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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5 동행
할배의 명령에 따라 길티는 한솔이든 통을 맨 채 달려 나갔다.
한솔의 무게와 통의 무게까지 포함해 족히 7~80은 나가는 무게를 짊어졌음에도 불구하
고 길티의 속도는 꽤 빠른 속도였다.
하지만 오히려 그 빠른 속도로 인해 방호통이 격하게 흔들렸고 그로 인하여 안에 있던
한솔은 심한 멀미감과 고막을 꿰뚫는 것 같은 날카로운 금속음에 심한 두통을 느꼈다.
그 탓에 한솔은 통에서 튀어나오고 싶은 충동감이 일어났지만.. 현재의 상황을 어느 정
도인지하고 있었기에 그저 칼의 손잡이를 꽉 쥔 채 괴로움과 충동감을 어떻게든 버텨냈
지만..
평범한 아이보다 훨씬 참을성과 인내심이 강한 한솔도.. 생리적으로 오는 고통에 결국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길티..! 천천히 가.... 줘!
방금 전 먹었던 음식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왔지만.. 한솔은 억지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
아 역류하는 것을 막고는.. 길티에게 명령을 내렸다.
명령에 따라 전속력으로 달리던 길티는 한솔의 명령에 따라 점차 속도를 낮춰갔다.
그로 인해 격하게 움직이던 통의 진동이 사라졌고.. 한솔은 그제야 뒤틀리던 위장과 고
막을 찌르는 소음에서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읍..!?"
고통 속에서 벗어난 것은 좋았지만.. 그와 동시에 위 속의 내용물이 급속도로 역류를
시작하려고 했다.
한솔은 순간적으로.. 이대로 가면 통안이 엉망진창이 될 거라고 판단했고.. 어쩔 수 없
이 통의 뚜껑을 열어젖혀 용수철 같은 기세로 몸을 일으키며 아스팔트의 바닥에 내용물
을 전부 토해냈다.
"웨에엑..!"
구역질 소리와 함께 여러 가지 것을 바닥에 토해낸 한솔은 괴로움에 찔끔 흘러나왔던 눈
물을 소매로 닦은 뒤 심호흡을 하며 주변을 둘러봤다.
이 상태로 계속해서 진행하다가는 방금 전과 같은 일이 벌어질 것 같았고.. 그렇다고
해서 느린 발걸음으로 움직이다가는.. 혹시나 올 추격자에게 따라잡힐 확률이 높았기
에.. 차라리 주변에 숨을 만한 건물을 찾아 그곳에 몸을 숨기는 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
문이었다.
결국 이것 저곳을 둘러보던 한솔은 가장 가까운 상가 건물로 들어가기로 마음먹고 길티
에게 명령을 내려 건물 안으로 발을 디뎠다.
건물 안으로 들어간 한솔은 1층은 볼 것도 없다는 듯 2층으로 올라갔고.. 길티에게 명
령을 내려 2층의 복도를 한번 흝으며 상가의 내부를 살핀 뒤.. 그대로 어느 음식점의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길티! 이거랑 저거 문 앞으로 옮겨줘!"
통안에서 뛰어내려 밖으로 나온 한솔은 식당 내부의 주방에 있는 업소용 냉장고 2개를
가리킨 뒤.. 곧이어 단 하나뿐인 출입구 쪽을 가리켰다.
그 명령에 따라 길티는 가장 처음.. 업소용의 커다란 냉장고를 하나씩 차근차근 끌어
문 앞에 옮겼고.. 그 이후에 자신이 옮길 수 있는 물건은 자신이 옮기고 무겁고 큰 물
건들은 길티에게 명령해..
가게에 있는 의자나 테이블은 물론 카운터까지 전부 문 앞에 옮겨 들어올 수도 나갈 수도 없는 바리케이드를 구성했다.
식당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입구는 단 하나.. 나머지는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였기
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이 입구에 막은 수많은 물건들을 치우지 않고서는 안으로 들어올
수가 없었다.
"이정도면 미도 오빠들이 올 때까지 안전하게 버틸 수 있을 거야!
한솔은 파손된 고양이 마스코트의 인형 탈 얼굴을 바라보며 웃었다.
추적자가 이곳을 찾을 때까지도 시간이 걸릴 것이었고.. 찾는다고 해도 이것을 치우려
면 시간이 걸릴 것이었다.
그 정도의 시간이라면 할배나 그가 오는 데에는 충분한 시간이라고.. 한솔은 생각했다.
한솔의 생각대로.. 그나 할배가 오는 것은 둘째치고 추격자들에게서 제법 시간을 벌 수
는 있었을 터였고.. 운이 좋다면 그대로 발견되지 않고 끝날 수도 있었지만. 한솔은
두 가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첫 번째 실수는.. 상가의 건물 앞에 자신의 흔적을 남겼던 것이었다.
한솔이 상가 건물의 앞바닥에 흩뿌렸던 구토물의 냄새를 맡은 추격자가 그것을 발견하
고 그대로 한솔의 위치를 추적한 것..
"벌써..!?"
한솔은 1층에서부터 들려오는.. 고요한 상가에 울려 퍼지는 발소리에 화들짝 놀랄 수밖
에 없었다.
한솔이 예상한 것 이상으로 너무 빨랐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혹시 할배나 그가 아닐까 하는 희망을 품었지만.. 그 생각은 바로 접을 수밖
에 없었다.
발소리가 두 사람과는 확연하게 틀리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그의 경우 발소리를 최대한 죽이면서 걷기에 집중하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가
벼웠고 그와 반대로 할배의 경우.. 자드가 오른팔에 달린 탓인지 묵직했다.
하지만 지금 들린 발 소리는 가볍지도 묵직하지도 않은 전혀 다른 소리.. 즉 '추격자'
라고 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
한솔은 숨소리조차 죽인 채 마른침을 조심스럽게 삼키며 방호통에 들어가 뚜껑을 살짝
덮은 채 눈만을 그 틈으로 빼낸 채 여러 물건으로 막힌 입구 쪽을 주시했다.
잠시 후..
점점 뚜렷하게 들려오는 발소리는 음식점의 바로 앞에서 끊겼고..
철컥철컥!
문의 손잡이를 돌리며 미는 소리와 함께 문이 들썩들썩 거렸다.
한솔은 깜짝 놀라 하면서도 소리를 새지 않게 노력하며 방호통의 뚜껑을 조심스럽게 닫
은 뒤 식칼의 손잡이를 양손으로 강하게 쥔 채.. 언제라도 찌를 수 있게 자세를 굳혔
다.
하지만 몇 번 문을 열려고 시도를 하던 추격자는 이내 문 앞에 놓인 물건들로 인해 문
이 열리지 않자.. 그대로 포기하듯 발소리를 내며 어디론가 향했고.. 점점 멀어지는 발
소리는 이내 한솔의 귀에 들리지 않게 됐다.
"하아.."
추격자가 떠나갔다고 생각한 한솔은 작은 한숨을 내뱉으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소매로
거칠게 닦아 내며.. 거칠게 뛰는 심장소리를 억누르기라도 하는 듯 자신의 가슴을 쓰다
듬었다.
어느 정도 쓰다듬는 것을 반복하자 겨우 심장이 진정된 한솔은.. 후덥지근한 통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뚜껑을 열어 밖으로 나가려고 하기 직 전..
한솔의 치명적인 2번째 실수의 여파가 드러났다.
한솔은 식당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자신과 길티가 막은 문을 지나지 않으면 안 된다
고 생각했지만.. 식당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곳은 정문 외에도 한 군데가 더 있었다.
그건 바로 '창문' ..
물론.. 한솔도 혼자서 몇 개월간을 좀비들에게 시달리며 살아왔었기에 창문의 위험은 인
지하고 있었지만.. 이곳이 2층이기에 창문으로는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보통의 좀비에 대한 기준으로서 보자면 한솔의 판단은 맞다고 할 수 있었지만.. 추적자
는 신체능력도 일반 좀비를 상회했으면.. 본능만으로 움직이는 좀비와 다르게 지능을 가
지고 있는 존재들이었다.
벽을 타고 올라와 거칠게 창문을 깨고 식당 안으로 들어온 추격자가 가장 먼저 한 것
은 무방비한 상태로 등을 보이고 있는 길티의 뒷머리를 주먹으로 강하게 후려치는 것이
었다.
갑작스러운 추격자의 기습공격으로 인해 길티는 별다른 저항이나 반항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인형 탈의 뒤통수와 묵직한 추격자의 주먹이 충돌했고.. 그 충격으로 인해 길티
는 정문 앞에 쌓아둔 물건들 사이로 날려졌다.
물건이 깨지고 부서지는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길티의 몸은 물건들 사이에 처박힌 채 꿈
쩍도 하지 않았다.
"크흐흐!"
길티를 일격에 날려버린 추격자는 더 이상 길티가 움직이지 않는 것을 확인 한 뒤 기
분 나쁜 웃음소리를 흘리며 한솔이 들어가 있는 방호 동의 뚜껑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 거칠게 뚜껑을 들어 올린 그 순간..
"이야아아아아아!!"
깜짝 상자에서 튀어나오는 인형처럼 통안에서 뛰쳐나온 한솔은 기합을 내지르며.. 양손
으로 손잡이를 강하게 붙잡은 식칼의 시퍼런 칼날을 추격자의 목에 쑤셔 박아 넣었다.
이미 수백 번 이상의 연습으로 인해 익숙한 감촉이 한솔의 손끝에 전혀 져 왔고.. 그것
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한솔은 더욱더 깊숙이 칼날을 쑤셔 넣었고.. 그로 인해 식칼의
칼날은 끝이 반대편에까지 튀어나왔다.
"하아...하아..."
긴장감으로 인해 온몸이 흠뻑 젖어버린 한솔은 거친 숨을 몰아 내쉬며.. 추격자의 목
에 박힌 식칼의 손잡이에서 손을 땠다.
목을 정확하게 꿰뚫은 일격..
상대방이 눈치채는 순간 이미 칼날이 목에 들어와 있을 정도로 완벽한 기습공격이었다.
하지만..
"으..!"
죽었어야 할 추격자는 죽지 않고 살아있었고.. 그것도 모자라 한솔의 목을 붙잡은 채
가볍게 들어 올렸다.
목이 붙잡혀 들어올려지자 한솔은 괴로운 듯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추격자의 손에서 벗어
나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바이스처럼 단단하게 잡고 있는 추격자의 손은 꿈쩍도 하지 않
았다.
추격자는 한솔을 한 손으로 들어 올린 채 남은 한 손으로 자신의 목에 박힌 식칼을 거
침없이 뽑아낸 뒤 그것을 자신의 뒤편으로 휙 하고 내던졌다.
그러자 깊게 난 추격자의 상처 부위가 꿈틀거리더니.. 서서히 상처를 메꾸어갔고 이내
한솔이 식칼로 꿰뚫은 상처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크흐흐흐!!"
자신의 목을 한번 쓰다듬은 추격자는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흘리며 한솔의 목을 더욱 강
하게 조였다.
"아..으으...그그...!"
숨통이 조여오는 고통에 한솔은 남자의 손에 손톱을 박아 넣은 채 신음을 흘리며 발버
둥 쳤다.
그러나 역시.. 남자는 꿈쩍도 하지 않은 채 한솔의 목을 조르는 행위를 지속하며 기분
나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도...줘..."
목을 조여오는 고통 속에 점점 의식이 희미해져가는 한솔은 현재 자신이 할 수 있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말을 어떻게든 입 밖으로 토해냈다.
"길..티...살.....줘..."
이 자리에서 유일한 희망의 끈인.. 길티의 이름을 부르며 한솔은 물건들 속에 처박힌
채 움직이지 않는 길티를 향해 손을 뻗었다.
"사..살..살..려...줘....길...티...."
마지막 힘을 짜내 겨우 제대로 말을 토해낼 수 있었지만.. 역시나 길티는 묵묵부답으
로 움직이지 않았다.
"아...."
점점 무거워지는 눈꺼풀에 저항하던 한솔의 눈에서... 절망과 고통에 의한.. 한줄기의
눈물이 뺨을 타고 바닥에 떨어졌다.
한솔은.. 이대로 자신은 이렇게 죽는구나..라고 체념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저항하
던 눈꺼풀의 무게에 항복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그아아아아아아아아!!!]
눈을 감으려던 한솔의 눈을 벌떡 뜨이게 할 정도의 우렁찬 괴성이 가게안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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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기전 올립니다!
즐겁게 감상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