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좀비 얼론 (Zombie Alone)-110화 (110/269)

0110 / 0269 ----------------------------------------------

Ep 5 동행

한솔이를 발견하고 약 이틀이 지난 시각..

그들의 여행은 결국 지체 없이 진행됐다.

"하루정도만 더 가면 도착하겠군."

할배는 지도를 꺼내 위치를 확인하며 중얼거리고는 지도를 재차 정장 재킷의 주머니에

쑤셔 넣은 뒤 뒤를 돌아봤다.

자신의 오른팔과 연결된 자드와 그.. 그리고 커다란 통을 등에 맨 길티(좀비)뿐.. 한솔

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밥먹을 시간이야!"

커다란 통에서 쑥 하고 작은 머리가 올라오더니 멈춰 서 있는 그들에게 눈을 껌뻑이며

물었다.

양 갈래로 묶은 귀여운 헤어스타일과 빼빼 마른 얼굴이지만 매우 혈색이 좋아 보이는 어

린 소녀..

처음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모습이었지만.. 그것은 분명 그들

이 보호했던 소녀.. '한솔'이었다.

제멋대로 자란 산발과 보기에도 수척해 보이던 만남 때와 비교하면.. 머리카락도 단정하

게 다듬어져 있었고 아직 살은 붙고 있는 중이기에 삐쩍 말라 보였지만.. 흙빛 같던 혈

색이나 눈 밑에 깔려져 있던 다크 서클은 온데간데없이.. 현재 한솔의 혈색은 잘 먹고

잘 자는 건강한 어린아이와 다를 바 없었다.

머리카락은 그가.. 자신의 '회칼'로 다듬어 준 것이었지만

아마추어가.. 그것도 조리용 칼로 다음은 것치고는 굉장히 깔끔하고 정갈하게 잘 다듬

어 놨다.

혈색의.. 경우는 어찌 보면 당연하게 좋아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식량 자체는.. 방부제나 첨가물들이 많이 들어간.. 때려죽어도 몸에 좋다고 말할 수 없

는 음식들이었지만 한솔이 평소에 먹던 아슬아슬한 물건들과 비교하면 천지차이였고..

심지어 배가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었다.

거기에.. 혼자였을 때는 깊게 잠들지 못한 채.. 조금이라도 소리가 나며 움찔거리며 잠

에서 깨는 생활을 반복하는 생활을 하고 있었기에..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은.. 한

창 성장해야 할 아이에게 있어서는 치명적일 정도로 수면시간이 부족했다.

하지만 그들이 옆에 있는 덕분에 한솔은 그때와 비교하면 몹시 깊게 잠들 수 있었고..

그가 만들어준 '방호통'  총알도 무력화 시킬 수 있고 여행 도중 한솔의 안전과 할배

와 그보다 체력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는 한솔의 휴식처로 사용할 수 있는 방호통에

서.. 조금 불편하지만 쪼그려서 잠을 잘 수도 있었기에 이틀 동안 한솔의 피로는 확연

하게 사라져 있었다.

어째서 한솔이 그들과 같이 행동하고 있는가는.. 별로 어렵지 않게 설명할 수 있었다.

한솔이 그들을 따라가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한솔에게 자신들이 해줄 수 있는 3가지의 방안을 아이라도 대충 이해할 수 있

게 풀어 설명했다.

단지.. 완전하게 그들의 의도를 이해하지는 못한 것인지.. 그저 따라가겠다는 말만을

울 것 같은 얼굴로 반복한 탓에.. 일단 그녀를 데려가기로 정했다.

어차피 2번째나 3번째 안도 공통적으로 아이를 데려가는 일이었고.. 2번째의 경우 맡아

줄만한 인물을 어차피 찾지 않으면 안 됐기에.. 그동안 얼마나 아이에게 가르쳐줄 수

있을지 몰랐지만.. 일단 한솔이 이 미친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들

을 가르치기로 정한 채 한솔을 데리고 여정에 나선 것.. 이 현재의 상황이었다.

"오? 그러고 보니 벌써 점심시간이군."

손목시계의 시간을 확인하니 거진 12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거진 정확하게 점심을 먹을 시간

[기가 막히게 정확한 시간이네! 카카카카!]

자드는 한솔의 어이없을 정도로 정확한 배꼽시계에 유쾌하게 웃고는 할배가 등에 매고

있던 가방을 커다란 입으로 물어 벗겨냈다.

"그럼 밥 먹기 전에 어제 가르쳐준 걸 복습할까?"

자드와 할배가 배낭을 뒤적거리는 모습을 한번 바라본 뒤 그는 통속에서 얼굴만을 빼꼼

히 내밀고 있는 한솔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들은 이틀 동안 이런 식으로 번갈아가며 식사 준비를 하며 한솔에게 유용한 기술들을

가르치고 있는 상태였다.

오늘 아침은 할배가 한솔에게 사람의 심리상태를 쉽게 파악하는 방법들을 배웠기에.. 점

심시간인 현재는 그에게 기술을 배울 차례였다.

"응!"

한솔이 힘차게 대답하며 그의 손을 꽉 붙잡자.. 그대로 잽싸게 들어 올려 통에서 빼내

지면에 착지시켰다.

"내가 준 칼은 가지고 있지?"

"여기 있어!"

여전히 힘찬 대답과 함께 한솔은 자신의 허리춤에 있는 홀더에서 날이 새파랗게 선 식

칼 한 자루를 뽑아 그에게 자랑하듯 내밀었다.

작은 손에는 조금 큰 느낌이 나는 식칼이었지만.. 그가 사용하는 식칼보다 크기가 작

은 편이었기에 아이의 손이라도 한 손으로 쥐고 사용할 수 있는 정도의 크기로.. 그가

예비용으로 가지고 있던 식칼 중 그나마 작은 것을 넘겨준 것이었다.

어째서 아이에게 이런 흉흉한 물건을 쥐여준 것인가? 그것도 전용 홀더까지 맞추어주면

서까지..

평범했던 원래의 세계 라면 그의 행동은 욕을 먹고 비난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행동이었

지만 애초에 이곳은 그런 상식이 통하는 세계도 아니었고.. 아이라도 자신의 몸을 지

킬 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거기에.. 그가 알려줄 기술을 위해서라도 한솔에게 이 식칼은 꼭 필요한 물건이었다.

"응! 쥐는 방법도 알려준 대로 확실하게 하고 있네! 히히히!"

"헤헤.."

그는 아이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웃었고.. 자신이 칭찬받은 일이 기쁘고 쑥

스러웠던 것인지 수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끄덕 거렸다.

그가 한솔에게 전투기술을 가르친지는 2일 밖에 되지 않았기에.. 많은 것을 알려주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한솔은 알려준 것을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아이 특유의 빠른 학습능력 탓인지.. 혹은 똑똑하거나 손재주가 좋아서인지.. 아니면

그 모두인지는 어떤지는 알 수 없었지만.. 확실하게 의욕이 있었기에 선생의 입장인 그

에게 있어서는 보람이 있는 학생이었다.

"다른것도 해볼래?"

그는 한솔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때어낸 채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그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머리에서 떠나가자 조금 아쉬운 듯 그쪽을 한번 바라본 한솔은

재차 얼굴을 긴장시킨 뒤 고개를 끄덕이며 식칼을 든 채 자세를 취하고.. 허공을 향해

찌르고 베는 동작을 펼쳐 보였다.

아이인데다가 제대로 먹지 못해 삐쩍 마른 몸인 탓에.. 속도도 힘도 그다지 위협적인

느낌은 나지 않았지만.. 자세는 물론이고 칼날은 안정적인 모습이었다.

"잘하네!"

자세나 칼날의 궤적은 몹시 안정적이었다.

물론 힘이나 속도가 위협적이지 못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제대로 된 식사와 수면을 취해

살과 근육이 붙는다면 자연스럽게 생길 것이었기에 현재로서 큰 문제는 없었다.

"오늘은! 샌드백을 이용한 연습을 해볼까!"

그는 멀뚱히 선채 있는.. 고양이 마스코트 인형의 탈을 쓴 군복 차림의 길티를 자신들

쪽으로 불러 한솔의 앞에 세웠다.

"찌르고 싶은 데를.. 마음껏 찔러봐!"

그는 방긋 웃으며 길티의 몸을 가리켰고.. 그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몰랐던 한솔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릴 정도로 충격을 받은 것인지.. 강하게 쥐고 있던 식칼조차 바닥

에 떨어트렸다.

그러자..

[야 이 미친 새끼야!!]

식사의 준비를 하고 있던 자드는 커다란 입을 더욱더 커다랗게 벌리며 그에게 욕설을 내

뱉었다.

[애새끼한테 뭘 시키는 거야!]

"실전의 감각을 익히게 해주려고."

그는 한솔이 떨어트린 식칼을 왼팔로 주운 뒤 그것을 재주 좋게 휙휙 돌리며 태연하게

말했다.

[이 새끼야..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확실히.. 자드의 말대로 아무리 좀비라고는 하지만.. 감각적으로는 생물체를 찌르는 것

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다 큰 성인조차 저항감이 있을 터인데.. 한솔과 같은 아이에게 있어서 저항감은커녕 트

라우마까지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었기에.. 자드의 말은 몹시 타당한..

[그 좀비 새끼는 애새끼가 귀여워하고 있으니까! 당연히 못 찌르지 병신아! 할 거면 근

처에 다른 좀비 새끼들을 사용하라고!]

"비유하자면.. 키우는 강아지나 고양이를 찔러봐!라고 하는 거랑 다름없으니까 말이

야!"

식사의 준비를 한쪽 팔만으로 능숙하게 진행하고 있던 할배가 유쾌하게 웃으며 자드의

말을 보충했다.

그는 한 번도 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고.. 동물에게 그런 애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던지

라 그들의 말에 제대로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 자드와 할배의 말에 따라 그 의견을 수

용하기로 했다.

"잠깐만 기다려!"

그는 한솔이 떨어트린 식칼을 휙 돌려 날에 베이지 않게 날부분을 잡은 뒤 손잡이를 한

솔에게 내밀었다.

아직도 얼굴의 안색이 좋지 않은 한솔은 얼떨결에 그것을 받아 들었고.. 그것을 확인

한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어디론가 달려갔다.

약 5분 후..

[그어어어어어어!!]

좀비 특유의 울음소리를 흩뿌리며 그가 한솔의 곁으로 달려왔고.. 그 손에는 팔다리가

잘린 채 재갈이 물려져 있는 좀비 한 마리가 질질 끌려오고 있었다.

자드와 할배의 말을 듣고 그가.. 근처에 배회하던 좀비 한 마리를 한솔의 안전을 위해

팔다리를 베고 재갈까지 물려 끌고 온 것이었다.

"이거면 되겠지?"

그는 할배와 자드에게 동의를 구하듯 물었다.

[그래! 딱 좋게 팔다리도 잘라놨으니까 위험도 없고.. 좋네!]

"저 정도라면 한솔이도 마음껏 찌를 수 있겠군! 허허허!"

좀비의 팔다리가 잘린 상태를 확인한 자드와 할배는 호쾌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고개를

끄덕여 긍정의 표시를 했다.

"그럼.."

ok를 받아낸 그는 길티에게 명령을 내려 사지가 없는 좀비를 들어 올리게 시켰다.

굼벵이 마냥 꿈틀거리며 빠져나가기 위해 발버둥을 치던 좀비였지만.. 일반 좀비보다 강

화된 길티의 완력이 훨씬 강했고.. 애초에 팔다리가 없어서 반항 다운 반항을 할 수 없

었던 좀비는 한솔이 찌르기 좋은 위치에 고정된 채 재갈을 잘근잘근 씹었다.

상식을 벗어난.. 그들의 행동

아이에게 시키려는 이 행위는.. 그야말로 미쳤다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에잇! 에잇! 에이 에잇! 에잇!"

한솔은 귀여운 목소리를 흘려내며 손에 쥔 식칼의 손잡이를 강하게 쥔 채 자신의 눈높이

에 맞춰 고정된 좀비의 몸을 사정없이 찔렀다.

방금 전 길티를 찌르라고 했을 때에 얼굴을 새파랗게 질리며 거부하는 모습을 보였던 소

녀라고는 말할 수 없는 모습..

그야말로 생물체가 아닌 물건을 찌르는듯한 감각.. 혹은 게임적인 감각으로.. 한솔은

좀비의 몸을 찔렀다.

심장에서부터 명치 폐 복부 등.. 몸의 곳곳을.. 작은 손으로 꽉 쥔 식칼로 사정없이 찔

러갔고 그때마다 좀비의 몸이 움찔움찔하며 상처 부위에서 붉은 액체로 적셔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좀비의 목에 그 칼이 깊게 꽂히는 것을 마지막으로.. 잘끈잘끈 씹

던 재갈을 피로 붉게 물들인 채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게 됐다.

"잘하네!"

[캬! 마무리 봐라!]

"한솔이는 재능이 있는 것 같은데"

너무나도 잔혹한 짓을 벌인 어린 한솔을 향해..

미치광이의 3명은 칭찬과 감탄을 아끼지 않고 퍼부었다.

미쳐있어도 단단히 미쳐버렸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헤헤헤!"

한솔은 깊게 박힌 좀비의 목에서 식칼을 뽑아낸 뒤 날에 묻은 피를 털어내고는 그들의

칭찬과 감탄에 얼굴을 살짝 붉힌 채 활기차게 웃었다.

미쳐있다..

그것은 그들뿐만이 아니라.. 어린아이인 한솔 역시 포함되는 말이었다.

============================ 작품 후기 ============================

누가 이런 끔찍한 혼종(미치광이)를 만들어 냈는가..!

진짜 이대로 저 3명의 손에서 몇년이나 키워지면..

이 세계관의 미친x은 나야! 가 될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제일 미친x은 바로 ㅈ..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0