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2 / 0269 ----------------------------------------------
Ep 5 동행
창문을 통해 남자들이 건물 앞에서 떠나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들은 길게 숨을 내뱉을 수 있었다.
[뭐야 저 새끼들은? ]
자드는 당연한 의문을 입에 담으며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며 '그'에게 물었다.
방금 전의 남자들.. 좀비 같으면서도 이성을 가지고 있는 존재들이 그와 어느 정도 공
통점도 있었고.. 적어도 이 중에서 좀비라는 존재와 가장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그였기 때문이었다.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말을 하는 걸로 봐서는 평범한 좀비는 아닌 것 같다만.."
"그것도 그렇지만.. 내가 '조종'할수 없었어."
느낌상으로 좀비와 몹시 흡사했기에.. 그는 별반 기대는 하고 있지 않았지만.. 혹시나
싶어 능력을 시험해 봤다.
하지만 조종할 수 없었다.
그가 능력을 사용할 때 느끼는 감각적으로 비유하자면 입구까지는 도달했지만 닫혀있는
문 때문에 더 이상 들어가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좀비들이랑 관련이 있는 것 같기는 한데..
평범한 인간이나 자드 같은 괴물에게는 아예 그런 감각조차 느껴지지 않은 데에 비해 비
록 조종은 못했지만 그 감각을 느낀 것으로 보아.. 그들이 좀비와 관련은 있지만.. 일
반적인 좀비와는 다른 존재들인 것은 확실했다.
"흐음.. 보아하니 '좀비'들을 먹이로 취급하는 것 같은데."
[그럼 그 새끼들은 적이 아닌 거냐?]
할배의 말에 자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적일 확률이 높지 않을까?"
분명 방금 전 그들의 말이나 태도로 보아 좀비를 '식량'으로서 취급하고 있는 것은 확
실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적이 아니라고는 단정 지을 수 없었다.
여태껏 그가 봤던.. 좀비들을 먹는 존재들은 자신들 이외의 존재들에게는 전부 적대적
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물론 그 존재들은 말도 통하지 않은데다가.. 짐승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존재들이었
기에.. 대화가 가능한 방금 전의 남자들은 조금 다를지도 몰랐지만.. 적이 아니라고 생
각하는 것은 몹시 무른 생각이었고 거기에..
"혹시 '태양교단' 이랑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 이름을 말하는 그의 눈빛에는 날카로움이 서려 있었지만.. 그것은 금방 사라졌다.
[하긴.. 그 쓰레기 새끼들이라면 그러고도 남지! 우리처럼! 카카카카!]
"우리는 그 쓰레기 같은 실험의 산증인이니까 말이야! 허허허!"
그 이상한 실험의 피험자이자 결과물인 할배와 자드는 그의 추측을 뒷받침하는 존재들
로..
태양 교단이라면 저런 특수한 존재를 만들어내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 남자들이 아직 근처에 돌아다니고 있을지 모르니까. 일단 여기서 대기하자!"
그는 그렇게 말하며 창고의 안쪽으로 들어가 골판지 박스들을 치워 그 안에 감춰져 있
던 방호통의 뚜껑을 열었다.
그 순간.. 열린 방호통안에서 날카로운 칼날이 그의 목을 향해 빨려 들어가듯 찔러 들
어왔다.
갑작스러운 기습의 일격.. 보통 사람이라면 그대로 목이 꿰뚫려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불의의 공격이었다.
하지만..
"잘하네!"
원래부터 신체능력이 좋았고.. 늑대인간을 죽임으로써 얻은 영웅의 힘으로 인해 더욱더
신체능력이 올라간 그에게 있어서는 속도도 힘도 모자라는 어린아이의 기습은 별것도 아
니었다.
그는 여유롭게 불의의 공격을 날린 존재.. '한솔'을 칭찬함과 동시에 가볍게 식칼의 손
잡이를 낚아채듯이 빼앗았다.
"어..? 미도 오빠?
자신이 칼이 단숨에 뺏기자.. 그제야 제정신을 차린듯.. 긴장으로 험악하게 굳어져 있
던 한솔의 얼굴이 점차 퍼져 갔다.
"응! 미도 오빠야! 히히히!"
그는 긴장으로 굳어진 한솔의 머리를 거칠게 어루만지며 웃었고.. 그로 인해 바짝 긴장
하고 있던 한솔의 몸도 마음도 점차 풀어져 갔다.
"오빠.. 나쁜 괴물들은 갔어?"
빼앗긴 칼을 되돌려준 그에게서 칼을 받아 홀더에 꽂아 넣으며 한솔은 주변을 두리번 거
리며 물었다.
평소에는 희희덕거리며 언제나 밝던 그들이 평소와는 다르게 긴장하는 모습을 본 한솔
은 그들에게 전염된 듯 방호통 안에서 몹시 긴장을 한채 자신의 칼을 확실하게 붙잡은
채.. 그들에게서 배운 방법을 이용해 언제라도 기습공격을 할 수 있게 준비를 하고 있
었다.
물론.. 목표는 남자들이었지만.. 너무나도 긴장한 탓에 기세에 못 이겨 뚜껑을 열어버
린 그를 공격해 버린 것이었다.
자칫하면 그대로 한 명이 골로 가버릴뻔한 상황이었지만..
[골골거리는 할배보다 낫네! 카카 카카!]
"난 가해자 보다 피해자의 스페셜리스트니까! 허허허!"
큰 사고가 날뻔한 상황이었지만.. 그런 한솔의 행동을 비난하거나 나무라는 사람은 이곳
에 없었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한솔에게 뭐라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한솔은 자신들이 알려준 것을 그대로 실천했을 뿐.. 물론 너무 긴장한 나머지
그의 목을 노리기는 했지만.. 만약 그가 아니라 다른 존재.. 즉 적이었다고 친다면 한
솔의 행동은 마땅히 취해야 할 행동했기에 그들은 한솔을 칭찬했다.
오히려 한솔 쪽이 잘못을 했는데 칭찬을 받자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한솔이 어리둥절해하는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파악한 것인지 그는..
"처음인데 그 정도 했으면 잘한 거야! 익숙해지면 얼굴 확인하는 여유 정도는 생기니
까 괜찮아! 히히히!"
라고 다독이며 한솔의 몸을 안아 올렸다.
"응! 다음번에는 얼굴 확인하고 '죽일게'!"
어린 소녀가 내뱉기에는 몹시 흉흉한 말..
하지만 이것을 지적하는 이는 이 자리에 그 누구도 없었다.
그렇게.. 작은 소란이 일어난 뒤 그들은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아직 그 남자들의 정체가 확실하게 파악되지 않았고.. 애초에 목적지인 장소가 이곳에
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기에.. 일단 그가 해가 떨어져 은밀 행동을 하기 좋은 시
간을 이용해 적을 살필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평소보다 조금 이른 저녁을 먹고.. 한솔에게 새로운 기술을 가르쳐 주며 시간을 보낸
그는.. 해가 져 주위가 어두워 지자..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상자 위에 걸쳐둔 코트
를 주워 입었다.
"다녀올게!"
이미 그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던 그들은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여 답했고.. 그는 그
대로 발소리를 죽이면서도 느리지 않은 속도로 건물 안에서 빠져나와 달빛이 비추어지
지 않는 어둠 속을 소리 없이 이동해 갔다.
달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속도로 약 30분 정도를 소리 없이 달려온 그는 달빛이
아닌 인공적인 불빛에 세어 나오고 있는 장소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거기서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저편을 안전하고 확실하게 탐색할 수 있는 장소를
물색했고.. 조건에 딱 들어맞는 건물을 발견해 미련 없이 건물의 꼭대기 층으로 발걸음
을 옮겼다.
그리고 품에서 야시경을.. 지훈과의 싸움에서 아지트를 털어 얻은 야시경을 조작해 목적
지를 훔쳐봤다.
확실하게 태양 교단의 건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그 특유의 태양 문양의 마
크가 박힌 재킷을 입은 남자들 몇 명이 눈에 들어왔고.. 그런 그들의 앞에는 맹수용 우
리처럼 보이는 커다란 철재의 우리가 존재하고 있었으며 그 안에는 대략 20 정도 되어
보이는 많은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흡사 블록을 차곡차곡 쌓아둔듯한 모양
이었다.
그는 처음에 그것을 보고.. 시체를 넣어놓은 것인가?라고 생각했지만.. 자세히 보면 눈
을 깜빡이거나 얼굴을 찡그리거나 하는 것으로 보아 아직 살아있는 인간들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또 다른 의문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왜 굳이 저런 식으로 사람들을 우리에 가둬둔것인가 하는 의문이었다.
그러나.. 그 의문은.. 태양교의 인간들과 우리에 갇힌 인간 이외의 존재들이 등장함으
로써 풀릴 수 있었다.
오늘 낮에 봤던.. 좀비 같은 모습이면서도 이성을 가지고 말을 내뱉던 존재들이었다.
그가 예상했던 대로 그들 역시 태양 교단과 관련이 있는 존재들이었던 것인지.. 태양
교단 쪽의 인간은 그다지 우호적인 표정을 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입이 움직이는 것으
로 보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낮의 남자들과 태양 교단의 남자들은 얼마 동안 대화를 나눈 뒤.. 이내 쇠창살 우리의
잠긴 문을 열더니.. 차곡차곡 쌓인 살아있는 인간 몇 명을 맨 위에서부터 쑥하고 빼내
밖으로 내팽개쳤다.
그런 식으로 대략 4명 정도의 인간을 짐짝처럼 밖으로 내던졌고.. 내던진 사람들은 바
닥에 내팽개쳐진 충격으로 신음을 흘리면서도 겨우 좁은 곳에서 탈출해서인지 몸 이곳저
곳을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자유로웠던 사람들의 신체는 곧 다시 부자유를 맞게 됐다.
밖으로 던져진 인간들의 팔이나 다리가.. 순식간에 남자들에 의해 종이 찢기듯 찢겨 나
갔기 때문이었다.
경악과 공포 고통 등 여러 가지 부의 감정을 다음은 채 턱이 빠질 것 같을 정도로 입
을 벌린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남자들의 행위에 몸뚱아리 밖에 남지 않은 상태로 꿈틀거
리는 벌레와 같이 몸을 흔들며 남자들에게 도망가려고 했다.
하지만 당연히 몸뚱아리 밖에 없는 그들이 어디론가 도망갈 수 있을 리도.. 남자들이
그것을 내버려 둘 리도 없었다.
남자들은 뜯어낸 팔다리를 이빨로 물어뜯으며 떨어지는 피를 아깝다는 듯 손으로 받아
그것조차 아깝다는 듯 싹싹 핥아 먹기 시작했고.. 팔다리를 얻지 못한 남자들은 꿈틀거
리며 도망 가려는 사람들의 몸을 물어뜯으며..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절규하며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무시한 채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면서도 열심히 식사
를 하던 남자들은.. 순식간에 4명의 남자들을.. 그야말로 뼈 하나 남기지 않은 채 전
원 씹어 먹어 자신들의 뱃속으로 보내버렸다.
그 모습은 그야말로 좀비들의 식사 그 자체인 모습이었다.
그들의 추잡한 식사가 끝난 뒤..
그것을 지켜보던 태양 교단의 인간들은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피로 얼룩진 입가를 옷소
매로 닦아내는 남자들과 피로 얼룩져 더러워진 바닥을 가리키며 무엇인가를 외쳤다.
그러나 남자들은 자신들에게 화를 내는 태양 교단의 인간들을 무시한 채 더러워진 자신
들의 얼굴을 닦는 일에만 집중했다.
남자들이 자신들을 무시하는 태도에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것인지.. 태양 교단의 인간들
은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 그것을 남자들의 머리에 겨누며 다시 한번 격렬한 모습으로
어떤 말을 토해냈고 그제야 남자들은 반응하듯.. 적의의 시선을 그들에게 보냈다.
그야말로 일촉즉발.. 누가 먼저 공격해도 이상하지 않을 험악한 상황 속..
그러던 그때.. 그런 험악한 두 집단의 사이를 조용히 가로막는 한 명의 인물이 있었다.
별다른 특징이 없는 흑발과.. 평범하게 생긴 외모의 십 대 소년.. 이 특수한 집단의 사
이에 들어가 있는 것이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몹시 평범한 소년이었다.
하지만..
그런 평범한 소년을 본 그는.. 들고 있던 야시경을 떨어트릴뻔할 정도로 놀랐다.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아무런 특징도 없는 그 소년의 얼굴은 거울 속에 비추어진 자신의 얼굴과..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 작품 후기 ============================
드디어 미도 정체에 관련된 떡밥 2차까지 왔네요!
p.s
집에서 키우는 멍멍이는 2마리입니다!
한마리는 웰시코기 빌리(3살) 다른 한마리는 슈나우저 반이(3살) 입니다!
두놈다 활발한 놈들이라 산책은 꾸준히 시켜주고 있는데 말이죠 ㅠㅠ
반이는 쌩쌩하다 못해 날아다니는데 빌리는 요즘들어 힘이 없었는데.. 다시 날아다니는거보니 어이가 없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고 그러네요 ㅠㅠ
p.s 2
강제 엔터는 제가 생각하는 그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제 조잡한 문장을 조금 편하게 보시라고 일부로 단마다 엔터로 띄웠습니다!
글씨크기 10으로 해서 보시면 깔끔하게 보실수 있으실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