해 위기에 처하는 상황을 목
격하게 된 한솔은 급한 대로 주변에 굴러다니고 있는 철재의 의자를 힘들게 들어 올린
뒤.. 길티를 공격하려는 추격자의 뒤통수를 향해 강하게 내리쳤다.
그러나..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남자의 고개가 앞으로 약간 숙여졌기는 했지만 추격자에
게 그 정도의 공격으로 쓰러트릴 수 있기는커녕.. 제대로 된 대미지조차 줄 수 없었
고.. 그것은 오히려 추격자의 분노를 높이는 것과 동시에 그 대상을 돌리는 일 밖에는
되지 않았다.
"이.. 망할 년..!!
분노의 대상이 순식간에 한솔로 바뀐 추격자는 단단하게 맞잡고 있던 양손을 푼 뒤 오른
팔을 뒤쪽으로 휘둘러 의자와 함께 한솔의 몸을 벽 끝까지 날려 버렸다.
"아으..!!"
의자를 앞으로 내민 덕분에 남자의 주먹이 직격하는 것은 피할 수 있었지만 단단한 벽
에 등을 부딪친 한솔은 그 고통으로 인해.. 겨우 제대로 쉴 수 있던 숨이 다시 한번 턱
하고 막히는 것을 느꼈다.
"네년.. 부터 죽여.. 주마..!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는 한솔을 가리킨 추격자는 길티의 몸 위에서 일어난 후.. 한솔
이 날아간 벽 쪽으로 몸을 돌리고는.. 바로 앞에 있는 길티의 양 다리를 가차 없이 밟
아 부러 트리며 성큼성큼 한솔이 있는 쪽으로 나아갔다.
"하..으...그...으으으.."
콧물과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을 들어 올린 한솔은 추격자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자..
어떻게든 몸을 일으켜 추격자에게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몸을 제대로 가눌 수가 없는데
다.. 뒤쪽은 벽으로 막혀 있어 어디에도 도망갈 수 있는 장소 따위는 없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한솔에게 다가온 추격자는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한솔의 머리를 붙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러다가 한솔의 얼굴이 눈물과 콧물 침 등으로 인해 엉망진창이 된 것을 보자.. 더럽
다는 듯 얼굴을 찡그리며 그 대신 한솔의 멱살을 거칠게 부여잡아 들어 올린 뒤.. 있
는 힘껏 한솔을 내던졌다.
방금 전 날아갔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속도로 날아간 한솔.. 이 상태에서 벽에 부딪친
다면 그야말로 피떡이 되도 이상하지 않은 위력이었지만..
온몸을 이용해 순간적으로나마 몸을 일으킨 길티가 날아오는 한솔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덕분에 일시적이었지만.. 최악의 순간만큼은 피할 수가 있었다.
[그어어어어어!!]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다시 한번 죽음을 선사하기 위해 추격자는 길티와 한솔이 있는
방향을 향해 다가왔고.. 그것을 막기 위해 길티는 한솔을 뒤로 숨긴 뒤 제대로 서지 못
하는 덕분에 네발로 기는듯한 자세로 서서 추격자를 막아섰다.
그러나.. 이미 손도.. 발도 만신창이가 된 길티가 추격자에게서 제대로 된 저항을 할
수 있을 리는 없었고.. 너무나도 손쉽게 그 목이 붙잡힌 채 들어올려졌다.
그리고.. 바로 직후 아직까지 정신을 못 차린 듯 바닥에 양손을 댄 채 숨을 몰아 내쉬
고 있는 한솔의 목을 낚아채듯이 잡아 들어 올렸다.
"동시에.. 죽여.. 주.. 마!!
추격자는 그 말대로 길티와 한솔의 목을 붙잡고 있는 각각의 손에 일정의 힘을 주어 압
박했다.
[그어..어어어어!]
길티는 그 손아귀의 힘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몸을 버둥거리며 반항했지만.. 양손이 이
미 원형을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파손된 상황에서 길티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
었다.
하지만..
양손이 자유로운 한솔은..
방금 전 바닥에 주저앉았을 때 떨어진 식칼을 주워 옷소매에 숨겨둔 한솔에게는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남아있었다.
한솔은 목이 조이는 괴로운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소매에 감춰둔 식칼을 꺼냈다.
단지.. 현재의 상태에서 한솔의 팔로는 남자의 급소에 칼을 박아 넣을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한솔은.. 꺼낸 식칼을 주저 없이.. 이미 재생되어버린 남자의 안면을 향해 휘
두르듯 내던졌고.. 그것은 정확하게 남자의 오른쪽 눈에 빨려 들어가듯 파고들었다.
"크아아아아!!"
갑작스럽게 한쪽 눈을 파고 들어온 식칼에 당황한 추격자는 소리를 내지르며 길티와 한
솔을 붙잡고 있던 손을 놓아 버렸고.. 그 탓에 추격자의 속박에서 벗어난 길티와 한솔
은 바닥에 낙하함과 동시에 당황해하는 추격자의 다리를 감싸 안은 채 그대로 힘을 주
어 무방비한 추격자의 중심을 무너트려 넘어트렸다.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크르르르르르르르!!!]
추격자가 쓰러지자마자 한솔은 남자의 몸 위로 기듯이 달려가 남자의 눈에 박혀있는 식
칼의 손잡이를 주먹으로 내리쳤고.. 양손을 사용할 수 없는 길티는.. '그'가 변했을 때
와 비슷한.. 턱 쪽까지 찢어진 입과 그 사이로 보이는 날카로운 이빨이 있는 상태로 변
한 채 지체 없이 추격자의 목을 물어뜯은 채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으르렁거렸다.
당황해하던 추격자는 더욱더 당황스러운 상황에 어떻게든 두 사람을 때어놓기 위해 팔
을 휘두르려고 했지만.. 뇌까지 들어온 칼날에 의해 미친개와 같이 달라붙은 길티와 한
솔을 때어놓을 수 있을만한 힘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길티의 날카로운 이빨로 인해 목이 겨우 붙어있을만한 수준으로 덜렁
거리는 상태가 되어버렸고.. 한솔은 거침없이 몸에서 목을 때어낸 뒤.. 추격자의 머리
카락을 붙잡은 채 히스테릭하게 바닥과 벽에 수차례 내리치고 내던지고 밟고..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철제의 의자로 내리치는 등 현재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폭력을 추격자
의 머리를 향해 퍼부었다.
"하아..하아..."
추격자의 머리가 뼈와 살조각 그리고 피와 뇌수가 사방에 흩어진 상태가 됐을 때쯤 돼서
야 한솔은.. 그나마 추격자의 머리 중 가장 많은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살점이 붙어
있는 머리카락을 손에서 놓을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한솔이랑 길티가 만신창이가 되면서 죽을힘을 다해 이기기는 했는데..
사실상 추격자=쫄따구3 정도의 위치인걸 생각하면.. 눈물이 나네요.
일반인은 살기 힘든 파워인플레의 세계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