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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5 동행
다음날의 이른 오후..
점심 식사 겸 한솔의 강의를 끝내고.. 그들은 얼마 남지 않은 목적지인 태양 교단의 아
지트로 향하는 중이었다.
"슬슬 도착인가."
주변의 건물을 확인하며 현재의 위치와 목적지의 위치를 파악해가며 할배는 중얼거렸
고.. 그 입가에는 기대감에 찬 작은 미소가 걸려져 있었다.
"일단 내가 먼저 가서 보고 올게!
옆에서 보기에.. 그들은 물불 가리지 않고 태양 교단이라는 불꽃에 돌진하는 나방 같
은 존재들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들에게 있어 태양 교단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쳐 죽여야 하는 원수들이었지
만.. 그렇다고 해서 적의 전력을 분석하지 않은 채 멧돼지 마냥 저 돌 맹진하는 존재들
은 아니었다.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라는 말이 있듯이.. 그들 역시 가슴속에 타오르는 분노는
그 누구보다도 뜨겁지만.. 머리는 냉정하게 그들을 어떻게 하면 효율 좋고 잔혹하게 죽
일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무턱대고 돌진하고 보자는 식이 아니라.. 몸놀림은 물론 은밀 행동에 최적
화된 그가 척후로서 상대방의 전력을 알아보고 약점이나 틈을 분석하여 사전에 미리 계
획을 준비해두고 있었다.
총기로 무장한 훈련된 군인들을 상대로 압승을 거둔 이유도 바로 냉철한 분석과 그것에
따른 철저한 사전 준비를 한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애는 어쩔 거야?]
자드는 자신들의 뒤에서 길티의 보호를 받으며 허공에 식칼을 휘두르며 걷고 있는 한솔
을 바라봤다.
한솔을 전투에 데리고 갈 수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었다.
"길티한테 호위를 맡기면..?"
한솔의 처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그가 순간적으로 말을 멈춘 뒤 무엇을 찾아 헤매듯
고개를 두리번두리번하더니.. 이내 바닥에 귀를 댄 상태로 집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신을 주목하고 있는 일행을 향
해 입가에 손가락을 대는 행위.. '소리를 내지 마라 신호를 보냄과 동시에 발소리를 죽
인 채 선두에 서 근처에 있는 건물 안으로 빠르게 들어갔고.. 그것을 본 나머지 인원들
도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게 건물 안의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갔다.
그 직후..
둔탁하게 지면을 차는 시끄러운 소리와 흙먼지를 내뿜으며 10명 남짓한 집단이 저 멀리
서 그들이 숨은 건물 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창에 고개를 내민 채 밖의 상황을 살피며 품속에서 과도 4자루를 손가
락 사이에 낀 채 언제라도 그것을 던질 수 있는 준비를 했고.. 할배와 자드 역시 언제
라도 전투에 들어갈 수 있게 준비를 했다.
그들의 모습에 영향을 받은 것인지 한솔 역시 그에게 선물로 받은 식칼을 홀더에서 뽑으
려고 했지만.. 그것을 저지하듯 그가 고개를 저으며 턱으로 구석에 묵묵히 앉아있는 길
티를 가리켰다.
한솔은 아쉬운 듯 자신의 홀더와 그의 얼굴을 번갈아 보더니.. 이내 체념한 듯 발소리
를 죽이며 앉아있는 길티의 품속에 들어갔고.. 그런 한솔을 지키듯 길티는 양팔로 몸
을 가렸다.
그것을 곁눈질로 확인한 그는 계속해서 달려오는 남자들을 주시했고 그 집단은 무서운
속도로 흙먼지를 일으키며 그들이 숨어있던 건물을 지나쳐 갔다.
그러나 그대로 지나쳐 갈 줄 알았던 남자들의 집단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발걸음을 멈
춘 채 그 자리에서 우뚝 섰다.
"내,냄새..! 먹이..냄새! 나,난다! 먹,먹이! 찾아..라!"
선두에 서 있던.. 다른 이들에 비해 머리 하나는 더 큰 덩치가 좋은 스포츠머리의 남자
가 어눌한 말투로 뒤에 줄선 남자들에게 소리쳤다.
어눌한 말투는 물론이고 성인 남성의 어휘력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몇 개월 동안
대화를 하지 않아 언어능력이 낮아진 한솔보다도 더 빈약한 어휘력이었지만.. 남자의 모
습을 보면 그런 모자란 어휘를 비웃을 수만도 없었다.
덩치 큰 남자는 물론이고.. 그 외의 다른 남자들의 외관을 보고 떠오르는 말은 단 하
나..
'좀비' 라는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부위는 달랐지만.. 각자가 심하게 훼손된 부위를 가지고 있었다.
덩치 큰 남자는 왼쪽 뺨이 파먹힌 듯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고.. 그이 오에도 무엇인
가 뜯겨 먹힌듯한 흔적들이 곳곳에 있었으며 다른 남자들도 개수나 위치 등은 각각 달랐
지만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즉.. 어떻게 봐도 평범한 사람이 멀쩡하게 돌아다닐 수 없을 정도의 상처들을 각자가
가지고 있는..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는 좀비들의 모습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
다.
하지만.. 방금 전 그들은 분명 어눌하고 부족한 어휘력이었지만.. 확실하게 말을 내뱉
고 있었다.
특유의 울음소리가 아닌.. 분명한 '말' 을 함으로서 의미를 전달하고 있었다.
괴물도 아니고 좀비도 아닌 기묘한 존재들..
흡혈귀에게 감염된 미라와 늑대인간에게 감염된 반수형 인간들과 같은 돌연변이라고 밖
에 말할 수 없는 존재들이었지만.. 그것들과는 명백하게 달랐다.
일단 외형 자체부터가.. 인간형태를 취하고 있었지만..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외관
들.. 온몸의 수분이 사라진듯한 고목 같은 몸이라던가.. 뺨까지 찢어진 입과 날카로운
이빨이라던가 특유의 외형적 특징이 남자들에게는 없었다.
겉으로 보고이네는 그저 심한 부상을 입은 인간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거기에.. 다른 돌 여 변이들과 확연하게 다른 것은.. '지성' 이었다.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돌연변이들의 야성적인 모습과 다르게.. 그 남
자의 눈동자에는 확연하게 지성의 빛이 머무르고 있었다.
덩치 큰 남자의 지시에 따라 다른 남자들이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인 뒤.. 여러 방향으
로 분산해 탐색을 시작했다.
그야말로 지성을 가진 존재들 다운 체계적인 방법이었다.
그런 특이한 존재들을 본 그는 왠지 알 수 없었지만.. 깊은 호기심을 느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호기심을 위해 위협을 감수할 수는 없었다.
덩치 큰 남자가 뱉어낸 '먹이' 라는 단어는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들이라고 밖에 생각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즉 남자들이 노리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자신들일 확률이 높았다.
지성을 가지고 있다고는 해도.. 아군이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는.. 아니 오히려 이 상황
에서는 적이라고 표현하는 쪽이 더 맞는 표현인 상황이었다.
지금은 비록 이곳이 아닌 다른 건물들을 탐색하고 있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분명 맞닥
뜨리는 순간이 오게 될 것이었다.
자신들이 전력적으로 밀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쪽에는 일단 보호해야
할 대상인 한솔이 있었고.. 저 남자들이 얼마나 강한지.. 혹은 어떤 능력을 숨기고 있
는지는 알 수가 없었기에 섣불리 전투를 해야 할지 판단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일단.. 좀 더 고층으로 올라가 숨을 곳을 찾거나.. 농성할 수 있는 공간
이 있는지 찾아보기로 마음먹은 채 할배와 자드에게 손가락으로 신호를 보냈다.
두 사람 다 긍정하듯 고개를 끄덕였기에.. 그는 한발 앞서 소리를 죽인 채 길티에게 한
솔의 운반을 명령하고.. 조심스럽게 계단으로 올라갔다.
건물의 최상층까지 소리를 죽이며 올라간 그들은.. 복도의 가장 끝에 있는.. 아마 창고
라고 생각되는.. 청소용구며 각종 골판지 박스나 잡동사니가 들어차있는 방 안으로 전원
이 들어갔다.
그가 들어가서 가장 먼저 한 것은.. 길티가 매고 있는 방호 통을 박스 사이에 옮겨 놓
은 뒤.. 길티의 양손 위에 안겨있는 한솔을 받아 그 안에 넣는 일이었다.
"소리내면 안돼"
그는 어리둥절해하는 한솔에게 작은 목소리로 당부의 말을 남긴 뒤 그대로 뚜껑을 덮어
박스나 각종 잡동사니를 그 위에 올려놔 방호 통을 엄폐 시켰다.
그 후 그는 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위치에 길티를 세워 둔 뒤 할배에게 문 옆으로 붙으
라는 사인을 보내고 그 역시 반대편의 문 옆에 붙어 자신의 무기를 쥐었다.
이곳까지 탐색을 할지 안 할지 확실하지 않았지만.. 만약 이곳까지 도달하게 된다면..
길티를 미끼로 하여 들어오는 순간 옆에서 튀어나와 숨통을 끊어줄 심상이었다.
고요한 기다림 속에서 얼마 정도가 지났을 때쯤.. 아니나 다를까 복도를 걷는 마른 소
리가 들려왔고 그와 함께 거칠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없..어!"
덩치 큰 남자와 목소리는 다른 어눌한 말소리..
아무래도 문을 일일이 열어 탐색을 하는 것인지 그 이후 계속해서 여러 번 거칠게 문
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여는 소리와 발자국 소리가 점점 커져 옴에.. 따라 남자가 이곳에 접근하고 있다
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던 그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한 채 당장이라도 움직일
수 있게 몸을 긴장시켰다.
그리고..
"내,냄새..난다! 먹이.. 냄새!"
문의 바로 앞에서 어눌한 남자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그들에게 들려왔다.
그들은 숨소리 하나 내지 않은 채 남자가 들어오는 것을 조용히 기다렸고.. 이내 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그어어어어어!!]
"차,찾았다! 먹이!!"
하지만 그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열린 것은 그들이 있던 문이 아닌.. 바로 반대편의
문이었고.. 참으로 타이밍 좋게도 그 안에는 평범한 좀비가 있었던 모양인지 특유의 거
친 울음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그 직후..
투닥 거리는 시끄러운 소리가 잠깐 들려왔지만.. 이내 그 소리는 금방 가라앉게 됐고
바닥에 무엇인가를 질질 끄는 소리와 묵직한 발자국 소리만이 복도에 울려 퍼졌다.
점차 발소리가 멀어져 가는 것을 느낀 그는 문의 손잡이를 조심스럽게 돌려 머리 하나
가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연 뒤 고개를 내밀어 복도를 살폈다.
복도에 이어진 핏자국과.. 이쪽을 삐뚤어진 얼굴로 쳐다보고 있는..
몸과 분리된 피투성이의 머리와.. 원래는 하나였었던 몸뚱이의 다리를 질질 끌고 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뒤 그는 조용히 머리를 다시 방안으로 집어넣었다.
방금 전 본.. 목이 사라진 상처의 단면.. 잘린 것이 아니라 '뜯어' 냈다고 밖에 생각
할 수 없는 거친 단면은 남자가 맨손으로 목을 뜯어 버렸다고 밖에 생각할 수가 없는
상처..
그것은 그들이 평범한 인간도 좀비도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증거였다.
============================ 작품 후기 ============================
강아지가 아파서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분명 집에 있을때는 밥도 잘 안먹고 막 토하고 난리를 쳤었는데.. 병원에 가더니 애가 멀쩡하네요.
의사선생님도 별다른 이상은 없다고 하시고.. 이상하게 생각해서 집에 데리고왔는데
쌩쌩한데다 밥도 잘먹네요.
일단 상태를 더 두고봐야겠지만.. 으음 뭘까요..?
p.s
ㅈ은 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